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최근 중앙일보(2025.10.29.)에 의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의 조사 결과는 고교 수학 시험이 과연 ‘공교육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재고(再考)하게 만든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유력 16개 고교의 고1 1학기 중간고사 수학 시험에서 출제된 370문항 중 68문항(약 18.4%)이 현행 고교 교육과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일부 학교의 문제를 넘어, 수학 내신시험이 어떻게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지 우리 교육체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교육과정 밖 문항 출제의 실태 사걱세가 분석한 전국 16개교 중 어느 한 곳도 예외 없이 수학 시험에서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을 포함했다. 특히 입시 실적이 뛰어난 고교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고, 서울 강남·서초 지역 4곳에서는 평균 17.7%였던 반면, 사교육이 덜 과열된 구로·금천구 지역 4곳은 11.8%였다. 이 통계는 단순히 몇 문제가 잘못 나왔다는 수준이 아니다. 교육과정이 정하고 있는 ‘공통수학Ⅰ·Ⅱ’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무시한 문항이 학교 내신시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대학입시 단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예컨대 2023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에서 문항 46개 중 8개(17.4%)가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왔고, 대학별 논·구술에서도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13.8% 출제됐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흐름이 지금 고1 내신시험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출제 난도·내용이 ‘고교 교과수업으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을 훌쩍 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왜 ‘고교 수학 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는가 첫째, 학교 시험에 교육과정 밖 내용이 포함된다는 것은 학교 수업·교과서 진도만으로는 준비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즉, 학생들은 학교 외 시간에 추가적인 학습을 해야만 해당 시험에 대비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과외·학원 등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게 만든다. 둘째, 특히 ‘입시 실적이 좋은 고교’나 ‘사교육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학교 시험 자체가 경쟁력 보여주기용으로 ‘더 어려운’, ‘선행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심을 키운다. 사걱세는 이 대목에서 “사교육 과열 지구, 의대·서울대 진학 상위 고교일수록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내신 시험 잘 보면 대학 진학이 수월하다’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학교가 이러한 기대에 맞추어 시험을 출제하면, 학생·학부모로서는 ‘학교 내신에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교육 선택이 주된 전략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셋째, 교육과정 밖의 질문은 곧 ‘누가 먼저 배우고 익혔느냐’가 중요해진다. 이것은 ‘선행학습’ 문화로 연결된다. 이미 대학 수능 평가 단계에서도 ‘선행학습’을 옹호하듯이 “공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고교 내신에서 출제 난도가 교육과정 범위를 넘으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사교육 과외 시장에서 유리한 콘텐츠를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교육 현장과 정책에 던지는 물음 이런 상황에서 이제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우선 학교 내신시험의 출제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교사가 자유롭게 난도·범위를 정해 왔다면, 그것은 학교 자율이 아니라 책임 회피가 될 수 있다.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현실은 ‘관행대로’, ‘기출 따라’ 출제하는 학교가 많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교육청·교육부는 내신 평가에서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준수 여부를 얼마나 엄격히 관리·감독하고 있는가? 매번 중간, 기말 이후 선행학습 점검 실태로 문서로 보고하고 있지만 이는 관리의 영역 밖에서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걱세는 “시도교육청은 내신시험의 교육과정 준수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서 ‘난도’ 제고와 ‘변별력’ 확보라는 출제 목표가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실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본래 내신시험은 학생이 그 학년·학기 동안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습득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제여야 한다. 그러나 그 목표를 넘어서 ‘학교 경쟁력 과시’ 혹은 ‘입시 대비용 예고’로 작동한다면, 평가가 교육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내신시험이 본래 기능을 되찾기 위해 첫째, 학교 시험 출제 시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준수한 문항만을 출제할 수 있도록 ‘출제지침’을 강화해야 한다. 사걱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둘째, 출제 전·후 검토위원회를 운영해 문항이 교육과정 범위·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는지 제3자가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대입 수능에서도 이러한 검토 과정이 문제 제기된 바 있다. 셋째, 학교·교사도 시험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이번 시험의 범위는 여기까지다’라는 명확한 안내를 하고, 수업 중에 대비 가능한 유형·난도를 제시해야 한다. 시험이 예측 불가능하거나 ‘기출을 벗어났다’는 인식이 늘어난다면 불안감은 학생·학부모로부터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넷째, 교육과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고난도·선행 내용’이 시험에 포함된다면, 그것은 곧 공교육만으로는 준비할 수 없는 시험이라는 신호가 된다. 결국 사교육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다. 