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 (금)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울릉도 16.4℃
  • 맑음수원 17.4℃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안동 18.5℃
  • 맑음포항 19.5℃
  • 맑음군산 17.8℃
  • 맑음대구 19.0℃
  • 맑음전주 19.1℃
  • 맑음울산 20.0℃
  • 맑음창원 20.6℃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목포 18.7℃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금산 18.1℃
  • 맑음김해시 19.6℃
  • 맑음강진군 18.7℃
  • 맑음해남 19.5℃
  • 맑음광양시 19.4℃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생각 더하기-강경욱] AI교육 본질 오해한 'AI전문교사제'

특정 교사 아닌 모두가 AI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더에듀 |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공지능(AI) 혁명의 물결이 교육 현장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실현’을 외치며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한 교육 현장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최근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직속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제안한 ‘AI 전문교사제’는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AI 교육을 전담할 계약직 교사를 별도로 양성하자는 이 제안은 당장의 시급함에 쫓겨 교육의 본질을 놓치는 근시안적 처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AI 전문교사제는 AI를 다루는 역량을 소수의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는 위험한 인식을 기저에 깔고 있다. 이는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교사의 전문성을 불신하고, 교직 사회를 정규 교원과 비정규 전문가로 나누는 이원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전인적 교육을 지향하는 초등교육 현장에서 특정 교과, 그것도 AI라는 도구적 기술만을 위한 별도의 교사 배치는 교육과정의 통합적 운영을 저해하고 교육의 파편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을 비롯한 여러 교원단체가 ‘교직의 가치를 저하하고, 기존 교사와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이러한 접근은 AI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AI는 코딩이나 특정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는 독립된 ‘교과목’이 아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모든 교과에 스며들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법론’이자 ‘범용 도구’이다.

 

AI를 기술 중심으로 협소하게 인식하고 분리된 영역으로 취급한다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AI를 단편적 지식으로만 전달할 뿐, 자신의 학습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역량으로 키워줄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다. 이는 첨단 기술을 앞세웠으나 교육의 본질을 외면해 실패로 끝난 미국의 ‘알트스쿨(AltSchool)’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진정한 해법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소수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모든 교원의 AI 역량 강화’에 투자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들은 이미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학생과 교육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고 있다. 이 교육학적 전문성이라는 굳건한 토대 위에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얹을 때, 비로소 기술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날개를 달 수 있다.

 

물론, 현행 교사 연수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 천편일률적인 온라인 연수, 부족한 실습 기회 등은 교사들의 AI 역량 강화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드러난 준비 부족과 현장과의 소통 부재 역시 정책적 신뢰를 갉아먹었다.

 

하지만 이는 ‘현직 교사의 역량 한계’가 아니라, ‘교사를 위한 지원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외면한 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 전문교사’라는 또 다른 직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사가 AI 시대를 헤쳐 나갈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연수를 넘어 AI의 원리, 교육적 활용, 윤리 문제까지 다루는 깊이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경험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고, AI를 활용해 교사의 행정 업무를 경감시켜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는 AI 시대에 더욱 굳건한 진리가 될 것이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강력한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 열쇠는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AI 리터러시로 무장한 모든 교사가 쥐고 있다. 미래 교육을 위한 가장 현명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는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교사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3명
100%
싫어요
0명
0%

총 3명 참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