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질문하는 수업을 만들다 중학교 역사 수업을 상상해 보자.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그려질까?’ 대부분 지루하고 무거운 분위기, 그리고 암기 위주의 강의식 수업을 상상할 것이다. 특히 교육과정상 한국사가 아니라 세계사를 먼저 배우는 학생들에게 역사라는 과목은 더욱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역사가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목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역사가 흥미롭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는 분명 호기심이 있지만, 이를 꺼낼 수 있는 질문의 기회가 부족하다. 친구들의 눈치를 보거나 ‘자신만 모르는 내용일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질문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안전하게 질문하도록 여러 시도를 했다. 서로를 비난하지 않겠다는 ‘존중의 약속’을 세우고, 익명으로 질문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도 운영했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 교실은 점차 질문이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질문이 변화시킨 수업 풍경 교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TV 화면에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문명의 발생과 고대 세계의 형성’이라는 단원명을 띄웠다. 그 순간,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 저 롯데월드에서 파라오의 분노 탔었는데, 파라오가 이집트 왕 맞죠?” “친구들이랑 카트OOO 게임 할 때 피라미드 맵을 자주 썼어요!” “유튜브에서 이집트 문명이 외계인 문명이라는 얘기를 봤는데, 진짜인가요?” 이처럼 다양한 학생들의 질문은 수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학생 개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질문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삶과 연계한 학습을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런데 수업에서 학생들의 질문이 점점 많아지면서, 교사가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 주기가 어렵고, 질문을 기록하는 일 또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AI를 활용한 수업을 시도하게 되었다. AI를 활용한 질문 수업 학생들이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선택한 AI 도구는 미주(Mizou)이다. 미주(Mizou)는 교육용 챗봇 서비스로, 교사가 학습시킨 챗봇에 QR코드로 학생들을 초대하면, 학생들은 챗봇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교사는 이 대화 내용을 모니터링하면서 학생들의 질문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파라오와 대화하기’라는 챗봇을 만들어 학생들을 초대했는데, 학생들이 이집트 문명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피라미드가 얼마나 거대한 건축물인지, 그리고 피라미드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VR을 쓰고 '교실에서 이집트로' 학생들이 피라미드가 얼마나 거대한 건축물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피라미드를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집트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여줄까, 고민했지만, 좀 더 몰입감 있는 체험을 위해 학교에 있는 VR 기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가상공간에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원더(Wander) 앱을 이용해 학생들과 함께 이집트로 이동했고, 피라미드 앞에 가서 그 규모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원더 앱은 함께 접속한 친구들이 캐릭터로 보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탐방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또한 유튜브 VR 앱을 활용해 피라미드 내부의 360도 영상을 시청하고, VR로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피라미드 내부를 직접 들어가 보는 경험이 학생들에게 훨씬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역사 수업을 만들어 주었다. 질문은 역사를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과 연결하고, 몰입하며 탐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이번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AI 챗봇과 VR을 통해 확장하며, 교실을 넘어선 새로운 학습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진짜 이집트에 여행 다녀온 기분이에요!”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간 게 정말 신기했어요. 생각보다 복잡해서 놀랐고, 벽화가 너무 화려해서 인상 깊었어요.”