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18년 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집모녀의 희비가 교차했던 아이들 방학이 드디어 끝났다. 밤늦게 잠들고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자는 두 녀석 덕에(?) 아이들 아침 식사 준비를 패스하고 우아하게 수제 요거트를 먹으며 조간신문을 볼 수 있었다. 회의가 있는 날엔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의 고요를 누리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그렇지 않은 날엔 유유자적 책도 읽고, 아주 가끔 딸아이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놓고 출근을 하곤 했다. 반면 길고 긴 방학 동안 친정엄마는 매일 아침 사우나를 다녀오시는 아빠의 아침상을 1차로 차리고, 베짱이가 된 손주들의 밥을 2차로 차리고, 오후 서너 시쯤 출출해하는 아이들 간식도 모자라 매일 늦는 딸 대신 저녁밥까지 해주셨다. 이런 엄마의 헌신이 없었다면 아마도 난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 거다. 내심 아이들 방학 동안 아침밥을 안 해서 좋았는데 개학을 했다. 방학이 쏜살같이 느껴진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방학이 시작된 그 주 주말, 남매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갔었다. 겨울 방학 선행학습까진 아니더라도 주어진 시간을 계획적이고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부푼 맘에 문제집도 함께 고르고 출근 전 짬을 내서 오늘의 숙제도 내줬다. 초등학교 때까지 먹히던 자기주도학습 유도형 '하루편지'(To do list, 소소한 일상)는 애들의 머리가 크자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어! 맞다. 엄마 숙제 까먹었다. 담에 하지 뭐. 엄마 피곤하면 먼저 자. 주술회전 좀 보다 잘게." "벌써 밤 11시반이야. 엄마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해. 너네 자꾸 이럴래?" 사실 방학 초기엔 주도권을 잡고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길러주려고 잔소리를 좀 했었는데, 방학 중반쯤 지나자 이미 자유로운 영혼이 된 사춘기 남매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지켜보며 반쯤은 포기해야 했다. "엄마, 교육청 가더니 잔소리가 더 심해졌어. 내가 알아서 할게." 매일 교육 정책과 현안을 접하다 보니 내 아이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접하게 하고 싶어 이런저런 권유를 자주 했던 것 같긴 하다. 게임 헤드셋을 끼고 같은 반 친구들과 미친 듯이 웃고 떠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로란트를 하는 아들놈과 주방 가득 설거지 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쿠키를 만드는 딸내미를 보면 속이 터지다가도, ‘그래 욕심부리지 말자. 실컷 놀고 실컷 자라. 덕분에 키는 컸잖아’ 하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아이도 따라 읽는다던데 우리 애들은 어찌된건지 매주 틈날 때마다 책 읽는 날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개학이 다가오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바쁘기도 했지만 어느 한 시점이 되자 자녀 교육에 대한 내 욕심도 차차 수그러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남의 집 아이들은 선행학습이다 뭐다 바짝 열심히 했을 텐데 바쁘단 핑계로 놀게만 둔 거 같아 조급해 하는내게 아들이 말한다. "엄마 날 믿어봐. 맨날 게임만 해도 나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간 책으로 숱하게 접해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이야기,아이들의 특성을 잘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중2 아들과 성숙한 초6 딸의 본격적인 사춘기는 중년 아줌마의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 놨다. 내친김에 주말 아침 김붕년 교수의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됩니다>를 읽었다. 부모가 읽어도 좋지만, 청소년들이 직접 읽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혼란스럽고 불안한 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진료를 받기 위해서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 <유퀴즈>란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교수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활자에서 김 교수의 다정다감한 말투가 솟아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책 읽는 내내 상담 받는 기분이랄까? 청소년기는 뇌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전두엽이 '리모델링' 하고 있는 것이라는 김 교수의 말처럼, 중2병은 호환마마 보다 무서운 게 아니라 뇌가 가지치기에 들어가는 중대한 시기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때문에 10대초·중반에는 뇌의 전두엽 기능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수많은 변화에 부모들도 함께 적응해 가야 한다. 첫째,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집니다. 둘째, 분노나 공격성 등이 높아져요. 다소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면 부정적 감정이 드는데, 이해력이 떨어지다 보니 감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현하게 됩니다. 셋째,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져요. 상황을 멀리 보지 못하게 되죠. 자기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수정하는 과정이 힘겨워집니다. 