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 (월)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흐림울릉도 21.7℃
  • 맑음수원 26.7℃
  • 흐림청주 24.3℃
  • 구름많음대전 25.0℃
  • 구름조금안동 25.6℃
  • 흐림포항 22.3℃
  • 맑음군산 25.8℃
  • 흐림대구 22.6℃
  • 구름조금전주 26.4℃
  • 흐림울산 23.8℃
  • 흐림창원 24.4℃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목포 24.5℃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조금천안 26.0℃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김해시 25.1℃
  • 구름많음강진군 26.3℃
  • 구름많음해남 26.2℃
  • 구름많음광양시 25.6℃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박태현의 THE교육] 자녀의 학교내 갈등 "반성·사과·용서를 알려주는 교수학습이 필요하다"


더에듀 | 우리는 사과와 용서에 인색합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게는 “사과해라!”, 피해자에게는 “용서해라!”라는 한마디 말로 모든 교육이 종결되고, 만남은 높은 확률로 실패하며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했는데 피해자가 더 화를 낸다.”

“가해자의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다.”

 

사과문을 작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그 사과를 수용하고 용서해 주는 말과 행동은 고도의 교육과 연습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교육이 없고 행정절차만 있을 뿐입니다. 여러 이름으로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지만 사전 준비가 없이 모인 자리는 갈등을 증폭시킵니다.

 

교원들은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학교 생활교육 처리 과정이 교육목적이라 주장하지만, 교육 행위는 없습니다.

 

양쪽에게는 비밀을 유지 의무와 사실조사, 행정처분, 분리 조치만이 있습니다. 교육이라며 이상만 높이는 동안 갈등관리 교육은 사라졌습니다.


학교폭력 20년, 학교와 가정 모두 갈등관리 교육의 맥이 끊어졌다


이제 학교폭력에서의 1호 서면사과는 강제력이 없어 교원들에게는 귀찮은 행정업무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조치 또는 처분, 징계가 발생하면 반성/사과문을 작성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무엇하나 알려주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작성해 온 것에 상대방은 감정이 더 상하기도 합니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서면사과문의 예시를 주고, 이대로 이름과 일부 빈칸을 채워 자필로 작성해오라고 시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은 무엇을 느끼고 반성하며, 피해 학생은 가슴 속 응어리가 풀어질까요?’


반성, 사과, 용서를 위한 준비 과정이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이다


상호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하지만, 사안 처리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하나 알려주지 않습니다. 인권부장은 잘못했으니 “반성, 사과해라”라는 말 한마디 뿐이고, 나머지는 알아서 작성하라고 합니다.

 

가정에서도 부족합니다. 자녀의 말을 들어보니, 별일 아닌데 상대방이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고 예민한지 이해가 안됩니다.

 

준비 없이 만들어진 반성/사과문은 99%의 확률로 아래와 같이 작성되고 분노와 함께 파국으로 종결됩니다.

 

① 그날의 내 행동들이 모두 잘못됐다.

② 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③ 나도 이게 억울하다.

④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양 당사자가 학생일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자녀를 신뢰한다”와 “자녀의 말을 신뢰한다”를 구분해야 합니다


성인도 내 잘못은 축소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최대로 말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말만 들을 수 있고, 상대방의 말은 들을 수 없기에 자녀의 말을 100% 신뢰하여 출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녀를 신뢰한다”와 “자녀의 말을 신뢰한다”는 다릅니다.

 

학생은 갈등상황 속 감정관리만으로도 버거워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자녀의 발달 정도에 따라 부모가 대신해야 하는 시기도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배울 때입니다. 그래서 학생확인서/보호자확인서(진술서)를 스스로 작성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학생확인서를 벌써 작성, 제출했다면, 학교에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사본을 확보합니다. 작성 전이면, 학생이 직접 작성합니다. 어설프거나 단어 몇 개 밖에 적지 못할지라도 부모님의 개입은 없거나 최소화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학생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발달 정도에 따라 도움을 주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보호자확인서도 작성을 요청합니다. 보호자확인서를 통해 보호자의 성향이 자녀를 앞에서 끌고 가는 성향인지, 뒤에서 밀어주는 성향인지, 믿고 기다리는 성향인지 등을 볼 수 있고, 학생확인서 작성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가는 길은 학생과 학부모의 성향 조합에 따라 매우 다르므로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학생확인서는 완벽하지 않으므로 상담 과정을 통해서, 증거를 수집‧정리하면서 수정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부모에게는 미처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나오고, 작성시에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생략했던 것, 정리한 증거와 진술이 어긋나고 잘못 기억했던 것들이 수정될 것입니다.

 

이때 “너 아까는 왜 거짓말 했어?”라며 비난하기 보다는, “앞서 했던 이야기를 고치고 솔직하게 다시 말한 건 용기 있는 일이야”라며 응원해야 합니다.

 

부모는 ‘같은 편에서 자녀의 기억을 함께 확인해 가는 동반자’이지, 자녀의 진술을 기반으로 대신 싸워주는 검투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자녀의 솔직함과 용기를 믿는 것이지, 자녀가 한 말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과의 만남 전에 자신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는 직접 상담 2시간씩 3회차를 하고, 각 회차별로 학생과 보호자가 함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정에서 가지도록 유도합니다. 이 과정이 학교폭력-학생확인서, 교육활동침해-침해관련자 의견서, 학교생활교육-자기변론서 작성과정입니다.