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질문과 AI·VR 기술이 만나 얼마나 생생하고 실감 나는 역사 수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탐색하며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질문은 언제나 학생들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믿는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개 XR메타버스 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조애진= 2025 포천 에듀테크 교사단,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경기 질문하는학교 선도교사단, 2023 AIEDAP 마스터교원 등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VR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수업에 접목하여 학생 주도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교육청 공무원들이 학교 행정실 법제화 반대 입장을 낸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을 향해 “교사 중심 시각에 갇힌 주장”이라며 입장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교사노조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1일 발의한 학교 행정실 법제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학교업무표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관련기사 참조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6499) 이에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교육청노조)는 3일 성명서를 내고 교사노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청노조는 “행정실 법제화 반대는 교사 중심 시각에 갇힌 주장”이라며 “행정실의 법적 지위 확보를 교사 행정업무 부담과 연결해 반대하는 주장은 학교 행정실의 현실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일방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업무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학교 조직을 법과 제도에 따라 정비하자는 취지를 직군 간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학교 행정실 법제화야말로 직무를 명확히 하고 협력적 학교 운영의 기초를 마련하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사노조는 반대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학교 구성원 간 협력적 역할 분장 체계 정립에 나서라”며 “학교 행정실 법제화는 권리 주장이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당연한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더에듀 |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수업을 맡은 어느 교사는 “학교가 폭탄을 맞은 거 같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흥미와 적성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올해부터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고등학교 현장의 혼란은 상상 이상이다. 새로운 정책을 처음 시작하며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하며 넘기기엔 학교 현장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교육은 없고 형식만 남았다 먼저 1년이 2년 같은 직접적인 요인은 학기별 교과 운영으로, 학기별로 교과별 생활기록부의 모든 기록을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생활기록부의 과세특 이른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학기마다 수업하는 모든 학생에 대해 작성해야 한다. 과세특은 학생의 교과 학습 활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항목으로, 수업 중 드러난 학생의 성취 기준에 따른 성장 과정, 지식·기능·태도, 그리고 교과 역량을 중심으로 작성한다. 각 과목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의 잠재력과 전공 관련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교사 수 감축으로 2025년 학급당 실제 학생 수는 평균 30명 안팎이다. 고교학점제로 과목이 많아지면서 교사들은 학기당 3~4과목을 가르치기도 한다. 과목별로 주당 시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학기에 가르치며 관찰하고 기록해야 할 학생 수에 따라 글자 수는 수십만 자에 달할 것이라 한다.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이지만 과연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행위인지도 의문이다.1)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최소성취수준 보장 문제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도 보장하지 않았던 최소성취수준을 고등학교 때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다. 고등학교 시기에는 이미 문해력 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지난 뒤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문해력을 보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필자도 중학교 과학 교사로 재직했을 때 많은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1교실 1교사인 상황에서 학습 부진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최소 성취 기준을 넘도록 고등학교에서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갑자기 고등학교 때부터 원칙을 적용해 낙제시킨다면 ‘우리나라의 학교문화 속에서 이를 수용하고 따를 학부모와 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위 문제 외에도 현장에서 교사들이 말하는 문제는 너무 많다. - 결석 일수가 많은 학생이 간헐적으로 학교를 나왔을 경우 모든 과목 선생님은 그 학생을 지도 하기 위해 일제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그 학생은 오랜만에 학교 나왔다가 학교도 못 올 정도로 질려서 결국은 자퇴로 귀결됨. - 과목별 수행평가 영역을 교육청이 지침으로 지정해 줘서 수행평가 수 많아짐.(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듣기, 말하기, 쓰기 각 영역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게 지침이므로 한 학기 최소 수행을 3개 이상은 봐야 하는 상황이 됨) - 공동교육과정(공유캠퍼스) 운영은 1년에 학기별 2과목을 운영해야 하니, 학기마다 학생 선발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업무들도 2배가 되는 상황으로 이어짐. -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는 1학기에 선택한 일반 과목의 진로 과목을 의무적으로 2학기에도 필수적 선택을 강제하고 있어 다른 과목 선택이 제한됨. 