넷째,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져요. 감정을 해소할 겨를도 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그대로 표현합니다. 오래 집중하는 능력도 떨어지고요. 감정이나 학업에 대한 인내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집니다. 다섯째,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예측하지 못합니다....(중략)... p51~53 이렇게 우리 뇌는 10대 시기에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어요. 청소년기에 '나는 왜 이럴까?' 하고 고민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결과랍니다. 처음 마주하는 생각과 감정에 무작정 휘둘리지 않고, 내면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p54 저자는 뇌가 급격히 발달하고 성호르몬 변화가 일어나 심리적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될 아이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존중하며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잠시 혹독한 사춘기로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안개 터널을 지나와야 했던 나의 중2무렵이 떠올랐다.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을 안고 있기에, 어쩌면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매일 아침 간절히 기도를 한다.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과 딸 들이니, 아이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니다.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 칼릴 지브란/ 예언자 中에서 # 이 글은 브런치에 실린 것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충북에서 한 중학생이 선배들로부터 1년여간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교육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충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취재를 종합하면, 2학년인 피해 학생은 지난 6일 3학년 선배들로부터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상습 폭행으로 당했다고 신고했다. 특히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옷을 벗기고 베란다에 가두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는 신고를 접수하고 괴산증평교육지원청에 보고했으며, 경찰에도 신고했다. 또 곧바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조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2명을 지난 10일 등교 중지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학교폭력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강원도 고성 학생들이 서울 강남구청이 운영하는 수능인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고성군은 11일 강남구청과 인터넷 수능방송국 제공 강의를 고성 지역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프로그램 공동 이용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강의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으로 중고등학생들은 비용 부담 없이 1년간 무제한 수강이 가능하다. 희망 학생은 소속 학교를 통해 오는 14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서울 강남구와 협약을 통해 지역의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인터넷 강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양질의 인터넷 강의를 비용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게 된 만큼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학생을 차에 태워 경찰서에 인계한 운전자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첫 공판이 진행됐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11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고 심리를 시작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광주의 한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 중앙선을 넘어 무단횡단하던 학생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다. 이후 차량을 후진해 학생에게 다가가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며 차에 태워 300m 떨어진 경찰서로 인계하고 떠났다. 그러나 학생 측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A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 검찰은 고소인의 고소가 이유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이날 공판에서 학생을 경찰서에 데려간 것은 교통사고 위험을 알리고, 잘못한 것은 본인보다 경찰이 훈육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공판은 5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대구교육청이 대구 AI 디지털교과서(DT) 활용 수업 지원 사이트(www.ai-dt.net)를 개통, AIDT 수업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한다. 