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33년 교단에 선 교장이 자신이 ‘가짜’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2월 발표한 구호는 교육 행정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가짜 일을 줄이겠다”였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왜일까. 학교에는 분명 불필요한 일이 많다. 끝없이 반복되는 실적 보고, 보여주기식 평가 자료, 클릭으로 시간을 채우는 연수. 교사의 시간을 갉아먹는 행정은 교육의 적이다. 이 점에서 ‘가짜 일 줄이기’는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문제는 방향이다. 무엇이 가짜인가. 누가 그것을 가짜라고 규정하는가. 그리고 줄인다고 해서 정말 줄어드는가. 정책은 종종 가장 쉬운 것부터 손댄다. 상장 양식을 간소화하고, 보고서 분량을 줄이고, 평가 항목을 몇 개 덜어낸다. 숫자로는 성과가 남는다. 하지만 교사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핵심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뿌리는 두고 잔가지만 치는 셈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시간 산업’이다. 교사의 시간은 곧 학생의 시간이다. 행정이 교사의 시간을 잠식하면, 학생의 배움도 얕아진다. 문제는 서류 몇 장이 아니다.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스템, 모든 것을 기록과 증빙으로 남겨야 안심하는 행정 문화, 그리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구조가 더 큰 문제다. ‘가짜 일’ 논란은 사실 교육 행정의 병리 현상을 드러낸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그동안 나는 교육을 ‘이념이 아닌 경영의 문제’라고 말해 왔다. 경영이란 효율만을 뜻하지 않는다. 목표와 자원의 재배치, 그리고 책임 구조의 재설계를 포함한다. 행정을 줄이겠다면, 진짜 줄여야 할 것은 ‘불신의 구조’다. 학교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서류는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보고는 줄었지만 또 다른 플랫폼 입력이 생긴다. 평가 항목은 줄었지만 새로운 체크리스트가 등장한다. 교육 행정은 이렇게 증식해 왔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안심교육’은 단순한 정서적 구호가 아니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안심, 학부모가 제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안심, 학생이 속도에 쫓기지 않는다는 안심이다. 이 안심은 행정 감축 몇 가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히 서울교육은 지금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고교학점제, AI 기반 학습, 대입 구조 변화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수록 보고와 점검은 늘어나는 것이 관성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더 분명한 책임’이다. 교육청은 방향을 제시하고, 학교는 자율 속에서 실행한다. 성과는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학생의 변화로 측정한다. 이것이 경영이다. ‘가짜 일’이라는 표현이 불편했던 이유는, 교사들이 자신이 해온 일까지 부정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행정의 산물일지라도, 그 안에는 학생을 위한 고민과 밤늦은 노력이 있었다. 정책은 그 노력을 ‘비효율’이라는 단어로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진짜 혁신은 감축이 아니라 선택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은 오직 하나, 학생의 배움에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여야 한다. 서울 교육의 미래는 구호 경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짜 일’을 줄이겠다는 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교사가 다시 교사로 설 수 있는가.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책은 현장을 존중하고 있는가. 교육은 화려한 혁신보다 단단한 설계가 필요하다. 행정을 덜어내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교육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것까지 가야 한다. ‘가짜 일’이라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대신 남아야 할 것은 ‘책임 교육’ 단 하나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교육부가 학교의 ‘가짜 일 줄이기’와 ‘교복 제도 점검’에 나선 가운데,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디연)가 문제의식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법정의무교육, 예산 집행 관련 증빙 내역, 학생 대상 공적 조서 작성 등을 가짜 일로 규정하고 간소화에 나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참조: 학생에게 공적조서 써라?...교육부 ‘가짜 일’ 발굴·개선한다(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8108) 또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 비용 문제를 제기하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장 형태 교복의 필요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혀, 향후 교복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에 교디연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공동체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문제의식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한 행정조치를 넘어 교육현장의 자율성과 신뢰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에도 일시적인 정책 이벤트나 한시적 대응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학교업무 정상화가 진행됐지만 줄어든 것보다 늘어난 일이 더 많았고, 특히 일상의 관료체계 작동 방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 교디연은 이 같은 문제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민주적 소통 구조의 확대 및 강화로 신뢰자본 구축을 촉구했다. 