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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남의 진짜교육]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진짜 공론화'가 필요하다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피처폰으로 돌아가다(Back to the feature)’


초중등 아이들을 둔 대다수 영국 부모는 ‘자녀들과의 연락용으로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사주려 한다’고 전해 들었다.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과 중독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27일 학교 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스마트기기가 우리 생활 속으로, 전면적으로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2010년 스마트폰 보급이 12% 정도였을 때인데, 처음 스마트폰의 기능을 직접 경험하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철에서 이동 중에 급히 확인할 메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같이 가던 대학원생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바로 메일을 확인해 줬다. 당시에는 너무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15년이 지난 2024년 기준, 성인의 98%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학생들 또한 초등 저학년 때부터 사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방과 후에 자녀와의 연락이 필요해서 사주게 되는데 피처폰을 원해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는 다시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간단한 기능만 내장된 피처폰이 돌아와야 할 때이다.


법안 통과에 대한 대표적 ‘우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통과되면서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서 논쟁이 본격화되었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수업 중 몰입도 향상이라는 법안의 취지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만, 동시에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첫째, 학생들의 기본권 침해 문제다.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와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다.

 

수업 중이 아닌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학교 내 자유로운 시간에까지 스마트폰을 강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믿지 못하는 처사이자 잠재적 일탈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검색, 소통, 금융 거래 등 디지털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키워나갈 기회를 차단한다는 우려다.

 

2022년 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능동적인 학습 방법을 개발하지 않고, 단절을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퇴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현실적인 실효성 문제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수거하더라도 학생들이 ‘공기계’를 가져오거나 몰래 사용하는 등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거나, 오히려 학생들의 숨어서 하는 사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법안이 학생들의 행동 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교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과후 부모와의 연락을 위해서는 등교시 휴대폰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넷째, 아이들이 쉬며 즐기는 놀이수단을 뺏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골치 아픈 수업시간이 지나면 쉬는 시간에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보며 세상과 소통하고 쉴 수 있고 친구들과의 마찰도 줄어들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교실에서 심심하게 혼자 외로이 앉아있지 않아도 되는데, 별다른 대안도 없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 생활지도 등의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법안 통과에 대한 대표적 우려에 대한 ‘반론’


이런 우려들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지점들이지만, 많은 학문적 연구는 스마트폰 사용 규제가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며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첫째, 학생의 기본권 침해 주장에 대한 부분이다.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을 교육 주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학습권은 학생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학습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의 핵심이다.

 

인지과학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알림, 메시지 등은 인간의 주의력을 지속해서 분산시켜 단기 기억 용량을 감소시키고 학습 효율을 저하한다. 이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 도구’가 아니라, 학습에 방해가 되는 ‘인지적 간섭 요소’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의 통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아닌,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환경적 조치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진정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즉, 스마트폰을 통한 무분별한 정보 검색이나 SNS 이용은 진정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다. 실제 학생들은 메일조차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교사들의 지도로 목적에 맞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학생들은 사이버 윤리, 미디어 비평 등 체계적인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자유로운 사용을 허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이다.

 

셋째, 실효성 부족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법안의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법안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교육 현장의 보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앨리사 파월은 “행동 변화는 규칙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규칙과 함께 행동의 의미를 내면화하는 교육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마트폰 전면 금지 법안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스마트폰 사용의 적정성과 의미에 대해 논의하고,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기술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법안은 그 대화의 시작점을 제공하는 계기이다.

 

넷째, 학생 정신 건강에 대한 부분이다. 스마트폰 사용은 건강한 놀이가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우울증 및 정신 질환 발병률이 5년간 72%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과도한 스크린 사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한다.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2시간 미만 사용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SNS를 통한 무한한 비교와 경쟁, 수면 부족, 사이버 폭력 등 스마트폰 사용이 야기하는 여러 심리적 위험 요인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것은 단순히 학습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외부로부터의 부정적 심리적 자극에서 벗어나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적 조치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성장기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공론장을 열자


8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신설된 ‘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 제한 조항’은 무분별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부터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학습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법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법안 제정을 계기로,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아동·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할 때이다.

 

◆ 참고자료

1) “애들은 ‘멍청한 폰’ 써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8183

2) OECD. (2022). PISA 2022 Results: The State of Digital Skills. OECD Publishing.

3) Powell, A. L., & Bavelier, D. (2021). The Behavioral Science of Technology Addiction. Journal of Digital Psychology, 12(4), 1-15.

4)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9). Study on Adolescent Screen Time and Mental Health. JAMA Pediatrics, 173(10), 963-970.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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