이 구조를 극복하려면 시험이 학생의 ‘학습점검’이 아니라 ‘경쟁시험’으로 기능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학교 시험, 학습의 마무리이자 성장의 점검이 되도록 ‘내신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주장은 다소 강한 표현일 수 있지만, 현실이 그렇게 흐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안전지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지대이기도 하다는 역설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배우고 평가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만약 시험이 불명확한 출제 범위, 예측 불가능한 난도로 구성된다면, 학생은 두 길밖에 남지 않는다. 하나는 ‘무리하게 스스로 감내하고 나가려는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의 힘(사교육)을 빌리는 선택’이다. 후자는 결국 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게 된다. 내신시험이 교육의 일부가 아니라 입시로의 디딤돌로 변질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마주해야 한다. 공교육이 학생을 성장시키는 공간이라면, 그 기제인 시험도 공정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시험이 난도를 이유로, 경쟁력을 이유로 ‘더 어렵게’ 나간다면, 그것은 학생을 위한 평가가 아니라 학생에게 큰 부담이자 짐이 된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학교 시험이 다시 학생을 위한 학습의 마무리이자 성장의 점검으로 자리 잡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학교 시험이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을 부추기는 구조에서 공교육 중심으로 철저하게 돌아와야 한다. 그 길이야말로 교육이 제자리를 찾는 길이자, 학생 모두에게 공정하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더에듀 |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취임 후 던진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화두는, 현재 고교 교육의 핵심인 고교학점제가 겪는 ‘제도적 비극’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학생 성장’을 지향하는 학점제가 ‘줄 세우기’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5등급 상대평가 대입 체제에 포획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과 좌절에 빠져 있습니다. 이 혼란의 근본 원인이 고교학점제 설계 당시 고교 체제 개편(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가 충분한 숙의나 공론화 없이 상대평가 중심의 대입 제도를 밀어붙인 데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정부 탓만 할 때가 아닙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강조하며, 정책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 앞에, 이재명 정부는 이 혼돈을 수습하고 미래 교육의 기반을 다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가슴 졸이는 고교생들을 위한 ‘고교학점제 보완’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반쪽짜리’ 학점제의 비극: 대안 없는 5등급제는 죄악이다 고교학점제는 본질적으로 학생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도를 절대평가로 인정받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현행 내신 5등급 상대평가는 이 시스템을 철저히 교란합니다. 우선 ‘쉬운 과목 쏠림’ 현상입니다. 심화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심화 학습 대신 ‘상대적으로 등급 따기 쉬운’ 과목으로 몰립니다. 소수 학생만 듣는 심화·특성화 과목은 개설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개설되더라도 학생들이 등급 경쟁의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 외면하는 ‘선택권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퇴 러시와 낙인 또한 문제입니다. 내신 경쟁이 고교 1학년 때부터 극심해지면서,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자퇴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최소 성취 수준에 미달한 학생들은 ‘미이수’라는 교육적 낙인에 시달리며 학습 동기를 잃고 있습니다. 학교 간 격차 심화도 심각합니다.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는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 이는 ‘내신 유불리’로 직결되어,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는커녕 지역 및 학교 간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혼란은 ‘내신 절대평가’라는 전제가 무너진 채 학점제를 도입한 정책 비정합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교육 혼란을 끝낼 ‘정책 정합성’ 복원 로드맵 현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제라도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정책 정합성’을 복원해야 합니다. 최교진 장관의 발언을 ‘개인 입장’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국가 교육 개혁의 공식 의제로 승격시켜야 합니다. 우선 대입 제도의 ‘큰 틀’로 수능·내신의 전면 절대평가 선언해야 합니다. 가장 빠른 적용 시나리오인 2032학년도(현재 초등 6학년) 대입 개편안에 ‘수능 및 내신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하는 것을 국가교육위원회의 공식 논의 의제로 상정하고, 조속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또 수능을 ‘경쟁 시험’이 아닌 ‘대학 수학능력 확인을 위한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교 교육 현장의 무의미한 ‘수능 대비용 수업’을 근절하고, 고교학점제의 다양한 수업 운영을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절대평가 ‘신뢰성 확보’를 위한 외부 개입 강화도 필요합니다. 절대평가 전환의 최대 위험 요소인 ‘내신 부풀리기’와 ‘학교 간 편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객관적 보정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외부 기관 협력 평가 도입을 제안합니다. 장기적으로 서·논술형 평가 등 주관식 평가의 문항 출제와 채점 기준을 국가 또는 광역 단위의 전문 기관이 일정 부분 담당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학교 내 평가의 객관성을 보완하고, 고교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서·논술 역량을 기르는 수업을 활성화할 것입니다. 학생부 기록의 구체화 또한 필요합니다. 