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저도 안 찼어요.” “네 친구들이 공이 머리로 세게 날아와서 안전에 위협을 느껴서 신고했어.” “아니 그건 제가 조준을 잘 못해서 그런 거고요.” “그건 변명이 안 돼.” “아, 진짜…” “됐고, 너희 네 명은 다 디텐션이야. 점심 먹고 교감실로 올라와서 반성해. 문 잠가놓을 테니까 그리 알아.” 보결을 다니다 보면 기분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하루 종일 중2병들 데리고 체육 수업하다가 점심 시간도 되기 전에 진이 다 빠졌다. 웬만하면 문제행동 때문에 애들을 교감실로도 안 보내는데, 교감선생님이 직접 체육관에 내려와 네 명이나 동시에 디텐션(detention) 조치를 하는 일이 생겼다. 자유를 박탈하는 징계 조치, 디텐션 디텐션(detention)은 번역하면 감금이나 구류지만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건 그렇고, 근신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수위의 조치인데, 특정한 공간에서 못 나가도록 자유를 제약하면서 반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우에 따라 반성문을 쓰거나 아무런 활동을 못하고 대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방과후 디텐션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방과후 디텐션은 요새 이곳에서 잘 쓰지 않는다. 가장 많이 하는 기본적인 형태는 일일 점심 시간 디텐션이다. 상지고에서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는 수업을 맡게 될 선생님의 메일박스에서 빨간색 디텐션 통지서를 확인한 다음 나눠주도록 하고 있다. 디텐션 통지를 무시하는 아이도 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동일 사안의 디텐션이 누적되면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서면 경고로 이어진다. 서면 경고가 쌓이면 정학으로 단계가 올라가며 마지막에는 퇴학까지도 가능하다. 잘 이용되지는 않지만, 초등학생한테도 퇴학 조치가 가능하다. 물론 퇴학이라고 해도 학교 다닐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건 아니라서 다른 교육청에 새로 등록할 수는 있지만 지역에 보통 같은 언어를 쓰는 교육청은 두 곳이라 여기서 퇴학당하면 통학이 어려운 지역으로 가야 하니까 무서운 조치긴 하다. 체육 시간에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는 중학생들 무슨 일이었냐면. 이 반이 작년에도 행동이 통제 안 돼서 담임이 골치를 앓던 반이었는데,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거의 안 흩어지고 올라온 게 보였다. 옥토중은 프랑스어 몰입 학교라 조기 몰입과정을 했던 학생과 중학교 와서 몰입 과정에 입문한 학생들 학급을 별도로 운영해 늦은 몰입 학급은 한 학년에 하나 반(두 학년 복식 학급이 하나라서)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튼 이 말썽꾸러기 중 작년에도 붙어서 사고를 치던 준수와 이한이 체육관에서 준비운동을 하는데 보통 준비운동에 쓰는 농구공이나 배구공이 아닌 축구공을 창고에서 들고 나온 게 시작이었다. 들고만 나와서 얌전히 리프팅이나 패스만 하면 둘까 했는데 이 녀석들이 사방에 차기 시작하네? 처음엔 붙잡아서 공을 차고 싶으면 벽에만 하라고 시켰는데, 뒤돌아서면 또 다른 아이들 쪽으로 차기 시작했다. 결국 공을 뺐고, 준 운동을 조금 일찍 마친 다음 피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드레날린이 잔뜩 오른 이 녀석들하고 저희 패거리 친구들까지 따라서 다른 아이들 머리 쪽으로 공을 차고 스파이크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안 되는 일이었다. 던지는 공도 어깨 아래로 맞추도록 규칙을 정하고 하는데. 몇 번씩 주의를 줘도 뒤돌아서면 다시 시작하고, 제재하면 자기가 안 그랬다고 발뺌하고를 반복하다 결국 머리를 맞는 아이가 나와 경기를 중단시켜야 했다. 경기를 중단시킨 후 코트를 나눠 배구와 농구 중 선택해서 하도록 했다. 그런데 배구와 농구는 준비운동 때 많이 하는 종목이라, 준수 패거리 때문에 재미있는 놀이를 못 하고 늘 하던 이를 다시 시키는 것에 일부 아이들이 불만을 내비쳤다. 결국 그중 한 아이가 손목을 다쳤다는 핑계로 행정실로 (여긴 보건실이 따로 없어서 작은 부상은 행정실에서 처리한다) 올라가서는 자초지종을 일러 교감선생님을 내려오게 한 것이었다. 내려온 교감선생님은 바로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 “너희들 당장 벽에 붙어.” “쌤 전 아니예요.” “아, 아무 말 하지 마. 내가 말할 거야. 넌 벽에 붙어서 들어.” “아니 전 안 찼다니까요.” “그것도 여기 정 선생님이랑 백산 형이 판단할 거야. 넌 조용히 듣기만 해.” 최우선의 가치는 학생 안전 결국 교감선생님은 필자와 자원봉사자 고교생인 백산에게 공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은 아이들을 골라내게 해 다른 아이들에게 보내고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너희들이 여기 정 선생님의 지시를 안 따른다고 들었어. 축구공을 친구들의 얼굴을 향해 차고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면서?” “아니 안 찼어요” “그럼 뭐했는데? 친구들한테 물어볼까?”“스파이크만 했어요. 스파이크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잖아요.” “머리 맞추게 돼 있어, 안 돼 있어?” 이런 대화가 이어지다 결국 모두 근신을 받았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보결 교사가 학급 관리를 못해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 안전에 대한 걱정이 되는 상황이 생긴 셈이니까. 이제 다시는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못 받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빈틈이 생기면 해결하는 게 상급자의 역할이다. 교감 직무대행을 하던 실습 지도교사 선생님도 자기 일이 말썽거리가 있는지 순찰하는 거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행정실장님도 자기가 교감선생님에게 전달했다면서 오히려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다음 주에 세 번이나 불러준 걸 보면 교감선생님도 크게 마음을 쓰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아무리 중학교가 교과 내용이 만만해서 별 수업 준비 없이 어느 과목 수업 계획이든 대응할 수 있다고 해도 마음의 평화는 좀 더 성숙한 아이들이 있는 고등학교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겠나. 