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이재명 대통령이 높은 가격의 교복은 학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등골브레이커'라고 지목한 이후,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제안이 나온 뒤 빠른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 정장형 교복 지원을 없애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생활복, 체육복 위주로 지원 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존 업체들의 가격 담합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묘수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음표는 남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교육 문제가 그렇듯 겉으로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복 문제는 언뜻 업체의 담합으로 인한 가격 문제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뿌리 깊은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적으로 실패하거나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 지사 시절 전국 최초로 무상 교복 제도를 시행하면서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 교육 복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상교복이 교복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정책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각 후보자들 역시 교복 문제에 대한 빠른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SNS에서도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교복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래 다섯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1.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대통령의 지적 속에 교복은 지나친 가격 부풀리기나 담합, 즉 민생의 문제로 해석된다. 이것은 밖에서 본 입장으로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업체들의 오랜 담합, 학교에 대한 압력 행사 등 업계의 관행이 이해할 수 없는 높은 가격의 교복 가격을 만들어 왔다. 이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은 탁월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교복 업체들은 지역에 뿌리내려 가격 담합을 형성하고 새로운 업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 업체들이 학교의 교복 디자인 변경 등에 반발해 운동장에 교복을 쌓아 놓고 불을 지르고 협박을 하는 등 실력 행사를 하는 경우도 꽤 있어 왔다. 이 가격 담합 부분은 대통령의 결단 속에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2. 어차피 잘 입지도 않는데 굳이 사야 돼?
학부모들이 교복을 비싸다고 느끼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교복을 잘 입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에 복장 규정이 있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벌을 주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모두 ‘어차피 입지도 않는 교복을 무엇 하러 비싼 돈을 주고 사야 되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복은 왜 ‘어차피 입지도 않는 것’이 되었을까?
교복 문제의 배경에는 교칙에 대한 논란이 있다.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으라고 강제하는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학생인권조례와 국가인권위의 권고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긴 뒤 국가인권위는 교복을 입으라고 강제하는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 될 수 있다는 해석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결국 복장 규정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지키게 할 수는 없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지속해서 해석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교사는 복장 지도를 하고 어떤 교사는 하지 않는다. 어떤 학교는 벌을 주고 어떤 학교는 벌을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하면서 점점 많은 학교가 교복 제도 자체는 있지만 교복 착용을 강제하는 지도를 회피하고 있다. 교복이 비싸다고 느끼는 이유는 교복이 실제로 비싸서만은 아닌 것이다.
3. 왜 어떤 건 지원이 되고, 어떤 건 안 되는 거야?
교복 품목은 학교에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한 규정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 지정복은 교복, 생활복, 체육복 세 가지이다. 하지만 실제 지원하는 품목은 학교별로 다르다. 어떤 학교는 세 가지를 모두 지원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교복만 지원하거나 교복과 생활복을 지원한다. 왜 이런 것일까?
모든 학교에는 학교규칙이 있고 학교규칙 안에 교복규정이 있다. 그런데 학교규칙 안에는 교복규정과 별도로 학교생활규정이 있고, 이 안에 용의복장과 관련한 조항이 존재한다. 이원화 되어 있는 학교규칙을 모르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자.

만약 어떤 학교의 교복 규정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복, 즉 남방(블라우스), 바지(치마), 조끼, 자켓(마이)만 있으나 학교생활규정 중 용의 복장 조항에는 이에 더해 생활복, 체육복이 있다면, 실제 지원되는 것은 생활복과 체육복을 제외한 나머지이므로 학부모는 별도로 자비를 들여 생활복과 체육복을 구입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학교의 경우는 교복규정에 생활복과 체육복을 포함하기도 한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지원금으로 모두 지원해 주기 어려우므로 일부 품목, 예를 들면 자켓이나 조끼 등을 교복에서 제외한다.
교복규정과 학교생활규정의 용의복장 조항이 일치하지 않는 데는 제한적인 지원금 문제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학교의 고충도 숨어 있다.
교복지원금이 지급되면서 학교에서는 교복 업무 담당자를 두게 되었다. 교복지원금이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고 학교가 받아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계약 체결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실질적으로 한 명의 교사가 맡게 된다.