변별력이 낮아지는 성적 대신, 학생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에 기록되는 학생의 과목별 성취 과정, 노력, 태도가 실질적인 대입 전형 자료가 될 수 있도록 기록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고,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도 긴급히 확보해야 합니다. 교원 부족, 시설 미비 등 학점제의 현실적인 운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적정 교원 정원 긴급 확보가 필요합니다. 고교학점제 필수 과목 운영을 위한 교원 정원을 즉각적으로 확보하고, 특히 심화·소인수 과목 담당을 위한 강사 인력 풀을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 최소 성취 수준 지도 부담 완화해야 합니다. ‘미이수’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의 방식과 출결 및 학생부 기재 방식을 교육적 관점에서 재검토하여 교사와 학생의 업무 부담과 심리적 압박을 완화해야 합니다. 교육 정책은 ‘실험’이 아닌 ‘미래를 향한 투자’입니다.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의 미스매치’라는 혼란은,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 신뢰, 그리고 숙의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최교진 장관은 ‘고교생들의 가슴 졸임’을 최우선으로 두고, 구조적이고 대안적인 개혁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전북 지역 교원단체들이 전북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유아에게 돌아갈 돈을 빼앗았다”고 지적한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의 발언이 왜곡이라며 즉시 철회와 사과를 요청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전북교육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전북교육청의 사립유치원 무상교육비 조정을 두고 “유아에게 돌아갈 돈을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내려보낸 사립유치원 만 5세 무상교육비 11만원에서 시작된다. 전북교육청은 기존에 만 5세 사립유치원 지원비로 21만 5000원을 내려보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 11만원을 합하면 31만 5000원이 되지만, 전북교육청은 지원금 총액을 25만 5000원으로 정하고 추진했다. 즉 정부 지원금 중 4만원을 반영하고 7만원은 반영하지 않은 것. 문 의원은 “전북교육청은 미쳤다”며 “대통령께서 없는 돈에 국채 발행해서 아이들 교육 잘 하라고 11만원 추가로 지원했는데, 그걸 시도교육청이 잘라 먹겠다는 것이다.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전북지역 교원단체들이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원 발언에 유감을 표하며 즉시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와 교육청에 원칙에 따라 교육재정 집행을 요구했다. 오준영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전북교총) 회장은 “유아학비 11만원 증액으로 전북의 사립유치원은 기존에 받던 무상교육비를 합해 표준유아교육비 60만원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에 전북교육청은 무상교육비 16만 5000원 중 7만원을 조정해 표준유아교육비 수준으로 맞추는 예산 조정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추가 지원한 11만원을 그대로 적용하면 표준유아교육비를 넘어서게 돼 그에 맞춘 조치라는 것. 오 회장은 “단순 삭감이 아니라 예산 중복 지급 문제를 바로잡는 행정조치였다”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무상교육비를 1월도 지원받지 않는 공립유치원과 최소한의 형평성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 독단적 판단이 아닌 전북교총과 전북교사노조를 비록한 교원단체들과 유치원 교원들이 함께 협의하고 논의한 결과”라며 “공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많은 학부모는 공립유치원은 다 지원해 주는데, 사립은 공립이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오해한다”며 “졸업앨범비나 방과후특성화비는 공사립 가리지 않고 전부 지원 대상이다. 사립유치원이 이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면 그것이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교육청은 지난 3년간 약 46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실현에 투입했다”며 “그러나 사립유치원 10곳은 단 한 차례도 점검을 받지 않았고, 나머지 100여곳도 단 한 번의 형식적 점검에 그쳤다. 투명하지 않은 재정은 유아교육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정복 의원에게 사실 왜곡 발언 즉시 철회 및 폭언에 사과할 것 ▲정부와 교육청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원칙에 따라 교육재정을 집행할 것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감사 강화 대책을 즉시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북유아교육연대가 진행했으며, 연대에는 전북교총과 전북교사노조, 전북국공립유치원연합회, 전북유아교육행정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현직 공립유치원 교사 80여명도 함께 했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경주 문화중학교가 에듀테크 기업 튜링의 ‘수학대왕’을 전교생 대상 AI 코스웨어로 도입·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높은 만족을 얻고 있다. 수학대왕은 AI 수학 학습 플랫폼으로 개인별 학습 수준 진단부터 맞춤형 학습까지 통합 제공하고 있으며, 문화중에 ‘지능형 수학교실’을 구현했다. 이에 문화중은 9월 한 달을 AI 코스웨어 활용 집중기간으로 운영하며, AI 코스웨어를 일회성 도입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학습 문화로 정착시켰다. 우선 ‘AI 성장 챌린지’를 개최해, 학생들이 수학대왕 학습 리포트의 성장 그래프를 통해 전월 대비 학업 성취도를 확인하도록 했다. 상위권뿐만 아니라 하위권 학생도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성장 인증 배지’를 수여해 자기주도적 학습 동기를 높였다. 또 문화중은 ‘AI와 함께 푸는 수학탐구의 날’을 운영해 학년별 협동 학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팀별로 수학대왕 AI가 추천한 심화 문제를 해결하고 풀이 과정을 공유했으며, 실시간 AI 분석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참여형 수업을 경험했다. 교사들은 수학대왕 분석 리포트가 제공한 학생별 오답 패턴과 개념 분석을 바탕으로, ‘소그룹 맞춤형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피타고라스 정리 단원에서 높은 오답률을 보인 문제 유형을 중심으로 ‘AI가 알려주는 약점보완 수업’을 운영했다. 이 같은 수업에 학생들은 “틀린 이유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니 이해가 훨씬 빨라졌다”며 만족해했다. 튜링은 수학대왕 도입 학교를 대상으로 운영 결과를 평가하고 있다. 문화중은 이 평가에서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단순한 문제풀이 실적이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꾸준한 학습 그리고 AI 피드백을 반영한 교사들의 수업 설계가 종합된 결과로 평가된다. 