교사와 학생들은 사이트를 통해 수업 준비부터 설계, 적용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자료와 교과서별 매뉴얼, 테크센터 기술 지원 연계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주요 내용은 ▲학생 교육디지털원패스 및 AI 디지털교과서 포털 가입 안내 자료 ▲수업 사례 및 설계 지원 ▲교과별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영상 ▲교과서 활용 매뉴얼 및 관련 영상 ▲문의 및 장애 지원 신청 등이다. 선도 교원을 중심으로‘AI 디지털교과서 현장지원단’을 구성하여 AI 디지털교과서의 수업 적용 및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와 학교를 대상으로 1:1 맞춤형 컨설팅과 교원 연수 등을 지원할 계획으로, 오는 4월부터 이 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강은희 교육감은 “이번 사이트 개통은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교사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지원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교육청은 그간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키워 주는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공교육과 수업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데이터 기반 교육이 가능한 AI 디지털교과서를 모든 학교에서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과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1인 1스마트기기 보급과 스쿨넷 증속, 10G 인터넷망 구축, 장애 대응을 위한 ‘테크센터’ 운영 등 환경 구축을 완료했다.
더에듀 AI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가 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 언어 문제와 난독증 조기 발견 검사를 도입한다. 스페인 언론사 El País는 지난 10일 이 같이 보도하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카탈루냐 교육부는 다음 학기부터 유치원 마지막 학년(5세)과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언어 능력 검사를 진행하고,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난독증 여부를 더 정밀하게 평가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학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나 시모(Anna Simó) 카탈루냐 교육부 장관은 “언어 능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라며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면 학습 부진과 좌절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난독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면 학생의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르셀로나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마르타 로드리게스(Marta Rodríguez)는 “우리 아이가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검사 덕분에 정확한 평가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일부 부모들은 학교가 이러한 검사를 진행할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조안 마르티네즈(Joan Martínez)는 “언어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검사 결과만으로 학생을 분류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며 “평가보다는 지속적인 지원과 개별화된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검사의 도입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검사 이후의 후속 조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라 코르도바(Laura Córdoba) 바르셀로나대학교 교육학 교수는 “검사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 어떤 교육적 개입이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라며 “학교와 가정, 지역 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카탈루냐 지역은 다국어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많아, 언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스페인어(카스티야어)와 카탈루냐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이 지역에서는 언어 습득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일부 학부모들은 “이번 조치가 특정 언어를 강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기사는 Article Writer를 활용해 작성했으며 지성배 편집국장의 감수를 거쳤습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신입생을 대상으로 휴학을 종용하는 등 단체행동을 한 의대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경찰에 고발됐다. 교육부는 11일 ㄱ대학교와 ㄴ대학교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단체행동 참여를 강요하는 사례가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됐다며, 2건을 지난 7일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ㄱ대학교 의대 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2025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단체행동 참여를 종용한 의혹을 받는다. 이들은 익명으로 실시한 단체행동 참여 의향 수요 조사에서 츄학 찬성 의견이 낮게 나오자 실명으로 재투표를 실시했다. 