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10.16 서울교육감 보궐선거가 민주진보진영 정근식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이 조희연 당시 서울교육감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하면서 열렸다.
많은 사람은 진보진영에 귀책 사유가 존재하고, 진보교육 10년 심판도 받아야 할 시기, 또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들에서 보수측 총 득표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했지만, 결과는 진보진영 단일후보 정 교육감의 완승으로 끝났다.
<더에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교육감선거의 모습을 확인하고, 또 이슈와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통해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로 이어지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
‘위법’, 직선제 교육감의 잇따른 중도 하차
2008년 교육감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되며 서울시민들은 보수진영 공정택 전 남서울대학교 총장을 제17대 교육감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의 위법행위 등이 밝혀져 2009년 10월 29일, 1년 3개월 만에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후 서울교육청 간부들로부터 승진과 보직 발령 등의 편의를 봐주겠다며 1억 4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인정돼 복역까지 했다.
2010년 두 번째 직선제 교육감이자 제18대 교육감으로 진보진영 곽노현 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선택됐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후보단일화를 대가로 한 금품수수 혐의가 대법원에서 인정돼 2012년 9월 27일, 2년 2개월 만에 교육감직을 잃고 구속됐다. 그는 2013년 가석방됐으며 2019년 문재인 정부서 특별사면됐다.
2012년, 직선제 시행 두 번 만에 보궐선거가 진행됐으며 보수진영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이 당선돼 제19대 서울교육감으로의 임기를 마쳤다.
2014년 치러진 세 번째 선거에서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선택을 받았으며 지난 2022년 선거까지 3선을 해냈다.
그러나 조 교육감 역시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특별 채용 혐의를 위법으로 확정,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결국 서울교육은 지난 2008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치른 선거를 통해 선택받은 세 명의 교육감(공정택, 곽노현, 조희연-보궐선거 제외)이 모두 대법원의 위법행위 인정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는 직선제를 통한 교육감 선출에 의문을 더하는 큰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 진영 선거로 전락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에서 ‘정당은 교육감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또 같은법에서 교육감 선거 출마 자격으로 3년 이상의 교육(행정)경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기본 역량은 ‘교육’임을 명백히 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선거 현실에서 큰 장애물로 작동, 자금과 조직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 선거비용제한액은 39억여원이다. 선거 출마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 그러다 보니 앞서 문제가 된 불법 차입 등의 방식이 동원된다.
물론, 공식적으로 선거자금 펀딩은 가능하다. 그러나 자금 펀딩에는 이른바 공통된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필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연결된 조직들은 지지한 후보자가 당선되면 자신들의 민원 해결을 요구, 교육청은 점점 특정 집단의 민원해결소로 변모해 간다.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전교조 해직교사 위법 특혜 채용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또 자금의 유입은 정당과 관련한 사람들의 개입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아니 오히려 각 선거캠프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 빨간색과 파란색 선점에 나선다. 각 홍보물 역시 특정 정당과 관계돼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 색을 주로 사용하며 스스로 딱지를 붙인다.
후보들은 출마를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고, 그 결과 이번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10여명, 보수 진영은 3~4명의 후보가 나왔다. 각 진영은 표 분산을 막겠다며 시작부터 후보단일화에 열중, 출마자들은 본선거보다 더 통과하기 어려운 과정이라고 토로한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감 선거는 법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기반으로 정당 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누가 더 위법하지 않게 정당색을 낼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특히 정당 활동을 할 수 없었던 교사 출신 등은 대외적 인지도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후보단일화 경선 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여론조사 100% 방식, 교육자 집단 포함, 경선인단 셀프 모집 등의 방식을 동원하고 적용 비율을 조정하며 상당한 파열음을 낳는다.
그런 의미에서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의 키는 정근식 후보를 지지하며 사전투표 기간에 사퇴한 최보선 후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 후보와 조 후보는 최종 득표율 차이는 4%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최 후보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5~10% 수준의 지지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후보들 스스로가 진보와 보수로 이분화한 결과이다.
투표율 23.48%, 현실 드러난 교육감 선거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50.24%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득표수는 96만 3876표로 전체 서울유권자(832만 1972명)의 11.28%의 지지만을 받았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함이었을까, 정근식 선거캠프는 당선 보도자료를 통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당선자라고 적시했다.
득표율 1위는 2012년 하반기 보궐선거에 당선된 문용린 전 교육감으로 54.17%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득표율 1,2위 모두 보궐선거 당선자이다.
서울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2010년 53.92% ▲2014년 58.62% ▲2018년 59.87% ▲2022년 53.16% 등을 기록, 유권자 두 명 중 한 명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12년 보궐선거에서는 74.49%의 투표율을 기록, 이번 23.48%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보궐선거인데 왜 그럴까?
2012년 보궐선거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진행돼 국민적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시민들은 투표소로 향했고,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며 자연스레 교육감 후보에게도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다. 또 이날은 법정공휴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열린 서울지역 보궐선거는 서울교육감 선거 하나만 존재, 23.48%라는 투표율은 교육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법정공휴일도 아닌 상황, 시민들에게 교육감 선거는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해 투표소로 발걸음을 놓게 할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각 캠프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20% 내외의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더욱 진영 결집을 위해 구호를 더욱 선명히, 정치적으로 내거는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선거는 집단과 집단 간의 세대결로 시작해 세대결로 끝난 것이다.
이러한 평가가 뼈 아픈 점은 앞으로 교육감선거에서 진영과 조직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캠프가 차려지기 전에 빨간색과 파란색 점퍼를 준비하고, 여의도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당대표의 메시지를 기대하는 지금의 모습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결국 시민들에게서 멀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 현장에서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현직 교사의 경우 사직을 하고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점과 선거 홍보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현실은 교육감 선거를 일정 큐브 안에 갇히게 만들고 있다.
이미 교육감직선제 무용론과 개선론 등 선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직선제의 큰 명분인 ‘국민의 참여’ 부분에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특정 정치 세력들의 유불리에 갇혔고 위법행위가 난무하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국회에서도 이미 교육감직선제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안들도 발의돼 있을 만큼 위기 상황이다.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편은 정근식 후보의 당선, 조전혁 후보의 낙선에 대한 분석을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