문화중 A교사는 “AI코스웨어 활용 수업은 기존의 설명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질문하는 구조로 변화했다”며 “AI를 통한 즉각적인 학습 피드백으로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학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수학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수학 흥미도는 43.5%에서 66.2%로 크게 향상됐다. 특히 “AI가 나의 약점을 알려줘서 복습이 쉬워졌다”, “문제를 틀려도 다시 도전하고 싶어진다” 등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문화중은 수학대왕 운영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학생별 성장 보고서와 맞춤형 학습 피드백 카드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후 학부모에게 공유해 학교와 가정 간 학습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경주 관내 학교들과의 수학나눔 네트워크를 통해 AI기반 수업 혁신 모델을 확산할 방침이다. 최성환 문화중 교장은 “AI코스웨어는 단순히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이 수학의 즐거움과 유용성을 깨닫는 여정의 동반자”라며 “AI를 통한 맞춤형 학습이 학생들의 사고력과 성취감을 함께 키우는 새로운 학습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에듀 | 올해 고1 대상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 인식 속에 몇몇 대책을 내놨지만, 이 또한 논란에 빠지면서 가야 할 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맞아 고교학점제에 대한 집중 검증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에 <더에듀>는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피면서 교사들의 주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선생님, ‘기후변화와 환경생태’랑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는 무슨 차이에요?” “선생님, 2학년 선택과목이 56개나 돼요. 그중에 10개를 고르라는데... 진로도 아직 모르겠어요.” 과목 선택을 앞두고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교사들은 하루 일과 전후의 시간을 쪼개 상담하며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지만 학기마다 달라지는 과목 편제와 상대평가 속에서 어떤 과목이 아이에게 적합할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중심 제도’라고 한다.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고, 학교·공동·온라인 교육과정 등 다양한 경로로 배움을 이어가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학생’은 매우 이상적인 존재이다. 자기 이해가 높고, 입시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학업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한 과목을 통해 학력을 향상하려는 의지와 책임감을 지닌 학생이다. 또한 안정된 가정과 주거 환경 속에서 학교 이동 없이 계획한 과정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입시의 유불리 앞에서 ‘하고 싶은 공부’보다 ‘점수가 유리한 과목’을 골라야 하는 현실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아이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 많은 아이는 고1에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지를 경험하고 탐색할 기회조차 없다. 한 학생이 찾아왔다. “선생님, 저는 간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요, 생명과학을 들어보니까 너무 어렵고 의료계열이 저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근데 지금 과목을 바꾸면 학생부가 다 꼬인대요. 자퇴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다른 학생의 이야기도 있다. “선생님, 저는 공부를 잘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도 학교 오는 것이 좋았는데, 자꾸 최성보에 걸려서, 학교를 그만 다녀야 하나 싶어요.” 이 아이의 엄마는 오랫동안 편찮으셨고, 아빠는 늘 늦게 귀가했다. 어릴 적부터 동생들 밥을 챙기고, 청소기를 돌리고, 가끔은 부모 대신 동생들 학교의 연락도 받았다.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쌓이며 학습 결손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늘 주눅 들어 있었지만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였는데, 고교학점제 안에서 이런 학생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진로를 정하라”, “과목을 선택하라”, “책임을 져라”라며, 제도는 쉼 없이 선택과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라’는 말은 자율이 아니라 폭력이다. 특히 ‘최성보 대상자’라는 낙인으로 아이들은 더 자신감을 잃고 학교 내에서 설 곳을 잃는다. 결국 학교가 품어야 할 아이들이 학교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정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그 가정은 현실의 복잡한 삶과 불균등한 여건을 외면한 채, 가장 이상적이고 평탄한 학생만을 중심에 둔다. 다양한 아이들의 상황과 사정은 고려되지 않은 채, 제도는 오직 평균적이고 모범적인 학생상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그 결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어려움과 소외는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서적 어려움 등으로 그저 학교에 꾸준히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학생도 있다. 가정 사정으로 잦은 이사와 전학을 반복해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에게 똑같이 선택과 책임을 요구할 수 있을까? '역학과 에너지, 물질과 에너지, 지구 시스템과학, 역사로 탐구하는 현대세계, 과학의 역사와 문화, 인문학적 감성과 역사 이해,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이름 조차 외우기 힘든 과목들 속에서 학생들은 또 혼란하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는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이상적인 학생’과 ‘현실의 학생’의 간극은 더 넓어진다. 학교 안에서는 담임과 진로교사가 상담을 이어가고, 교육부는 진로·학업 설계 집중 상담 서비스를 마련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이 틈을 타 고액 진로 컨설팅과 과목 선택 전략 서비스가 성행하고, 돈을 주고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결국 제도가 내세운 ‘선택의 자유’는 또 다른 형태의 격차와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다양하고 복잡한 경로를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그 복잡함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불안이며, 기회가 아니라 배제일 수 있다. 