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남윤희 기자 | 정부가 그동안 고수하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사직한 전공의 복귀도 허용하는 특례 조치까지 발표하면서, 기존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의료계가 참여한다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일 "현재 법적으로 2000명 증원된 상태"라고 언급했지만, 기존에 정해진 숫자를 전제로 협의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주호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기존 정원(3058명)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특정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며 "그동안 2035년까지 의사 인력 수급 균형을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교육 여건과 각 학교의 사정 등 여러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원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늦어도 2월 중에는 확정할 계획이다.
사직 전공의·의무사관후보생 복귀 특례 도입
정부는 이날 사직한 전공의와 의무사관후보생의 복귀를 허용하는 특례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사직한 전공의는 1년 내 복귀가 제한된다. 이는 수련 과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특례 조치를 통해 사직 전 병원과 전공과목으로 복귀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에 대해서도 복귀 후 수련을 마친 뒤 군의관(의무장교)으로 임관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 규정에서는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일반 사병으로 입영해야 했지만, 이번 조치로 수련을 마치면 군의관으로 임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조 장관은 "사직한 전공의가 복귀하는 경우 차질 없이 수련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며 "의무사관후보생의 수련 복귀 역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과거에도 정부가 수련 특혜를 제공했지만 복귀하지 않는 선례가 있다며 "과도한 특혜"이자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정부는 "의료 인력 공백을 줄이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5조 원 투자
한편,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662억 원을 우선 투입하고, 2030년까지 총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주호 장관은 “두 개 학년(2024·2025학년도) 신입생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상황에서도 차질 없이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수 확충, 강의실 리모델링, 기자재 지원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이 장관은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지원이 아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에게 제자들이 하루빨리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과 대학에겐 충실한 학사 운영으로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