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포기하지 말고, 하나씩 바꿔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서 함께 바꿔나가면 좋겠다.”
초등교사 국내 최대 커뮤니티인 인디스쿨,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7명의 초등교사가 더 나은 공교육 환경을 위해 7개월간 시행한 ‘교육현장연구 생태계 활성화 사업, 인디스콜라’ 연구보고서가 공개됐다.
개인의 작은 고민에서 출발한 이 연구에는 총 2196명의 설문과 11명의 인터뷰 내용을 실으며 현장중심이라는 의미를 어디까지 구현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에듀>는 인디스콜라가 공유한 7개의 연구를 각각 정리함으로써, 현장 교사들의 고민과 대한민국 교육의 과제를 살피며 현장중심 정책 대안을 살피고자 한다. |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한동안 안정성 높은 평생 직업으로 여겨졌던 교사를 중도에 그만두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교사 삼 분의 일가량이 교직 이탈 의향이 있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단순한 명예퇴직 증가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 이미 심각한 교사 부족 사태의 중심에는 특히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이 있다.
교직 기반 흔드는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
이른 명예퇴직에 비해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은 교사 양성과 초기 연수 비용 투입이 결과로 돌아오지 않고 교원 수급의 어려움을 일으키는 데다, 무엇보다 교직의 매력과 전문성 유지 기반 자체를 흔드는 문제이다.
지난해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10년 차 미만 교사 576명이 한 해 동안 교직을 떠났다.
교직 이탈이 늘면서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교직 이탈을 막기 위해 교직 이탈 의도를 파악해 교직 환경의 개선점을 찾는 방식이었다. 실제 교직 이탈의 경험을 살펴본 연구도 꽤 있지만, 이런 경우는 또 개개인의 체험에 집중하면서 사회 구조 문제를 살피기는 어려웠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정은지 전남 화순초 교사는 인디스쿨의 교육현장연구 생태계 활성화 사업 ‘인디스콜라’의 일환으로 ‘의원면직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 동기에 대한 질적 연구’를 시행했다.
‘선생님’의 꿈 품고 교사 되는 사람 적어
이 연구에서는 7년 이하 교직 경력을 가진 다섯 명의 교직 이탈 경험을 각자의 개별적인 경험인 소상황, 이런 경험이 일어나도록 사회의 맥락을 개인에게 이어지도록 하는 매개 상황 그리고 교직 이탈의 기제로 작용하는 사회 구조인 대상황으로 나눠 분석했다.
또한, 각 사례를 분석한 후 이들 간의 비교를 통해 맥락을 찾아내는 다중사례 연구 방법을 선택했다.
소상황은 저경력 교사들의 교직 진입 경험, 교직에서의 경험, 교직 이탈 경험으로 나눠 살펴봤다.
교직으로 진입 경험을 보면 모두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교대를 희망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선생님들을 동경'해 '교사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사람도 한 명뿐이었다.
그래도 교대를 다니면서 세 명은 교직에 진입할 의도를 갖게 됐다. 다만 두 사람은 여전히 교직에 대한 의지 없이 '분위기'에 따라 임용 준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권 추락 현장에서 다시 생각하는 초임 교사들
이들이 입직한 후 느낀 경험에는 결정적인 사건이 존재하는데 주로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나 학생 사안으로 교사에게 폭언을 일삼는 학부모 등이 야기하는 스트레스가 컸다. 어떤 이는 그런 과정에서 우울감이 커지거나 우울증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물론 그런 사건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런 사건을 계기로 어떤 이는 부모의 간섭을 끊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어떤 이는 무력감을 느꼈고, 어떤 이는 교직에 환멸을 느끼는 사건을 이어서 경험했고, 어떤 이는 뒤늦게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교직을 이탈한 이들은 대부분 결정에 만족하고 지내고 있었다. 이들은 각각 약대나 해외 대학원 진학, 프리랜서 강사, 콘텐츠 제작, 회사원 등 다른 길을 걸었지만,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최고의 직업? 현실은 전혀 달라
정 교사는 이런 교사들의 경험의 바탕이 된 현실의 맥락을 알아보기 위한 매개 상황을 △'착한 딸'에서 '휘둘리지 않는 나'로 △학교에서 맞닥뜨린 '문제'와 사람들 △'상위권인 나'에게 필요한 '성취'를 찾아서 등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첫째는 의원면직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초등교사가 되었던 자신이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이었다는 관점이었다.
부모에게 초등교사는 '철밥통', '일등 신붓감' 그리고 '명예'의 자리였다. 하지만, 부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입직했던 이들이 경험한 교직은 '최고의 직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정성'은 아동 학대 고발과 우울증의 고통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사회의 인식과 달리 '워라벨'이 보장되기는커녕 아파도 쉬지도 못하는 직업이었다.
