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다수의 교원은 약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과목 담당, 출결 혼란, 미이수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전면 재검토와 함께 폐지까지 검토해야 하는 수준으로 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24일 고교학점제 학교 현장 실태 파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지난 12~14일 진행됐으며 전국 고교 교사 1033명이 참여했다.
우선 고교학점제 학교 정착 정도를 묻는 물음에 응답자의 54.9%는 ‘여건이 불비됐으나 교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31.9%는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교적 정착은 10.5%, 안정적 정착은 1.5%에 불과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고교 교원 87%는 고교학점제가 학교 정착은커녕 여건 불비로 시행이 어려운 지경임을 토로하는 현실”이라고 평했다.

여건 불비의 대표적 이유로는 1인 교사의 다과목 담당을 꼬집었다. 설문에서는 10명 중 4명이 3개 이상이었다. 100명 중 7명 4개 이상의 과목을 담당했다.
교사들은 담당과목이 늘어나면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생부 기재’와 ‘수업 준비 및 업무’, ‘시험문제 출제’ 부담이 비례해서 늘어나게 되어 있어 3과목을 담당하면 1명의 교사가 최소 3명의 교사가 할 일을 하는 것과 마친가지인 셈이라 업무 과중 호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은 “교사 확충 없이 학생의 과목선택권 확대만 추진하면 학교 혼란, 교사 부담 가중을 넘어 학생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며 “성패는 다양한 교과를 가르칠 정규 교사 확충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불비는 도입 논의부터 우려된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인프라 격차 극복으로 정부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온라인 학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50.7%는 ‘정규 수업 시간 내 운영이 어려워 실질적 활용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물리적 이동의 어려움이나 교내 디지털 인프라 문제가 크다’(19.5%), ‘학생들의 수요가 별로 없다’(10.5%) 등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과목 개설 대안으로 가능하다’는 답변은 16.7%에 불과했다.
형식적인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 미이수 없는 미이수제도, 해결되지 않은 출결 혼란 역시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의 불비 요소로 봤다.

교사들은 도입 목적에 따른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성취수준 보장 제도 전면 재검토’를 1순위로 꼽았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부담 완화’, ‘다과목 개설을 위한 대폭적인 교원 증원’, ‘출결 처리 NEIS 개선 등 제반 시스템 대폭 보완’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절대평가 방식의 성취평가제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가 47.7%로 찬성 20.5%를 두 배 넘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2028 수능 개편안에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폐지에 대해서는 ‘수능 배제 과목들의 정상적 수업이 어려워져 반대한다는 의견이 59.9%로 과반이 넘었다. 반면, 찬성은 28.6%로 찬성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대입전형별(수시/정시/논술) 모집시기를 3학년 2학기 말로 동일 조정하는 것에는 찬성이 49.8%로 반대 41.9%에 비해 우세했다.
강 회장은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교사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생에게까지 피해를 초래한다”며 “교육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여건 불비 실태와 관련해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