그날 주어지는 학교급과 수업에 충실하고 그날 만나는 아이들의 하루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조금이라도 더 배울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 썹쌤의 역할이니까. <계속>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전북에서 체육수업 중 발생한 사고로 체육교사와 교육실습생이 학부모로부터 형사고발된 가운데,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전북교총)가 과도한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 입장을 밝혔다. 사건은 지난 4월 전북의 한 중학교에서 진행한 체육수업 시간에 발생했다. 티볼 수업 중 한 학생이 놓친 배트가 다른 학생의 얼굴에 맞아 안와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에 피해학생 학부모는 체육교사와 교육실습행을 안전지도 의무를 위반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전북교총은 이번 고소를 두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교권로 규정하고 수사기관에 합리적인 판단을 요청했다. 수업 전 티볼 경기 안전수칙과 배트 사용법에 대한 충분한 안전교육이 실시됐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레탄 소재 배트를 사용한 점, 또 대기 학생들은 6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시킨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교육실습생까지 고소한 것에는 학생 통제나 교육과정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은 “합리적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우연한 사고”라며 “형사처벌 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적 대안 모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형사처벌로 이어지면 체육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수사기관은 교육 현장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대구 학생 98명이 대한민국의 말과 멋, 맛을 알리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대구교육청은 오는 7일 오전 10시, 행복관에서 ‘2025년 한국의 말·멋·맛 나눔 사업’ 발대식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올해 2년차를 맞이한 ‘말·멋·맛 사업’은 다양한 분야 재능과 끼를 가진 학생들이 해외 활동을 통해 한국의 말과 멋과 맛을 전하며 해외 학생들과 교류활동을 펼치는 대구교육청의 대표적인 국제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 올해 교류활동은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29명 ▲9월 1일부터 7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사마르칸트에서 39명 ▲9월 1일부터 8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에서 30명 등 3개국 5개 도시에서 98명의 학생이 참여해 운영될 예정이다. 학생들은 현지에서 ▲한글 캘리그라피 ▲K-팝과 국악 공연 ▲태권도 시범 ▲K-뷰티 시연 ▲K-푸드 시식 등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부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정책지원국장, 인솔교사 등 20명과 지난 5월에 면접과 공연 시연 평가를 거쳐 선발된 학생 98명이 참석해 ‘2025년 말·멋·맛 사업’의 출발을 알린다. 행사는 대표 학생들의 가야금 및 K-팝 공연, 태권도 시범 등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교육감 축사, ▲말·멋·맛 사업 개요 및 활동 내용 소개, ▲팀별 협의회의 순서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발대식 이후 팀별 협의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현지 교류 활동을 준비하게 된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세계 여러 나라 학생과 만나 한국문화를 알릴 대구 학생들의 멋진 여정을 응원한다”며 “이번 활동이 학생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글로벌 시민 역량을 키우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에듀 | 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Digestive VR(소화기 VR)과 Anatomy VR(해부 VR)을 비교·체험한 이유 “소화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능을 통해 음식물이 소화되는지를 서로 연결하여 배워야 한다.” 과학 교과에서 소화기관을 배우는 단원명은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이다. 이는 소화기관의 ‘구조’와 ‘위치’를, 소화기관의 ‘기능’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제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인체 구조도를 보며 위치 개념을 따로 익히고, 기능에 대한 개념은 설명이나 영상 자료를 통해 별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인체는 구조와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므로,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VR을 활용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인체 기관 VR 콘텐츠인 Digestive VR(소화기 VR)과 Anatomy VR(해부 VR)이 학생 학습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해 보고자 했다. 