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30대 박영환 충남 당진 유곡초등학교 교사가 당선됐다. 전교조 역사상 가장 젊은 위원장의 탄생은 전교조를 새 바람으로 다시 이끌어 대한민국 대표 교원노조로의 명성을 되찾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2025년 맞이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9대 교육개혁의 앞날이 캄캄해진 상황은 현장을 바탕으로 한 교원노조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특히 AIDT, 늘봄학교,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등 유초중등 교육 현장의 체질을 바꿀 정책들이 대기하고 있어 균형과 견제 그리고 지원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더에듀>는 박영환 전교조 신임 위원장을 만나 전교조의 현실과 개혁 방안, 대한민국 교육이 가야 할 방향 그리고 각종 이슈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12월 20일 진행됐다.
▲ 당선 소감은.
당선의 기쁨도 있지만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교사들의 삶이 너무 힘들고, 교사들의 위기가 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교조가 학교현장에 더 밀착해서 변화를 만들어 내기 바라는 조합원 선생님들의 마음을 느꼈고, 30대 위원장 후보가 나왔다는 데에 놀라면서도 기대도 많이 하셨습니다.
전교조에 청년 조합원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전교조가 젊은 감각으로 교사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라 생각하며 기대에 부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위원장 출마 계기는.
전교조는 입시경쟁교육에 죽어가는 학생들을 보며 비민주적인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 1989년 1500명 교사가 해직되면서까지 만든 노동조합입니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죽어갔지만, 지금은 교사들도 함께 죽어가는 시대가 되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교조 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출마했습니다.
교사들 곁에서 더 현장감 있고 든든하게 그리고 교사들이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 전교조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은.
청년교사들이 찾아오는 전교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청년교사들의 교직탈출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학교현장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악성민원, 낮은 임금, 과도한 행정업무, 관리자 갑질로부터 자유로운 청년교사는 없습니다.
청년교사들이 존중받으면서 교육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즐거움과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노동조합 활동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 전교조 명칭 변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어떤 구상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직원’ 부분을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989년 창립 이후 35년 간 유지해 온 자랑스러운 명칭입니다. 1999년 합법화 되었음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유지한 것은 교육민주화에 교직원 모두 함께 해야 한다는 연대의식이었습니다.
학교현장을 함께 바꾸어 나간다는 것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노동조합 명칭은 가입 대상이 분명해야 합니다.
학교 안에는 크게 교사, 교육행정공무원, 교육공무직 이렇게 세 직종이 있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각각의 노동조합에 가입합니다.
전교조는 교사들만 가입해 있지만, ‘교직원’노동조합 명칭을 보며 모든 직종이 가입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교사들은 가입을 주저하기도 합니다.
학교현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 교사들 삶의 문제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은 여러 주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인 만큼 연대의 가치는 살리되, 교권을 지키고 교사들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교육도 바꾸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AIDT, 늘봄학교, 교교학점제, 유보통합 등 현 정부 추진 정책에 모두 부정적이다.
전교조는 진영논리가 아니라 교육논리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IDT에 대해 말씀드리면, 공개된 전시본은 차마 세계 최초라고 말하기에도, AI기능이 탑재되었다고 선전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활용하던 e학습터, 에듀넷, 위두랑 등의 학습용 사이트와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존 교육용 프로그램을 답습한 기능이 대부분이며, 그저 정해진 문제들이 순차적으로 제시되는 온라인 문제집일 뿐입니다.
교육부는 AIDT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교육격차를 해소할 것이라 강조하지만, 학습에 필요한 피드백은 학생의 태도‧흥미‧정서 상태에 따라 교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매우 세밀한 교육 활동입니다.
AIDT는 학생의 복합적인 특성과는 관계없이 그저 현재 성적 상태에만 기반하여 문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만 갖췄을 뿐입니다. 어떤 교육적 검증도 거치지 않은 AIDT 전면도입에 현장교사들과 학부모들도 반대합니다.
최근 교육부가 자신만만해하던 늘봄실장은 결국 미달사태를 맞이했습니다.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 단체협약 효력 상실을 통보한 강원교육감 그리고 조합원과의 충돌 사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나.
전교조 강원지부가 맺어온 단체협약은 강원 교사들을 지켜왔습니다. 또한 이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제대로 된 강원교육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신경호 교육감의 행태는 민주적 학교 운영과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교권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단체협약에 대해 일방적으로 실효 선언까지 한 것은 1만 6천 강원 교사들을 기만하는 행태라 생각합니다.
▲ 교총도 신임 회장을 30대 교사로 뽑았다. 전교조와 오랜 라이벌이자 동반자인데, 앞으로의 관계 설정은.
교사들의 삶과 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많은 교원단체와 함께 힘을 모아 하나씩 해결하고자 합니다.
▲ 학업 외에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교육은 관계 속에서 사람을 성장시키는 정말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학교는 여러 면에서 파편화되어 있고 어렵습니다. 늘어나는 수업시수와 행정업무, 악성민원 등으로 공동체의 위기입니다. 교사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모든 교사와 함께 풀어야 할 전교조의 과제입니다.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남길 말씀은.
1989년, 1527명의 교사들이 해직을 각오하며 전교조를 만들었습니다.
군부독재, 권위주의 시대의 짙은 그늘은 교육다운 교육을 가로막았고, 전교조는 민주적 학교문화와 참교육을 실현해 왔습니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대부분 전교조가 많은 선생님과 바꾸어 온 것입니다.
이제 1세대 해직 선배님들은 대부분 퇴직하셨습니다. 새로운 시대입니다. 학교 내에서 맺고 있는 관계, 구성원, 의식, 문화가 모두 달라졌습니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 달라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전교조는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 변화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