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덴마크 정부가 난독증 검사에 필요한 학부모 동의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난독증 관련 연구도 다수 내놨다.
덴마크 아동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난독증 주간을 맞아 난독증 검사와 검사 결과 정보 제공을 위한 학부모 동의 등 난독증 관련 부모 동의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부모 동의 폐지 대상은 15~17세 학생이다.
현재는 학교 등 교육기관이 학생의 난독증 검사를 하려면 학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고, 다시 이 검사 결과를 관련 기관에 제공하는 데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학생을 위해 읽기와 쓰기 등에 필요한 특수교육 지원을 하는 데도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제도 개정은 덴마크 난독증 연합이 동의 제도 폐지를 요청함에 따른 것이다. 일부 청소년이 학부모 동의가 없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고, 보통 이런 경우 사회적으로 취약한 가정의 청소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덴마크 아동교육부는 학생 스스로 동의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이 모델이 확정되면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시행 시기는 2026년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난독증 해소를 위한 지속적 노력
이번 정책 발표 이전에도 덴마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총 5차례 난독증과 관련한 합의를 의회에서 이끌어낸 바 있다.
2019년 합의는 조기 진단, 지원 계획 점검, 모든 난독증 학생 진단 보장, 난독증에 관한 연구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에는 ▲조기 진단과 함께 학부모 대상 정보 제공 ▲초등 난독증 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단 기반 진단 개발 ▲읽기나 쓰기에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집중 지원 ▲언어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지원의 실제에 관한 조사 ▲소집단 읽기 사업 시행에 관한 조사 ▲초등 읽기 상담사와 난독증 지도 교사 증원 및 이들을 위한 포럼 개설 ▲방과후 난독증 프로그램 접근성 개선 ▲특수교육대상자와 성인 난독증 교육 지원 표준화 ▲고교 단계에서 난독증 학생을 위한 보충 교육 수업 개설 검토 등 9개 과제를 선정했다.
2021년에는 ▲‘난독증과 다른 읽기 장애를 위한 국가 지식 센터’ 설립 ▲성인 난독증 개선을 위한 사회적 협력 추진 ▲학업을 마치지 못한 청년을 위한 교육인 ‘기초 준비 교육(Forberedende Grunduddannelse, FGU)’ 기관에 난독증 친화 교수 환경 개발 ▲직업교육에서 난독증과 읽기가 취약한 학생을 위한 지원 파악 ▲난독증 학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교육 질 개선 예산 활용 등을 합의했다.
2022년에는 2023~2026년 동안 8800만 크로네(약 194억 원) 예산 투자와 이후 매년 100만 크로네(약 2억 2000만 원) 예산 보장을 약속하면서 ▲가정 내 언어 환경 개선 ▲어린이집 직원을 위한 실질적 역량 개발 제공 ▲난독증 검사 지속 개발과 기존 초등 난독증 정책 지속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언어 이해 장애 관련 지침과 정보 제공 ▲FG에 포용적인 난독증 친화 환경 지속 조성 ▲FGU를 위한 난독증 정보 제공 ▲난독증 관련 국가 단위 통계 파악 및 유지 ▲특수교육 지원과 성인 난독증을 위한 별도 검사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FGU 교사들의 난독증 지도 역량 개선 ▲25세 이상 성인 난독증 지원 예산 증액 ▲난독증 등 성인 대상 검사 개발 검토 예산 확보 ▲초등 난독증 학생 부모를 위한 난독증 검사 예산 ▲난독증 성인을 위한 단기 교육 시범 운영 ▲난독증 검사 결과 자료 폐기 기한 폐지, 성인이 된 본인이 폐기 요청 시에만 삭제 ▲난독증 관련 단체 보조금 지급 ▲2028년부터 난독증 관련 예산 매년 1000만 크로네(약 22억 원) 확보 등을 합의했다.
언어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자료 제공
덴마크 아동교육부 산하 교육 질 관리청(Styrelsen for Undervisning og Kvalitet)에서 언어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9가지 자료집을 개발해 배포했다.
어린이집에는 ▲어린이집 언어 교육 ▲어린이집 내 언어 장애 학생 ▲전환기의 언어 발달 등 세 가지 영역의 자료를 제공했다.
초등학교에는 언어 발달 장애에 관한 자료, 중등학교에는 글을 읽고 쓰는 데 장애를 가진 학생 지도에 관한 자료를 배포했다.
직업 교육 기관에는 직업 교육 내 난독증 친화 학습 환경에 관한 자료를 하나는 직업 교육 훈련에 초점을 맞춰서, 하나는 실습 기업에 초점을 맞춰 제공했다.
지역 간 격차 크고 남녀 격차는 많이 줄어
덴마크 아동교육부는 정책 발표와 함께 한 주간에 걸쳐 여러 개의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29일에는 난독증 검사 관련 조사 통계를 발표했다. 지역별 검사 현황은 지자체에 따라 28%부터 9%까지 큰 차이가 났다.
남녀 간 격차는 크지 않았다. 9학년 학생 약 1만 3500명 대상으로 2024~2025학년도에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중 약 8000명이 난독증으로 판별됐다. 예전에는 남학생의 난독증 비율이 높았으나, 이제는 여학생의 20%, 남학생의 22%가 검사를 받았고, 이중 여학생 12%, 남학생 13%가 진단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난독증 위험군 검사로 조기 개입 기회 확대
2일에는 난독증 위험군 검사에 관해 교사, 읽기 상담사, 난독증 지도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덴마크 평가청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난독증 위험군 검사는 2022~2023년 도입돼 읽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1학년 말 이전에 시행하고 있다. 단순히 난독증 가능성만 보는 게 아니라 읽기를 잘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의 읽기 역량을 평가하는 도구로 일반 교실에서도 활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초등 교사들은 이 도구를 난독증 조기 진단에 필요한 중요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조기 개입을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84%의 난독증 지도 교사와 읽기 상담사들은 검사 결과를 활용해 일반 교실의 교육을 조정하는 데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2025~2026년 학년도부터는 모든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지 선별 검사 시행이 의무화됐다. 이 선별 검사 이후에 필요한 경우 난독증 위험군 검사가 시행된다.

특수교육 대상자 위한 협업 필요
6일에는 지자체, 학교, 가정 간 협업이 특수 교육 대상 아동에게 큰 유익이 된다는 덴마크 교육 질 관리청의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위한 개입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개발할 때 학습 환경 등 맥락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으며, 아동과 부모의 관점을 포함하기 위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 내 전문가, 돌봄 센터, 지자체 교육심리상담 서비스 등 관련 기관들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조정하되 명확한 책임 분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독증 학생 학업성적 개선 중
덴마크 아동교육부는 마지막으로 같은 날 난독증 학생들의 초등학교 졸업시험 성적이 향상됐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2018~201학년도에는 평균 5.4점을 받았는데 2024~2025학년도에는 6.1점을 받았다. 특히 다른 일반 학생과 난독증 학생의 격차는 같은 기간 2.2점에서 1.7점으로 줄었다.
덴마크 교육부는 이를 조기 진단과 지원 등 그간의 난독증 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자평했으나, 난독증 학생의 진단율이 증가함에 따라 난독증 집단 자체가 학업성적이 더 뛰어난 학생들로 구성됐을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