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전영진 기자 | 수업 중 성관계 등을 언급해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고등학교 교사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선고공판은 8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1일 제주지법 형사2단독 배구민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A씨의 불법 행위는 학생들의 경찰 신고로 드러났다. 그는 수업시간에 “성관계 좋은 거다. 성관계 많이 해봐야 한다”, “몸매가 이쁘다”라는 성희롱성 발언에 더해 “너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도 해 정서적 학대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A씨 측이 이날 재학생 전수조사 결과 성희롱 피해 주장 학생은 10명에 불과한 점, 대부분은 단순 불쾌감을 느낀 수준이라는 점 등을 제시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수업 진도가 미진한 것에 불만을 가진 일부 학생들이 성적 또는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A씨는 현재 해임 처분을 받은 상태이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여고생을 모텔에 장시간 감금하고 불법촬영한 1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2일 감금과 특수상해, 성폭력범죄처벌법상 불법촬영 등 혐의로 10대 남성 1명과 여성 2명 등 총 3명을 지난 11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고생을 10시간 가량 모텔에 감금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촉법소년은 아니다. 경찰은 피해 여고생의 신고를 접수 받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탈출하던 피해자를 발견해 구조했다. 정확한 범행 경위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외계인 여드름 짜기’ 문구에 대해 강원교육청과 관련 문구업계가 힘을 모아 대응에 나선다. <더에듀>는 지난달 19일 주사바늘을 활용한 외계인 여드름 짜기 문구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상황을 전하며, 의료기기법 위반 등에 대한 문제를 단독 보도했다.(관련기사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6385) 당시 강원교육청은 이 같은 위험에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안전교육자료를 함께 내려보내는 한편,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장난감 사용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지난달 30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관계 기관에 판매 제한 및 회수 조치 요청 공문도 발송했다. 강원교육청은 후속 조치로 11일 한국문구인연합회, 집현전문구센터,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도교육청학부모협의회, 강원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과 합동 협의회를 열고 실질적 대책 마련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금속 바늘 포함 해당 제품의 위해성 및 판매 실태 점검 ▲문구점·무인판매점 대상 계도 및 유통 제한 조치 방안 ▲유해물품 판단기준 및 유통 사전심의제 등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학생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물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교육청의 책무”라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끝까지 책임감 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계인 여드름 짜기 장난감은 실제 금속 바늘이 포함된 주사기 형태의 구성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이나 무인판매점 등 어린이의 접근이 쉬운 장소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14세 이상 사용 가능을 표기하고 있어 어린이 제품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초등학생들이 실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돼 학생 안전 위협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의 법적지위를 교육자료로 바꾸는 시도가 결실을 앞둔 가운데, 발행사들이 전면 재논의 요구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AIDT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이 법안은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AIDT 발행사 14곳과 교과서발전위원회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하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에 따르면 AIDT 개발에 국비 500억원과 인프라 포함 약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든은 “교과서 한 종당 최소 40억원이라고 하면 총 8000억원 가량 투자한 셈”이라며 “모든 발행사의 수년 치 이익을 더한 규모로 발행사의 일부 손실 문제가 아니라 산업 자체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발생사들이 현재 구조조정 등에 나서고 있는 사실도 알렸다. 이들은 “약 3만 6000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 수십만명이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들을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해 있다”며 “(구조조정 인력이0 최소 50~60% 이상, 어떤 곳은 100%가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IDT 교과서 지위 변경 시도 중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전면 재논의 ▲민관정 교육혁신 TF 구성을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재교육과 YBM 등의 출판사는 현재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으로, 다른 발행사들도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도 점화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발행사는 ㈜교문사,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씨마스, ㈜아이스크림미디어, ㈜엔이능률, ㈜와이비엠,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디딤돌교육이다.