또 신입생 온라인 단체방에 ‘25학번 투쟁 가이드라인 안내’ 공지글을 게시, ①모든 수업/실습 거부 ②휴학신청서 사본 학생회 제출 ③모든 과목에 대한 수강신청 철회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ㄴ대학교 의대 학생회 소속 학생들 역시 신입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명 단체행동 참여 의향 수요조사를 실시하면서 찬성 쪽에 치우친 중간 집계 결과를 의과생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단체방에 공지하는 방법으로 반대 의견을 가진 학생들과 수요조사에 아직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을 압박했다. 또 재학생들에게는 휴학계를 제출 받은 뒤 휴학자 실명 온라인 단체방을 개설하는 방법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단체행동 참여를 강요한 혐의가 있다. 교육부는 “단체행동 참여를 종용하는 모든 학습권 침해행위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수련회에서 클라이밍(암벽타기)를 하던 고교생이 과호흡 증세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울산학생교육원 클라이밍 체험에 참여한 인근 고등학교 1학년 학생 A군이 3m 정도 높이까지 올라간 후 과호흡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A군은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장 관계자들은 A군을 곧바로 하강시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며,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현장에는 자격증 있는 전문 강사와 파견 교사 등 5명이 함께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A군은 학교의 신청으로 고1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복어울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교는 1박 2일의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이날 사고는 첫 날 발생했다. 특히 체험 활동을 신청할 때 제출하는 건강 이상 학생 명단에 A군은 없었다. 시교육청은 교육국장을 단장으로 한 비상대책반을 구성했으며, 다른 학생들의 심리 지원을 위해 응급심리지원단도 구성했다. 경찰은 A군의 정확한 사인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랬다. 일단 남중이었고, 그래서 어둡고 칙칙했다. 건물이 길게 일자형이었던 이 학교는 정확히 절반은 중학교, 절반은 상고였다. 그러니까 복도의 한쪽 선을 넘으면 거기부턴 고등학교(그것도 소문이 안 좋았던)가 되는 거였다. 교문을 들어서면 그 앞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덩치 큰 고등학교 선도부들이었다. 다행히도, 고딩들이 우리를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화장실은 전교에 달랑 한 개, 그것도 건물 밖에 있었고 소변기는 철판형이어서 오픈된 채로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철판에 물은, 나오지도 않았다. # 그 중학교는 그랬다. 선생들이 모두 깡패였다. 어찌나 애들을 패던지, 나 같은 모범생도(부끄럽지만, 난 모범생이었다) 허벅지에 피멍 들기가 일상이었다. 손바닥,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 등 안 맞아본 곳이 없다. 싸대기? 물론 그것 또한 일상이었지. 미술 준비물 안 가져왔다고 우리는 각자의 뺨을 그들이 때리시기에 좋게 각 자리에서 비스듬히 기울여야 했고 몇 초 후 찰진 찰싹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악 선생은 떠든다고 갑자기 일렬로 쭉 서라고 하면서 도미노 블럭을 엎어뜨리듯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다다다 싸대기를 날렸다. 두발 검사는 수시로 이루어졌고 머리 긴 애들은 그 자리에서 바리깡으로 고속도로가 났다. 또한, 장난치다가 걸린 애들은 앞에 나와서 남선생들의 노리개가 됐다. 고추는 그들의 손에 쥐어졌고, 온갖 추잡한 음담패설들이 허공에 하얗게 뿌려졌다. # 그 중학교는 또한 그랬다. 애들도 모두 깡패였다. 1학년 처음, 어디초 짱과 저기초 삼짱이 하필 우리 반이었다. 그 짱들은 기분이 안 좋으면 별일 아닌 일에도 애들을 때렸다. 온갖 주먹이 날아다녔고 그 주먹 앞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기초 삼짱이 교실 한구석에서 한 아이를 20분 정도 계속 때리고 있는데도 우린 그 일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아니, 둘 수 없었다. 어디초 짱은 같은 반이었던(지능이 떨어졌던, 지금으로 말하면 지적장애였던) 한 아이를 앞에 세워놓고 웃겨보라고 했다. 재미가 없거나 맘에 안 들면 빗자루로 그 아이의 손바닥을 때렸고 그 짓은 며칠간 이어졌다. 내가 그 폭력에서 다소 비켜 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공부를 꽤 잘했기 때문이다.(얘기하지 않았나. 나 모범생이었다고. 안다, 나 좀 재수없다.) 그들은 여튼, 공부 잘하는 애들은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고 내 중학교가 생각나서 끄적여 봤다. 마지막 권상우의 대사 마냥 대한민국 학교는 참, X같았다. 체벌 교사의 탄생 나는 1990년대 중후반에 중학교를 다닌, 거의 30년 전 이야기긴 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분위기가 이랬던 건 아니었다. 내가 다닌 학교가 좀 많이 심한 편이긴 했다. 이즈음이 체벌 금지 얘기가 슬슬 나오던 시기다. 여튼 당시까지는 체벌이 허용되던 시기였다. 군사독재정권이었던 70, 80년대는 오죽했겠는가. 기나긴 군사독재의 포악함은 학교에도 그대로 이식되었다. 학교도 군대와 다름없었다. 오와 열을 맞추어 운동장에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모습은 전열을 갖춘 군인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학교에는 ‘교련’이라는 이름의 군사학 수업이 별도로 있지 않았었던가. 군대 문화는 학교를 야만으로 만들었다.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 폭력에 가장 앞장선 사람들은 어쩌면 교사들이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를 보면, 시계를 풀고 손목 한 번 어루만진 후 최고 속도의 스매시로 싸대기를 날리는 교사의 모습이 강렬하게 나온다. 