이 비교는 단순히 VR 프로그램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서로 다른 VR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이해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어떤 VR 콘텐츠를 비교했을까? 이번 비교 실험은 두 가지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성하였다. Digestive VR(소화기 VR)은 실제 음식물이 되어 입-식도-위-소장-대장을 지나며, 3D로 움직이는 장기 속을 직접 여행하는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Anatomy VR(해부 VR)은 사람 형태의 전신 모형 속 장기 구조를 3D로 확대하거나 회전하며 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수업에 어떻게 적용했나? 이 수업은 초등 5~6학년 과학 교과의 '소화 과정'과 '인체 구조 탐구' 단원을 통합한 융합형 프로젝트로 구성하였다. 학생들에게 두 VR을 모두 체험하고, 학습자 스스로 장점과 차이를 비교하는 설문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수업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1차시: 인체 장기의 기능 탐색, Digestive VR 체험 2차시: Anatomy VR로 장기 구조 탐색 및 비교 3차시: 두 VR 체험 비교 – 어떤 VR이 더 기억에 남았는가? 4차시: 각 VR의 장점과 개선점 발표하기 학생들은 VR 기기를 통해 1인칭 시점에서 소화기관 속을 이동해보고, Anatomy VR을 통해 인체의 장기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이후, ‘어떤 경험이 더 몰입됐는지’, ‘기억에 더 남은 건 무엇인지’ 토의하고 발표하였다. “진짜 같다”...학생들의 반응 소화기관을 주제로 한 이번 VR 수업에서 학생들은 Digestive VR을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꼽았다. 전체의 75.3%(128명)가 Anatomy VR보다 더 인상 깊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내가 음식물이니까 진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눈앞에서 위가 움직이는 게 보여서 무서울 정도로 진짜 같았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1인칭 시점의 몰입감을 강조했다. 또한, 씹는 소리나 장기의 움직임이 들렸다는 현존감, 소화기관 내부를 따라 직접 움직이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공간감도 인상 깊은 요소로 나타났다. 특히 비교적 정적인 관찰 중심의 Anatomy VR에 비해, 학생들은 “움직이고 느낌이 있는 Digestive VR이 더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비교적 동적이고 몰입감 있는 체험 기반 VR 콘텐츠가, 학습자의 감각을 자극하며 더 효과적인 과학 학습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은 두 가지 VR 콘텐츠를 체험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필로그: 둘 중 하나가 아니라, 통합 활용이 필요하다 이 수업은 단순한 비교 체험을 넘어, 몰입형 학습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회였다. Digestive VR은 1인칭 시점과 생생한 소리, 움직임을 통해 ‘내가 그 안에 있다’라는 몰입감을 제공했고, Anatomy VR은 구조적 이해를 돕는 정리 도구로 기능했다. 학생들은 ‘보는 수업’이 아닌 ‘느끼는 수업’을 경험하며 과학 개념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내가 음식물이 된 것 같다”, “눈앞에 위가 있어서 무서울 정도로 진짜 같았다”라는 반응은 VR 수업이 학습 기억을 얼마나 강하게 남기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이러한 수업은 하나의 콘텐츠로 끝나서는 안 된다. Digestive VR을 먼저 체험하고 Anatomy VR로 개념을 정리하는 순차적 설계는 학습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효과를 높일 것이다. 동시에, 기기 조작의 어려움이나 VR 멀미와 같은 현실적인 제약을 해결하려는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Digestive VR은 본인이 직접 개발한 만큼, Anatomy VR의 장점을 흡수해 다양한 몸의 기관을 소개하고, 외부 시점과 내부 시점을 오가며 인체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더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인체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이번 VR 수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보이지 않던 인체 내부를 스스로 탐험하고 기능을 체험하게 한 경험 중심 수업이었다. 이 경험은 학생들이 과학을 이해함과 동시에 과학 속으로 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었고, 교실에서 XR 기술이 학습자 중심 수업을 실현하는 데 어떤 가능성을 지니는지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융합형 수업이 다양한 주제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최섭 = 현직 초등교사이자 XR메타버스교사협회 대표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VR·XR을 활용한 과학교육 콘텐츠 개발과 수업 혁신에 지속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VR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한 과학적 모형 구성 수업의 개발과 효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유니티 기반 VR 콘텐츠 개발, 생물 수업 적용 방안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ICER 국제학회, KELS 학회 등을 통해 글로벌 과학교육 커뮤니티와도 소통하였으며, 성북 강북 에듀테크 선도단, 수업 전성기 교사, 배움의 공동체 운영진 등 현장 중심의 실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AI 교육 이슈리포트 기고, 수업자료 공유, AI, VR 교사 연수 등 다양한 전문가 활동을 통해 과학 수업의 질적 개선과 과학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더에듀 |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들으며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차올랐다. 