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지혜복 교사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교육청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30여 년간 교단을 지켜온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2027년 2월 정년까지 단 1년뿐이다.
1월 29일로 예정된 부당전보 취소 소송의 선고는 그가 교사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퇴임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법원에서 소송이 받아들여져야 복직의 기회가 열린다. 1년밖에 정년이 남지 않은 지 교사에게 이번 재판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하다.
지 교사가 공익제보자로 인정되면 재판에서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교육청은 공익제보자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해임한 당사자가 지 교사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면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지 교사는 즉시 복직해 남은 1년을 학교에서 보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근식 서울교육감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서 지 교사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해야 한다.
나는 지 교사의 고립된 싸움을 보며 참담한 기시감을 느낀다.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 교장의 부정과 비리에 맞서다 강제 전보를 당했던 나의 과거와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장은 ‘전보 내신권’이라는 기계적 행정 원칙을 방패 삼아 나를 축출했다. 형식과 절차는 완벽하게 합법적이었을지언정, 그 본질은 공익을 향한 용기를 꺾으려는 부당한 인사권의 남용에 불과했다.
그 가증스러운 ‘합법’의 가면 뒤에 숨은 불의에 저항하는 길은, 결과에 순응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는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일단 학교를 옮겨 싸움을 이어가라 조언했지만, 떠나온 학교가 ‘남의 일’이 된 상태에서 투쟁의 동력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부당한 전보를 수용하는 것은 부정과 비리 당사자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패배의 기록이다.
그 패배는 교실에서 ‘정의는 결국 힘 앞에 무릎 꿇는다’는 처참한 교육이 되어 아이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징계를 감수하더라도 옳음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비겁한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나는 발령을 거부하고 7일간의 철야 단식으로 저항을 선택했다. 공익제보의 가치가 짓밟히는 것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지 교사 역시, 바로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스스로를 외통수의 길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당시 국가 권력이 총칼을 휘두르던 야만의 시대였음에도 나에게 내려진 징계는 ‘정직 3개월’이었다. 과거 총칼을 휘두르던 시대에도 정직에 그쳤던 징계가, ‘민주’와 ‘진보’를 기치로 내건 시대에 지 교사에게 ‘해임’이라는 사형 선고로 돌아온 이 비극적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임 교육감 시절, 교육청은 지 교사의 전보와 성폭력 제보 사건이 서로 무관한 사안이라는 전제하에, ‘선입선출’ 규정과 인사자문위원회의 결정 등 행정 절차에 따른 전보가 합당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당시 교육청이 범한 가장 치명적인 오류이다.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맥락을 전혀 짚어내지 못했다.
교육청은 성폭력 은폐 시도로 ‘기관 경고’를 받은 학교 상황과 누군가는 학교를 떠나야 하는 과원에 따른 인사를 별개의 것으로 취급했다. 스스로 설정한 ‘행정적 합법성’이라는 논리에 갇혀 지 교사를 학교 밖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지 교사의 발령 거부는 결코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제보자가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쫓겨나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지 교사에게 발령지로 떠나는 것은 곧 공익제보의 패배이자 불의에 대한 굴복을 의미했다. 따라서 지 교사는 싸울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내몰렸던 셈이다.
이처럼 제보자를 외통수로 몰아넣은 근본 원인은 당시 상황을 편협하게 인식하고 기계적 원칙에 머물렀던 교육청의 오류에 있다.
우리는 10년 전 하나고등학교의 비리를 폭로했던 전경원 교사를 기억한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전 교사의 제보가 타당하다며 그를 공식 ‘공익제보자’로 인정했다. 학교 측의 보복성 해임에 맞서 교육청은 그를 보호했고, 결국 그는 당당히 복직했다. 그때 교육청이 내세운 가치는 교육 정의였다.
그런데 왜 지 교사 앞에서는 그 정의가 멈췄는가? 지 교사 역시 교내 성폭력 은폐 시도를 세상에 알렸고, 교육청 스스로도 해당 학교에 ‘기관 경고’를 내리며 제보의 정당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보호가 필요한 순간, 교육청은 민주적 절차라는 알리바이 뒤로 숨었다. 학교의 결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청은 마땅히 다른 판단을 내려야 했다.
학교의 인사 규정은 행정의 편의를 위한 지침일 뿐이지만, 제보자 보호는 국가가 법률로 약속한 의무이다. 지침이 의무를 앞지르는 순간, 교육 행정은 정의가 아닌 폭력이 된다.
전경원 교사 때는 ‘정의의 실현’이라 불리던 행동이, 지혜복 교사에게는 왜 ‘명령불복종’이라는 징계 사유로 둔갑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정근식 서울 교육감은 이 선택적 정의와 행정의 폭력 앞에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1월 29일 재판에서 지 교사가 승소할 수 있도록 교육감이 결단해야 한다.
지혜복 교사는 30여 년을 교사로 살며 전교조와 함께 교육 개혁을 위해 시대에 맞서다 해직도 되었던 사람이다. 내가 교육개혁운동의 과정에서 지켜본 바로는 지 교사는 교육 개혁 운동의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던 교사이다. 그는 그다운 방식으로 성폭력 사태에 대응했고, 그다운 꼿꼿함으로 교육청의 관료적 판단에 맞섰다.
30년을 교육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지 교사가, 마지막 남은 1년을 교실에서 학생들과 행복하게 수업하다 정년을 맡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지혜복 교사 사건 = 무기명 설문을 통해 학교 내에서 남학생에 의한 여학생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학교는 피해 학생들의 명단을 가해 학생들에게 노출했으며,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을 위협하는 2차 가해를 진행했다. 결국 지 교사는 서울교육청 학생인권센터에 제보했으나, 센터는 2차 가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 교사는 당사자 동의 없는 부당 전보 대상이 됐다. 이에 지 교사는 부당 전보를 거부하며 서울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으며, 서울교육청은 무단 결근이라며 지 교사 징계위를 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