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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남의 진짜교육] 교육적인 정치를 희망한다 - 이혜훈·김병기·강선우 논란에 부쳐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을사년은 12.3계엄으로 암울하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빛의 혁명을 통해 내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가르쳐온 교육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연말연시 언론을 뜨겁게 달군 몇 가지 정치적 이슈는 교육적 관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진보진영에서 벌어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과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및 강선우 의원 관련 이슈가 대표적이다.

 

민주진보진영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러하고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모두의 관심이 크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친일의 역설’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우리 사회는 정의를 말하기 어렵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은 물론이고 당선 후에도 “불의가 부를 대물림하고, 정의가 가난을 대물림하는 구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불의’는 ‘친일반민족행위’로, ‘정의’는 ‘독립운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가 부를 대물림하고, 독립운동가가 가난을 대물림하는 구조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1)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12.3내란 청산에 대해 지난해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맡긴 국가 권력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해야 한다”며 “영원히 살아 있는 한 형사 처벌하고, 상속재산이 있는 범위 내에서는 상속인들까지도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

 

이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올바른 사회적 기준이 세워지는 모습에 교육자로서 감동했고 기대되었다.

 

친일 부역자와 내란 세력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권력과 부의 대물림이 된다면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찾아 그 죄를 묻는 과정은 단순히 과거청산이 아니라 미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육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도덕 점수는 100점인데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 ‘진짜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치적 이슈는 교육적이지 않다.

 

첫째, 이혜훈 장관 후보자 지명은 ‘잘못해도 사과 한마디면 끝이다’라는 그릇된 가치를 우리 사회에 남기게 된다.

 

잘못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이혜훈은 후보자 지명전까지 적극적으로 계엄을 옹호했던 자이다. 지명된 후에야 부랴부랴 “자신이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라고 사과했다.

 

삼척동자가 보아도 속이 너무 훤히 보이는 사과에 대해 웃음이 나오고 허탈하다.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을 3선이나 지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니 그간의 생각이 잘못이었다라고 한다.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누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모습에서 미래세대들이 배울 가치는 ‘지금 아무리 잘못해도 사과만 하면 끝’이다. 사과 한마디로 책임은커녕 오히려 ‘보상’을 받는 격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 세계에 적용되는 ‘특혜적 잣대’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작년 말에 조진웅 배우는 과거의 학교폭력 경력이 폭로되어 연예계를 은퇴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과거에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오래전 미성년자일 때 했던 실수였고 그에 대한 처벌까지 받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적지 않았다.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평가의 잣대는 너무 다르다. 이혜훈 본인이 내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해도 내란을 적극 옹호하며 민주주의 근본 가치를 흔들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이다. 이번 내란부역자는 나치에 부역한 ‘나치 전범’의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정의로운 기준일 것이다. 정치 세계가 일반 사회와는 너무나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다.

 

셋째, ‘능력만능주의’가 삶의 가치로 내면화될 수 있다.

 

실제 능력 보유 여부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 지명은 어떤 과정을 거쳐도 능력만 있으면 다 용서되고 심지어 권력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내란을 옹호하던 핵심인사가 어떤 이유로든 장관후보자로 지명되는 과정은, 미래세대에게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메시지로 다가갈 것이다. 어떤 가치관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보다 그가 가진 능력이 가장 우선적 선택기준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가치가 압도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겠다.

 

 

넷째,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도덕적 기준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다.

 

이혜훈 후보자의 국회 인사검증을 앞두고 인턴보좌관에 대한 폭언 녹취가 폭로되었다. 게다가 거대여당인 민주당의 김병기 원내대표의 여러 갑질 논란과 강선우 의원의 공천 대가 1억원 수수 논란 녹취가 공개되면서 연일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의 원내대표라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고 여성가족부장관후보자로 추천된 이력을 가진 영향력 있는 두 정치인의 이면은 놀랍다. 초코파이 하나를 훔쳐서 실형을 사는 서민이 있는 반면 이들의 일탈적 행위는 거침이 없다. 거대여당의 핵심세력으로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엔서’인 이들의 모습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혼란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간 긴 시간을 교육에 종사해 온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정치 현실에 대해 변명할 말이 없다.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함께 만들고 지켜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라고 가르쳐온 교육자로서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교육적 관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는 이 글로 미안함을 대신할 뿐이다.


교육과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정치는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근본적으로 개인이 어떤 사회에 속해 있는지는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은 “아무리 관대하다 해도 우리 소득의 5분의 1 정도만이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나머지 5분의 4는 사회 전체의 세습 자산”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어떠한 세습자산을 함께 만들어가고 문화를 만드는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이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사회가 부실하면 원하는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사적 행복은 공적 여건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정당 활동이나 권력 투쟁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김찬호, 2025)3) 

 

그래서 정치는 교육에서 중요하다. 교사들이 정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가 교육적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정치의 세계는 원래 그런 거야’가 아닌 ‘정치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라는 높은 윤리적 기준과 책임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인간의 운명은 정치적 용어로 자신의 의미를 드러낸다’는 토마스 만의 말처럼, 정치야말로 모든 국민(미래세대)의 삶과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키세스 시위대’라는 말의 주인공인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그간 학교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교사들은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생들이 학교생활 속에서 민주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규칙을 만들고 이것을 지킬 수 있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실천을 했다. 교과수업 속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가르쳤으며 학급자치, 학생자치, 학교행사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실현해 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또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현실 속에서 작동함을 보여줘야 한다.

 

1)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5462 (2025.8.8.)

2)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903 (2025.12.2.)

3) 「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김찬호, 2025)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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