더에듀 | ‘나이 들고 중년이 되면 성숙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50~60대가 되면 자녀 양육이 마무리되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안정감으로 어느 정도 삶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전히 몸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채, 더 고집스러워지고 자신 안에만 갇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며 퇴보하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성숙해진다는 것은 단순히 주변의 물리적인 환경 변화가 아닌, 마음의 성숙을 의미한다. 누구나 중년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굴곡을 겪게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쁜 일, 슬픈 일,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들 그리고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들까지 수없이 겪는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감정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 사고, 환경, 사람 등에 잘 대처해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성숙한 인생이라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중년은 오랜 삶의 경험 덕분에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 오는 것을 빨리 알아채는 감정센서가 발달해 있다. 반면, 미성숙한 중년은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도 여전히 반복해서 실패하며 파멸을 키우는 행동을 지속한다. 문제를 처리하고 복구하며 개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감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이다. 이 전환에는 ‘성숙’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려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첫째,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지고, 스스로를 믿으며,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말의 힘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말하고, ‘지금의 상황이 분명 뜻이 있는 좋은 길로 가는 과정이라 믿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이 일상에서 체험된다면, 삶은 놀라울 정도로 행복해지고, 일에서도 결국 성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언행으로 표출한다면, 그 감정은 더욱 커져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어 내 삶과 인생을 파괴하게 된다. 그런 감정을 혼자 짊어지고 침묵하게 된다면, 씻을 수 없는 평생의 한과 상처, 고통이 되어 결국 자신을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누구나 충분히 성숙한 중년으로서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더에듀 |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중등학교 행정실 법제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이후 교육청공무원단체와 교원단체의 찬반이 격화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이때, <더에듀>는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수석교사)가 바라보는 행정실 법제화의 법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살피며, 독자들의 판단 근거를 넓히는 데 도움되고자 한다. 지난 1일 국회에서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초·중등학교에 ‘행정실’을 법적으로 설치하고 학교 조직을 체계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학교 행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의도 자체는 공감할 만하다. 교육행정의 투명성과 법적 책임성을 확보하고, 학교 현장의 혼선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명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명분도 좋지만, 교육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초·중등학교는 헌법이 보장한 ‘의무교육’ 체계를 구성하는 국가 공교육기관이며, 그 운영의 기본 원리는 ‘직무 중심’에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원을 행정조직의 하위 구성원이 아니라, ‘학생을 교육하는 독립된 전문 주체’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 조직과 운영이 교원의 법적 직무인 학생 교육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운영 원리는 학문과 연구 중심의 조직 체계를 갖춘 고등교육기관(대학)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초·중등교육 고유의 구조이며 철학이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조적·철학적 차이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고등교육기관의 ‘조직 중심’ 운영 체계를 초·중등교육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이다. 이와 유사한 법안은 2012년 유은혜 의원의 최초 발의를 시작으로, 지난 13년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발의되었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조정안 마련을 시도한 바 있다. 같은 취지의 입법이 거듭 제안되었지만, 결과는 한결같았다. 단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복되는 입법 시도 속에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빠졌기에, 이 법은 매번 실패하는가?’ 그 해답은 학교를 바라보는 초·중등교육법의 철학과 관점에 있다. 국회가 과거의 반복된 실패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었다면, 이번 법안의 이름은 ‘학교조직법’이 아니라 ‘학교직무법’이 되었을 것이다. 행정실 설치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원의 법적 직무를 명확히 정립하고, 교육행정의 역할과 책임을 명료하게 분리하는 일이다. 이를 외면한 채, 또다시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식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 현장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제는 학교를 구성하는 법적 틀부터 다시 들여다볼 때다.<계속> # 2편은 법리적 충돌을 주제로 이어집니다.