대한민국 교육은 오랜 시간 변화를 갈망해 왔다. 과거 민주 정부는 교육 불평등 해소와 경쟁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약속했고, 국민은 그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교육 현장 경쟁은 더욱 심화하였고, 사교육 시장은 팽창을 거듭하며 우리 아이들을 옥죄는 현실은 점점 더 가중되었다. ‘민주 정부의 교육 공약조차도 그냥 선거용일 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를 들으며,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란을 극복하고 들어선, 진짜 대한민국을 약속한 ‘일 잘하는 이재명 민주 정부’이기에 그렇다. 과거 민주 정부의 한계, 반복된 아쉬움 기대가 컸던 노무현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 서열화 해소’를 주요 교육 과제로 내세웠다.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등 입시 제도 변화를 통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복잡해진 입시 전형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고, 특목고·자사고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면서 교육 양극화는 심화하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입 공정성 강화’를 약속하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의 정책을 추진했지만, 잦은 입시 정책 변화는 혼란을 초래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 속에 더욱 사교육에 매달리게 되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수업의 장기화는 학습 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과거 민주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으며, 경쟁 교육과 사교육 심화라는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그 결과, 사교육비는 폭증했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8조 1000억 원 대비 무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여 2023년에는 43만 4000원에 달했다. 사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현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은 악화일로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초·중·고 학생의 우울감 경험률은 27.5%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8년 24.3% 대비 증가한 수치다. 또한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수년째 ‘고의적 자해(자살)’가 차지하고 있으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대 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은 5.6명으로, 전년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극심한 입시 경쟁은 우리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교권 침해도 심각하다. 교육부의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교권 침해 심의 건수는 3035건으로 전년 대비 1000건 이상 급증했다.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와 교육 활동에 대한 좌절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처럼 지난 정부들의 교육 정책은 경쟁 교육과 사교육 심화라는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 부족,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는 졸속 추진, 입시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한계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진짜 교육의 시작: '교사 정치 기본권 보장'을 통한 교육 혁신 이제 이재명 정부에게 진정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교육 정책을 펼칠 기회가 주어졌다. 필자는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교육 공약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진짜 교육’, K-교육으로 실현되길 강하게 요청한다. 경쟁적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 함양을 위해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확대하고,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취약 계층 학생 지원을 강화하고 교사 역량 및 처우 개선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현재 학교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늘봄 정책과 고교학점제처럼,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정책들은 충분한 인력과 예산 확보, 그리고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러한 우리 교육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교육 현장의 전문가, 즉 교사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유·초·중등 교육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그 해결 방안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현장 교사들이다. 