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는 특례법 일몰을 앞두고 교육 예산 삭감 우려가 제기됐던 것처럼, 대만도 유사하게 중앙과 지방 정부 간의 재정 분배에 대한 법이 바뀌어 교육 예산 삭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만 입법원에서 야당인 국민당은 지난달 20일 재정계획법, 헌법소송법, 공직인원선거파면법 등 3개 법안 개정을 몸싸움 끝에 거수 표결로 강행 처리했다.
대만은 여당인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이 소수인 상황에서 제1야당인 친중계 국민당이 제2야당인 민중당과 연대해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하고 있다.
세 법안 중 정치적으로 더 큰 논란의 대상은 위헌법률심판 가결 요건을 과반에서 3분의 2로 강화한 헌법소송법이다. 현재 헌법재판관 15명 중 7명이 공석이라 야당이 입법을 강행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을 할 수 없게 된다.
공직인원선거파면법은 주민 소환 요건을 강화해 국민이 특정 의원에 대한 불만을 갖게 돼도 견제하기 어렵도록 했다.
교육 예산과 관련된 재정계획법은 중앙과 지방 정부의 재정 분배 비율을 현재의 75:25에서 60:40으로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형태로만 보이는 개정이지만, 중앙 정부의 주요 정책 예산 감소로 국방,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의 기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만 행정원은 이번 법 개정으로 중앙 정부의 지출이 28%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대만 교육부는 이에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우려를 표명했다. 내년도 예산 3623억 위안(약 16조 1562억 원) 중 1100억 위안(4조 9053억 원)이 지방정부 사업 보조금으로 배정돼 있는데 여기에는 아동 보육 지원비, 보충지도 교사 증원, 초중등학교 디지털 학습 개선 방안, 국민체육 환경 최적화, 전문계 고교 사업 등이 포함된다.
교육부는 예산이 줄어들 경우 해당 사업들을 지방정부에 이관해 자체 예산으로 재원을 조달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수 선수와 코치 지원금, 고교 무상 교육, 사립대생 등록금 감면 지원 예산도 감액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200억 위안(약 8919억 원)의 예산 투자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새 재정계획법이 시행되면 교육 서비스 질 등의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지방 재원이 늘어나더라도 지방 정부에서 기존 사업들을 그대로 수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과 지방의 재정 여력 차이로 교육 형평성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12월 31일 국회에서 고교 무상교육 재정에 관한 특례법 일몰을 2027년까지 연장하면서 한시름 덜었지만, 대만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3개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격심해 재정계획법이 교육예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