더에듀 |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무작정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막상 성적을 보니 인 서울은커녕 이른바 이 사회에서 말하는 ‘명문대’에 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원래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던 사람처럼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던 중 마침 내가 사는 청주에 연극영화학과가 있어 큰 고민 없이 진로를 결정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 같은 대입 실기를 위해 처음 공부했던 작품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였다. 연기랍시고 여주인공인 니나의 독백을 끊임없이 외웠었던 기억이 난다. 극에 몰입해 인물 해석에서 나오는 대사를 내뱉는 게 아닌 대본에 있던 활자 자체를 외우는 데 급급했다. 내면보다는 ‘어떻게 비추어질까’를 더 신경 쓰던, 지금 생각하면 참 어설픈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가 연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는 내내 소극장 햇살 사이로 아른거리던 먼지와 공연이 끝난 후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느꼈던 허무함, 대학 시절 밤새 연습하는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밖으로만 맴돌았던 쓸쓸함 같은 게 생각났다. 마치 한 편의 연극 같은 소설이었다. 어쩌면 인생도 한 편의 연극일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시작과 끝이 있는 무대.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연극적 요소가 머릿속에 맴돈 건 욘 포세의 특이한 문체 때문이리라. 마침표 없이 길게 이어지는 문장들을 읽으며 소설이라기보다는 연극 대본을 읽는 느낌과 유사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사슬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문장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이 지어내는 피오르의 리듬을 타게 된다. 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그의 흘러간 삶, 그리고 이제 막 다가오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아침 그리고 저녁>에도 어김없이 피오르의 바람과 파도, 늙은 어부의 기침 소리 같은 것들이 있다. 어눌한 구어체와 비문,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사슬, 동일어의 반복, 대화와 대화 사이의 침묵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문장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이 지어내는 피오르의 리듬을 타게 된다. -박경희 옮긴이의 말 중에서-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날 아버지인 올라이의 시선에서 묘사되는 도입부를 처음 읽었을 땐 사실 동일어의 반복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말들로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 내가 잘 이해를 못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읽어 내려갔다. 책을 몇 번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면서도 금세 그다음 내용이 궁금해져 손에 쥐게 하는 마성의 매력. 조금만 더 참아요, 늙은 안나가 말한다 사내아이라면, 요한네스라고 부를 겁니다, 올라이가 말한다 어디 보자고요, 산파 안나가 말한다 네 요한네스요, 올라이가 말한다 제 아버지처럼요, 그가 말한다 그래요 좋은 이름이네요, 늙은 안나가 말한다 그리고 다시 비명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더 크게 참아요 올라이, 늙은 안나가 말한다 조금만 더요, 그녀가 말한다 내 말, 듣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소설 속에는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것도,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어촌 마을의 평범한 노르웨이의 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서 죽고 난 이후 유령이 되어 평소 만났던 친구와 이야기하고 죽은 아내와 만나고, 그의 일상들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 속에는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을 ‘아침 그리고 저녁’으로 중의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의도처럼 인생의 덧없음, 사랑하는 사람과 익숙한 것과의 이별, 그리움, 일상의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길이면 독일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 막연한 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기도 하면서 경험한 신비한 경험들, 성경에 관해 대화를 했다. 주로 내가 끊임없이 떠들어댔고 이모는 그에 대한 반응이나 의견 정도였다. 우회전이나 좌회전 없이 지하차도를 지나 쭈욱 직진으로만 가는 코스였기 때문에 하루 중 가장 부담 없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었다. 양 길가 펼쳐진 메타세쿼이아의 풍경까지 더해져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시간들. 이제는 이모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이모와의 전화 대신 아침 기도나 유튜브 강연, 기분에 따라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출퇴근을 하는데 아주 가끔 지하차도를 지날 때면 묵직한 슬픔과 그리움이 턱밑까지 차올라 눈물이 막 쏟아진다. ‘그날 우리 집 현관에서 나눈 이모와의 인사가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더욱 꼭 껴안아 줄걸.’ 