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

더에듀 | 어제(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교육적으로 중요한 법안이 통과되어 2026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아래 조항이 신설되었다.
제20조의5(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 제한 등) ① 학생은 수업 중에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이하 “스마트기기”라 한다)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에는 수업 중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1.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등이 보조기기로 사용하는 경우 2. 교육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3. 긴급한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②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ㆍ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라 사용ㆍ소지를 제한하는 경우 제한 기준ㆍ방법, 스마트기기의 유형 등 필요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4. 제20조의6제2항에 따른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ㆍ소지 제한 |
그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뜨거운 논쟁이 되어왔다. 학교에 휴대폰 사용·소지를 금지한 학칙은 국가인권위가 학생인권침해라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2024년 10월 국가인권위는 10년 만에 기존의 판결을 뒤집고 ‘학교 내 휴대전화 일괄 수거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시 판결했다. 이런 변화들은 아동·청소년기 스마트기기 사용이 많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장기 스마트기기 사용문제, 뇌과학적 접근 필요
스마트기기 사용이 일상화·전면화되면서 스마트기기 사용이 성장기 뇌발달에 미치는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하며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결과로 성장기 스마트폰 금지 논의는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프랑스는 2018년부터 아예 초·중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으며, 네덜란드 또한 2024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초·중등학생의 개인 기기 소지를 엄격히 규제하고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통제에 나섰다.
미국 뉴욕주는 2025년 2학기부터 ‘벨투벨(Bell-to-Bell)’ 조례를 시행하여 등교부터 하교까지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의 기술 선구자들은 정작 자신의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 역설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그들은 어린 시기 아이들의 뇌가 스마트폰 과잉 노출로 겪는 심각한 폐해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25세 전후까지 계속 성장한다. 특히 유초중등 성장기는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영역의 신경 회로가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이다.
이때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보상 시스템은 뇌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방해한다.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알림, 게임의 성공 보상, 끊임없이 바뀌는 숏폼 콘텐츠는 뇌의 보상 중추인 ‘선조체’를 과도하게 자극한다. 이 자극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은 뇌를 쾌락에 중독시켜서, 공부나 독서처럼 느리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활동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뇌가 더 이상 노력과 성취에서 보상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외부 자극에 길들여진 뇌는 스스로 동기를 찾고 인내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노충구 한의사는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에서 외부 보상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과정의 중요성을 자신의 풍부한 임상 사례를 통해 강조한다.
스마트 기기의 또 다른 치명적인 영향은 ‘주의력’ 파괴로, 스마트폰은 우리의 뇌를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는 대신 여러 정보를 빠르게 훑어보는 ‘산만한 주의’ 상태로 길들인다.
수시로 울리는 알림은 집중력을 계속 분산시키는데, 뇌는 이런 단기적인 작업 전환에 익숙해진다. 이로 인해 깊이 있는 사고, 논리적 추론,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현저히 저하된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로 경고하는데, 이는 집중력 부족을 넘어 창의적 사고와 인지 능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청소년기 스마트폰 사용, 폭력·자살·우울 등의 사회적 문제 심화
얼마 전 넷플릭스에 공개된 ‘소년의 시간’이라는 영국드라마가 큰 충격을 던졌다. 이 드라마는 청소년기 스마트기기 사용이 어떻게 한 소년을 살인까지 이르게 만들었는지 과정을 보여준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현실보다 더 은밀하게 폭력적이고 과감한 언어와 행동이 나타나기 쉽다.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사이버 따돌림’으로 특정 학생을 고립시키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사이버 폭력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청소년 자해, 우울증, 자살률의 주요 원인이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완벽하게 가공된 삶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며 깊은 상대적 박탈감과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SNS상에서 보여지는 ‘좋아요’의 수와 타인의 인정에 목매달게 되면서 자존감은 더욱 취약해지고,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만성적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우울증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또한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현실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회피하고 디지털 세상의 피상적인 자극에 의존하게 되면서 정서적 빈곤을 겪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스마트폰이 대체해버린 ‘놀이 기반 아동기’를 되찾아주는 것으로, 아이들이 또래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며 뛰어놀고, 위험을 감수하고, 갈등을 직접 해결하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놀이의 중요성, 원시인의 몸(DNA)이 요구하는 발달 과정
학교에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뛰어놀지 않는다.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같이 있어도 각자의 폰을 들여다볼 뿐이다.
아이들은 함께 뛰어놀아야 한다. 놀이는 뇌의 전두엽을 훈련 시켜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고,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 공감 능력, 협상 능력을 키우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또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며 스스로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줘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쉽게 빠지지 않도록 돕는다.
놀이기반 아동기는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 아이들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현실 세계에 대한 대응력을 기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놀라운 기술력이 넘쳐나는 현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 몸의 유전자(DNA)는 여전히 원시시대 진화 과정을 담고 있는 정보대로 작동하고 있다. 성장기 몸이 요구하는 발달 과정과의 이런 불일치가 스마트폰 사용이 뇌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의 뇌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곳이다.
학교 내 스마트 기기 사용 금지 법안을 계기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뇌 보호’라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숙의해야 한다. 이는 첨단 기술의 혜택을 외면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뇌 발달의 황금기인 이 시기에 우리의 아이들이 기술의 노예가 아닌, 주체적으로 기술을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건강한 뇌를 갖도록 돕는 길이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AI의 노예가 아닌 AI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