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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사이야기] 일상과 사람에 대한 존중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수오지심(羞惡之心)에 대하여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밥 퍼 목사 최일도 목사님의 책 제목이자 삶의 자세를 나타내는 이 말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사는 것은 위대한 일이고 ‘밥’을 먹는 일은 고귀하며, 그 매일의 ‘밥’을 만들어 주는 이의 수고는 숭고한 것이다.

 

‘밥’은 ‘생명’이다.

 

급식실에서 23년을 봉사해 온 조리실무원님의 퇴임식이 얼마 전에 있었다. 식당에 갈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나이 지긋한 분임을 기억했지만, 그분의 성함은 퇴임식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수고로운 일을 감당해 주는 분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이름을 제대로 불러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까지 동시에 밀려왔다.

 

그저 나 또한 그 분에게 늘 반갑게 인사하고 말 한마디라도 붙여 본 것에, 그나마 송구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살짝 돌발 상황이 있었다. 퇴임의 소회를 말씀하시던 실무원님께서 던진 한마디 때문이다.

 

“선생님들, 저희도 사람입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저희를 좀 사람 취급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는 것은 아이들 인솔하느라 바빠서 그렇다고 이해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무언가를 엎질렀거나 해서 저희를 부를 때 최소한 멀리서 손만 까딱까딱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앞으로 나와서 용건을 이야기해 주셨으면 해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깊은 가슴 찔림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의 차별, 혹은 배제에 나 또한 알게 모르게 관여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학교 곳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다가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잘 해왔노라고 나름 자부했지만, 자만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이 이야기에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분개하는 이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함께 테이블에 앉았던 후배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화를 내는 사람 중에는 거기 해당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실무원님도 그분들을 보면서 마지막에 저런 이야기를 하셨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되려 자신을 돌아보고 찔림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형, 사람들이 다 형 같지 않다니까요.”

 

​‘굳이 이런 자리에서 저런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분도 오죽하면 저런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하실까’하고 이해해 줄 마음의 여유는 없을까.

 

​“그들이 (스테판 집사가 한)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그를 향하여 이를 같거늘”(사도행전 7장 54절)

 

​수오지심은 나를 향해야 한다.

 

성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장면을 잠시 떠올리며,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본다.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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