매일 학생들과 호흡하는 교사들은 누구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공무원 신분인 교사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 가입 및 활동의 자유 등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 심지어는 유·초·중등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 선거에서조차, 교수들과 달리 퇴직해야 도전할 수 있고, ‘좋아요’조차 누르지 못하는 정치적 천민 신세이다. 이러한 교사의 정치 기본권 제한은 교육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에 그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교사들의 정치 기본권 보장은 단순히 교사 개인의 권리 신장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교육 정책의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의 현실성을 확보하며,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교육 전문가로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교육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며, 필요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교육개혁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스승의 날에 대선 공약으로 ‘근무 시간 외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는 교사들의 정치 기본권 보장을 통해 교사들이 교육 문제 해결의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실질적 교육개혁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물론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 교육을 향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강력한 추진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소년공 출신의 일 잘하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래서 그 약속을 믿는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교육 공약이 탁상공론이 아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진짜 교육’으로 현실화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며,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미래가 열리길 희망한다. “학생이 주인인 교육, 학생이 행복한 교육, 진짜 대한민국에서 미래 세대가 진짜 교육 속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인덕과기고, 부산관광고, 영남공고, 영종국제물류고, 대전생활과학고, 경기자동차과학고, 청주공고, 서산공고, 수소에너지고, 경북기계금속고.” 교육부가 5년간 최대 45억원을 지원하는 10개 협약형 특성화고등학교를 선정해 4일 발표했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역‧국가에 필요한 특수 산업분야, 지역 기반 산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자체-교육청-지역 기업-특성화고등학교 등이 협약을 통해 연합체를 구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는 특성화고등학교이다. 지역 정주형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해 신규 도입되었으며, 2024년 5월에 10개교가 선정된 바 있다. 2025 협약형 특성화고 공모에는 15개 지역에서 총 37개 연합체가 참여했으며, 교육부는 산업 및 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협약형 선정심사위원회의 서면대면 평가를 거쳐 최종 10개 지역 10개교가 선정됐다. 교육부는 선정된 10개교에 올 하반기부터 학교 혁신을 위한 학과 개편, 교원 연수, 교육과정 개발 등을 위한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또 지역 발전을 이끄는 우수한 선도모델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자문과 성과관리를 함께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학교별로 1대 1 자문단을 구성해 연합체 내 주체 간 협력모델을 더욱 체계화하고 각 학교에서 필요한 사항을 발굴·지원할 예정이다.
더에듀ㅣ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시공간이든 덩그러니 혼자 놓이고 나면, 비로소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때론 그간 묵혀왔던 복잡미묘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당혹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잔잔하게 사그라들곤 한다. 차분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변화에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까칠한 성격 탓에, 내 안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렁이고 또 일렁인다. 하지만 마흔여섯 살이란, 나이는 허투루 먹은 게 아니다. 감정의 물결이 세차게 몰아칠 때, 차분해지는 내 나름의 방법을 이제는 터득했기 때문이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 그렇지만 현실은 여섯 명이 복작거리는 대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일을 하다 보니 혼자의 시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전혀 문제 될 건 없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공간에서도 무언가에 몰입하면 된다. 그러면 금세 혼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래도 혼자의 제일인 순간은 그림 앞에 서는 일이다. ‘나와 작품, 작품 그 너머의 세상으로 빠져드는 일.’ 