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33년 교단에 선 교장이 자신이 ‘가짜’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2월 발표한 구호는 교육 행정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가짜 일을 줄이겠다”였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왜일까.
학교에는 분명 불필요한 일이 많다. 끝없이 반복되는 실적 보고, 보여주기식 평가 자료, 클릭으로 시간을 채우는 연수. 교사의 시간을 갉아먹는 행정은 교육의 적이다. 이 점에서 ‘가짜 일 줄이기’는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문제는 방향이다. 무엇이 가짜인가. 누가 그것을 가짜라고 규정하는가. 그리고 줄인다고 해서 정말 줄어드는가.
정책은 종종 가장 쉬운 것부터 손댄다. 상장 양식을 간소화하고, 보고서 분량을 줄이고, 평가 항목을 몇 개 덜어낸다. 숫자로는 성과가 남는다. 하지만 교사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핵심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뿌리는 두고 잔가지만 치는 셈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시간 산업’이다. 교사의 시간은 곧 학생의 시간이다. 행정이 교사의 시간을 잠식하면, 학생의 배움도 얕아진다.
문제는 서류 몇 장이 아니다.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스템, 모든 것을 기록과 증빙으로 남겨야 안심하는 행정 문화, 그리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구조가 더 큰 문제다.
‘가짜 일’ 논란은 사실 교육 행정의 병리 현상을 드러낸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그동안 나는 교육을 ‘이념이 아닌 경영의 문제’라고 말해 왔다. 경영이란 효율만을 뜻하지 않는다. 목표와 자원의 재배치, 그리고 책임 구조의 재설계를 포함한다.
행정을 줄이겠다면, 진짜 줄여야 할 것은 ‘불신의 구조’다. 학교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서류는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보고는 줄었지만 또 다른 플랫폼 입력이 생긴다. 평가 항목은 줄었지만 새로운 체크리스트가 등장한다. 교육 행정은 이렇게 증식해 왔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안심교육’은 단순한 정서적 구호가 아니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안심, 학부모가 제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안심, 학생이 속도에 쫓기지 않는다는 안심이다. 이 안심은 행정 감축 몇 가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히 서울교육은 지금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고교학점제, AI 기반 학습, 대입 구조 변화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수록 보고와 점검은 늘어나는 것이 관성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더 분명한 책임’이다.
교육청은 방향을 제시하고, 학교는 자율 속에서 실행한다. 성과는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학생의 변화로 측정한다. 이것이 경영이다.
‘가짜 일’이라는 표현이 불편했던 이유는, 교사들이 자신이 해온 일까지 부정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행정의 산물일지라도, 그 안에는 학생을 위한 고민과 밤늦은 노력이 있었다. 정책은 그 노력을 ‘비효율’이라는 단어로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진짜 혁신은 감축이 아니라 선택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은 오직 하나, 학생의 배움에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여야 한다.
서울 교육의 미래는 구호 경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짜 일’을 줄이겠다는 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교사가 다시 교사로 설 수 있는가.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책은 현장을 존중하고 있는가.
교육은 화려한 혁신보다 단단한 설계가 필요하다. 행정을 덜어내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교육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것까지 가야 한다.
‘가짜 일’이라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대신 남아야 할 것은 ‘책임 교육’ 단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