그 시절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아무런 이물감 없이 그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과장됐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만큼 그런 모습은 실제로 그 시대에 흔한 것이었다. 그 시절 ‘시스템’과 ‘제도’는 없었다. 명목상으로는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아무 작동도 하지 않았다. 사적 폭력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직접 때리고 밟으면서 학생들을 통제했다. 덕분에 통제는 잘 되었다. 감히 교사에게 학생이 덤빌 일은 없었다. 교사들은 굳이 때리지 않고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찾지 않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이미 익숙해져 편하니까. 나는 아무리 지금의 교사가 설사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시절 교사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아무렇게나 써 왔고 그에 대해 진지한 반성도 없었던 그 시절 교사들에 나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은 모두가 그랬기에 용인되어야 하는 걸까? 물론 체벌을 하지 않으면서 교사 생활을 하던 분도 있을 테고, 또 체벌했을지언정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분이 있을 거라는 걸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 게다가 나는 이게 용서받지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폭력에 일조했던 과거에 대해 그 시절 교사들은 용서를 구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를 나는 당최 들을 수 없었다. 체벌 금지의 탄생 문제는, 군사독재 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민주화의 흐름 속에 ‘체벌 금지’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들려오자 발생한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체벌 금지’가 본격적으로 들려오지만 여전히 체벌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학교 내 체벌은, 많지는 않지만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진 걸로 안다. 2010년까지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가 남학생을 심하게 폭행하는 일명 ‘오장풍 교사 사건’이 일어나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폭행’이 일상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떠 그즈음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흐름과 맞물려 이미 사실상 체벌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초등의 경우긴 하지만 2007년 내가 처음 기간제 교사로 교단에 섰을 때에도 선생님들이 체벌한다는 얘기를 흔하게 듣지는 못했고 임용고시 장수 도전 끝에 첫 발령을 받았던 2013년에는 더더욱 체벌한다는 교사 이야기는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참고로 공식적으로는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직접적 체벌은 허용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궤를 같이 해 ‘교사의 권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법천지 교실의 탄생 나는 바로 이 시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체벌이 사라지는 바로 이 과도기적 시기 말이다. 체벌의 옳고 그름을 따지진 않겠다. 중요한 건 그동안 교사가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바로 잡고 훈육하는 방법은 ‘시스템’이 아니라 ‘체벌’이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체벌’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체벌이 사라졌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맞다. 학생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사건들마저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교권 추락’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교실에서 수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는 학생들이 대다수가 된 상황은 이미 오래전이다. 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봉변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2010년대 어느 무렵부터 ‘아동학대처벌법’의 제정과 맞물려 교사들은 ‘아동학대’의 위협에 시달린다. 사실상 체벌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약간의 신체접촉, 예컨대 싸우는 두 학생을 말리려 떼어놓는 과정에서 생겨난 교사의 신체접촉에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마저 생기기 시작한다. 그뿐만일까. 말하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체벌이 사라지면서 교실이 ‘무법천지가 될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벌’을 부활시키자는 것이냐? 혹은 ‘체벌’을 없앤 게 잘못됐다는 것이냐? 물론 절대 아니다. ‘역시 애들은 맞아야 해’류의 인터넷 댓글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지지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과거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체벌’이 없어진 것 자체는 나는,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나아간 측면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체벌이 없어진 그 빈 공간을 메꿀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그 빈 공간을 제대로 채워놓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다. 