 

실제 학교에서는 신고 접수 후 며칠 이내에 신속히 내라며 교육과정으로 활용하지 않지만, 진짜 교육은 이 문서를 작성하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이 정리되어야 가해자는 상대방에게 사과를, 피해자는 상대방을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학교에 이미 제출한 상태여도 추가제출을 막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생의 생각변화를 비교할 수 있게 되므로 진심을 표현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1회차는 나의 기억 속 행동과 증거의 정리(행동, 말, 표정, 억양, CCTV, SNS 등)입니다.

 

2회차는 나와 상대의 의도 정리(관련된 과거의 사건, 그날의 감정, 상대방 의도에 대한 추측) 4시간을 통해 부모자식 간의 적절한 대화방법을 제안드리고, 가정에서 대화를 이어가도록 하여 통상 주말을 끼고 작성됩니다.

 

대부분 이 과정 속에서 자녀들이 상대방에게는 불리하고, 본인에게는 유리하게 말했던 것들까지 드러납니다.

 

부모님들은 1회차만으로도 상담 오기 전 자녀가 말하지 않았거나 가볍게 지나갔지만, 중요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2회차에서는 무엇을 잘못 말했는지와, 상대방이 왜 그런 반응인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3회차에서는 1,2회차를 통해 ‘무엇을 반성해야 하고, 무엇을 사과받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상대방을 만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입니다.

 

 


교육은 기다림, 부모는 함께 하되 대신 해주지 말자!


학생은 사안을 기억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힘듭니다.

 

표현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단어의 나열은 잘 하지만, 완성된 문장으로 표현하는 학생은 정말 드뭅니다. 그래서 조급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부모가 대신 말하거나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닫힌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닫힌 질문이란 질문자의 질문에 응답자가 “예”와 “아니오”로 답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A 친구가 너에게 다가와 주먹을 들고 위협했다는 말이지?”

자녀는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고 끝납니다.

 

이 방식은 신속히 응답받을 수 있지만, 질문자가 응답자의 생각을 유도하게 됩니다. ‘주먹을 들었다’는 행동이지만, ‘위협을 느꼈다’는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때로는 말이 행동기억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질문자는 열린질문을 두 가지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해야 합니다.

 

응답자가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고, 주도적으로 묘사해야 하는 질문을 열린 질문이라고 합니다.

 

“A친구가 너에게 다가오며 어떤 자세를 취했니?”라는 질문에 응답을 듣고 “그때 네가 느낀 감정은 어땠니?” 하며 생각의 흐름을 유도하고, 스스로 답변하게 한 후, 육하원칙에 빠진 부분을 질문해 말로 완전한 문장을 구성하고 이를 글로 작성하도록 합니다.

 

열린 질문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부모/교사/학생 모두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수학습이 필요하고 이를 연습할 시간을 부여해야 합니다. 교육은 기다림입니다.


사안처리를 위해 알아야할 것 “학생과 학부모에게 맞는 대화법 찾아가기”


1~3회차를 진행하면서 저는 학생이 말할 때는 학부모의 표정을, 부모가 말할 때는 학부모의 표정을 관찰합니다. 학생의 말을 끊고 학부모가 개입하는 시점을 살피고, 그 때 학생의 표정 변화를 관찰합니다.

 

많은 연수에서 학부모들은 자녀와 대화하는 만능 대화법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성향에 따라 수많은 경우가 발생하므로, 직접 만나 관찰해봐야 알지 부모의 이야기만 듣고 알 수는 없습니다.

 

저와의 2시간은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보다는, 증거를 정리하고 확인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조금 같이 해드리고, 작성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의견 드리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즉, 저와의 상담이 끝나고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의 상호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사안 처리의 목표는 상대방의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본인이 더 튼튼해지며 갈등관리의 노하우를 배우고 ▲부모와 자녀의 삶이 한 단계 더 확장되는 현실에서 상호를 응원하는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남을 트라우마를 걱정하며 자녀가 만족할 만큼 상대방이 처벌받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트라우마는 상대방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 행동에 대해 내가 무기력했기 때문에 남습니다.

 

만약 부모 때문에 자신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트라우마의 원인은 상대방이 아닌 부모가 됩니다. 상대방을 바꾸지는 못해도 자녀가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경험을 쌓으면 자존감을 회복하고 부모를 신뢰하며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재판에서 이겼지만, 부모·자식이 서로 남남이 되지 않기를


학교폭력, 교육활동침해, 학교생활교육은 행정심판에 이어 재판까지 가게 됩니다. 때로는 원하는 처벌수위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자녀는 다시 행복해질까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만족스러워도 피해 측 부모자식 사이는 깨집니다. 반대로 가해 측은 처벌은 더 높아져도 부모자식은 상호 신뢰가 돈독해지고 서로 손잡고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설명드린 학교폭력-학생확인서, 교육활동침해-침해관련자 의견서, 학교생활교육-자기변론서 작성과정은 학생이 성장하고 활동반경이 넓어지며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 상황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 또한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다.

 

갈등상황 속에서 부모는 상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바라보며, 대신 싸우는 전사가 아닌, 아이의 성장을 든든하게 응원해 주는 동반자로서의 자리가 되어야 함을 다시 생각해 보길 희망합니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