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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교사의 눈 - 정유선] 지원 확대의 역설: 학생 마음건강 정책이 놓친 것들

 

더에듀 | 2025년 12월 30일, 교육부는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 정신건강을 더 이상 개인이나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적 영역으로 선언한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학교 현장이 감당해 온 부담을 고려하면, 뒤늦었지만 필요한 방향 전환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와 이를 구체화한 시행령 개정안을 함께 들여다보면, 이 정책이 실제로 무엇을 국가 책임으로 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학생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의 설계는 오히려 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과도하게 확장하고 있다. 치료 개입의 판단, 보호자와의 갈등 관리, 사후관리까지 학교가 떠안도록 구조화된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위기 학생 지원 방식이다. 교육부는 고위기 학생의 학교 복귀를 돕겠다며 퇴직 교원, 사회복지사, 학부모 봉사자 등을 활용한 ‘조력인 제도’를 예고했다.

 

그러나 고위기 학생의 회복과 적응은 단순한 동행이나 정서적 지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임상적 전문성과 지속적인 개입이 필수적인 영역이며, 그 책임은 국가와 지자체, 전문기관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조력인 제도는 전문성 기준과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학생 회복 과정의 관리 책임이 학교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전문 인프라 격차에 따라 지원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고위기 학생 지원은 학교 주변 인력의 헌신에 기대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을 갖춘 국가·지자체 책임의 지속적 지원 체계로 구축돼야 한다.

 

법과 시행령이 만든 구조는 더 우려스럽다.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5는 보호자 동의 없이도 학생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조항은 요건과 절차를 대통령령에 위임했고, 시행령은 이를 구체화하면서 교육감이나 교육장뿐 아니라 학교장을 긴급지원 개입의 직접적 판단 주체로 명시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생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고 학교생활에 현저한 어려움이 있으며, 상담이나 치료 권고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보호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판단 차이인지, 경제적·정서적 사정인지, 치료 방식에 대한 이견인지 구분할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그 판단 책임은 결국 학교장에게 귀속된다. 이는 분쟁 발생 시 학교와 학교장을 법적·행정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구조이다. 학생 보호를 위한 장치라기보다,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는 장치에 가깝다.

 

긴급지원 절차 자체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시행령은 매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 3인 이상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전문의 인력 부족, 자문료 예산 미확보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요건을 매번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정신건강 등 관련 전문가’의 범위에 의사가 포함돼 있음에도, 매 회기 전문의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과잉 설계에 가깝다. 사안의 성격과 시급성에 따라 필요 시 전문의를 포함하도록 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재정 문제는 더 큰 공백이다. 시행령은 긴급지원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부 전문가 자문료와 학생 심리치료비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비용 지원의 범위와 절차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학교와 교육청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제도의 형식화와 책임 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담 인력 확대 정책 역시 방향은 옳지만 설계는 미흡하다. 교육부는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100%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자격과 배치 기준이다. 학교 상담은 교육활동의 일부이며, 임용고시를 거친 전문상담교사의 정규 배치가 원칙이어야 한다. 기간제·외부 인력 중심의 ‘채우기식 배치’로는 상담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대규모 학교에는 최소 2인 이상의 배치가 필요하고, 소규모 학교에는 순회·공동 배치 등 세심한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상담 기록 연계 방안도 신중하지 않으면 상담 회피를 낳을 수 있다. 이미 정서행동특성검사 관심군 학생 정보는 학교 간 전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 기록이 상급학교까지 구조적으로 관리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상담을 지원이 아닌 관리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신뢰가 무너지면 상담 체계 자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 상담실이 누구나 필요할 때 방문하여 심리·정서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한 명의 전문상담교사가 전문 상담과 고위기 개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전교생을 위한 상시 개방된 휴게 공간까지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담실의 기능을 무제한 확장할수록, 정작 집중적인 개입이 필요한 위기 학생에 대한 전문 상담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서 멘토링이나 체험 활동을 ‘상담’으로 포장하는 흐름 역시 문제이다. 여가·동행 활동은 정서적 지지가 될 수는 있지만, 전문 상담은 아니다. 상담과 멘토링, 생활지도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은 무한 확장되고, 정작 고위기 학생을 위한 집중 개입 시간은 줄어든다. 한 명의 전문상담교사가 전문 상담과 위기 개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전교생을 위한 상시 개방 휴식 공간까지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위기학생 조기 발견 정책도 자기보고식 검사의 반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마음이지(EASY) 검사’와 같은 도구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위기 신호는 검사 결과보다,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교사와 보호자의 일상적 관찰과 관계 속에서 포착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교육부가 제시한 ‘전문기관 연계율 100%’ 목표는 숫자 행정의 전형이다. 위기 대응은 연계 비율이 아니라 개입의 적절성과 질로 평가돼야 한다. 연계율이 목표가 되는 순간, 형식적 의뢰와 실적 쌓기가 정책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실패의 책임은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자살 학생 수가 증가한 지역에 대한 점검과 컨설팅은 사후 대응에 불과하며, 구조적 원인과 지역 격차를 해결하지 못한 채 형식적 점검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학생의 생명과 안전은 컨설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지역 기반 지원 인프라와 국가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학생 마음건강 지원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구조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핵심은 학생 수에 따른 전문상담교사 배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위기 신호는 특정 순간에 갑자기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적되며 포착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규모와 학생 수를 반영한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전제돼야 한다. 전문상담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는 어떤 위기 대응도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

 

나아가 개별 학교에 판단과 책임을 집중시키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권역별로 고경력 전문상담교사가 위기사례를 자문·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고위기 학생 지원은 개인의 헌신이나 학교의 부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된 전문상담교사 중심의 체계적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다. 전문상담교사의 충분한 배치와 위기지원 체계 확립, 충분한 예산 지원 없이 추진되는 학생 마음건강 정책은 실효성을 가질 수 없으며 국가 책임이라는 선언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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