비까지 내려주면 금상첨화겠지만, 가끔 세상살이에 지칠 때 혼자 미술관에 가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한다.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강렬한 색채에 압도되어 소름이 돋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이때, 볼을 타고 흐르는 물길은 치유의 길이다. 지난날, 행복했던 유년 시절이 떠올라 생글거리다가도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뛰기도 한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나를 발견하기 위해 미술관에 간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출발했는데도, 청주에서 강릉은 멀고도 멀다. 처음 한 시간은 그저 혼자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들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하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고등학교 때 즐겨 듣던 가요부터 연애 시절 자주 불렀던 노래까지, 추억에 젖어 흥얼거렸다. 중간에 걸려 오는 전화에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고속도로 운전 중입니다”라고 재빨리 마무리한 뒤 혼자임을 만끽했다. 그런데 두 시간이 넘어가자 앞에 사고가 났는지, 진척 없는 차들의 움직임에 다리도 쑤시고 온몸이 비틀린다. 세 번의 휴게소를 들러, 3시간 40분 만에 도착한 강릉. 2시 행사인데 점심 먹을 시간이 애매하다. 다른 직원들은 먼저 출발해 식사했을 텐데 말이다. 혼자 그림 보는 일은 더없이 좋지만, 아직 타지에서 밥을 혼자 먹는 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강릉시립미술관’ 안내 표지판. 배 속에 뭘 채워 넣는 것보다, 그림 앞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오 맙소사! 개관 특별 전시로 김환기 작가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뉴욕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전 정보 없이 찾아간 곳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모던한 화이트 톤에 깔끔한 디자인, 강릉의 솔 향기와 경포대가 한눈에 보일 것만 같은 탁 트인 개방감. 갑자기 강릉이 부러웠다. 번듯한 도립미술관 하나 없는 내 고향 청주가 생각나서... 작품을 몹시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허용하지 않아, 들뜬 마음을 엄한 셀카 찍기로 달랬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꽃의 개념이 생기기 전, 꽃이란 이름이 있기 전을 생각해 보다. 막연한 추상일 뿐이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두 시 행사만 아니라면 한없이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하늘과 바다, 우주 속에 수많은 점을 담은 그의 그림에 푹 빠져 헤엄치고 싶었다. 코발트블루와 꽃잎처럼 예쁜 빨강, 규칙적인 것 같지만 자유를 닮은 그의 그림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내겐 시간이 얼마 없다. 서둘러 1·2·3 전시관을 보고, 아트숍에서 김환기 작가 작품을 담은 장우산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책을 샀다. 집이 아닌 다른 도시의 숙소에서, 나 홀로 김환기를 글로 만나는 일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림을 잘 알진 못하지만 그림 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김환기의 정신을 마음에 담고 살기로 했다. 늘 세상을 물색하며,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난 일을 하며 사는 일. 요 다음은 또 무엇이라고 쓸지 나 스스로도 모를 일이나, 그림 이외에 또 다른 재미남직한 새로운 대상을 내가 발견하는 날까지는 죽으나 사나 그림을 할 것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되나, 현재 나는 그림을 하면서도 늘 세상을 물색하는 내 마음의 오입을 어찌할 수 없다. 사실, 정직하게 고백하는 아름다운 감정이 나에게도 있으니 말이지, 내게 있어 그림보다 더 재미난 일이 발견되는 때는 당장에 그림 생활을 온통 그대로 놓아두고 발견된 새로운 대상으로 바꾸어 가지려 한다. 이러고 보니, 내 생활이 내일은 어떠한 곳으로 달음질칠지 가히 모를 일 아닌가.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 p.26 / 환기재단》
더에듀 AI 기자 | 지난 3일 미국 언론사 Education Week는 미국 교육 현장에서 ‘수학 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 현장 반응을 살피며, 본질적 논쟁이 다시 불 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각 주의 교육청과 교사 커뮤니티에서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이다. 수십 년 동안 주로 계산 능력과 알고리즘 암기 위주로 구성된 수학 교육에 맞서 이제는 학생들이 수학적 원리와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하게끔 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 교육자들 역시 기존의 ‘공식 중심’ 교육이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제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통합교육구의 수학 코디네이터인 제이미 스티븐슨(Jamie Stevenson)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이렇게 풀어라’라고 가르치는 데 그쳤다”며 “그들은 ‘왜 그렇게 푸는지’를 알아야 한다. 수학은 기계적인 계산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의 언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커리큘럼 가이드라인에서 ‘개념 기반 수업’과 ‘협동 문제해결 활동’ 비중을 높였다. 또한 여러 고등학교에서는 공식 암기보다 실생활 사례에 기반한 수학 수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런 수업 방식이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엘리사 김(Elisa Kim)은 “예전에는 문제 푸는 법만 외우면 됐는데, 요즘 수업은 ‘왜 그렇게 푸는지’를 계속 물어봐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며 “하지만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수학이 좀 더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교육 방식 전환에 대한 반론도 있다. 뉴욕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제럴드 윌리엄스(Gerald Williams)는 “수학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본이 약해서”라며 “공식은 마치 도구 상자 속의 연장 같은 것이며, 반복 학습을 통해 체화시켜야 문제 해결 능력도 생긴다”고 반박했다. # 이 기사는 Article Writer를 활용해 작성했으며 지성배 편집국장의 감수를 거쳤습니다.