만약 교복, 생활복, 체육복을 모두 교복으로 지정해 버리면 적게는 두 건, 최악의 경우 세 건의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교복 업체는 대체로 교복과 생활복은 만들지만 체육복은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체육복은 별도로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해야 하는 것이다.
담당교사는 학교주관공동구매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교복선정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규격 공표, 경쟁입찰, 블라인드 테스트, 업자선정 및 계약체결, 샘플검수, 배부, 민원 업무 등을 모두 거쳐야 한다. 두세 건을 동시 진행한다는 것은 일반 행정 공무원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교사는 수업과 생활지도를 겸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교복으로 지정하는 순간 그 옷은 학교 책임이 되고 학교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래서 많은 학교가 학교생활규정의 용의복장 조항에 교복, 생활복, 체육복을 모두 지정하지만 교복규정 안에는 그중 일부만 지정한다.
교복, 생활복, 체육복을 모두 교복으로 지정해 놓은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입는 생활복이나 체육복이 지원금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4. 교복 논쟁의 역사
교복 가격 논쟁은 사실 교복 자율화 논쟁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교복 자율화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첫 번째는 국가가 주도한 교복자율화 시대에 대한 평가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교복자율화 시대가 있었다.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교복을 없애 버렸던 시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두 번째는 편한 교복운동이다.
기존 교복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과 지나친 교복 변형 소위 슬림핏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편한 교복으로 바꾸자는 흐름이 생겨난 것이 2000년대 초반쯤이다. 전라도를 중심으로 생겨났던 이 흐름은 그러나 기존의 교복을 대체하지 못했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편한 교복으로 전환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것은 기존 교복 업체의 반발도 있었지만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정장 형태의 교복이 더 교복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외부 활동이나 면접 등에서 정장 형태의 교복이 필요하다는 아이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5. 그냥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하게 놔두면 안 돼?
현재의 교복지원금, 교복규정 등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교복 관련 결정은 학교 공동체가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복 관련된 모든 결정은 교복선정위원회를 거쳐서 학운위를 통과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일관된 기준을 정해서 배포하는 것은 교육자치를 침해하는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어차피 학교에서 알아서 하고 있고, 문제가 있더라도 학교에서 풀어 가야지 왜 정부가 개입하느냐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교복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은 어차피 잘 입지 않는 정장형 교복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폐지하거나 대여 형태 등으로 바꿀 것을 유도하고 있다.
이 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빙산 밑의 중층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다시 예전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업자들도 예전처럼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니 변화를 싫어할 것이다.
교복 문제를 풀어 가는 가장 중요한 논의는 ‘교복을 입어야 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교복을 강제하는 것이 ‘개성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그대로 두고서 다른 문제만 건드려 봐야 그 정책은 또 흐지부지될 것이다.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학교공동체의 민주적 합의를 통해 교칙으로 지정되었으면 학생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러한 대전제가 없이 교복을 가격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정책은 표류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교복, 편하고 품질 좋고 저렴한 교복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지 않아도 된다면 문제는 반복된다.
개성 실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만약 특정 연령대의 국민 모두에 대해 복장 규제가 적용된다면 인권침해라 할 수 있지만 특정 학교의 학생에게 그 학교 규정에 따라 복장 규제가 적용되는 것을 인권침해라 보는 것은 지나치다.
영국, 일본, 동남아시아처럼 정장형 교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많다. 이들 나라들 역시 정장형 교복이 고가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 부분의 시장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고가의 교복의 브랜드 표시를 금지하거나 우수한 품질의 교복을 마트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다른 한국 교복 문제의 특수성은 교복이라는 규정은 바꾸지 않은 채 생활복이나 체육복을 입어도 된다 또는 사복을 입어도 된다는 식의 타협책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교복 가격 문제를 언급한 후 잠시 동안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으나 정책 결정이 이루어진 뒤 다시 사람들의 관심은 식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정책이 학교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여전히 의문스럽기는 하다. 가격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해도 교복과 연관된 모든 문제의 해결은 단위 학교의 몫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구체적인 문제를 직접 해결함으로써 연관된 다른 문제까지 공론화하고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식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교육 문제 해결도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