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0 (목)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울릉도 17.5℃
  • 수원 17.3℃
  • 청주 18.2℃
  • 흐림대전 19.4℃
  • 안동 16.9℃
  • 포항 18.9℃
  • 흐림군산 20.4℃
  • 흐림대구 19.1℃
  • 흐림전주 23.2℃
  • 흐림울산 19.5℃
  • 흐림창원 20.9℃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맑음목포 22.9℃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흐림천안 17.6℃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김해시 21.3℃
  • 흐림강진군 23.0℃
  • 맑음해남 24.8℃
  • 흐림광양시 20.4℃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상처에서 '길'을] ⑥당신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외로움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병이다

더에듀 | 한국은 자살률 1위라는 현실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회복의 힘을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도 품고 있다. <더에듀>는 고통의 시간을 지내고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안신영 큐어링랩 대표의 ‘상처에서 길을’ 연재를 통해 조용히 상처를 견디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의 고통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더불어 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회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얼마 전 인천시에 ‘외로움 부서’가 신설됐다. 영국에는 이미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있고, 일본에는 ‘고독·고립 대책 담당 총리’가 있다. 이제 외로움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다루어야 할 공중보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개인이 바라는 사회적 연결 수준과 실제로 경험하는 연결 간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고통스러운 감정 상태’라고 정의한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해받지 못할 때 생기는 결핍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가며 살아간다. 지하철의 군중 속에서도, 회사의 회의실 안에서도, 또 가족과도. 그러나 외로움을 느낀다.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가 외로움 해소 수단으로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관계 맺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접촉의 양이 늘어난다고 관계의 질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상적인 만남은 때로 서로의 편견을 강화한다. SNS에서 수백 명의 친구를 두고도, 단 한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의 외로움이다.

 

1954년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편견(The Nature of Prejudice)』에서 “피상적인 만남은 오히려 기존의 편견을 확인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밀도 있는 접촉만이 진정으로 편견을 줄이고 관계를 회복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참여자들이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은 대화가 아닌 지시가 되고, 공감이 아닌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 만남이 제도적·정치적으로 지지받아야 한다고 했다. 리더가 관계 회복을 방관하거나 갈등을 조장할 때, 그 접촉은 편견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은 분열을 낳는다고 말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이 만나는 사회’가 아니다. 서로를 깊게 바라보고, 경청하며,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사회이다.

 

외로움은 타인의 부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라질 때, 관계는 곧장 단절로 향한다.

 

외로움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회의 병이다. 이 병을 치유하는 길은 거창한 정책도, 수많은 만남도 아니다. 그저 내 앞의 한 사람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사람답게 연결하는 시작일지 모른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