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교육부가 선택과목 이수 기준에 학업성취율을 빼는 내용 등이 담긴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교원단체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25일 시도부교육감들과의 회의에서 ‘공통과목 현행 이수 기준 유지와 선택과목 출석률만 적용’ 방안을 국교위에 우선 제안하며, 교육과정 개정을 요청했다.
또 공통·선택과목 이수 기준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고, 학업성취율은 보완 과정을 거쳐 추후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학업성취율을 모두 없애는 방향이다.
이밖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시수 감축 ▲중등교원 신규 채용 예고 ▲국가기초학력지원포털 구축 ▲출결 관리 권한 교과 담당교사와 담임교사에게 모두 부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분량 원래대로 축소 등의 내용도 담았다.(관련기사 참조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024)
교사노조·교총·전교조 “근본적 문제 해결 부족, 현장 폐지 요구 막을 수 없어”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일부 확인한 수준으로 제시한 개선책으로는 현장의 폐지 요구를 막을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은 특히 “미이수제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문제가 국교위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당장 개선되지 못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평가 왜곡과 형식적 보충지도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전면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교원 충원에 대해서도 “구체적 대책은 전무한다”며 “필요한 것은 학생 발달과 전문성을 지닌 정규 교원의 확충이지 대학 시간강사 투입 같은 임시방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로·융합선택과목의 절대평가 전환 요구가 자문위에서 논의되었음에도 최종 방안에서 빠져 매우 유감스럽다”며 “절대평가 전환 없는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권 보장은커녕 또 다른 경쟁과 왜곡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량 축소에 대해서는 “공통과목에 한정해 절반만 반영했다”며 “2~3학년 과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보완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엿보이나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기존 틀을 유지한 채 내놓은 미봉책으로는 현장 혼란 해소가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학점 이수/미이수 폐지, 교원 증원, 평가 방식 전환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현장의 폐지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등 17개 단체 “적극 환영, 지지”
반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디연) 등 17개 단체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대 결단”이라며 적극 환영과 지지의 의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학업성취율 미반영 문제에 대해서는 고교학점제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 체제를 대폭 강화했다”며 “진로·학업 설계 지원과 기초학력 및 학습 지원 시스템 구축의 기반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평했다.
구체적으로 ▲단위학교-시도교육청-교육부 유기적 연계 전문 인력 확충 ▲중3 대상 맞춤형 컨설팅 모델 개발 ▲중-고교 간 진로 연계성 강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질 높은 안내 자료와 상담 지원 대폭 확대 등에 큰 점수를 주며 “고교학점제 이행의 첫 단추인 진로·학업 설계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기초학력 진단부터 교수·학습 콘텐츠 개발, 전담 교원 증원, 학습이력 관리, 학생의 경제적·심리적 문제까지 고려한 종합적 지원 시스템을 천명했다”며 “학업 성취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이 성공적인 학업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학습 안전망이 구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원 업무 부담 경감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교·강사 인력 확충 및 운영 지원이 명시됐다. 교사 정원을 확보하고 시간강사 예산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며 “특히 읍면 및 도서 지역, 소규모 학교에 우선 지원해 교육 불균형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최성보 보충 수업 부담 완화, 지도방식 학교 자율성 확대, 출결 관리 기존 방식 복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부담 경감 등은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며 “수강 신청 프로그램 기능 고도화는 행정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학업성취율 미반영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표했다.
교디연 등은 “학업성취율 미반영은 고교학점제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교교학점제의 핵심을 학생의 성취를 존중하고 평가하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좋은교사 “본질적 개선 방안 될 수 없어”
좋은교사운동(좋은교사)은 이번 방안에 많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개선 노력을 폄훼하지 않길 바랐다.
좋은교사는 학습지원 전담교원 증원 규모원 전문성 지원 방안 비구체성, 2026년 교원 정원 긴급 확보 방안 미제시, 대학생 멘토링의 비효율성 등을 문제로 삼았다.
특히 “고교 내신 평가 방식과 학생 과목 선택 유불리는 입시 중심의 경직된 교육, 수직적 서열화를 벗어나 학생 성장 중심의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 수평적 다양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고교체제 도입 등의 문제가 풀려야 해결될 수 있다”며 “고교 서열체제 해소, 절대평가 도입,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의 문제가 함께 다뤄지지 않는다면 근본적 개선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학점 이수 기준 완화를 국교위에 넘긴 것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국교위가 공을 주고받는 사이에 현장의 고통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계속 가중될 뿐이다. 땜질식이 아닌 종합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실천교사 “내용보다 교육부 태도에 높은 점수”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은 교육부가 현장 의견을 듣기 시작하고 개선안을 내는 모습을 보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형식적 원칙이나 외형적 홍보를 넘어 실제 학교 운영에 적용 가능한 실무형 대책을 시도했다”며 “교사와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과부하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핵심 쟁점을 국교위와의 협의 과제로 넘긴 것에 주목한다”며 “국교위는 이 과제를 회피하거나 정치적 고려에 갇히지 말고 중장기 관점에서 교육과정 전반을 조정하는 핵심적 책무를 수행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