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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실 공백, 학생 안전은?] 왜곡된 보건교사 직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

더에듀 | 만약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 생명을 지켜줄 보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전문가인 보건교사가 교실수업에 나가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보건실이 비어가고 있다. 법의 왜곡된 해석과 행정 편의주의가 만든 ‘안전 공백’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더에듀>는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의 이야기를 통해 닫힌 보건실 문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무너진 학교 안전 시스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본다. 더 이상 2023년 대전에서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간다. 우리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정말 안전할까.

 

 

 

학생들은 학교에서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보건실에서 보건교사가 보살펴 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보건실에서는 학생의 상태를 판단해 보건실 내 간호, 병원 이송 또는 119 이송 등을 결정합니다. 특히 환자를 최초로 발견한 교직원이 상황을 보고한 순간부터 병원이나 119로 안전하게 인계되기 전까지, 건강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은 보건교사의 핵심 역할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건교사의 최우선 직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불가능’을 강요받는 보건교사


보건교사가 보건실에 있는 일과 학생에게 수업하는 일, 둘 다 이상할 점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한 학교에 한 명인 보건교사가 두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 상황은 학교 현장에서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이 1300명이 넘는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이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 90% 이상이 보건실 업무로 수업에 지각한 경험

- 80% 이상은 수업 중 응급상황으로, 보건실로 달려간 경험

- 4명 중 1명은 수업 절반 이상에서 이런 상황을 겪음

- 96%는 ‘보건수업과 보건실 운영을 동시에 병행하기 어렵다’고 응답

 

 

보건교사는 언제든 수업을 버리고 보건실로 달려가야 한다는 불안 속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고충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한계를 드러내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왜곡된 교육청 정책의 결과


각 시도교육청은 보건교사에게 수업을 강조하는 공문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보건교사의 수업 연수는 꾸준히 열리고, 보건수업 차시 조사는 반복됩니다. 보건교육은 범교과 교육으로 기존 교과목에 녹아들어 교육되어야 함에도, 보건교사들이 수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작 학생의 건강을 폭넓게 관리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전문적인 연수 기회는 부족합니다.

 

보건교사들은 보건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시대 변화에 따라 더 전문적이고 섬세한 간호를 요구받으면서도, 정작 간호지식과 술기는 예전에 배우고 익힌 방식과 나만의 경험에 의존하게 됩니다.

 

표준화된 보건실 간호 방법이나 의료지식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아 오히려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업은 지원과 자료가 풍부하고, 성과를 가시화하기도 쉬우며 동료 교사들과 협업도 가능해 보건교사 자신도 수업 연수에 치중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자리로 회복해야 한다


보건교사는 교과 교사가 아닙니다.

 

‘학교보건법 제15조’는 보건교사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럼에도 건강과 관련된 모든 교육을 수업의 형태로 전담시키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관리 총괄자로서의 기능을 약화합니다.

 

이는 단순히 ‘수업을 맡지 않겠다’라는 소극적인 차원이 아닙니다. 보건교사가 보건실에 상주함으로써 학교 전체 교육과정의 안전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역할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응급상황이 매일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건강 고민을 상담하는 것부터, 크고 작은 건강 문제에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큰 안심이 됩니다.

 

또한, 보건교사가 본연의 직무를 다할 때 교과 교사들이 흔들림 없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고, 학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습니다. 보건교사는 개별 교과 수업을 대신하는 인력이 아니라, 학교 전체 교육 활동을 떠받치는 필수 기반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의 본질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러한 왜곡된 인력 운용을 방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학생 안전에 직접적인 공백을 초래하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의 사례입니다.

 

안전은 ‘아무 일이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너집니다. 이에 더해 ‘보건교사의 희생과 헌신’으로 문제를 덮어두려는 태도가 보건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법의 취지에 맞게 돌아가야 합니다. ‘학교보건법 제9조의2’에 따라, 응급상황을 가장 먼저 발견한 교직원이 초기 대응을 신속히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보건교사는 응급상황 대응의 전 과정이 안전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지휘자이며,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실 보건교사 스스로 ‘응급상황의 총괄자’임을 내세우는 것은 그 책임감이 막중하여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건강 문제의 골든타임에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는 학교보건법이 제정된 본질을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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