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하 학맞통). 2025년 1월 21일에 제정되고, 2026년 3월 1일에 시행되는 이 법은 학교 현장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는 연계만 주로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더니, 교사가 연계를 거부하고 학교의 장에게 업무를 떠넘기면 되는 문제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주장한다. 어떤 쪽에서는 업무가 늘어난다는 것은 오류의 인식일 뿐이니 교사로서 마땅히 이 업무를 처리하라고 말한다.
그들 모두는 이 법률안은 참 좋은 법률안이라고 말하며 설명한다. 같은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 이렇게나 다양한 주장이 엇갈려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확실히 밝혀야 할 지점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교원의 역할이다. 이와 관련해 초·중등교육법에서는 교직원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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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 ②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교감이 없는 학교에서는 교장이 미리 지명한 교사(수석교사를 포함한다)가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③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ㆍ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④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⑤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
어떤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교원이 수업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며, 교직원 중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다.
주당 23시간 내외의 수업을 준비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며 그 결과에 대해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은 교사의 본질적인 고유 업무이고, 또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결코 과소 평가될 영역이 아니다. 만약 이 본질적인 요소가 침해되는 조치나 정책이 있다면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교사와 수업을 하는 학생이 될 것이다.
이때 학생의 생활, 정서 등 모든 것에 관여하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 아니냐는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리고 그 주장이야말로 현재 우리나라 교육을 망가트리는 주범 중 하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교육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목소리이다. 학생의 전인격적인 성장을 위해 수반되는 간접적인 영향들이 곧바로 교육 활동에 포함된다거나, 이에 대한 결과와 책임을 모두 교사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담임 교사 무한 책임론’에 기반한 무책임한 회피일 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관점을 달리해서 이야기해 보자.
예컨대, 국가의 보안과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경찰이다. 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다. 범죄자에게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을 때, 우선 범죄자를 제압하고 그를 구출하는 것이 경찰의 주된 업무일 것이다. 범죄자와 피해자를 분리한 이후, 필요하다면 CPR 등 긴급한 구호 조치도 할 수도 있다. 때로는 다친 피해자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외투를 벗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고 ‘시민을 구하는 것이 그 직업의 본분’이라는 것을 이유로, 치명상을 입은 환자를 바로 수술할 것을 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인 주장이 아니다.
‘빠르고 신속한 피해자 중심의 통합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경찰 조직이 알아서 피해자 치료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라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요구이다. 외투를 벗어주는 것이 의무가 되어야 하고, 벗어주지 않은 경찰은 법적으로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간다면, 이는 경찰 조직을 모욕하는, 말 그대로 선을 넘은 행태일 것이다.
이렇게나 황당한 주장이 유독 교육 분야에서는 쉽게 나타난다. 학생을 위하는 모든 것이 교육으로 간주 되어야 하고, 따라서 학생 중심의 지원을 위해 학교에서 모든 걸 떠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렇게나 쉽게 내뱉어질 수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아마 우리 사회가 교육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일 것이라 판단이 들지만, 적어도 교육을 포기했다는 공식적 선언을 국가가 한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학교에 모든 걸 떠맡기는 무책임한 정책을 멈춰야 할 때가 왔다.
학교는 교육을 실행하는 공간이다. 학생을 수술할 수도 없고, 학생의 경제적 상황과 가정사를 전부 파악할 수도 없으며, 학생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학교는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최선의 교육을 설계하고 수업을 운영하는 곳이다. 학생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환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다. 그렇게 배움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교육 기관’일 뿐이다. 복지 시설도 아니고, 의료 시설도 아니며, 구호 시설도 아니다.
학맞통, 교사에게 업무를 떠넘긴다는 증거
다음으로는 학맞통이 교사에게 업무를 떠넘기지 않는 법률안이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만약 법률안 단계에서 내포한 조항 자체가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의 부담을 주고 있다면, 정상적인 교육 활동의 운영을 위해 법률 개정 및 폐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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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조(연수) ①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교원 등의 학생맞춤통합지원업무 및 개인정보 보호ㆍ관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교원 등에 대한 연수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연수의 시기, 방법 등 연수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제1항에서 교육부와 교육감은 ‘교원 등의 학생맞춤통합지원업무 및 개인정보 보호·관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업무를 위해 연수를 들어야 할 대상으로 교원만을 명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누군가의 주장대로 교원에게 업무를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 조항에 대한 표기는 분명하게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업무를 맡을 사람이 연수의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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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조(국가 등의 책무)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은 교육에 관한 각종 시책을 시행할 때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 학교의 장은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보호자와 교원 등은 보호하거나 지도하는 학생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을 통하여 전인적으로 성장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한다. 교육감은 각종 시책을 시행할 때 학맞통을 위해 노력한다. 학교의 장은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학맞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한다.