이런 생각부터 임종 직전 하얗게 질린 퉁퉁 부은 이모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모가 많이 생각났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죽음을 더 겪게 될 텐데 이 소설을 읽게 된 걸 참 다행이라 여겼다. ‘요한네스처럼 덤덤하게 자신이 살다 간 장소와 시간에 조금이라도 머무를 기회가 있다면 난 어떤 모습일까?’ 가끔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면 선하게 웃는듯한 이모의 희미한 잔상이 보인다. 다행이다. 좋은 곳에 가신 것 같아서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아요? 그곳은? 내가 묻는다 우린 잘 살고 있어. # 이 글은 브런치에 실린 것을 재구성했습니다.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게임 좋아하시나요? 학생들이 가진 물건 중 가장 비싸고, 학생들이 오래 사용하는 물건은 아마 스마트폰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도 어른도 이를 ‘스마트’한 도구라기보다는 단지 학업을 방해하는 ‘게임기’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한때 사람을 이 정도 성능의 컴퓨터로 달에 보냈었는데, ‘왜 우리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스마트기기를 게임기로 생각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스마트 교육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스마트 교육에 입문하게 되었다. 필자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학창 시절 너는 이렇게 게임만 해서 “나중에 뭐 먹고 살래?”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으며, 오래된 컴퓨터로 새로운 게임을 하기 위한 노력이 디지털 기초 소양이 되어 지금의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에 도움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운명과 같았다. 메타버스는 언젠간 다시 떠오를 키워드라 생각하고, 교육에 있어 유용한 도구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메타버스를 소개할 때 아래 구글 트렌드 자료를 함께 소개한다. 메타버스는 관심도에 비해 다소 과도한 기대가 얹힌, 일종의 거품이 낀 개념이라 생각한다. 교사로서 메타버스를 내 수업에 딱 맞게 변형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도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요소를 활용한 학급경영을 하려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이 그 안에서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과거 게임에 빠져 지내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021년 메타버스를 활용한 학급경영을 할 때 한땀 한땀 소중히 메타버스 도트를 찍으며, 교실 속 세상을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필자의 성향상 3D로 구성된 화려한 메타버스를 차시에 도입할 수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학급경영의 세계관에 빠져 몰입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를 위해서는 핍진성이 필요했으며, 이는 아이들이 그 안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는 세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학급경영의 세계관에 빠진 순간 교실에 일제강점기 공간을 구현해 독립운동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했고, 학생들은 실제로 현금을 활용해 학급경영 화폐를 사는 현질(게임이나 가상 세계에서 현실의 돈을 들여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구매하는 행위)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빠져들어 있었다. 2025년 겨우 4년이 흘렀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의 등장으로 교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25년부터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학교 현장에 도입되었고, 선도 교원 연수를 받으며 어떻게 교실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필자는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도구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사회정서교육의 첫걸음은 ‘자기 인식’부터 시작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디지털 소양의 첫걸음은 아이디 생성이고, 메타버스 첫걸음은 아바타와 닉네임 생성이다. 그러면 이것을 융합하여 같이 시작해 보자.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과거 한땀 한땀 도트를 찍으며 시간을 보내지 않고, 학생들은 아바타를 스케치하고 교사는 인공지능을 돌려 아이들의 자기 인식을 담은 닉네임과 아바타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이 만든 아바타는 바이브 코딩과 구글 앱스 스크립트를 활용하여 수업 시간이나 학급경영에서 계속 숨 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원숭이는 제천 대성으로, 병아리는 불사조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만든 닉네임과 아바타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한 명 한 명 스토리를 다 나누고 싶지만, 이야기 공개에 동의한 두 명의 아바타 이야기만 나누려 한다. ‘원숭이’ 아바타를 만든 학생은 원숭이처럼 장난기가 많고 활발하며,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병아리’를 좋아하는 학생은 병아리처럼 귀엽지만,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리다. 아바타를 바탕으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핵심이라 생각하는 ‘마음 건강’을 함께 챙기고자 한다. 그리고 2025학년도가 끝날 무렵에는 동안의 성장과 변화를 담아 아바타를 진화해 주고 싶다. 원숭이는 장난기의 원천인 호기심과 실천력을 바탕으로 역량을 기르고, 강점을 키워 삼장법사를 서천으로 인도하듯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 멋진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병아리는 쉽게 상처받을 수 있지만, 불사조가 되어 재가 되는 것이 끝이 아니라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튼튼한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올해의 목표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교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마이크로 칭찬을 통해 학급 화폐를 생성했다. 