특히 “시도교육청의 정책사업과 예산 배분 방식, 학교장의 역할과 학교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학교생활기록부, 각종 의무연수, 학교폭력 등에까지 가짜 일을 해체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부담의 줄어든 것이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형식화된 전문적학습공동체 ▲학교-지역 협력네트워크 ▲고착된 승진체계 ▲경력 개발 트랙 등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교복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 가격 인하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가 의사결정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수행해 왔는가의 문제”라며 “교육부는 상한제의 실효성과 품목 구성, 입찰 구조, 협동조합 모델 등의 대택을 검토하고 학교문화 전반에 학생·학부모·교사가 참여하는 숙의 과정이 작동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교디연은 “교육을 더 이상 통치의 대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부는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책임 있게 중심에 서야 하며, 교육공동체는 자율을 바탕으로 교육적 실천에 연결할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학생 재적 관리가 부족한 대학을 대상으로 ‘개선 지도 대상 학교’ 지정이 이뤄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19일 도쿄 복지대와 나고야 경영 단기대 등 두 곳을 유학생 관리 ‘개선 지도 대상 학교’로 지정했다. 도쿄 복지대는 유학생 2470명 중 학교 측의 책임이 있는 퇴학생이 152명(6.2%)이고, 나고야 경영 단기대는 유학생 94명 중 7명(7.4%)이었다. 학교 측 책임의 기준은 ▲일본어 능력 확인 부족 ▲학비 미납에 의한 제적 ▲지원 체제 미비 ▲부적절한 입학 등이다. 한편, 이번에 처음 시행된 ‘개선 지도 대상 학교’ 제도는 2024년 발표된 ‘외국인 유학생의 재적 관리가 적정하게 행해지지 않는 대학 등에 대한 지도 지침’에 따라 유학생 퇴학 비율이 5%가 넘는 학교를 지정해 문과성의 개선 지도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3년 연속으로 지정될 경우 법무성의 출입국 재류관리청에 통고돼 유학생을 받기 어렵게 된다.
더에듀 김연재 수습기자 | 노현정 교육부 사무관이 특별성과 우수사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교육부는 23일 ‘2026년 제1회 특별성과 우수사례 시상식’을 개최, 노현정 사무관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우수상은 장명헌 사무관, 김태환 사무관, 최민애 교육연구사, 이승환 사무관, 임영란 주무관이 차지했다. 이번 시상은 “탁월한 성과를 거둔 공무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해 신설된 ‘공무원 특별성과 포상 제도’의 일환이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노현정 사무관은 G-드라이브 파일 복구 솔루션을 고안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소된 공용 저장소 자료를 개별 PC 임시파일 활용 기법으로 복구하는 방법을 고안한 바 있다. 이 방법은 전 부서에 공유돼 자료 손실로 피해를 크게 입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부처의 복구 매뉴얼로 공지돼 행정 지식 자산 소실을 최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우수상은 장명헌 사무관, 김태환 사무관, 이승환 사무관에게 돌아갔다. 장명헌 사무관은 인공지능·코딩을 이용해 국회 요구자료 관리 체계를 자동화했다. 이에 따라 2.57억 원의 국가 예산과 연간 920시간에 달하는 업무 시간을 크게 절감·단축했다. 김태환 사무관은 학생 건강검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 실시하는 학생 건강검진 제도개선 시범 사업을 2차례 성공적으로 추진했으며, 이를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김 사무관은 이를 통해 전 생애주기 건강검진 결과 관리체계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승환 사무관은 자료(데이터)기반 행정 혁신에 기여했다. 이 사무관은 업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흩어진 교육자료(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크게 줄였다. 이 사무관은 국민과 직원들의 ‘교육데이터맵’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정보 관리와 타 부서와의 협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묵묵히 최선을 다한 실무자들의 노력이 인정받고, 이들에게 포상금이라는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 점에서 이번 시상의 의미가 크다”며 “작은 변화가 모여 교육 현장의 커다란 혁신이 일어나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에듀 김연재 수습기자 | 교육부는 23일 ‘2026년 학교복합시설 사업 1차 공모’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다음달 9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학교복합시설 사업은 교육·문화·체육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학교 또는 폐교에 교육청-학교-지자체가 협력해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육·체육·문화·복지·평생교육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모사업은 학생 교육과 지역주민 정주 여건 개선에 활용 가능한 사업을 필요성 및 지역 여건, 추진 의지, 예산확보, 활용 계획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선정한다. 사업비는 지역여건, 건축유형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하며, 가산항목 적용 시 재정지원 비율을 총사업비의 최대 80%까지 대폭 상향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1차 공모에서는 ▲농산어촌 지역 내 설치하는 사업 ▲교육특구, 자기주도학습센터,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사업 등 교육분야 국정과제 및 교육개혁과제 연계사업 ▲관계부처 공모·지원사업 병행·연계 추진사업 ▲생존수영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수영장을 포함한 사업을 평가 시 우대할 계획이다. 국정과제에 해당하는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추진을 위해 인구감소(관심)지역 및 농산어촌에는 사업비 70%를 지원하며, 자기주도학습센터, 돌봄·방과후 시설, 인공지능(AI)·로봇 등 교육·돌봄·과학·체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에는 10%를 가산한다. 학교의 유휴공간 활용을 유도하고 사업유형을 다각화하기 위해 구조 변경(리모델링) 방식의 사업비 지원 유형 또한 신설된다. 