진정한 ‘학생 중심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기초에 있다. 특히 교육적 자원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편향된 선택보다 기초기본 소양이 더 절실하다.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능력,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 등이 먼저 길러져야 비로소 진로를 향한 선택도 가능해진다. 다양한 선택지만 잔뜩 늘어놓고 그것을 자유라 부르지 말자. 교육의 역할은 아이들이 앞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진짜 힘을 길러주는 일이어야 한다. # 더에듀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칼럼을 받고 있습니다. 보내주시면 정성껏 싣겠습니다.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커피에 대한 농담 좀 들려줘.” 같은 질문을 ChatGPT에게 다섯 번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거의 비슷한 농담이 반복된다. “커피가 왜 경찰에 신고했을까요? 누군가 그걸 머그했거든요(mugged)!” 마치 녹음된 메시지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인공지능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답변을 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왜 비슷한 농담만 반복하는 걸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기계가 인간처럼 말하게 된 걸까? 기계가 언어를 배우는 방법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답변하는 비밀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있다. 이 모델들은 인터넷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며 언어의 패턴을 익힌다. 책, 기사, 대화, 심지어 댓글까지. 수억 개의 문장을 읽으며 AI는 ‘이런 맥락에서는 이런 단어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패턴을 학습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패턴만 학습한 AI는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때로는 무례하거나 부적절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즉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이다. 수천 명의 사람이 AI의 답변을 평가하고, “이 답변은 좋아요”, “이 답변은 별로예요”라고 피드백을 준다. AI는 이를 통해 점차 인간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반응을 보며 말을 배우는 것처럼. 거울 효과: AI는 우리를 닮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최근 노스이스턴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의 공동 연구에서 밝혀진 ‘전형성 편향(typicality bias)’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낯선 답변보다 익숙하고 전형적인 답변을 선호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들어본 적 있는’ 표현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그 결과 AI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답변보다는, 가장 흔하고 안전한 답변을 반복하도록 학습된다. 이것이 바로 ‘모드 붕괴(mode collapse)’ 현상이다. 비슷한 커피 농담을 다섯 번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AI는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너무 정확히 학습한 것뿐이다. 결국 AI가 인간처럼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AI는 거울이다. 우리의 언어 습관, 선호도, 심지어 편견까지도 반사한다. 질문이 답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질문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커피 농담 좀 들려줘” 대신 “커피 농담 5개를 각각의 확률과 함께 생성해줘”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 경우 AI의 답변 다양성이 1.6~2.1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를 ‘언어화 샘플링(verbalized sampling)’이라고 한다. AI에게 확률을 명시적으로 고려하도록 요청하면, 숨어있던 다양한 답변 가능성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별도의 재학습이나 기술적 조정 없이, 단지 프롬프트만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교실에서 시작하는 AI 교육 이제 교실로 돌아와 보자. 초등학교 교사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첫째,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숙제 대신 해줘”가 아니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단계로 생각해야 할까?”라고 물을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질문의 질이 답변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자. 같은 주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해 보고, 어떻게 답변이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둘째,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AI의 답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거짓 정보를 그럴싸하게 말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AI가 이렇게 말했는데, 이게 정말 맞을까?”,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해 볼까?”라고 묻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AI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무조건 믿어야 할 신뢰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자. 셋째, 창의성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패턴을 학습한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AI가 줄 수 없는 답”을 찾아보는 활동을 해보자. 예를 들어 “만약 중력이 반대로 작동한다면?”같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질문이나,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활동이 좋다. 