그럼 그 빈 공간은 누가 채워놓았어야 할까? 당연히 교육부를 위시한 교육당국이다. 교육제도를 바꾸고 만들 힘을 가진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체벌을 없애는 과정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적용할 만한 훈육 제도를 치열하게 고민해 만들었어야 했다. 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을까? 책임이 아예 없을 순 없다. 교사들도 함께 대안을 만들고 제안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사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저 한쪽은 학생인권을 만들고 지키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었고, 또 다른 한쪽은 그리운 옛 시절을 생각하며 체벌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에만 몰두했다. 그 사이 어딘가 있을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대안을 치열하게 생각하는 이가 교사도, 교육 관료도, 아무도 없었다. 무기력 교사의 탄생 결과는? 지금과 같은 무법, 무질서 교실의 탄생이다. 무질서를 최소한의 질서 있는 교실로 만들려는 교사의 행동은 ‘아동학대’ 고소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교사에게는 아무 힘이 없다. 아무 힘이 없는 교사는 교육을 할 수가 없다. 교육을 할 수 없는 교사는 무기력하다. “이제 학교에는 더 이상 진짜 ‘선생’이 없다”는, 아는 이의 말이 가슴에 아프게 꽂힌다. 문제행동이 있는 아이가 있어도 그것을 교육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교사들을 향해 한 말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그렇게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고 무기력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선생질을 조금만 하려고 해도 오히려 아동학대로 몰릴 판이니 누가 무기력해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우리 교사들의 보신주의가 먼저인지 학부모들의 교사들에 대한 불신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한다. 적어도 교사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과거 교사들은 ‘체벌’에 안주해 왔고, ‘체벌’이 사라진 그 빈 공간을 무엇으로 메꿀지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건 사실이니깐. 물론 교사들이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던들, 교육 관료들이 받아 시행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 당국은 2023년 서이초 사건이 있기 전까지 교실 붕괴의 비참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외면해 왔고, 크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진 않았으니깐. 나는 일차적으로는 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꿎게, ‘체벌의 시대’에는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없는, 그리하여 한 번도 아이들을 때린 적도 없는, 그 이후 세대 교사들만 죽어 나가고 있다. # 위 글은 실천교육교사모임 홈페이지의 실천아레나를 요약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나이 마흔여덟에 정체성 혼란이라니 싶겠지만, 수학 이야기에 이어 보결 강사의 일상과 교과 전공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볼까 싶다. 이곳에서는 보결 교사뿐만 아니라 정규 교사도 동일 교과군이 아닌 교과를 복수로 전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격증의 전공 교과는 교육대학을 다니기 전 학부 전공과 관련된 교과로 정해지지만, 예비 교사들은 취업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는 원활한 학점제 운영을 위해 복수전공을 선호한다. 특히, 중등 교사는 두 개의 전공 교과가 필수이다. 실습 때 사회과 교무실에서 한 번 부전공 이야기 나왔는데, 대부분 역사, 지리, 일반 사회가 전공이지만, 부전공은 체육, 프랑스어, 일반과학 등 다양했다. 사회 교과군 복수 전공을 한 교사도 다른 분야 전공을 하나 더 갖고 있기도 했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관련 학점만 충분히 이수했다면 120시간 정도의 연수를 통해 부전공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전공 자격연수에 필요한 학점은 해당 교과 교육과정 관련 과목을 4개 들으면 된다. 학점이 부족하면 학점제로 취득할 수도 있고, 교사가 부족하고 시험으로 변별이 확실한 프랑스와 수학은 시험으로 교과 전문성을 위한 학점을 대체할 수도 있다. 체육? 수학? 과학? 지금은 주전공 교과 자격을 미술로 취득했지만, 처음 썹쌤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아직 자격증이 나온 상태가 아니었다. 자격증 전환 시 교사협회에서 대학 성적표를 보고 결정하는데 필자의 경우는 미술, 사회과학, 역사, 가정 등 여러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퀸즈대 자격연수 부서에서는 사회과학이나 역사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실습도 역사로 하긴 했지만, 매일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현실에서 가끔은 교과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아무래도 수업이 성공적이거나 쉬우면 이 교과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직 전공 교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 무슨 과목 교사인가 혼란이 오기도 했다. 수학 말고도 별로 수업 준비 부담 없이 가르칠 수 있고 퍼포먼스로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수업들이 있었다. 