이 경우 총사업비의 60%가 지원될 예정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교복합시설은 인구감소(관심)지역과 농산어촌의 정주 여건과 교육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핵심사업”이라며 “학생과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시설로 확대 설치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에듀 김연재 수습기자 | 제2기 국민참여위원회가 500명 규모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2년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에 의견을 낼 예정이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내달 15일까지 제2기 국민참여위원 300명 이상을 공개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참여 자격은 교육정책에 관심이 있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만 16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최종 선정자는 4월 초 국교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국민참여위원회는 공개모집 300여명에 더해 지방정부가 추천하는 50여명, 1기 참여 연임위원 등 총 500명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국민과 국교위 간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이광호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이 국민참여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임기가 2년인 국민참여위원은 심도 있는 토의를 진행하며, 학생과 직장인도 국민참여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평일 저녁과 주말에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한다. 도출된 의견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 국교위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대입경쟁 교육체제 완화, AI 시대 인재 양성,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 등 국가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일에 국민의 지혜가 폭넓게 모여야 한다”며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고, 정책결정 과정의 토론을 중시하는 많은 국민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은 국교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더에듀 김연재 수습기자 | “졸업학점의 35% 수준을 교양교육과정으로 구성하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부설 한국교양기초교육원(교기원)이 23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5년 교양교육과 전공자율선택제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25학년도 기준 전국 대학의 평균 졸업 이수 학점은 128.14학점이었다. 이 중 전공교육과정의 이수학점은 평균 64.47학점(50.32%), 교양교육과정 이수학점은 평균 31.93학점(24.99%)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졸업 이수학점은 평균 127.23학점으로, 전공교육과정 평균 62.20학점(48.96%), 교양교육과정 평균 31.74학점(25.00%)을 차지했다. 사회계열 평균 졸업 이수 학점은 127.42학점으로, 전공교육과정 평균 62.15학점(48.79%), 교양교육과정 평균 31.79학점(25.05%)이었다. 자연계열 평균 졸업 이수 학점은 128.78학점이며, 전공교육과정 평균 67.22학점(52.18%) 교양교육과정 평균 31.56학점(24.58%)을 보였다. 공학계열 평균 졸업 이수 학점은 129.49학점이며, 전공교육과정 평균 68.19학점(52.59%), 교양교육과정 평균 32.58학점(25.18%)이다. 대교협 교기원은 교육과정 학점의 절반 이상이 전공 중심 구조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권장하는 졸업학점 기준인 35%에 크게 미달한다는 것. 그러면서 졸업학점의 35% 수준으로 확대해야 함을 제안했다. 양오봉 대교협 회장은 “AI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의 균형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교양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8~10월 실시됐으며, 전국 131개 대학이 설문에 참여했고, 이 중 125개 대학의 교과목 운영 자료가 최종 분석에 활용됐다. 결과 보고서는 교기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일본 정부가 도호쿠대, 쓰쿠바대, 히로시마대 등 3개 대학의 11개 학부를 국제 경쟁력 선도 대학으로 발표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1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6년도 ‘국제 경쟁력 견인 학부’ 인정을 발표했다. 인정받은 학부는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올 4월부터 정원보다 5%의 학생을 더 받을 수 있는 특례가 적용된다. 이미 기존에 다른 사유로 정원을 확대했어도 추가로 5% 더 늘릴 수 있다. 올해 선정된 학부는 ▲도호쿠대 이학부 ▲쓰쿠바대 인문·문화학군(이하 쓰쿠바대) ▲사회·국제학군 ▲인간학군 ▲생명·환경학군 ▲의학군(간호와 의료 과학만, 의학은 정원 규제 학과로 제외) ▲히로시마대 이학부(이하 히로시마대) ▲생물생산학부 ▲종합과학부 등 11개이다. 한편, 일본의 ‘국제 경쟁력 견인 학부’ 제도는 일본 대학의 학부 과정에서 외국 유학생 비율이 낮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국 유학생을 받아들일 국제화 준비가 잘 된 학부에 대해 정원을 확대해 줘 외국 유학생 모집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더에듀 | 설 연휴, 안방극장을 울린 영화 ‘대가족’은 오늘날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상실해 가는 시대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가장 강렬하게 고동치게 하는 것은, 혈연을 넘어선 '선택된 가족'의 탄생이었다. 보육시설을 벗어나 차가운 산속으로 숨어든 두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서슴없이 서로의 반려자가 되기로 결심한 두 어른의 즉석 결단은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주었다. 영화 ‘대가족’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영화는 파격적이면서도 눈물겨운 답을 내놓는다.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우주가 되어주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던진 두 남녀(음식점 사장과 직원)의 모습은, 가족 해체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관계의 성스러움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영화 속 가장 가슴 시린 장면은 보육시설에서 피를 섞지 않은 무연고를 알고, 미국인 가정에 입양 가는 것이 싫어 전에 살던 집으로 찾아간 두 어린 남매가 야생의 산속으로 숨어들게 된 모습이었다. 