더에듀 김승호 객원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오늘(4일) 실시된 6월 모의평가(모평)에서 국어와 수학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대 변수로는 N수생 규모가 꼽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6월 모평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 6월 모평에 비해 쉽게 출제됐다”면서도 “본수능과 비교할 경우 국어와 수학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영어는 쉽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 모평은 국어 ‘언어와 매체’ 영역에서 1등급 원점수 84점, ‘화법과 작문’은 86점으로 매우 높은 난도로 출제됐으며, 수학에서도 미적분은 1등급 80점, 기하는 82점, 확률과 통계는 87점이었다. 반면 본수능에서는 난이도가 조정돼 언어와 매체 1등급은 92점, 확률과 통계는 94점으로 상승했다. 영어의 경우도 지난해 6월 모평에서 1등급 비율이 1.47%에 불과했으나, 본수능에서는 6.22%로 크게 상승했다. 종로학원은 이번 6월 모평에서는 이보다도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국수영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돼 수능 역시 큰 난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N수생 유입 규모 등이 최대 변수로 지목됐다. 임 대표는 “2026학년도 수능은 N수생과 재도전생 증가, 고3 학생 수 증가, 탐구 과목 선택 인원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실제 수능 난이도와 결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6월 모평 응시자 중 N수생은 2011학년도 이후 최대 규모였으며, 본수능에서는 지금보다 약 9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보다 고3 학생 수는 약 4만 7000명 늘었고, 사회탐구 과목 선택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편, 2024학년도 9월 모평 이후부터 킬러문항 배제 출제 기조는 이번 6월 모평에서도 유지됐다. 수험생들은 이러한 기조와 각 과목별 난이도 흐름을 참고해 향후 학습 전략 조정에 만전을 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에듀ㅣ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요즘 애들은 지적을 못 견딥니다.” “기분 나빠할까 봐 뭐라 하기도 힘들어요.”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칭찬에는 환호하지만, 충고엔 등 돌리는 아이들. 토론 시간엔 반론을 비난으로 착각하고, 조언은 잔소리로 여기기 일쑤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다름’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부족하고, ‘지적’을 감정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조선 후기 학자 유중교 선생이 남긴 ‘성재집’의 글귀는 새삼스레 큰 울림을 준다. 그는 남이 내 잘못을 말해 줄 때, 오히려 세 가지를 ‘기뻐해야 할 일’이라 했다. 삼가희(三可喜), 곧 ‘세 가지나 기쁜 일’이라는 뜻이다. 첫째, “내가 나의 잘못을 알게 되어 고칠 수 있으니 기쁘다.” 요즘 청소년들은 비판에 예민하지만, 자기 성찰에는 서툴다. 나를 객관화하는 능력은 타인의 말에서 출발한다. ‘아, 내가 그런 실수를 했구나’라는 자각은 곧 성장의 출발선이다. 청소년기에 타인의 지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은 인격의 기초를 닦는 밑거름이 된다. 둘째, “상대가 내 잘못을 덮지 않고 말해 주니 기쁘다.” 현대 사회는 갈등 회피의 문화가 만연하다. 친구 사이든 교사든 ‘불편한 말은 하지 말자’라는 암묵적 동의가 흐른다. 그러나 진짜 친구는 잘못을 눈감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진정한 협력과 소통을 배우려면, 비판을 감정의 적이 아닌 관계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 셋째, “상대가 나를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 보았으니 기쁘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 내게 조심스레 조언을 건넨다는 것은 내가 그 조언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의 표시다. 이는 ‘듣는 태도’가 곧 인격임을 말해 준다. 소통과 협력은 단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닌, 경청하고 수용하는 품성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삼가희’는 단순히 개인 수양을 넘어서 ‘관계의 예절’이자 ‘공동체의 도덕’이다. 충고는 공격이 아니라 관심이며, 지적은 배척이 아니라 배려이다. 청소년들이 이 진리를 배운다면, ‘불통’과 ‘단절’이라는 현대 교육의 그늘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지식이 아니라 관계를 가르치는 일이다. 잘 듣는 아이가 잘 말하고, 잘 받아들이는 아이가 잘 성장한다.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지적을 견디는 힘’이 아니라, ‘지적을 감사하는 마음’ 아닐까?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