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학창시절을 돌아보자. 교실은 늘 새로운 구성원으로 채워졌고, 그곳에서 다양한 역사가 만들어져 왔으며, 어른이 된 오늘도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 한 가지 색이 아닌 셀 수 없는 무수한 빛깔로 가득 찬 곳에서 수없이 많은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더에듀>는 ‘꿈몽글 교사들’과 함께 교실에 펼쳐진 다양한 색을 찾아가는 여정 ‘오늘의 교실’을 시작한다. 교실은 그때도, 지금도, 내일도 살아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
학교 현장에서 종종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학급에 새로운 교사가 투입되고, 주변에서는 “경력 있는 교사가 들어갔으니 이제 괜찮아지겠지”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는 분명 능숙하지만, 교실은 쉽게 안정되지 않습니다.
오늘의 일곱 번째 교실은 바로 그 지점을 보여줍니다. 교사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한 번 무너진 공동체가 갖는 특성 때문에 교실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교사 B. 40대 남. 교직 경력 18년. 학급: 4학년 2반
학급 상황 - 원담임 교사의 교권 보호 조치 이후 휴직 - 업무부장인 교사 B가 긴급하게 담임을 맡은 상태 - 학생 간 갈등, 충동적 행동, 정서 불안이 빈번 - 이전 담임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혼재된 분위기
수업 장면 요약 - 국어: 읽기 활동 중 갈등 호소와 감정 폭발로 흐름 반복 붕괴 - 수학: 개념 중심 수업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 - 사회: 규칙 위반으로 활동 중단, 재통제 필요 - 미술: 학생의 반복적 상징 표현 발견 → 상담 시도 → 회피 발생
수업 외 상황 - 긴급 분리 조치 대응으로 타 학년 학생 지도 병행 - 공문, 보고, 행정 업무 지속 - 일과 종료 후에야 개별 대화 가능 |
교실은 한 번 ‘무너지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교실 밖 우리가 교실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무너진 교실은 단순히 ‘변화한 교실’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이전과 다른 상태로 변한 공동체라는 점’입니다. 관계는 끊어졌고, 규칙은 약화되었으며, 교사에 대한 신뢰는 재형성 단계에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이 교실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은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후 그 교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업과 생활, 사건들은 이 전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교사가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이전의 안정 상태로 복귀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는 단순히 기계의 부품과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 교실을 담당하는 교사는 ‘정상적인 상태의 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본질적으로 변형이 이루어진 비정상의 교실을 재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상실을 겪은 아이들은 ‘불안정’과 ‘이해’를 동시에 가진다
오늘의 교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학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전 담임을 그리워했고, 동시에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때문에 선생님이 힘들었던 것 같다.”
“다음 학년이 되어도 다시 만나고 싶다.”
아이들이 관계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이해가 곧바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려는 정서, 그러나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 행동.’ 이 모순적인 이중 구조가 만들어내는 상황은 교실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수업은 회복의 도구이지만,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교사 B의 수업은 분명히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개념을 구조화하고, 발문을 통해 사고를 유도하며, 활동을 설계하는 방식은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교실은 흔들렸습니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이 됩니다.
수업은 교실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구조이지만, 공동체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마법과 같은 도구는 아닙니다. 수업은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에 따라 주어진 성취기준을 이수해야 하고, 범교과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요소에 대한 교육을 이행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무를 감당하면서 아이들 관계의 붕괴, 정서적 불안, 규칙의 약화까지 단번에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사회적 기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교육을 원망하고, 수업을 탓하곤 합니다. 교육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냐는 귀책 사유에 대한 고찰은 많은 이들이 쉽게 선택하는 편한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기대 속에서 무너진 교실 속 교사는 동시에 두 가지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수업을 통해 교실을 유지해야 하고, 관계를 통해 교실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 두 작업은 성격이 다르며, 속도도 다릅니다. 그리고 본디 수업에 주어진 임무와도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힘듭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학교는 그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관계를 다시 쌓는 시간, 규칙을 재정립하는 시간,
신뢰를 형성하는 시간...
그러나 학교는 이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습니다. 수업은 매일 진행되어야 하고, 행정은 계속 발생하며, 문제 상황은 즉각 대응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학교의 탓이 아닙니다. 학교에 주어진 게 너무나 과도한 오늘입니다. 교실 밖 사람들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교사는 ‘회복’을 겪을 여유 없이, 이미 회복된 교실처럼 운영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교실이 다시 흔들립니다.
결론: 교실의 회복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오늘의 일곱 번째 교실에서 사회가 바로 잡아야 할 시선은 분명합니다. 왜 우리는 무너진 교실 앞에서 항상 “교사가 왜 못 잡느냐”라고 먼저 묻는 걸까요. 그러나 실제로 더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이 교실은 무슨 일을 겪었는가.
지금 교사는 어떤 상황에 처했는가.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 주어지고 있는가.
교실은 한 번 무너지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회복은 새로운 형성이자 도전적인 과정이며, 그 자체로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교실을 다시 세우는 일은 한 교사의 능력이나 헌신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가끔 교사들의 희생으로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도 있지만, 적어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교실을 만들고 교실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니까요.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교실을 뒤흔들고 고통에 빠지게 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드러내지 않았으니까요.
교사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조건, 그리고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마련될 때, 비로소 교실의 회복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교실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은 B 선생님 교실의 자세한 상황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gummongle/155
글: 이준기 / 교실과 학교 밖 공간을 잇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 그림책 『내 마음 네 마음』, 『민정이의 등굣길』 글 담당
- 장편소설 『학폭교사 위광조』 공저자
- 꿈몽글 팀 글작가
그림: 이예솔 /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에 닿는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 꿈몽글 팀 그림작가

꿈몽글 = 글과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교사와 전문 작가들이 힘을 합쳐 학교와 교실 속의 따뜻한 이야기를 기억으로 엮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학폭교사 위광조’, ‘내 마음 네 마음’, ‘민정이의 등굣길’ 등이 있다. <더에듀> 연재 ‘오늘의 교실’에는 14인의 교사들이 함께 한다. 교실에서 교육을 실천한 앤솔로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사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