사회의 보호망조차도 충분한 국가의 지원 없이 ‘관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영혼을 구속할 때, 아이들이 선택한 곳은 역설적으로 아무도 없는 산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추위와 싸우며 굶주린 채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이 아이들을 발견한 두 어른의 시선은 단순한 동정(Sympathy)이 아닌 공감(Empathy)을 넘어선 결단으로 향한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의 보조금이나 시설의 침대가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받아줄 '우주 같은 부모'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와 결혼해 주겠소?” 이 말은 두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계약이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때로 생명의 시급함보다 형식의 완결성을 우선한다. 두 주인공이 아이들을 정식으로 입양하여 품에 안으려 할 때,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부부’라는 법적 자격 없이는 아이들의 부모가 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 말이다. 여기서 영화는 백미를 보여준다. 남녀 주인공은 오직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로에게 청혼한다. 이들의 결혼은 남녀 간의 에로스적 사랑을 넘어, 버려진 생명을 살려내겠다는 인간의 고귀한 도리, 즉 ‘아가페적 결단’이었다. “부모는 아이들의 우주요, 아이는 부모의 신이다”라는 극 중 노 대사의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부모는 아이에게 모두를 감싸고 품어주는 우주가 되고, 대가 없는 사랑을 통해 부모 역시 아이들이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만드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된다. 우리는 여전히 가족을 피의 농도로 측정하곤 한다. 그러나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보여준 입양의 과정은 가족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을 증명한다. 산속에서 떨고 있던 아이들을 데려와 따뜻한 밥을 먹이고, 법적 보호자가 되기 위해 인생의 경로를 수정하는 행위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존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입양은 단순히 갈 곳 없는 아이에게 방 한 칸 거처를 내주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생명의 우주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거룩한 약속이며, 우리 사회의 깨어진 인권과 관계를 개선하는 가장 강력한 연대라 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의 청혼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한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거룩한 영성’이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의 고독과 소외는 우리가 서로의 우주가 되어주기를 거부할 때 발생한다. 설날을 맞아 모인 가족들 사이에도 소통의 단절과 반목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진정한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맞잡는 관계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초저출산 예방을 위한 출산 장려 정책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차가운 시설이나 산속이 아닌 따뜻한 가정의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입양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가난하고 피폐한 국가가 책임을 외면하고 더 나은 선진국으로 무작정 팔아치우듯 해외 입양을 시킨 것은 이젠 더 이상 국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지 않고 스스로 품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에서도 입양 가정을 ‘특별한 소수’가 아닌 존엄을 실천하는 인간애의 선구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산속에서 구조된 아이들이 어른들의 등에 업혀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우리는 보았다. 인간의 도리가 실천되는 순간, 절망은 희망으로 치환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 설 연휴, 영화 ‘대가족’이 던진 화두를 우리의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가 누군가의 우주 안에서 안전하기를, 그리고 모든 어른이 한 아이라도 신을 섬기듯 경건한 마음으로 생명을 대하기를 소망한다. 인간관계의 성스러움은 바로 그 헌신적인 사랑의 틈바구니에서 피어나는 것이라 믿는다.
더에듀 | 공교육은 입시와 경쟁, 시험, 서열 등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삶 자체를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라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 움직이게끔 한다. 이 트랙을 성실하게 달리는 사람에겐 모범 학생이라는 훈장을 준다. 그런데, 울산 최초의 공립 대안중학교인 울산고운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넘어 저항적이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과 삶에 대한 사색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에 <더에듀>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데 도움을 주는 박상욱 철학교사의 수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교육이 경쟁과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때 아이들의 철학적 사유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매드 맥스’, ‘더 퍼지’ 등과 같이 법이 붕괴된 사회를 그린 영화를 보면 혼란과 갈등, 폭력의 일상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홉스와 로크같은 사회계약론자들은 법과 정부가 없는 자연 상태를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다양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할 법과 질서, 도덕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법과 질서를 아무렇게나 만들 수는 없다.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줄 보편적인 기준이 있어야만 한다. 