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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석의 THE교육] 태도부터 가르치는 교실이 아이를 지킨다

 

더에듀 | 학교는 왜 가야 하는가. 이 짧은 질문은 늘 우리 교육의 뿌리를 건드린다. 아이들은 주저 없이 “공부하려고요”라고 말하지만, 그 대답은 언제나 절반만 빛난다. 학교는 성적을 쌓는 곳이기 전에 ‘사람을 빚는 곳’이다. 꽃이 피기 위해 뿌리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하듯, 배움도 태도가 먼저 자라야 한다.

 

오늘의 문제는 지식이 과도해지고 태도가 가벼워졌다는 데 있다. 점수는 높아지는데 말투는 거칠고, 성적은 오르는데 책임감은 낮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결함이 용서되는 분위기 속에서 “얘는 성적이 좋으니까”라는 말이 어느새 면죄부처럼 쓰인다. 이는 가정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 낸 왜곡된 신호이며,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착시이다.

 

실태는 더 선명하다. 수학을 잘 풀어도 수업 중에 상대 말을 끊는 아이가 있고, 글짓기를 잘해도 친구 의견을 비웃는 아이가 있다. 지식만 자라면 언어는 칼이 되기도 하고, 논리는 타인을 꺾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그런 아이에게 “스펙은 뛰어나나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문제집은 해결했지만 사람 문제에서는 오답을 낸 셈이다.

 

통계도 이 현상을 뒷받침한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7명은 “학업 능력보다 기본 생활 태도 부족이 학교생활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답했다. 또 한 청소년 패널 조사에서는 ‘성적 부담’보다 ‘또래 관계 스트레스’가 학생 행복도를 더 크게 떨어뜨린다고 나타났다. 성적 중심 경쟁은 지식을 키웠지만, 관계와 태도에서는 허약해진 아이를 남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관점을 전환하는 일이다. 문제 푸는 법만 가르치는 교실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사는 법을 함께 배우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다. 인사하는 습관, 경청하는 태도, 배려하는 마음, 규칙을 지키는 의지 같은 기본은 학습 능력을 떠받치는 기초 체력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의 고전적 가르침처럼, 몸가짐이 단정해야 배움이 뿌리를 내린다.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도 다시 세워야 한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태도를 더 본다. 칼릴 지브란은 “아이들은 당신의 품이 아니라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화살”이라 했다. 화살이 곧게 날아가려면 활을 당기는 손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 교사의 태도는 그 활의 긴장과 같다.

 

교실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책상을 스스로 정돈하고, 친구가 말할 때 눈을 맞추고, 잘못하면 인정하고, 약속은 지키려 애쓰는 아이는 배움의 토대를 단단히 갖춘 아이다. 이런 태도는 교사가 일상 속에서 조용히 보여주는 본보기와 일관된 메시지 속에서 자란다. 아이의 인격은 지식보다 천천히 자라지만, 자란 뒤에는 더 멀리 간다.

 

우리가 만들 교실의 미래는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점수를 우선하는 교실을 택할 것인가, 사람됨을 함께 세우는 교실을 택할 것인가. 교육은 언제나 두 길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한쪽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태도가 뿌리를 만들고, 지식이 가지를 확장하며, 둘이 조화를 이룰 때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결국 배움의 본질은 ‘사람됨’에서 시작한다. 교실이 아이의 인격을 세워주고, 지식은 그 위에서 더 큰 세상을 향해 자라난다. 우리 교육이 다시 질문해야 할 단 하나의 문장은 이것이다. 오늘의 교실은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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