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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남의 진짜교육] 무한경쟁 시험지옥, 수지는 왜 미국에서 공부하게 되었나?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더에듀 | 몇 년 전 박사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서 30여명의 학생을 인터뷰했다.

 

논문의 주제는 ‘학습자의 학습권실현조건 탐색’이었다. 연구 목적은 학교 기능의 회복을 위해, 학습자인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함이었다.

 

혁신학교 정책 시행 이후 학교문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단단한 국가교육과정, 상대평가인 객관식 시험으로 한 줄 세우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 정책 또한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변화가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지 부모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연구과정에서 인터뷰한 수지의 사례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특히 평가의 왜곡이 어떻게 학생과 한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수지는 중학교 때부터 시험 때만 되면 극도로 예민해져서 온 가족이 긴장하고 눈치를 살펴야 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일부러 ‘혁신학교이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지원해서 갔다. 그러나 내신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해야 하는 고등학교 현실에서 혁신학교에서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상황은 압박감을 오히려 더 심화했다.

 

민주적이고 인격적인 학교문화가 학생들의 학습환경까지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부모님은 자퇴하겠다는 수지에게 마지막 변화의 기회를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연구년제를 활용해 미국에서 1년간 지낼 기회를 만들었다.

 

수지를 간곡히 설득해서 한 달만 다녀보고 결정하자고 합의했는데, 점차 학교생활을 재미있어 해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쳤고 대학도 미국에서 졸업했다.

 

수지 부모님은 평소 한국 교육을 신뢰하며 기러기 가족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었던데 결국 아이를 미국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그럴까. 결정적인 차이는 교육과정과 평가였다.

 

수지가 특히 힘들어했던 수학 과목이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학기에 두 번 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내신성적을 결정한다. 일제식 시험으로 시험문제를 틀리면 그것으로 성적은 결정된다.

 

심지어 종료 종이 울리는 순간에 마킹을 한 것을 두고 부정행위니 아니니 시비가 붙은 극단적인 상대평가 시스템이, ‘공정이라는 절대가치’로 버젓이 존중받는 ‘이상한 나라’이다.

 

수지가 다닌 미국 공립고등학교에서 수지는 먼저 본인에게 맞는 수준의 수학을 선택하면 되었고, 수학시험은 수시로 이루어졌다. 수학시험을 마친 후에도 시험을 다시 보고 싶으면 봐도 된다는 기회가 주어졌다.

 

말 그대로 성취기준이 목표인 절대평가였다. 수지는 수학시험으로 인한 시험지옥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이런 딸의 변화를 마주한 수지 부모님은 기쁘면서도 동시에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처음에는 딸이 시험을 자주 보니 오히려 반복적인 시험에 익숙해져서 스트레스가 적어진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본질은 시험의 횟수가 아니라 평가방식과 평가 목적의 차이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학생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과목을 택해서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에서 수지는 자기 자신에 집중할 뿐이다.

 

그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한 줄 세우기로 비교당하지 않아도 된다. 수지의 변화를 가져온 본질적인 차이이다.

 


상대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여전히 ‘한 줄 세우기’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인해 시험지옥에 갇혀있다.

 

오지선다 객관식 상대평가라는 익숙한 제도는 학생들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점수를 잣대로 순위가 매겨지며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시험의 본래 목적은 학습 성취도를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시험은 서열을 가르는 도구로 전락했으며, 이는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택권과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그 방향의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지옥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

 

고교학점제 이후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퇴가 크게 늘었다. 이유는 제도변화에 전혀 맞지 않는 여전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이 있어도 상대평가 결과가 입시로 바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선택 기준은 듣고 싶은 과목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일반계 고등학교 국어 교사와 통화하게 되었는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문제를 출제 중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1등급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험문제를 ‘배배 꼬아서 킬러 문항’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혀 쓸데없는 짓인 줄 알지만, 만점이 많이 나오면 1등급 학생이 나올 수가 없어서 입시에서 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킬러 문항은 성취기준과 전혀 무관한 상대평가와 입시를 위한 ‘배배 꼬인’ 문제일 뿐이다.


죽음의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성취기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초중고 교육과정은 일반교육단계로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기본교육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잃어버린 학교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서는 시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이 아닌 성장을 돕는 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절대평가의 전면적 도입이다.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교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해야 한다.

 

학생들의 성취도를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학생들은 친구와의 경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

 

절대평가는 학습 목표를 달성하면 누구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고,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 수지가 우리나라 교육을 벗어나고 나서야 자신의 학습에 집중하며 시험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둘째, 과정 중심 평가의 확대이다.

 

단순한 지식 암기 능력 측정 위주의 시험에서,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사고의 흐름, 그리고 협업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서술형 시험, 토론, 발표, 프로젝트, 동료평가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평가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협력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혁신학교에서 실천하는 교육과정혁신, 수업혁신과 일치하는 방식이다.

 

셋째, 오지선다 상대평가인 수능시험을 폐지해야 한다.

 

대학생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 정체성은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이 되어 버렸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마치 수능시험만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평가방식이라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고액 사교육이나 가정환경의 차이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미치는 영향은 수능시험이 더한 현실이다.

 

넷째,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을 평가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고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가 없다. 중등교육 또한 가르치는 교사가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내신 부풀리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장이 필요하면 담그면서 구더기를 걷어내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요즘 논란에 있는 교사 정치기본권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보며 교육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가 싶어 씁쓸하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대수술의 관점이 필요하다. 그 근저에 무한경쟁의 지옥시험을 만드는 상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를 과감히 버리고 성취기준 중심의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교육대개혁의 출발점이다.

 

(*본 원고에서 나오는 이름은 가명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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