페이스북 릴스에서 중학생 상대로 스포츠 실력을 뽐내고 찬사를 받기 위해 체육 선생님이 됐다는 농담 반의 얘기를 하는 교사처럼 말이다. 축구를 이십 대 때까지 취미로 했기 때문에, 체육 수업 때 축구팀 간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명분으로 약팀에서 같이 뛰면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 잠시 고민한 적도 있다. 잘하지는 못해도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운동 경기의 규칙과 기본자세도 대충 아니까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동기 중에 체육 전공이 아닌데도 야외 활동을 좋아해 체육 부전공을 딴 경우도 있어 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다른 예로 화학 수업 때는 기즈모 앱을 쓰지 않고도 칠판에 분자 모형 몇 개 만들어주면서 막힘없이 질량 전하량 뽑아줬더니 애들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면서 집중을 끌어모을 수 있다. 그날 수업도 고등학교 비인기 교과치곤 잘 됐었다. 중학교 과학 수업은 좀 더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도 가르치기 쉽고 필자가 좋아하는 실생활 체험이나 핸즈온 활동으로 이끌어가기 좋다 보니 대부분 잘 되는 편이기도 했다. 사실 영어 수업도 특히 작문이든 문학이든 독해든 수업이 쉽게 되는 편이라서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언어는 달라도 작가 지망생이었던 덕에 기본적인 문법적, 문학적 지식은 있기 때문이다. 정말 못 하겠다 싶은 과목도 발견 이렇게 자신에게 쉽고 잘하는 것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어려운 것도 경험을 통해 좀 더 명확해지기도 한다. 11~12학년 심화 교과 수학은 가르칠 자신이 없다. 우리랑 용어도 접근법도 너무 다르고 상황 중심의 문제가 많다 보니 한국에서의 수학 학습의 기억으로만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학을 배워본 게 벌써 30년 전이니. 그렇게 “고교 심화 수학이나 물리는 따로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못 가르치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체육도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종목이 아닌 걸 가르칠 때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중학생 체육 수업은 도저히 자신이 없고, 학생들이 말을 따라주는 고교에서는 축구 말고 애들 상대로 뭐라도 더 잘할 수 있는 게 없어 일찍 관심을 접게 됐다. 요새는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체육 수업 대신 교과 수업을 선택한다. 자격만 있으면 졸업 즉시 취업이 가능하다는 프랑스어도 중학교에서 성공적인 수업 이후 관심을 가졌지만 일단 부족한 학점이나 어학 능력 이전에 분량과 설명이 많아지는 고교에서 수업해 보니 감독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수준이라 포기했다. 프랑스어 다음으로 취업에 장점이 있다는 음악 수업도 어느 날 고교에서 기악 합주 수업을 하고 나서 포기했다. 동시에 여러 악기 소리가 나면 누가 틀렸는지 누가 잘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되는 수준의 청음 능력으로는 아무리 이론을 알아도 할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주전공은 미술, 부전공은 수학과 역사로 그렇게 지난해 12월에 받은 자격증은 미술이 주전공으로 나왔다. 그때까지는 단 한 번도 보결 기회가 없었지만, 수업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떠오르는 교과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초등학교 담임을 할 때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생을 할 때도 가장 즐겁게 수업했던 교과기도 하다. 종종 다른 교과 수업을 할 때도 미술 융합을 했었고. 미술 심화 교과 중에는 다소 경험이 있는 만화나 출판 디자인 수업도 있기 때문에 심화 교과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중등 기초(7~10학년 ) 수학 부전공 자격연수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이수학점이 부족해서 포기했다가 동기 미술 선생님이 시험으로 학점을 대체하는 자격연수 과정을 이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택하게 됐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거의 한 학기를 다 가르쳐본 역사가 가르치는 것도 제일 쉽고 개인적인 흥미도 가장 많긴 해서 여름 방학 때는 역사 부전공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지역사를 활용해 필자가 좋아하는 실생활 연결할 거리도 무궁무진한데, 12학년 심화 교과도 다양한 설명을 해가며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기도 하고, 기자라는 직업이 하는 일도 사실 역사와 많이 중첩되기에 더욱 그렇다. 여유가 된다면 지리도 몇 번 해본 수업으로는 역사 못지 않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수업 계획도 떠오르고,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여러 과목을 가르치면서 보상으로 얻는 정체성 다양한 수업 경험을 하면서 대집단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보다 어려움이 있는 소수의 학생에게 맞는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게 더 보람도 있고 즐겁기도 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의사소통 학급 지도를 또 하고 싶기도 하다. 행동 장애나 중증 프로그램은 자신도 없고 특수 전담으로 수리, 문해도 안 가르치고 싶으니 특수 전문 자격을 딸 생각은 없지만, 특수 초급을 중급 자격까지는 올리고 이미 있는 자폐 학생 지도 자격까지 하면 의사소통 학급 적임자가 될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이렇게 경험을 통해 교사로서 스스로 정체성도 조금씩 형성해 간다는 게 보결 교사로 여러 과목과 학교급을 넘나들며 가르쳐보는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