이런 다양한 어려움으로 “고등학교 교사들은 중학교로의 이동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교육은 없고 형식만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학습자의 학습권 실현은 어떻게 가능한가?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고교학점제의 지향점에 찬성하며 도입 취지대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도 ‘학습권 실현 조건 탐색’을 연구했으며, 학습권의 개념은 아래와 같다. 학습권은 학습을 수행하는 당사자인 학습자의 주체적 입장에서 기술하는 능동적인 개념으로, 학습자가 국가나 사회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포괄한다. 학습권은 학습자가 태생적으로 가진 학습하는 능력에 의한 자유와 권리를 포함하는 기본권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뿐 아니라 학교 밖의 교육이나 비형식적 교육을 포함하여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장소와 시기에 학습자의 삶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등을 주체적으로 구성하여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권리이다.2)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학습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장해 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학습권 실현을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학습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조건이 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 학습권 실현 요소와 학습권 실현 형태는 다음과 같다. 학습권 실현 요소를 추출하면, ‘1)학습 주체: 생태적 학습능력을 가진 학습자, 2)학습 목적: 학습자의 삶과 연계된 유의미성, 3)학습 내용: 교육과정 선택과 구성권, 4)학습 형태: 학습자의 주체적 참여, 5)학습 장소: 학교 또는 학교 밖의 공간, 6)학습 시기: 나이 제한 없이 언제든지 7)교육제도: 학습권이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들 수 있다...(중략)...학습권이 실현된 형태는 ‘학습자가 자신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의 추구를 위해 필요한, 학습자에게 유의미한 학습내용을 스스로 선택하고 구성하여,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학습방법으로, 학습하기에 적합한 장소라면 학교나 학교 밖의 다양한 곳 어디에서나, 나이와 관계없이 학습의 필요성을 느낄 경우 언제라도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자의 학습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가, 교육기관, 지역사회는 학습자가 학습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습 환경과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해야 하며, 교사는 학습자가 학습을 잘 수행하도록 촉진하고 도와주며 상호작용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3) 학생들의 학습권 실현은 국가가 학습자의 학습권을 실현할 수 있는 학습 환경과 기회를 세심하게 설계하여 제공하는 것이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 바탕에서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을 잘 수행하도록 촉진하고 도와주며 상호작용을 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학습자의 학습권 실현은 비로소 가능하다. 이상만이 현실을 바꿀 힘을 갖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상만이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한 말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고 한다.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의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고교학점제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자 지금의 교육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세심한 준비가 없다면 ‘악마로 작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 정부는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옛 속담의 지혜를 되새기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차례대로 거쳐 교교학점제 도입 취지대로 교육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펴나가길 고대한다. 1)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이대로 괜찮은가?https://www.koreateachers.org/news/articleView.html?idxno=2433. (실천 교사 모임, 2024.2.15.) 2) 「지역사회협력 청소년 자치배움터의 학습과 실천에 대한 의미 분석:학습자 배움중심교육과 학습권 실현 조건 탐색을 중심으로」(홍제남, 2019) 3) 상동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교육에 본격 적용되는 이때, 현직 교사들이 가상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사 연수에 직접 나서 주목된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지난 6월 9일부터 2주간(총 30시간) 언리얼 엔진 활용 메타버스 및 VR 콘텐츠 제작 1차 연수를 진행했다. 2차 연수는 8월 4일부터는 5일간(총 30시간) 진행한다. 1차 연수는 서울 상암 누리꿈스퀘어 디지털파빌리온 XR캠퍼스에서 진행된 이번 연수에는 황정섭 (주)룩슨 대표가 강의를 진행했다. 1차 연수에서는 언리얼 엔진 기초와 리얼타임 렌더링, 메타퀘스트를 활용한 XR콘텐츠 제작법을 진행했으며, 2차 연수에서는 프로젝트 기반학습(PBL)을 통해 교육용 메타버스 및 VR 콘텐츠 직접 제작하는 심화 실습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수에 참여한 박범석 주엽고 교사는 “3D 앱을 만드는 언리얼 엔진을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연수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며 “강사님께서 친절하게 한 분 한 분 도와주셔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8월에 진행될 프로젝트 과정이 걱정되긴 하지만, 여러 선생님과 함께 집단지성으로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강의를 진행한 황정섭 ㈜룩슨 대표는 “이번 교육이 메타버스 수업을 스스로 설계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학생이 XR 수업의 재미를 알아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수를 기획한 최섭 XR메타버스교사협회 대표교사는 “현직 교사들은 메타버스나 가상융합 기술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해당 기술들을 먼저 배워 실제 정규 수업에 XR을 접목하고 구현하는 것은 학생들의 역동적인 교육 참여를 이끌어 내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수를 지원한 (사)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는 메타버스 허브 등 실증 인프라를 활용한 현장 실무형 전문 개발인력 양성과 메타버스 산업현장에 전문인력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학교 행정실 법제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학교업무표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초중고 행정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적 근거를 통해 업무수행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교사노조는 “교사의 본질 업무가 무엇인지, 교육행정직과 공무직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직군간 갈등을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업무표준안 정비로 직군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교육을 위해 협력하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며 “학교 구성원 간 업무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교사에게 맡겨져 온 업무들이 법적 근거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정 기준조차 부재하다”며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행정실의 법적 지위만을 먼저 강화할 경우 교사의 업무는 줄지 않고 오리혀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업무들이 교사에게 더욱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교사의 본질업무를 보호하고 학교업무의 합리적 분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없이 행정실의 법적 지위만을 선행해 강화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행정 중심 학교 구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밝혔다.
더에듀 |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넷 서점보다 대형 서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장소성이 주는 특별한 느낌과 그날 고른 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요즘의 내 마음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진열대 위에 놓인 수많은 책 중 내가 고른 책을 보면 내가 요즘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살면서 느낀 결핍, 그 무언가를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도 숨죽여 책 진열대 위를 스캔했다. 경건한 마음마저 드는 걸 보면 책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어느 순간부터 내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주황색 표지에 고딕체로 적힌 요한 허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라고 적힌 책을 본 순간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저자는 집중력을 되찾는 방법을 찾기 위해 3만 마일을 이동해 전 세계 과학자들을 만났고, 250명 이상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북동부에 있는 프로빈스타운에 들어가 일정 기간 동안 휴대폰과 인터넷, SNS 등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을 멈추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에 옮겼다. 나 역시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기라도 한 날이면 어찌할 바 모르는 불안과 업무 차질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이다. ‘휴대폰, 디지털기기 없이 온전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수네가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관계에서의 깊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中에서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점점 진이 빠지고 있다. 너무 빠른 정보, 넘쳐나는 정보에 의해 잠들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난 과거와 현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15년 넘게 페이스북을 하면서 4300여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난, 한때 SNS 중독자라 할 만큼 페이스북을 자칭 ‘파랑 일기’라고 칭하며 나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내가 올린 글의 좋아요와 하트 수가 많아지자, 기사를 넘어 자잘한 일상까지 SNS에 올렸고, 그렇게 십년 넘게 꾸준히 이어온 기록은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그러던 중 기자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임용을 앞둔 순간이 되자 이대론 안 될 것 같았다. 15년 넘게 올렸던 게시물 하나하나를 추억하며 비공개로 돌렸다. SNS 중단을 선언한 마지막 날에는 ‘꼭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는 것 같은 울적함까지 밀려왔으니, 파랑 일기가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인가?’ 