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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이경미] ‘학맞통’은 업무 폭증 정책인가, 인식 오류인가

 

더에듀 | 학생맞춤통합지원, 이른바 ‘학맞통’을 둘러싼 논쟁은 겉으로는 업무 부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인식의 오류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학맞통을 ‘교육복지 확대 정책’ 정도로 오해하는 시선은 제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학맞통은 새로운 일을 얹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학교 안팎에서 분절적으로 수행되던 역할과 기능을 통합·재구조화하는 법정 체계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학생에게 어려움이 발생하면 대응은 늘 사후적이었고, 동시에 조각났다. 학습 부진은 기초학력 담당에게, 정서 문제는 상담교사에게, 가정 형편은 교육복지사(담당자)에게, 건강 문제는 보건교사에게, 위기 상황은 외부 기관에 각각 넘겨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원이 연속되지 못하고, 정보는 단절되며, 책임은 분산됐다. 같은 학생을 두고도 부서는 달랐고, 기록은 흩어졌으며, 지원의 목표는 공유되지 않았다. 이로 인한 비효율은 결국 학생에게 전가됐다. 학맞통은 바로 이 분절 업무에 따른 구조적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재구조화 정책이다.

 

학맞통은 특정 부서나 직군에 업무를 몰아주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학생을 중심에 두고, 흩어져 있던 지원 기능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의 문제로 관점을 전환하자는 제도적 선언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학맞통은 임의적 정책이 아니다. 이는 법률에 근거한 법정 책무이다. 이미 국회는 학생의 학습권과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교육청, 학교의 책임을 명문화했다. 그럼에도 이를 여전히 ‘선택 가능한 사업’이나 ‘일시적 유행 정책’쯤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법치 행정에 대한 오해이자, 공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교사의 고유 업무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아야 한다. 교사의 본질적 역할은 교과 지도와 행동발달 지도에 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습 결손, 정서 불안, 문제 행동은 교과 지도와 분리된 외부 영역이 아니라, 교육 활동의 핵심 영역이다. 학맞통은 교사의 역할을 비대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교사가 본래 수행해 온 교육적 책임을 혼자가 아니라 체계 속에서 수행하도록 돕는 구조이다.

 

특히 학맞통을 ‘교육복지’로 축소하는 인식은 가장 위험하다. 학맞통이 포괄하는 지원 범위는 단선적 복지가 아니라 다차원적 통합 지원이다.

 

학습 지원 영역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보충학습,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이 연계되고, 경제 지원 영역에서는 급식비, 방과 후 프로그램, 장학금, 교재비 지원을 통해 학습 접근성을 확보한다. 정서·심리 지원은 상담과 위기 중재, 심리 치유로 이어지고, 건강 지원은 신체·정신 건강 관리와 의료 연계로 확장된다. 사회적 지원 영역에서는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계, 또래 관계 회복, 지역 자원 활용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기능이 각각 따로 존재할 때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엮일 때 비로소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다. 학맞통은 이 연계를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이는 브론펜브레너의 생태학적 인간 발달 이론에 기반한 접근이기도 하다.

 

아동과 청소년의 발달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정책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생태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학맞통은 이 상호작용을 방치하지 않고,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결국 학맞통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교사의 업무가 늘어났는가”가 아니다. 분절된 지원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통합된 체계로 재구조화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학맞통은 교사를 옥죄는 제도가 아니라, 학교가 더 이상 고립된 섬이 되지 않도록 하는 연결 장치이다.

 

오해를 걷어내고 구조를 보아야 할 때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반발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는 성숙한 인식 전환이다. 학맞통 시범교육지원청 실무자로서, 제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착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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