넷째, AI 윤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다. “AI가 만든 그림을 내가 그렸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AI가 내 친구를 차별하는 말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정직성, 공정성,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결국 AI 교육의 핵심은 기술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갈 시대에 필요한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용기, 판단하는 지혜를 키워주는 것이다. AI는 거울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그 거울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는, 오늘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실에서 시작하는 작은 대화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이지혜= 서울 유현초등학교 보건교사이자 생활부장으로서 ‘인공지능·인문 융합 교육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건강과 성, 디지털 시민성의 교차점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돕는 교육을 고민하며, AI·에듀테크를 활용한 참여형 보건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메타버스 기반 성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인문·예술 보건교육과 성교육 등 다양한 미래형 수업을 설계하며 교육현장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더에듀 | 자유로운 교육이 이상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자율적으로 생각하게 하며, 억압하지 않고 통제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보된 교육’의 이름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계 없는 자유는 과연 진짜 자유일까? 요즘 아이들은 ‘자기 안의 욕구와 감정, 충동을 다스리는 법’보다 그것을 ‘표출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기분이 나쁘면 소리를 지르고, 싫으면 자리를 박차고, 불편하면 말을 끊는다. 그리고 누군가 그 행동을 지적하면 이렇게 말한다. “내 감정이에요.” “표현의 자유잖아요.” “나답게 사는 거예요.” 하지만 아이가 배워야 할 건 ‘자기표현’보다 ‘자기조절’이다. 그 조절은 ‘경계’를 인식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경계는 단순히 “하지 말라”는 금지선이 아니다. 여기까지가 나‘이’고, 저기부터 ‘타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존중이 시작된다. 경계가 사라지면 타인의 경계도 무시하게 된다. 결국 ‘내 마음대로 사는 삶’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삶’이 되고, 그런 아이는 사회 속에서 갈등을 만들며, 관계를 맺지 못하고, 외로움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경계를 가르치는 일, 그것이 훈육이다. “이 말은 해서는 안 돼.” “지금은 들어야 할 때야.” “상대가 아파한다면 멈춰야 해.” 이 단호한 말들이 아이의 마음에 단단한 테두리를 만든다. 그 테두리는 아이를 억누르기 위한 울타리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아이는 더 자유롭게 뛰고, 실수하며, 성장한다. 모든 운동장에는 라인이 있다. 골대에도, 코트에도, 심지어 무대 위에도. 라인이 없으면 경기도, 연기도, 공연도 성립되지 않는다. 교육도 그렇다. 경계 없는 자유는 무질서일 뿐이다. 질서 속의 자유만이 진짜 자유이며, 진짜 자율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능력은 ‘경계의 감각’이다. 그 감각이 아이를 존중하게 하고, 스스로를 조절하게 하며, 결국 품격 있는 인간으로 자라게 한다.
더에듀 | 한국은 자살률 1위라는 현실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회복의 힘을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도 품고 있다. <더에듀>는 고통의 시간을 지내고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안신영 큐어링랩 대표의 ‘상처에서 길을’ 연재를 통해 조용히 상처를 견디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의 고통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더불어 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회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얼마 전 인천시에 ‘외로움 부서’가 신설됐다. 영국에는 이미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있고, 일본에는 ‘고독·고립 대책 담당 총리’가 있다. 이제 외로움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다루어야 할 공중보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개인이 바라는 사회적 연결 수준과 실제로 경험하는 연결 간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고통스러운 감정 상태’라고 정의한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해받지 못할 때 생기는 결핍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가며 살아간다. 지하철의 군중 속에서도, 회사의 회의실 안에서도, 또 가족과도. 그러나 외로움을 느낀다.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가 외로움 해소 수단으로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관계 맺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접촉의 양이 늘어난다고 관계의 질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상적인 만남은 때로 서로의 편견을 강화한다. SNS에서 수백 명의 친구를 두고도, 단 한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의 외로움이다. 1954년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편견(The Nature of Prejudice)』에서 “피상적인 만남은 오히려 기존의 편견을 확인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밀도 있는 접촉만이 진정으로 편견을 줄이고 관계를 회복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참여자들이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은 대화가 아닌 지시가 되고, 공감이 아닌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 만남이 제도적·정치적으로 지지받아야 한다고 했다. 리더가 관계 회복을 방관하거나 갈등을 조장할 때, 그 접촉은 편견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은 분열을 낳는다고 말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이 만나는 사회’가 아니다. 서로를 깊게 바라보고, 경청하며,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사회이다. 외로움은 타인의 부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라질 때, 관계는 곧장 단절로 향한다. 