책의 2장 ‘몰입의 손상’을 읽을 즈음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가는 곳마다 자신을 방송할 뿐 다른 정보는 수신하지 않는 사람들로 둘러싸이는 느낌이었다. 주의가 부패하면 나르시시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아에만 집중된 상태가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내가 이 말을 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그 주에 인터넷의 무엇이 가장 그리웠는지를 설명하려니 무척 민망하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中에서 한 개의 게시물을 올려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조회수와 좋아요를 확인하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신호대기 중에도, 골치 아픈 기사 마감 후에도 ‘좋아요’ 수가 늘면 괜스레 흡족해하던 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이 인정 욕구는 늘 분주한 나날을 만들어 냈고, 심지어 휴가지인 베트남 냐짱의 해변에서도 SNS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나의 뇌는 쉴 틈이 없었다. 그렇다. 오롯이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 채 뭐 하나라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일상이 이어져 왔던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점만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바지런하고 꼼꼼한 기록 덕분에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보였고, 실제로 틈나는 대로 기록한 습관은 기자라는 직업을 이어가는 데 꽤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것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바로 작가가 말하는 ‘집중력!’ 카톡, 텔레그램, 문자, 전화, 이메일까지 보도자료와 각종 정보, 제보가 오갔던 나의 스마트폰. 지난 20년 동안 나는 스마트폰이라는 족쇄가 채워진 채 한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계속되는 알람이 지긋지긋했던 어떤 날은 휴대폰을 부숴 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으니까. 전화보다는 메시지로 제보하는 취재원과의 대화로 내 양손 엄지손가락에는 종종 파스가 붙어있고는 했다. ‘어공.’ 말 그대로 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후에는 브런치 연재 외에 SNS에 게시글을 작성하지 않았지만, 잠시라도 틈이 나면 유랑민처럼 친구들의 피드를 하릴없이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중대한 결심을 했다. ‘SNS 대신 책을 읽기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삶을 되돌아보는 독서 노트, ‘언제나 책봄’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100%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는 아니지만 조금씩 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요한 하리의 글은 내가 평소 고민했던 부분을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통해 해소해 줬고, 이 시대에 집중력 위기가 닥쳤음을 강조한다. 집중력 저하가 비단 개인의 문제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세상이 지금 필요로 하는 책”이라고 단언한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쏟아지는 각종 정보에 휩쓸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하릴없이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사람, 적어도 이 험난한 세상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보다 지혜롭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 이 글은 브런치에 실린 것을 재구성했습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한 ‘청소년 NO전담법’이 발의됐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우선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전자담배 제품에도 기존 담배와 동일하게 경고문구 표시를 의무화하고 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는 합성·유사니코틴 제품을 청소년유해물질로 지정하고 이를 판매하는 업소를 청소년유해업소로 지정해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서지영 의원은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가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는 진입로가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법의 허점을 이용한 무분별한 전자담배 유통을 막고, 청소년 등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웹툰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에 대한 교원단체들의 반발세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드라마 제작이 발표된 웹툰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은 성인 여성 교사와 미성년 남성 초등학생의 연애 감정을 그린 스토리로 지난 2019년 연재를 시작해 총 142회로 완결됐다. 주인공들의 특성상 웹툰 연재 중에도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그루밍 범죄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원작 플랫폼 씨앤씨레볼루션과 제작사 메타뉴라인이 이날 판권 계약을 마무리하고 드라마 제작을 공식화했다. 