과거에는 그 기준의 역할을 신, 자연, 이성, 왕 등이 담당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어야만 그것을 근거로 법이나 질서 등이 작동될 수 있었다. 이는 고대로부터 인간이 만든 실정법의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하려고 했던 자연법 사상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도 사회가 만든 기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그 기준이 단순히 법, 규칙, 도덕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고 욕망하는 기준은 사회가 만든 기준에 철저히 얽매여 있다. 물론 이러한 기준들은 결코 명시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지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에 암묵적으로 스며들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렇게 암묵적으로 우리에게 스며들어 생각이나 행동을 통제하는 힘을 ‘미시 권력’으로 표현한다. 과거의 왕처럼 명시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암묵적으로 사회의 기준과 권력에 순응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니체는 이러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반대한다. 기준 자체에 반대하기보다는 그 기준을 정당화하는 보편적인 기반에 반대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어떠한 진리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따르는 것은 노예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체는 망치의 철학을 말한다. 기존의 전통, 선입견, 기준, 편견 등을 망치로 부수는 것이다. 물론 부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에게 망치는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창조의 도구이다. 우리 각자는 파괴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창조해야 한다. 그것이 주인의 삶이다. 이러한 사상은 극단적 상대주의로 나아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으나, 니체는 인간의 가능성을 긍정했다. 타자의 노예가 되는 것에 저항하고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인간, 즉 ‘초인’을 상상했던 것이다. 오늘 수업에서 아이들은 법과 처벌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 소설 ‘마크’를 읽었다. 교재를 읽고 난 뒤에 승우가 질문을 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이 꼭 있어야 하는 거예요?" 승우는 도대체 기준이 뭐길래 이것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논쟁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히려 기준 때문에 사회가 더 혼란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승우의 설명에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승우의 질문으로 토론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교사: 승우의 말처럼 정말 기준이라는 것이 꼭 필요할까? 유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려면 기준이 필요해요. 교사: 왜? 유진: 기준이 없으면 헷갈리잖아요. 교사: 예를 들어 볼 수 있을까? 수진: 옷을 하나 고르기 위해서도 기준이 있어야 해요. 예쁘다는 것의 기준이요.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고를 수 있죠. 지성: 맞아요. 기준이 없으면 선택을 못해요. 예성: 아무거나 선택하면 되지 뭐. 주윤: 그럼 나중에 후회하는 거야.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아름: 영화가 재밌는지를 평가할 때에는 기준이 있어야 돼요. 민성: 법도 하나의 기준이에요. 주윤: 맞아.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기준 같은 거지. 삶의 매 순간은 선택이며 모든 선택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설프지만, 이 점을 명확하게 짚어냈다. 굳이 기준의 의미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이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이미 선택과 판단, 기준의 관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의 내용을 잘 보면, 개인적 기준과 사회적 기준이 구분되지 않고 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기준과 법이라는 사회적 기준이 함께 논의되고 있었다. 오늘 토론은 개인적 기준보다는 사회적 기준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론의 방향을 살짝 바꾸기로 했다. 교사: 우리가 있는 학교에서도 기준이 필요할까? 수진: 학교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때에도 기준이 필요해요. 승우: 맞아요. 기준 없이 평가하면 불공정하니까요. 지성: 선생님 마음대로 평가하면 분명 불만이 생길 거예요. 교사: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공통의 기준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구나. 수진: 맞아요. 아름: 근데 기준 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교사: 왜 그렇게 생각해? 아름: 음... 잘 생기고 예쁜 외모 때문에 못생긴 사람들은 상처를 받잖아요. 준이: 그게 외모의 기준이 있어서 그렇다는 거야? 아름: 맞아. 만약 기준이 없다면 다들 평등하지 않았을까? 주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성적이라는 기준 때문에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상처 받잖아요. 지성: 그건 자기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민성: 저는 지성이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기준이 없으면 다들 노력을 안 할 거예요. 기준이 없으면 평가가 없을 거니까요. 사람들은 평가하지 않으면 노력을 하지 않을 거예요. 주윤: 하지만 우리가 평가받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잖아.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 같아. 평생 평가만 받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해. 그냥 노력하지 말고 다같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는 없을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준 중 하나는 학교에서 실행하는 평가 기준일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평가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평가 기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평가 기준이 잘못되면 언론에 도배되기도 한다. 