외로움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회의 병이다. 이 병을 치유하는 길은 거창한 정책도, 수많은 만남도 아니다. 그저 내 앞의 한 사람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사람답게 연결하는 시작일지 모른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아 큰돈과 명예를 얻은 스티브 잡스는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스마트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했다고 한다. 14세까지는 아예 사용을 금지했고, 그 이후에도 사용 시간을 철저하게 제한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일 같지만, 빌 게이츠, 저커버그, 팀 쿡 등 미국 IT업계의 거물들은 모두 스마트기기와 SNS로부터 어린 자녀를 멀리 떨어뜨렸다.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스마트폰과 SNS로 막대한 돈을 버는 그들이 이러는 것일까? 아마도 단순한 교육철학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대를 가장 먼저 감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었고, 도구는 인간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간을 대체하고 종속하기 시작했다. 바로 스마트폰이 그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폐해를 주고 있다. 그럼 스마트폰(과 SNS)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중독의 늪 첫째, 중독성 문제이다. SNS의 숏폼 영상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어느덧 한두 시간이 흘러있는 경험은 대부분 있다. 사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극적인 영상에 지속해서 노출해 나도 모르게 자기 통제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KBS <기사기획 창>에서 했던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뇌와 마약 중독자 뇌는 90% 유사한 활성 패턴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도파민 회로 과잉 자극으로 중독성이 강화된다. 발달하지 않는 뇌 둘째, 전두엽 기능의 발달을 저해해 집중력과 자기 조절력을 상실하게 한다. 특히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아동・청소년기에 전두엽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만 자극하기에 전두엽의 발달을 방해한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숏폼이 등장하기 이전인 2004년 이용자들이 한 화면에 집중하는 평균 시간이 약 2분 30초였는데,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12년에는 집중 시간이 75초까지 낮아졌고, 숏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20년 무렵에는 47초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와 건강 셋째, 수면장애와 호르몬 교란으로 수많은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멜라토닌의 감소로 면역력도 떨어진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이다, 수면 클리닉의 환자는 2000년대 초 노인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 이제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여 거의 모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울증의 급격한 증가 넷째, 아동・청소년의 우울과 불안 등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아동 청소년기의 뇌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데, 이 시기에 스마트폰처럼 빠르게 전환되고 강한 이미지가 반복되면 뇌는 그 방식에 익숙해져서 감정을 머무르게 하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일상에서 쉽게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감소하고 공격성은 높아져 이에 따라 우울 수준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불안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연구 및 분석 결과를 보면, 201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기기 영향으로 십 대의 우울증과 불안 증세, 자해와 자살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자 청소년들의 경우에 이 증상이 두드러진다. 만남과 교류의 부재 다섯째. 아동기 경험의 부재로 인한 사회성 결여의 문제가 있다.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로, 현실 속 또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에 몰입한 아동은 실제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 놀이 시간이 줄어들어, ‘대면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조너선 하이트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본격적으로 재편되면서 사회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현실 세계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놀고, 갈등을 해결하고, 스스로 탐험하는 경험이 부족한 이러한 변화는 높은 불안과 낮은 회복탄력성, 자아존중감과 공감 능력의 하락 문제를 불러왔다. 현실보다 유해한 가상 세계 여섯째,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가상 세계의 유해성이다. 보통 부모들은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사회가 위험하다며 초등학교 고학년도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훨씬 더 위험한 것을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상 세계에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청소년이 19세 미만 영화를 보는 것이 오프라인에서는 철저히 금지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교실과 스마트폰의 아이러니 이렇게 나쁘다면 술, 담배처럼 ‘엄격한 제한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SNS는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이 없을 정도로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게다가 현재 학교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며 온갖 갈등을 빚지만, 한편으로는 AI 교육을 필두로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수거 문제는 인권 보장과 학습권 보장 사이에서 날선 공방이 되어왔다.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빠른 기기일까? 더 깊은 경험일까?