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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사 이야기] 교직, '누칼협·악깡버·존버'로는 답이 될 수 없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2022년 한 해 동안 교사들에게 일이 싫어질 만한 이유들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인기 스포츠라고 비아냥을 얻어온 ‘공무원 욕하기’, 그중에서도 이른바 ‘교사 까기’는 횡행해 있다. 이는 “요즘 교사 힘들다, 교사 나름의 고충이 있다. 심지어 교사가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등에 흔히 달리는 댓글인 ‘누칼협’과 같은 혐오 표현으로 잘 드러난다.

 

“누(가 교사 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

 

본인이 한 선택이니 ‘악깡버’(악으로 깡으로 버티라) 하라는 건데, 그 누구도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 참아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한 번의 선택으로 그 결과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난센스(Nonsense)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교사들은 누칼협, 악깡버와 같은 무미건조한 말에 상처를 받을 정도로 심리상태가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수업하는 교사에게 카메라를 들이미는 학생, 급식실에서 칼을 들고 와 선생님을 찌르려는 학생, 교원능력평가에 버젓이 성희롱을 가한 학생 등 교사들의 정신은 성할 수가 없다.

 

언제든지 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실질적인 대응이 미비에서 오는 허탈함은 막막한 사실로 다가온다. 마침내 교사들은 공성전의 수비병들처럼 방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학생인권 챙기려다 교사인권은 정작 밑바닥을 쳤다.”

 

이윽고 많은 교사가 이와 같은 명제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보편적 인권신장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어깃장이라도 놓아야 교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토론회, 심포지엄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고, ‘학생인권과 교권의 조화’처럼 두 개념이 균형을 맞추어야 할 대응하는 개념으로 언급되는 교육계 인사들의 발언과 언론 기사 등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교사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과는 별개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를 일종의 ‘반비례 관계’로 인식하거나, 학생과 교사를 일종의 ‘적대적 공존 관계’로 인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사에게, 특히 교사 개인의 삶에 좋지 않다.

 

 

“감정소진과 조용한 퇴직.”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직업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 없이 교사가 있을 수 없다. 교사가 일터인 학교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은 학생을 만나는 일이다. 교사는 학생을 만날 때 교사다. 즉, 교사로 살면서 학생을 만나지 않는 방법은 없다. 교사는 매일 학생을 마주하는 필연 속에 산다. 교사는 학생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런데 교사와 학생의 존재를 서로 대립하는 존재로 이해하거나, 한 쪽의 사정이 나아지면 다른 한 쪽의 사정이 나빠지는 일종의 경쟁관계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교사는 매일 전장에 나가는 심정으로 출근해야 할 것이다.

 

매일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는 사람의 행복도는 예상하는 바와 같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감정소진’(Emotional Exhaustion)이다. 감정소진이란 직업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나 힘듦 때문에 업무에 대한 열정을 상실한 상태다.

 

감정소진에 빠진 사람은 업무 중에 긴장감과 두려움, 좌절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력함을 느낀다. 이는 업무 성과의 하락은 물론,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 이타성의 감소, 피로감 심지어는 우울증에까지 이르게 된다.

 

감정소진에 대한 최신 대응법 중 주목받는 것은 이른바 ‘조용한 퇴직’이다. 조용한 퇴직은 현실적으로 당장 그만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마냥 성실하기에는 매일이 고통스러운 직장인들이 택한 자구책이다. 교사들 사이에서 종종 들려오는 ‘(모든 사건이 민원의 대상이 되느니) 그냥 교과서만 읽고 말아야겠다’라든지, ‘돈 받은 만큼만 수업하겠다’와 같은 자조적인 표현들이 이를 대변한다.

 

“존버는 실패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버티는 ‘존버’전략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몰입의 순간이 가장 행복에 가까운 심리상태임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시간 중 대부분을 투여할 수밖에 없는 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말한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자신의 노동에서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라며,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것을 주문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의 일은 학생이다. 교사들은 대개 학생들의 상태를 금세 파악한다. 바로 옆에서 호흡하기 때문이며, 아동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했고, 면밀하게 공부해 왔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게 되고 그들의 반응으로부터 자신을 평가한다. 가정환경, 교육정책, 주변 부대 모든 상황이 있더라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거나, 학생들이 불행하다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게 교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행복해야 교사가 행복하다.”

 

우리는 자주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어떤 연수에서는 이 문장을 모두가 외치며 마친 적도 있다. 그런데, 교사들이 미처 돌아보지 못했을지 모르는 명백한 사실이 여기 있다. 학생이 행복해야 교사가 행복하다.

 

교사라는 직업이 그렇다. 그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격언은 종종 피할 수 없는 일을 정당화하는 작업에 쓰인다. 즐기는 편을 택하는 것이 차선책처럼 보여서 왠지 지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정당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주목하였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교사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일과 학생을 사랑해야 한다.”

 

# 위 글은 실천교육교사모임 홈페이지의 실천아레나를 요약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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