이에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는 섬영을 통해 “교사가 학생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설정 자체는 현실에서의 학생-교사의 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다”며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관계를 낭만화하거나 미화할 우려가 있어 교육 현장 신뢰 훼손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도 “교사를 성적 대상화하거나, 교사와 학생 간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며 “범죄에 대한 경계심을 약화시키고, 아동·청소년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성인인 교사와 초등학생 사이의 ‘설렘’, ‘감정 흔들림’, ‘위로’와 같은 장면은 자칫 연애감정으로 오독되거나 미화될 수 있다”며 “교육 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메시지를 사회 전체에 전달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미성년 제자와 사적인 감정을 나누고 이를 연애 관계로 발전시키는 서사는 결코 로맨스나 판타지로 치부할 수 없는 명백한 그루밍 범죄의 미화”라며 “창작과 예술적 독창성이라는 명분 아래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하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드라마 제작 즉각 중단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 강화 등을 요구했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자유롭지 않은 놀이는 없다 놀이는 ‘자유로움’을 필요로 한다. 공놀이는 넓은 공터에서 내 맘대로 찰 수 있을 때 놀이가 되고, 게임은 정해진 세상에서 내 맘대로 조작할 수 있을 때 놀이가 된다. 정말 그렇다. 필자의 어릴 적을 떠올려 본다. 낮은 아파트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단지에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아이들이 ‘약속 없이’ 만나 서로를 잡으러 뛰어다니면 놀이가 시작된다. 이 놀이에서는 누가 누구를 잡는 것인지 제대로 정해진 규칙조차 없다. 각자의 비비탄총을 들고 모여 주차된 자동차를 방벽 삼아 서로를 쏘면서 논다. 총을 이용해 상대를 맞추는 게 목표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맞추고 나면 그제야 후회하고 울면서 사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분명 놀이였다. 이렇듯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었지만, 사실은 규칙이 없기도 했다. 무엇이 우리를 재밌게 만드는지도 모른 채 그저 엉성함이 자유로움을 한층 더할 뿐이었다. 모든 놀이는 필연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자유로움을 요구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놀이의 ‘규칙 없음’이 아이의 일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우려한다. ‘절제되지 않은 공놀이와 게임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 ‘규칙이 없는 놀이는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아이의 놀이를 제약하려 한다. 공놀이가 가능한 공간을 제한하고, 놀이마다 정해진 규칙을 강제로 적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어른에 의해 제약이 가해지고 아이들이 선택의 기회마저 빼앗겼을 때,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대학생 시절 한 교수님이 말씀이 떠오른다. “초등학생의 배움은 날 것의 경험을 잔뜩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날 것의 경험들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제된 지식의 교육은 효율적이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기 어렵다. 놀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규칙에 가득 찬 놀이는 상상력을 유발할 수 없다. 어른이 부여한 규칙 아래에서 놀이는 상상력을 잃어버린다. 상상할 수 없는 놀이는 매력이 없다. 좁은 공원에서 그네를 골대 삼아 이루어졌던 공놀이는 거대한 운동장에서 오히려 골대를 잃는다. 비비탄총과 차 벽을 이용해 전쟁을 벌이던 아이들에게 과녁을 향해 던지는 빨판 다트는 놀이가 될 수 없다. 상상력이 제한된 놀이는 오히려 기능대회에 가깝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일부 허용적인 어른들조차 ‘제한된 놀이’만을 긍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놀이는 축구 교실로, 총을 쏘던 아이는 방 안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아마 자유와 보호의 절충일 것이다. 혹은 어른이 모두 책임지려 하지 말고 일부라도 아이가 책임질 영역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돌봄에 대한 상상 예전에 장난삼아 친구들이랑 이상적인 돌봄에 관해 이야기 나눈 바 있다. 다시 한번 떠올려 보려고 한다. 재미로 들어줬으면 좋겠다. 우선 지역의 중심에 학교 크기의 공터를 확보한다. 학생이 줄어 폐교된 학교를 확보하면 딱이다. 일반적으로 학교에는 건물이 두 개 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학교 부지를 활용한 지역 돌봄 시설을 만들면 어떨까? 가. 시설 공간은 크게 ‘활발한 공간’과 ‘차분한 공간’으로 나뉜다. 우선 '활발한 공간'은 일부 건물과 실외 공간을 활용하여 이루어진다. 야외에 놀이터를 설치하고 일부 실내 공간에 놀이방을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활발한 공간’은 비어 있는 채로 유지될 것이다. 공터에는 잔디를 깔고, 건물 내부는 완전히 비워놓을 것이다. 핵심은 놀이에 쓰일 수 있되 어떤 용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필자가 어릴 적 뛰어놀던 주차장이나 동네 마을처럼 말이다. 남은 건물을 활용해 ‘차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 공예, 표현활동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말이다. 활발하게 놀이를 진행하는 공간과 차분하게 놀이를 진행할 공간을 분리한다면 아이들이 매일 매일 성향에 맞는 공간에 참여하여 내외면적 균형을 맞춰줄 수 있을 것이다. 나. 규칙 이 두 공간에서의 규칙은 최소한으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하는 놀이의 암묵적 규칙은 자주 불합리할 때도 있겠으나 반드시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놀이의 전제 조건이다. 