우리 반 아이들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정한 보편적인 기준 때문에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지만, 학교에서 평가 기준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평가 기준이 있어야만 누구나 공정한 대우를 받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어 쉽게 반박하기 어렵다. 교육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윤이는 이러한 생각에 균열을 일으켰다. 나는 마치 주윤이가 새로운 이상을 꿈꾸었떤 아나키스트같이 보였다. 우리는 꼭 평가를 받아야 할까? 꼭 서열과 계급을 나눠야 할까? 꼭 경쟁과 노력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준이: 난 기준이 없으면 평화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옳고 그름의 기준까 지 사라지는 거니까. 교사: 기준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아름: 엄청나게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옆에 있는 친구를 때려도 처벌할 수가 없잖아요. 민성: 맞아. 우리가 지켜야 할 기준이 사라지니까... 승우: 도덕이라는 것도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도 그런 삶을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예성: 생각해 보니 기준이 사라진다고 평등해질 것 같지는 않아요. 힘 있고 비겁한 사람이 더 권력을 차지할 거예요. 지성: 아 그렇네! 기준이 없으면 다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할 거예요. 주윤: 하지만 여전히 앞에서 나온 문제는 풀리지 않아요. 사회가 만든 기준 때문에 차별당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이들은 다시 기준이 없는 사회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기준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이 있더라도 기준이 없는 사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름이가 제안한 예는 굉장히 파급력이 컸다.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이 사라지면 폭력을 처벌한 근거도 사라진다. 승우는 이러한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이라는 족쇄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누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윤이는 앞에서 자신이 제기했던 문제를 다시 이야기했다. 타인이 만든 기준에 얽매여 있는 삶은 불행할 거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승우: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이 만든 기준에 휘둘 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거예요. 교사: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예를 들어 줄 수 있을까? 승우: 외모나 성적과 관계없이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삶의 기준은 스릴이에요. 그래서 스릴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게 잘 사는 거예요. 저한테는요. 교사: 그럼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삶의 기준을 말해볼까? 아름: 저는 편안한 삶이에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예성: 저는 돈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주윤: 저는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요. 유진: 그런데 이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만 있으면 문제가 없을까? 누군가는 남에 게 해를 끼쳐도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할 수도 있잖아요. 교사: 맞는 말이야. 기준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윤: 항상 기준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전 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유진: 저도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에 모두 기준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주윤: 솔직히 기준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살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지성: 각자가 평화롭게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면 좋긴 하겠다. 누구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민성: 그럼 정부와 법원도 필요 없겠네. 근데 그게 안 되니까... ‘좋은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지성: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좋은 기준보다 안 좋은 기준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니체는 각자의 기준을 스스로 창조하는 주인의 삶을 강조했다. 타자의 기준, 잣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지향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때 언급하는 ‘기준’은 각자가 자신의 욕망대로 선택한 기준이 아니다. 이성의 빛에 비추어 심사숙고된 기준을 말한다. 교육의 시공간에서 어린이 철학은 각자에게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기준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공공의 토론에서 검증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기준에 비판적 시선을 던지면서 자기 수정이 가능하도록 한다. 어린이 철학이 아이들에게 좋은 삶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전문 철학자들이 하듯 어려운 개념과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설득하지도 않는다. 단지 각자가 지향하는 좋은 삶의 기준에 대해 반성적으로 검토하면서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고 기술과 성향 및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오늘 토론은 아이들이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 철학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