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스웨덴 정부가 학교 내 폭력 예방을 위해 교육법을 개정하고, 교육과정 개정을 예고했다.
스웨덴 교육부는 지난 5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학교 안전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학교 내 폭력을 위한 교육법 개정안은 ‘학교 범죄 예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4월 16일 발의돼 6월 4일 의회에서 통과됐다. 시행은 7월 1일로 예정돼 있다.
교육법 개정 사항은 △모든 유치원과 학교가 비상 상황 대응 계획을 수립 △심각한 폭력 상황에 대처하는 지속적인 훈련 △일과 시간 중 외부인 출입 통제 △교육 활동 중 학생에 의한 범죄 발생 시 경찰 보고 의무화 △학교장의 소지품 검사 여부 결정권 부여 등이다.
교육부는 모든 교과 교육과정에 법과 사회 규범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 교육을 추가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런 변경 사항은 8월 1일 시행돼, 새 학년도에 바로 적용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일에는 CCTV 허가제가 폐지돼 학교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생 다섯 중 하나 “학교 안전하지 않아”
스웨덴 교육부는 지난 10일 이번 대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2024 학교에 대한 인식 조사 4차 중간보고서: 안전, 처우, 학교폭력’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초·중학생 다섯 명 중 한 명, 고교생 열 명 중 한 명은 학교가 항상 또는 대부분의 시간에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높았고, 중·고교에서는 저학력 부모 가정보다 고학력 부모 가정보다 덜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느끼는 안전을 교실과 운동장으로 구분했을 때 전체 학생 열 명 중 아홉 명이 항상 혹은 대부분의 시간 안전하다고 느꼈다. 반면, 운동장에서는 교실보다 안전하게 느낀다는 비율이 낮았고, 특히 여중생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학교 내 탈의실, 샤워실, 화장실 등에서 안전 인식은 고교의 경우 학교 내 안전과 비슷하게 열 명 중 한 명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겼고, 초·중학생은 열 명 중 서너 명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겼다. 초·중·고교 모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았다.
고교에서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계열별로도 달랐는데 대부분 시간 안전하게 느낀 학생은 진학 계열 88%, 취업 계열 83%, 기초 교육 계열 71%였다. 기초 교육은 진학이나 취업 계열에 들어갈 요건에 못 미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말한다.

매일, 일주일에 몇 번, 한 달에 몇 번 정도 학교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생 13%, 중학생 12%, 고교생 7%였다.
학교에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는 응답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았는데, 중학교에서 남학생 73%, 여학생 54%로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교사 존중하는 중학생 45%에 그쳐
학생 중 학교 내 어른(교직원)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초등 13%, 중학교 19%, 고교 7%였다. 존중한다는 응답은 초등 55%, 중학교 45%, 고교 69%였다.
반면, 교사들에게 물었을 때는 존중한다는 응답이 초등 저학년 74%, 초등 고학년 61%, 중학교 74%, 고교 86%로 더 높았다.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초등 저학년 7%, 초등 고학년 10%, 중학교 7%, 고교 3%로 더 낮았다.
이렇듯 학생들은 중학교에서 존중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인식했지만, 교사들은 초등 고학년이 제일 높은 것으로 봤다.
학교 폭력 경험, 초등학교 높고, 남녀 격차는 중학교 심해
학교폭력을 당한 것으로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에 대해 ‘가끔’ 또는 ‘매일/일주일에 몇 번/한 달에 몇 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초등학교 40%, 중학교 30%, 고교 15%였다.

이 문항에서도 중학교에서는 여학생의 피해 응답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고교에서는 안전 인식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배경, 계열 등이 더 큰 차이를 보였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이 잘못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어른들이 알았을 때 조치한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대부분의 경우에 조치한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59%, 중학교 46%, 고교 43%에 그쳤다.
스웨덴 교육부는 기존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학교 안전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런 스웨덴의 학교 내 폭력 예방 대책은 지난 2월 발생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지만, 단순히 외부인에 의한 사건만 예방하기 위해 수립된 것이 아니다.
이미 학생에 의한 폭력의 수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에 따라 준비해 왔던 것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 특별조사관을 임명해 1월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