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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더에듀>는 전국 곳곳의 교육 현장을 영상으로 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장덕우 콘텐츠 실장이 있다. ‘현장감독 이야기’는 장 실장이 교육 현장을 촬영하며 본 것과 느낀 것을 영상이 아닌 글로 대중과 만나는 공간이다. |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온 이 문장은 한국 사회에서 한양(도시)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마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도시로 가야만 하는 것처럼 도시를 동경하고 갈망하며, 도시에 입성하지 못하면 좌절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인 서울’을 목표로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지방으로 가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처음 ‘농어촌유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도시에 살던 아이가 농어촌으로 유학을 간다? 왜? 아이가 도시 학교에 적응을 못 했나?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했나?’ 등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강원도 양양과 홍천에는 ‘도시’의 풍부한 자원을 뒤로하고 ‘농어촌’으로 유학을 선택한 아이들과 현지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농어촌유학 사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나는 촬영을 이유로 각 학교 현장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교육과 일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첫 학교에서 맞닥뜨린 충격
처음으로 방문한 양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느낀 감정은 ‘충격’이었다. 푸른 잔디가 빼곡히 깔린 넓은 운동장, 알록달록 예쁜 색깔로 칠해진 학교 건물, 뒷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비현실적인 학교의 자태가 넋을 잃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바로 아이들의 ‘밝음’이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울렸고, 처음 보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아저씨 누구예요?”, “여기 왜 왔어요?”라고 해맑게 물어 왔다.
교실 안에서의 수업은 원어민 선생님과 언어 능력을 키우고, 토론을 통해 자기주도적 사고를 익히고, 코딩과 과학 수업으로 창의력을 길렀다. 교실 밖에서는 서핑, 트리 클라이밍, 자전거 라이딩 등을 체험하며 모험심과 체력을 길렀고, 방과 후에는 밴드 활동, 인라인스케이트, 골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성과 특기를 찾는 시간도 가졌다.
그 어떤 수업도 도시의 교실에 뒤지지 않았다. 도시의 교육 자원이 더 풍부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어왔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오히려 특색 프로그램은 농어촌유학의 장점을 십분 볼 수 있었다.
지역, 아이들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양양·홍천 농어촌유학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목격하며 놀라움은 계속 이어졌다.
아이들은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자전거를 타고 누비기도 하고, 다양한 악기로 합을 맞춰 오케스트라 공연을 열기도 했다. 직접 채소를 기르고 수확하여 음식을 해 먹기도 하고, 친구, 부모님, 선생님, 마을 어른들과 다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며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가장 좋았던 점은 도시 아이들과 농어촌 아이들이 하나 되어 잘 어울려 지낸다는 것이었다. 함께 마주 보고 웃으며 밥을 먹고, 서로 손을 내밀어 서핑보드를 잡아주고, 목공이나 합주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는 등 어색함이나 거리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 아이들과 농어촌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친구’였다. 그 공통의 바람이 있었기에 처음의 ‘낯섦’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역’이라는 구분은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그저 어른들이 정해 놓은 규정일 뿐이었다.
농어촌학교는 작았지만, 아이들의 배움은 결코 작지 않았다. 도시에서 체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은 아이들에게 지식 이상의 것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농어촌유학은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열어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입시에 갇힌 대한민국 교육, 이대로 괜찮나
대한민국의 교육은 오랫동안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교과과정은 입시를 향한 ‘길’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학생들의 역량은 점수와 등수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은 등한시되며 모두가 비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방향성을 강제한다.
AI가 모든 지식을 익히고 다양한 산업에 대체되고 있는 이 시대에, 과거와 똑같은 방식의 교육이 과연 유효할까? OECD와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들은 이미 ‘미래 핵심 역량’을 강조하며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력, 협업, 창의성 같은 폭넓은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20세기형 입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농어촌학교의 교육은 달랐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함께 협력하며 사회성을 기르고, 스스로 해내며 자존감을 쌓고, 지역 공동체와 어울리며 세계관을 확장해 나간다. 이것들은 점수와 등수로 평가할 수 없는,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농어촌유학 프로그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교육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이끄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닌 아이가 온전히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부터 조금씩 자라난다는 사실을.
양양과 홍천의 농어촌유학 프로그램은 나에게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
# 이 글은 장덕우 더에듀 콘텐츠 실장이 지난 6~10월 강원도 홍천과 양양에서 진행하는 총 14개 농어촌유학 학교를 촬영한 결과를 담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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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영상 리스트
1. 서울에서 90분, 홍천유학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세요|홍천농어촌유학·홍천학교 리얼 후기(https://www.youtube.com/watch?v=y4xu-zGfGaU&t=8s) 2. 서핑 골프 베드민턴 레프팅 밴드... 이거 언제 다 해? 광정초등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WvXB2bQhNYE) 3. 바다와 1분 거리에 있는 남애초등학교 아이들의 하루(https://www.youtube.com/watch?v=guV6m0bkrVo&t=14s) 4. 음악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아이들, 한남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이야기(https://www.youtube.com/watch?v=ssF1_RNpoSs) 5. 핫플레이스에 있는 학교는 뭐가 달라도 다르쥬? 양양 인구초등학교(https://www.youtube.com/watch?v=td40a6kkeRM) 6. 외발자전거도 가뿐~ 스스로 학습하는 현성초등학교 아이들(https://www.youtube.com/watch?v=Wchj14NLZUM&t=14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