
더에듀 김승호 객원기자 | 인공지능이 교육 현장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시범 도입 추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는 새 정부 출범과 출판사의 소송으로 다시 한번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에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를 비롯한 기술들의 교실 수업에 활용법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빠르게 진입한 기술의 파고 속에서, 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이 출간됐다. 기술철학자 김재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 천경호가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에 대해 교사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한 결과물이다.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은 지난 겨울 실천교육교사모임과 출판사 우리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인공지능과 교육’ 연속 특강 내용을 기반으로 세 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을 다각도로 조망하며 시작된다.
1장에서는 기술철학자 김재인 교수가 인공지능의 본질과 인간의 고유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인공지능을 ‘도구이자 증강기술’로 규정하면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맨몸 능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 교육은 인간 고유의 해석과 관계, 성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교사는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 교장이 디지털 기술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심리·인지적 부작용에 주목한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주는 과도한 자극, 집중력 저하, 불안정한 자기 조절 능력 등을 진단하며, “기술을 아직 발달 중인 아동·청소년에게 그대로 들이밀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교과서가 학습 효과 측면에서 종이책에 비해 떨어진다는 다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일부 국가에서 폐기를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3장에서는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교수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이 리터러시(읽고 쓰는 능력)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그는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글쓰기의 과정성과 의미 구성 능력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또한 단순히 AI 활용 여부를 떠나, 교사들이 실제 수업 현장에서 고민해야 할 원칙과 실천적 지침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현장 교사의 목소리로 완성한 책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현직 교사들과 나눈 심도 깊은 대담이 각 장 말미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각 전문가들은 교사들과의 일대일 대화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고민, 학생들과의 관계, 정책과 실제의 괴리 등을 함께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이론과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독자들에게 더 실감 나게 문제의식을 전달한다.
특히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이자 초등교사인 천경호가 AIDT 도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도 수록되어 있다. 천 회장은 AIDT가 교육 현장에서 갖는 의미와 한계, 그리고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 정책이 무엇인지를 교사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논한다.
기술 열풍 속 교육이 지켜야 할 것들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은 단지 기술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간과 교육의 본질을 다시 짚어봄으로써 교사와 학교의 의미를 재확인하고자 하는 책이다. 기술이 뛰어난 만큼, 인간의 역할 또한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공통된 메시지다.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수용과 균형 있는 시각을 통해 교육적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 이 책은 바로 그 출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교사와 교육자, 그리고 교육정책 입안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15일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