최소한의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갖는 두 공간의 활동에 각자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규칙’ ‘현재 기준에 따라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범위 내에서 놀이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보호 방안 자유가 주어진 아이들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우선 전체 시설은 높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으며 입구는 단 하나뿐이어야 한다. 돌봄 인력과 사전에 허락받은 보호자만이 출입할 수 있게 해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차단한다. 모든 시설물은 설비 단계에서 철저한 안전성 검토를 받을 것이다. 안전성 검토의 기준은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가 갖는 판단 능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요소에 대한 차단이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면 아이들은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나이이다. 어른이 기본적인 안전 환경을 마련해 주고, 아이가 자기 판단력을 발휘해 활동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안전 대비가 될 수 있다. 분명 아이들은 다칠 것이다. 그러나 표준에 따라 점검된 안전 설비 외의 위험 요소까지 모두 어른이 책임질 수는 없다. 그 이상의 위험은 아이 개인의 책임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물론 아이의 판단 능력은 어른보다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는 좁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고유한 판단 능력을 갖는 인간으로서 아이에게도 책임의 영역은 필요하다. 이 시설에는 비상 상황에 학생의 응급처치를 제공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맡은 최소한의 돌봄 인력만이 존재한다. 그들은 어떠한 수업도 진행하지 않으며, 계획된 수업은 물론, 우발적인 개입이나 지시도 최소화할 것이다. 매일 일과가 끝나면 안전 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활동 내용과 시설 내 위험 요소들을 점검하고 논의, 검토한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에 대한 검토가 주요한 논의 대상이다. 일부 아동의 특이 행동이나 노후화로 인한 시설 결함 등이 그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이 돌봄 인력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안전 확보에 있으며, 아이는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위험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안전에 대한 필요 이상의 개입과 규제는 아이의 놀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 심지어는 아이들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서로 간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갈등 해결 경험은 귀중한 배움의 기회이다. 다만 폭력, 과도한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따돌림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요청으로 적극 중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돌봄 인력의 지도 행위 역시 회의를 통해 결정된 요소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필자의 상상은 여기까지이다. 글을 읽은 독자들은 느꼈겠지만 필자는 육아와 돌봄이 왜 이토록 어렵고 복잡하게 운영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왜 돌봄은 이렇게나 어려워야 하는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사회의 불안’과 ‘학교를 향한 무한한 책임 요구’는 날이 갈수록 현장을 버겁게 만들고 있다. 필자의 구상은 매우 허술하고 여러 문제점도 안고 있다. 그러나 허술하다고 느끼는 만큼 적은 부담과 합의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임만을 요구하고 있다. 이토록 허술한 구상 그대로 지금 즉시 실행에 옮겨진다 해도 오후 8시까지 ‘놀이처럼 보이는 수업’, 이른 바 늘봄수업을 강요받는 지금의 아이들보다는 훨씬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면 그것은 필자의 터무니 없는 자신감일까?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정부가 2학기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대출 신청을 2일부터 받는다. 금리는 1.7%로 동결했으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신청이 가능하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안내했다. 학자금 대출은 학생 본인이 한국장학재단 누리집 또는 이동통신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기간은 등록금 대출은 10월 23일까지, 생활비 대출은 11월 18일까지 받는다. 생활비 대출은 학기당 200만원, 연간 400만원 한도이다.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는 1.7%로 동결으며, 소요액 전액을 지원한다. 기초·차상위·다자녀 및 학자금 지원 5구간 이하인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자를 대상으로 이자면제도 지원한다. 2학기부터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학자금 대출 신청이 가능하며, 요일에 관계 없이 모두 9시~24시까지이다. 다만 마감일은 18시까지만 운영한다. 8주의 심사기간을 고려해 미리 신청해야 등록금 납부 등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은 “대출금리 유지를 통해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학업 수행과 자립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신청기간 내에 꼭 신청해 혜택받길 바란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학자금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