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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사 이야기] “요즘 시대에 가정사 캐려는 교사가 있나요?”

중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검증과 사생활 침해에 대해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해마다 뜨거운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면 필자는 달빛축제공원을 찾는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2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첫날, 오후 초반에 배치된 유명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 달빛축제공원을 찾았다가 펜타포트 사상 최악의 입장 대기 줄을 서야 했다.

 

핫플레이스에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락 페스티벌처럼 넓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건 ‘입장 단계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났음’을 의미했다.

 

필자가 10년 동안 참여한 락 페스티벌 현장에서 2시간씩 기다려 입장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기이한 일이었다.

 

현장 스태프는 줄이 긴 이유에 대해 티켓 예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실랑이가 있어 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다 입장 단계에서의 어려움은 펜타포트 뿐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몇몇 케이팝 콘서트에서도 암표 거래를 막는다는 이유로 주민번호, 주소, 심지어 생활기록부나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과도한 본인 확인 절차로 팬들의 반발이 일어났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어떤 팬은 고모가 예매한 티켓을 현장수령하기 위해 접수하다가 “일반적으로는 어머니가 예매하는데 왜 고모가 예매했느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사정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 왜 가정사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만든 절차지만 번거로움과 수고는 암표상이 아닌 팬들이 겪고 있는 것이다.


펜타포트, 케이팝 그리고 중학교


그런데 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사생활 침해적 절차가 중학교 입학 시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인기 학군에서의 ‘위장전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아니 해당 지역에서의 민원이 빈발한다는 이유로 관내의 모든 신입생과 그 보호자들은 일반적인 입학 서류보다 훨씬 복잡한 가정환경 정보와 관련 증빙서류까지 제출해야 한다.

 

부모의 직업, 가족 구성원의 세부 사항, 한부모 가정 여부, 이혼 여부 등 학생 개인의 생활과 전혀 무관한 정보를 교육지원청이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일반적으로 6학년 부장 교사가 서류를 가지고 교육지원청에 가서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서류(주민등록등본에 부,모가 함께 있지 않은 경우)에 대해 소명을 하고 부족한 경우에 교육지원청이 직접 해당 학부모와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이 노출되며 불편한 감정이 오가기도 한다.

 

“왜 담임 선생님이 우리 가정사를 알아야 하느냐”, “이혼한 전처와 연락을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는 거냐” 같은 항의성 발언은 교사를 곤란하게 하고, 졸업을 앞두고 스승과 제자, 학부모 사이가 불편한 관계로 이어진다.

 

기피 업무이기 때문에 해마다 바뀌는 교육지원청 담당자들도 이러한 가정사 확인과 민원 응대에 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결국 위장전입을 막기 위한 행정 절차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청 모두를 소진하는 구조로 고착화하고 있다.


위장전입은 신도시가, 서류제출은 원도심 학부모가


이 과정에서 정의의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환경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학생이나 한부모 가정일수록 더 많은 서류를 제출하며 사생활이 더 심각하게 노출된다.

 

민원이 있으니, 위장전입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특정 가정의 사생활이 불공정하게 밝혀지는 구조는 심각한 문제다.

 

신도시 같은 인기 학군의 위장전입 문제를 다루기 위해 위장전입과는 관계없이 가정사가 복잡한 학군의 학부모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중학교 신입생 학부모가 중학교 입학을 위해 이러한 절차를 거치도록 법령에 정해진 것도 아니다.

 

서울이나 인천, 경기 일부 지역처럼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는 지역에서 중학교 입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개인 정보제공 동의 절차일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명시적으로 ‘입학 단계에서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 우려’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교육부나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자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교육부와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접근 필요


이제라도 교육부와 정부 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정책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학생의 입학 단계에서 수집하는 정보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특히 가정환경에 대한 민감한 정보는 명확한 교육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절차라면 3개년 동안 꾸준히 지원 학생 수가 정원을 초과한 중학교 인근 학생에 대하여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핀셋 정책을 펴야 한다.

 

‘입학’이라는 설레고 중요한 순간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교육 당국은 제도와 법령을 신속히 개선하고 업무를 간소화해야 할 차례이다.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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