명예는 높은 도덕적 잣대로만 작용하고 보상인 정당한 대우로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학교 안에서도 정당한 보상이나 대가가 없어 일을 잘할수록 일거리만 늘어나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은 결국 이들을 교직으로 떠밀었던 부모를 설득하거나 반대를 피하고자 말없이 의원면직을 결정하는 등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교직에서도 탈출하게 됐다.
아무도 도와주지도, 지켜주지도 않는 학교
부모의 꿈으로 대변되는 사회의 인식과 현실의 괴리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학교라는 직장에서 이들이 경험한 문제도 컸다.
저경력 교사들에게 학교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나마 업무를 배워야 하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온라인 교사 공동체였다.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분위기가 업무 습득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원이나 학생 사안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폭언, 신체적 위협, 아동 학대 고발 협박까지 이어질 때도 보호해주는 이가 없었다.
가정이나 사회 문제까지 연결된 학생 사안에서 초임 교사가 혼자 발품 팔며 애써봐야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렇게 무한 책임을 요구받으며 무력감만 쌓이는 과정을 겪으며 불안을 느낀 저경력 교사는 결국 튀지 않게 남들이 하는 대로 하고, 기존 관례를 따르며, 자기 방어를 위한 기록만 쌓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게 산재한 업무만 처리하다가 수업까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정체성까지 흔들리게 됐다.

성취감 못 느끼는 자리 벗어나 자신을 찾은 이들
이들의 또다른 동기는 '성취감'에 있었다. 모범생이자 상위권이었던 이들에겐 지속해서 사회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교대 진학부터가 자신의 선택이기보다는 인기가 있는 진로를 선택해 인정받는 길이기도 했다. 이어 임용고시도 결국 교대를 나오면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성취감 대신 무력감만 얻은 이들은 회의를 느끼고 주변 교사들도 교직 밖에서 성취감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됐고,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원하는 진로를 찾게 됐다.
공교육의 서비스화가 ‘무한책임’과 ‘절대 약자’ 만들어
연구는 이런 소상황과 매개 상황의 바탕에 있는 사회 구조인 대상황을 △직업의식의 변화 △'신공공관리주의'와 교사 노동의 소외 △'신자유주의적 생존자'인 교사 주체의 '개인화된 자아 구성'으로 살폈다.
앞서 본 부모와 자녀의 교직에 대한 의식 차이는 단순히 사회적 인식과 현실의 차이 외에도 세대 간 직업의식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고 연구자는 분석했다.
이런 직업의식의 변화는 부모가 자녀 세대의 가치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조언을 해 진로 정체감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고, 그 결과 갈등과 독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봤다.
또한, 90년대 우리나라 정부가 공공 개혁을 위해 도입한 신공공관리주의로 학부모와 학생을 수요자로 보고 공교육을 서비스화하는 변화가 저경력 교사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비스 제공의 역할이 개개인 교사에게 분배되면서 권리와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지고 그 모호함을 교사가 떠안아 '무한책임'을 지게 됐을 뿐 아니라 그 책임을 다했다는 입증도 교사 몫이 됐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교사는 공급자, 학부모는 수요자가 된 위상은 결국 학부모가 공급자인 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고 아동학대처벌법과 같은 법적 도구를 만나면서 교사는 절대 약자가 된 것으로 해석했다.
노력한 만큼 산출 안 보이는 상황이 위기로 느껴져
이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노력을 통한 성취를 얻은 교사를 '신자유주의적 생존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교직에서 노력만큼의 산출을 얻지 못해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교육은 학생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특성이 있어 그 변화를 볼 수 없는 저경력 교사가 '생존'에 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수월성을 증명해야만 하는 '신자유주의적 생존자'로서 매너리즘과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분위기의 교직 사회도 도태의 위기를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개인화된 자아 구성을 하기 위해 의원 면직을 했다는 것이다.
조직 공정성 논의, 공동체성 회복, 멘토 등 개별화 지원 필요
정 교사는 선행 연구와 비교했을 때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에서 드러난 △조직 공정성 △자기 계발 △보상의 부재가 실제로 주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여기에 더해 조직 차원의 보호와 법·제도적 보호를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면직을 선택한 저경력 교사의 개인 경험의 배경에 있는 거시적 차원의 사회 구조적 요인을 논의하고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모자녀 관계 등 교직 밖 경험의 영향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고 봤다.
그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교직 사회를 향해 △조직 공정성에 대한 구성원 간의 논의 △구성원의 연대를 통한 공동체성 회복 △가시적 결과가 보이지 않는 교육에 대한 교사의 성찰 △멘토 등 학교 차원의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