위 세 문장을 읽고 난 후 실제 업무를 맡은 당사자가 누구로 여겨지는가. 심지어 교사 고유의 업무에 대한 해석을 넓혀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대로,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학맞통이 이루어지도록 명시를 해놓은 조항이다. 학교와 교사에게 교육이 아닌 영역의 업무를 교육으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교육이 아닌 것을 교육으로 전환하려는 이 시도는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학교로 밀려 들어올 복지 업무
심지어 같은 조 5항에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교원에게도 해당 법률을 통한 지원이 보장되게끔 의무를 부여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조항, 어디서 많이 보신 적이 있을 거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인지 즉시 신고의 의무를 교원에게 부여한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사회적 통념에서는 학교폭력이라 부를 수 없는 사소한 사건마저 심각한 학교폭력인 것으로 우기는 악성 민원인에게 교원들이 무너지게 되었다. 왜 학교폭력을 은폐하려 드냐며 학교를 뒤집어 놓았다. ‘가짜 학교폭력’ 신고가 남발되기에 갈수록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증폭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활부장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정작 그 사이에 ‘진짜 학교폭력’을 처리하기 위한 노력도 사방에서 공격받으며 제대로 발현될 수도 없었다. 왜 우리 아이를 죄인 취급하냐며, 상대가 신고했다고 바로 교실에서 분리되어 쫓겨나는 게 맞냐며 분노한 가해 관련 학생의 보호자를 대면했다. 학교는 수사 기관이 아니라, 교육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권한도 없었다. 의무만 있었다.
앞서 살펴본 의무에 대한 조항은 그 모습을 이제 복지의 영역에서 재현하게 될 독소조항이라고 단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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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학생맞춤통합지원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
게다가 이제 학맞통에 대해선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한다.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이 법이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영역에서 다루던 업무도 ‘학맞통’ 딱지를 붙이면 쉽게 학교로 넘길 수 있는 그림이 완성되는 조항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 학맞통이 대체 무엇인가. 구체적인 업무에 대한 지침이 있는가? 누군가의 주장대로 학교는 연계만 하면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이를 처리할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가? 아쉽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학맞통 업무에 대한 개념 정의는 법률 내에서 폭넓은 의미로 서술되어 있다.
| ‘학생맞춤통합지원’이란 학생의 학습참여를 어렵게 하는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ㆍ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소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받을 권리 향상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지원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기초학력 미달에 대한 지원, 경제-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에 대한 지원 등 총체적인 면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인 셈이다.
학생을 위한 종합적인 측면을 다룬다는 의미는 알겠으나, 그래서 이 업무의 실행자는 누구인가. 지도 및 감독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나 교육청인가? 재원과 인적 자원을 확충하자고 적어둔 지방자치단체인가? 결국은 법률 제11조, 제12조에서도 학생에 대한 지원과 관리의 책임자로 병기되어 있고,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학맞통이 이루어지도록 명시한 학교의 장, 즉 학교 단위가 실행자인 것이 아닌가?
원래는 학교에서 맡지 않았던 영역의 책임을 학교에 지우고 있는 법인 셈이다. 이것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을 위하고, 위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은 모두가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자발적으로 희생하며 아이들의 전인격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것을 법적 의무로 얹었을 때, 그리고 교육의 영역이 아닌 것을 교육의 과정에서 실행하라며 억지로 엮었을 때, 이를 교원들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교육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사가 된 한 명의 교사로서 고백하자면, 이젠 더는 버티기 힘든 때가 왔다. 그래서 차라리 부탁하고 싶다. 그냥 국가가 교육을 포기한 것이라면, 교육을 포기했다고 누군가 공식적으로라도 선언해 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업무량과 담임 교사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강요하는 법적 해석 및 사회적 요구가 맞물리는 이 상황에, 교육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교육자로서 가진 양심을 저버리며 업무에 쩔쩔매는 이 죄책감이라도 덜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교사 고유의 업무인 수업을 그렇게 하찮게 여기고, 교사가 다른 업무에 매달리게끔 만들 계획이라면, 적어도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이미 교육을 포기했으니, 교육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은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선의로 행한 일들이 업무로, 의무로...
학맞통이 진정으로 교원에게 업무를 떠넘기지 않는 법안이라면, 위 법의 독소 조항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며,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안내되는 교육자료에서 학교 단위의 업무가 아닌 교육부와 교육청 단위의 업무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작성하며 참고한 어떤 자료에서도 학교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학생을 지원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지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법안의 취지로 밝히는 ‘체계적 지원’은 누가 실행하는 것인가. 이미 학교에서는 학생의 지원을 보조하기 위한 위원회 등의 기구가 있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지원을 보조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법률을 통한 업무 전가는 성격이 다르다.
이제 학교가 떠맡아야 할 교육에 ‘경제적·심리적·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가 포함된다는 선언이며, 학교와 교사가 이를 정식으로 맡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학교와 교사가 선의로 실시하던 것들에 더해, 다른 부서에서 처리했던 업무들도 학교로 넘어올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법인 셈이다. 교육 기관이기에 학생들의 가정 상태나 경제적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는데, 교육 담당자이기에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이젠 다른 영역의 업무가 떠밀려 오는 셈이다.
그렇게 이제 한 명의 교사로서 이 글을 적는다. 앞으로 교사들의 숨통을 틀어막을 이 법안에 교사들이 반대했노라고, 교사들이 찬성한 것이 아니라고, 법률안 내용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흔적을 남기기 위함이다.
이준기 = 교실과 학교 밖 공간을 잇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림책 ‘내 마음 네 마음‘과 ‘민정이의 등굣길‘ 글을 담당했으며, 장편소설 ‘학폭교사 위광조‘ 공저자이다. 꿈몽글 팀 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꿈몽글 팀은 현재 <더에듀>에 이준기 교사 등 14명이 ‘오늘의 교실‘ 연재를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