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 교실은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더에듀 | 만약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 생명을 지켜줄 보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전문가인 보건교사가 교실수업에 나가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보건실이 비어가고 있다. 법의 왜곡된 해석과 행정 편의주의가 만든 ‘안전 공백’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더에듀>는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의 이야기를 통해 닫힌 보건실 문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무너진 학교 안전 시스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본다. 더 이상 2023년 대전에서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간다. 우리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정말 안전할까. 지난 2023년 대전의 한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수업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두통을 호소하던 학생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문제는 2024년 10월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 증언을 통해 공론화되었으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교육 당국은 실질적인 대책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보건수업 강요가 부른 예고된 인재(人災), 제2의 비극 막아야 필자는 대전 지역 보건교사로서 국정감사 참고인 발언을 통해, 현재 학교 응급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공백을 지적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보건교육 편성을 안내하고, 각 학교에서는 유일한 보건의료 전문인력인 보건교사에게 교실 수업을 강요하는 현실을 알고도 방관해온 구조적 문제가 비극의 근본 원인임을 공론화한 것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보건교육을 1개 학년 17차시 이상 편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보건교육은 안전·건강교육 내에 포함된 범교과 학습주제로, 관련 교과를 재구성하거나 교육활동 전반에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학교 현장에서 보건교사가 정규 교과수업을 맡는 관행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학교가 보건교육 17차시를 별도의 교과처럼 편성해 보건교사에게 교실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고교학점제 운영학교나 중·고등학교의 선택과목 편성 과정에서 보건과목을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본래 교과교사인 정교사가 담당해야 할 영역임에도, 여전히 보건교사에게 수업을 전담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학생 건강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임하지 못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학생의 건강권과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2023년 대전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 사건은 바로 이 문제의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난 참사이다. 당시 학생은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보건실을 방문했지만, 보건교사는 연속된 교실 수업이 예정되어 있어 장시간 보건실에 머무를 수 없었다. 학생의 상태를 잠시 확인한 보건교사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불가피하게 수업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대체인력에게 학생의 상태를 지켜봐 달라고 인계하고 교실로 향했다. 그러나 대체교사는 증상의 변화를 적절히 인지하지 못했고 학생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보건교사에 의한 신속한 의료적 판단과 응급처치가 지연되면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을 본래 있어야 할 보건실이 아닌 교실에 배치하고, 그 공백을 비전문 인력으로 메우려 한 잘못된 구조적 운영이 초래한 예고된 비극이었다. 땜질식 처방은 이제 그만...“보건교사는 보건실에 있어야” 사고 이후 대전교육청은 ‘학교 응급처치 대처역량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교육청의 대책은 보건교사가 수업에 들어간 사이 ‘보건실을 폐쇄하지 말고 대체인력을 두고 보건실을 관리하라’는 것인데, 이는 응급상황에서 책임의 부재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 교사나 지원인력은 응급상황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대체인력은 교실에서 수업 중인 보건교사를 호출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귀중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수업을 중단하고 달려온 보건교사 역시 초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적절한 중재를 하기 매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당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했을 때, “학교에 보건교사를 배치한 이유는 교실에서 수업을 시키기 위함이 아닐 것”이라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체계적인 보건교육이 수업의 형태로 필요하다면, 보건수업을 전담할 강사를 채용해 배치하면 될 일이다. 전문 의료인인 보건교사를 수업에 투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비전문인력으로 메우려는 발상은 학생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당시 대전교육감 또한 보건교육 강의를 위한 강사 채용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교육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부분은 없었다. 교육 당국의 즉각적인 조치 필요 학생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하는 교육은 없다. 대통령 또한 ‘어린이 안전에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국무회의를 통해 내린 바 있다. 교육 당국은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바로잡고, 보건교사가 본래의 배치 목적인 ‘학생 건강관리 및 응급대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건교사를 교실이 아닌 보건실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제2의 비극을 막고 학교 응급의료체계를 바로 세울 유일한 길이다. 지금이 바로 학교 응급의료체계의 공백을 바로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