이 학급 화폐는 인공지능과 함께 제작한 ‘하는반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통해 거래된다. 화폐가 운영되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격증을 취득해 소득을 높이며, 직업 생활을 하는 등 학급 세계관 내에서 실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도움을 받아 경험 자체를 키우고, 배운 내용을 삶 속에 적용하는 깊이 있는 학습을 실현하는 교사의 상상이 교실 안에서 현실이 되는 시대가 왔다. XR메타버스협회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윤태영= 학생들이 학교를 감옥으로 느끼지 않고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이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디지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TOUCH 교사단, AIEDAP 마스터 교원, 교실혁명 선도교사, 교과별(실과) 선도교원, 사회정서 선도교원 등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교사 수업 공개, 컨설팅, 연수 등을 통해 나누는 것도 좋아하며, 이를 바탕으로 2024 올해의 수업 혁신 교사상을 수상하였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수업 중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법으로 통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또 특수교육 대상자를 예외로 둔 것은 ‘차별과 구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수업 중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조정훈·서명옥·이인선 의원)의 교육위 대안을 통과시켰다. 대안에 따르면, 학생은 원칙적으로 수업 중 휴대전화 등 모든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교육목적 또는 긴급한 상황 대응 위해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한 경우는 예외이다. 교육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교육적 목적의 휴대전화 소지 제한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변경해 판단했다”며 “학생의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반영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제가 아닌 신뢰와 훈련이 필요하다며 비판하는 입장이 나왔다. 이인규 (사)한국교육연구소 소장은 “이 법은 모든 학생을 일률적으로 스마트폰을 통제해야 할 존재로 규정한다”며 “학생의 자율성과 판단 능력을 불신하는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기기를 무조건 수거하고 차단한다고 학생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교육이 살아날까”라며 “프랑스처럼 제한한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학교 자율, 교사 판단, 학생의 디지털 윤리 교육을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에게는 기기 없는 교실이 아니라 신뢰받는 시민으로서의 자리가 필요하다”며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지 통제하는 감옥이 아니다. 기계를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민이 되는 것, 그게 교육이고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역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자율과 자치를 짓밟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냈다. 교원단체는 법안 제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제한 대상에서 예외로 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전북교사노조는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흔들렸던 교실의 질서를 회복하고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교사뿐만 아니라 학습 방해로 어려움을 겪던 다수의 학생과 수업의 질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조치”라고 평했다. 그러나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 예외로 둔 조항은 우려스럽다”며 “보호라는 의도와 다르게 별도로 구분하거나 차별로 이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또 다른 교육활동 침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만 6~11세 아동의 우울증 진단 건수가 최근 5년간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 고학년, 여학생, 세종시의 비율이 높았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20~2024까지 특정 질병코드(F31~F33) 진료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우울증 진단 받은 초등 연령대 아동은 2020년 2066명에서 2024년 4892명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10만명을 기준으로 한 우울증 진단율은 같은 기간 10만명 당 74명에서 195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또 만 6세 아동의 경우 48명이었지만, 만 11세 아동은 309명으로 약 6.4배 높았다. 남학생이 246명으로 여학생 138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782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 249명, 부산 168명, 충남 141명 등을 기록했다.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서적 부담과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청소년기 여학생의 우울 유병률이 높은 경향과는 대조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통계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감지되는 위기 아동의 증가와 정서·행동 문제 확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로서 의미가 크다”며 “초등 저학년을 포함한 아동기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개입, 성별·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