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연일 고교학점제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연합체를 형성하고 고교학점제 폐지를 주장했던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교육부가 발표할 개선안에 따라 입장의 전향적 변경 가능성도 있어,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란이 교원단체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최 장관은 지난 15일(월) 장관 취임 첫 일정으로 고교학점제 현장을 방문하겠다며 충남 금산여고를 찾아 수업을 참관한 뒤 학생·교사 등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또 16일에는 청주에서 시도교육감들과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교육감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에서 고교학점제는 폐지가 아니라 개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최 장관은, 장관 취임 후 이어진 두 일정에서도 “개선 방안 마련” 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교사노조, 현실적 문제 고려...“고교학점제 넘어 고교교육 대개혁 필요”
이 같은 행보에 올 초부터 ‘폐지’를 중심에 두고 연합체를 형성해 공통 목소리를 내어 왔던 교원단체들은 조금씩 입장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교사노조는 지난 16일 국가교육위원회에 ‘고교교육 대개혁’ 요구안을 전달, 고교학점제 관련 내용을 담으며, ‘폐지’보다는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장세린 교사노조 사무총장은 <더에듀>에 “고교학점제를 넘어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개혁이 필요하다”며 “더 큰 구조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요구안에도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제안됐으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이수·미이수제 폐지’가 담겼다.
‘이수·미이수’는 고교학점제에 포함된 것으로 현재 ‘과목별 출석 2/3 이상,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과목 미이수로 처리된다. 교사들은 미이수 학생을 최대한 줄이라는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에 추가로 나서야 하면서 불만이 가장 큰 상황이다.
교사노조는 또 선택과목의 절대평가를 요구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상대평가 과목이 늘어나 학생 부담이 가중하고 있어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부적으로 고1 학생들의 진로선택과 융합선택 과목부터의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교사들이 참여하는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개혁 특별위원회 설치’(특위)도 제안했다.
교총 “교원 증원 등 4대 요구 미반영시 폐지”
교총은 기존과 같이 4대 문제의 해결 요구를 전제로 둔 폐지 입장이다.
4대 문제는 ▲미이수제 및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상대평가 과목 증가로 인한 학생 선택권 약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부담 ▲다과목 지도를 위한 교원 부족으로 앞서 3개 교원단체가 합의한 사항이다.
개선 방안으로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및 미이수제 폐지 △출석일수를 진급‧졸업 기준으로 활용 △진로선택 및 융합선택 과목 절대평가 변경 △공통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분량 축소(1‧2학기 통합 500자) △학점 고려 기재 분량 적정화(2‧3학년) △담임 기재 영역 현실적 한계 고려 재논의 △개설과목 증가 감안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 마련 및 교사 정원 확보이다.
특히 교총은 교원 증원을 핵심 요소로 보고 강하게 제안하고 있다.

전교조, ‘폐지’ 입장 더욱 강경
반면, 전교조는 폐지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선정 대변인 역시 <더에듀>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핵심인 교사 정원 문제는 재정 이유, 대입제도와의 불일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이유를 댄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고교학점제 폐지)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교학점제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혼란과 고통만을 안기고 있다”며 ‘폐지 10만 서명운동’을 선포하는 등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서명운동은 11월 7일까지 약 50일간 진행하며, ‘고교학점제 폐지·고등학교 교육 정상화’가 주제이다. 이들은 서명을 수합해 정부와 국회, 국가교육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최 대변인은 “근본은 고등학교 교육과 대입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라며 “고교학점제를 폐지 후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다시 적용하고, 대입제도 개편 등에까지 나아가야 고교학점제 도입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19일 고교학점제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장관은 고교학점제 문제로 ▲다 과목 지도에 따른 수업·평가 부담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에 대한 보충지도 부담 ▲출결 처리 방식의 변경에 따른 혼란 등을 현장 어려움으로 인식하고 있어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