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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금지!'...학생의 교직원 흉기 살해, 프랑스 정부 대책은?

정부, SNS 금지·보안 게이트·도검류 판매 제한 등 발표

“이미 효과 못 본 제도”, “근본적 해결책 아냐” 설왕설래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프랑스의 한 중학교 교육보조원이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사건에 정부가 도검류 미성년자 판매 금지 강화, 15세 미만 SNS 금지, 학교 앞 검색대 설치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프랑스의 한 중학교에서 교육보조원이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앞서 4월 24일에도 한 고교에서 학생이 칼을 휘둘러 한 명을 죽고, 세 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15세 미만 SNS 금지… 청소년 폭력 둔감 조장 인식 배경  


사건 발생 당일인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방송에 출연해 15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청소년들이 도검류와 폭력에 둔감해지는 원인에 SNS가 일부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교내 흉기 사건들을 “무분별한 폭력의 확산”으로 표현하고, “아동·청소년 사이에 도검류가 전염병처럼 유행하고 있다”고 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을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2023년에도 SNS를 보고 “청소년들이 폭력을 모방한다”는 인식을 밝힌 바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교육부 장관도 “우리 청소년들을 과도한 스크린 사용, 즉 폭력의 일상화로부터 보호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보른 장관도 앞선 흉기 사고 때 SNS 사용을 청소년 폭력 증가와 연관짓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미성년자 대상 도검류 판매 금지 강화, 보안 게이트 시범 운영도


11일에는 프랑수아 바이루(François Bayrou) 총리가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칼’에 대한 미성년자 판매를 즉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도검류 판매는 미성년자에게 금지돼 있으나 그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규제 방식은 판매 시 신분증 확인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총리실에서 12일 이 조치는 대통령령을 통해 시행해야 하므로 즉시 시행되기 어려워 2주 이내에 시행한다고 정정했다.

 

바이루 총리는 학교 입구에 보안 게이트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미 일부 지역 고교에는 이를 운영 중인 곳도 있다. 대체로는 공항 검색대와 유사한 문 형태의 금속 탐지기, 회전식 차단기, 회전문 등이 이용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외에도 12일 정오에 1분간 전국적인 추모의 시간을 갖고 사건 발생 지역 학생들에게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안 검색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어


이런 정부의 대책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특히 보안 검색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 자체가 기존 흉기 사고들로 3월부터 강화된 경찰 입회 하 소지품 검사 도중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3월 이후 6000건의 보안 검색이 시행됐고 186개의 칼과 225개의 다른 위험한 물품이 발견됐다. 경찰에 연행된 사례도 32건이나 있었고, 567건의 징계위원회가 열려 상당한 실적을 거두기는 했다.

 

그럼에도 학교 폭력을 전공한 에리크 드바르뷔외(Eric Debarbieux) 파리 에스트 크레테이유대 명예교수는 “이 비극은 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보안 절차가 대부분 효과가 없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청소년이 학교가 자신들을 적대시한다고 받아들이는 끔직한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했다.

 

소피 베네티테(Sophie Vénétitay) 프랑스 전국중등교원노조(SNES-FSU) 사무총장도 “억압적인 논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공간과 관점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안 게이트가 이미 설치된 오베르뉴-론-알프(Auvergne-Rhône-Alpes) 지역에서도 효과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오베르뉴-론-알프 지역에서는 2016년부터 대부분 고교에 보안 게이트를 설치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병목 현상으로 인한 등교 지연, 감옥을 연상시킨다는 저항, 의도적인 훼손과 이에 따른 과도한 수리 비용으로 문제가 됐다.

 

학부모들은 외부 침입자를 막는 효과 때문에 대체로 찬성했지만, 교사노조는 초기에 “학교는 생활의 공간이므로 감옥 같은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일정 시행 이후에는 당장의 안전에는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므로 인력 증원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른 교육부 장관도 보안 게이트의 한계에 관한 질문에 “교육 기관에 흉기가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세라믹 칼을 들고 오면 감지하지 못하는 보안 게이트가 완전한 해답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브뤼노 르타이요(Bruno Retailleau) 내무부 장관도 이런 한계를 인정했다.

 

사건 직후 마크롱 대통령은 7000명의 전경을 파견해 해당 지역 일대의 보안 검색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이틀에 걸친 집중 검문에도 별다른 결과는 없었다.

 

이런 보안 조치의 한계 때문에 바이루 총리도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미 지난달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종합계획을 내놓은 바 있어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SNS 금지와 도검류 판매 금지 강화도 의문


마크롱 대통령의 15세 미만 SNS 금지 발표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용의자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정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게임 셧다운제 폐지 사례와 미국 여러 주에서 관련 법이 결국 대법원까지 갔던 사례가 언급됐다.

 

국제적으로 SNS 사용 연령 상향은 현재 호주가 입법이 완료돼 시행을 앞두고 있고, 영국이 유사한 형태의 제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무기가 될 수 있는 칼의 판매 제한에 대해서도, 범행에 사용한 칼이 집에 있던 가정용 식칼이었으므로, 식칼 판매까지 제한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언론의 배경 분석도 제각각


사건 이후 프랑스의 주요 언론에서는 이 사건의 원인을 여러 전문가를 통해 다루고 있지만, 분석은 제각각이다.

 

뉴스 전문 채널인 프랑스 C뉴스에서는 △모방 폭력 △탈문명화 △폭력의 일상화 △안락사법으로 죽음의 심각성 경시 △개인이 아닌 사회에 책임을 돌리는 철학 등이 언급됐다.

 

다른 뉴스 채널인 프랑스 BFM-TV에서는 “야만에 대한 엄정 대응”이라는 정부의 표현을 반영한 입장과 미성년 범죄자 또한 환경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입장 사이의 토론이 방영됐다.

 

이 이외에도 △공권력 약화 △올바른 사고방식 교육 실패 △부모 양육 태도의 변화 등이 거론됐다.


용의자 “교육보조원 죽이고 싶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난 10일 프랑스 동북부 오트마른(Haute-marne)주 노장(Nogent)의 프랑수아즈 돌토중학교(Collège Françoise-Dolto)에서 소지품을 검사하던 교육보조원 멜라니 그라피네(Mélanie Grapinet·31)가 학생이 휘두른 칼에 수차례 찔려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현장에서 즉시 체포돼 공무원 살해죄로 기소된 용의자는 프랑수아즈 돌토중의 14세 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검찰에 따르면 그는 “아무 교육보조원이든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원한 관계가 없었으나, 학생들의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교육보조원들의 차별적 행태를 용납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용의자는 집에서 가장 큰 칼(날 길이 20센티미터가량의 식칼)을 준비했다. “최대한의 피해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범죄 이력이 없고 교내 학교폭력 방지 홍보대사로 활동했으며, 학교에서 사회관계가 원만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급우를 때린 사건, 12월 다시 다른 학생을 때린 사건으로 두 차례 정학을 받았다. 정신 건강 이상 징후는 없었으나,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학교 앞 추모 행렬 이어져


정부의 대응과 이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13일 피해자에 대한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피해자는 4세 아들을 둔 엄마로 지난해 9월부터 프랑수아즈 돌토중에서 근무했다.

 

13일 저녁 약 1500명의 인원이 모인 가운데 피해자의 가족 주최로 프랑수아즈 돌토중에서부터 침묵 행진이 이어졌다. 피해자 가족을 후원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에는 13일 오후까지 2만 유로(약 3200만원)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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