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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사 이야기] 출입국의 자유, 휴식의 자유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보다 열린 세상을 꿈꾸며


“선생님, 친구 OO 좀 나오라고 해주시면 안 될까요?”

“용건 있으면 들어와서 이야기해.”

“네??? 그래도 되나요?”

“뭐 어때, 쉬는 시간이고 또 내가 교실에 있는데. 출입국은 자유다. 대신 범죄행위가 발견되면 입국을 제한한다.”

 

쉬는 시간의 고학년 복도는 늘 북적북적하다. 물론 복도에서 뛰거나 레슬링하는 남학생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고 요즘은 그런 아이들이 별로 없다. 다른 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들이 많으니 사실 뛰거나 레슬링할 공간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 왁자지껄 떠들고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은 이런 상황을 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복도에서 떠들고 있으면 학년의 군기반장 교사가 떡 하니 나와서 우렁차게 이야기한다.

 

“모두 다 들어가!”

 

그러면 아이들은 시무룩한 얼굴로, 터덜터덜 교실로 들어가고, 각 반에는 ‘복도 생활지도가 요즘 잘 안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복도에서 떠들지 않게 각 반에서 지도를 좀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가 배달된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통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반 아이들과 만나다 보면, 혹은 엮이다 보면 꼭 싸움이 발생하고 학교폭력 사안으로 발전하니 아예 그런 싹을 잘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방침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복도에 못 나오게 한다고, 쉬는 시간을 통제하고 교실에 가만히 숨죽이고 있게 한다고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오히려 그런 억압된 욕구와 소통의 단절이 더욱 예민하고 공격적인 아이들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 자꾸 싸워서 걱정이라면, 그 잠깐의 고비를 넘기고 더욱 많은 경험을 쌓게 할 때 비로소 체육의 참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물론 이 아이들은 아직 자라나는 과정이고 성인처럼 모든 것을 다 허용해 줄 수는 없다. 성인의 보호와 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 ‘휴식의 권리’를 통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면 모두 일리 있는 구석이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반의 출입국 심사대는 늘 열려있다.

 

다행히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도 뜻이 통해 각자 학급의 출입국 심사대를 개방해서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자유롭게 들어와서 놀게 한다. 다만, 책임지지 않는 자유에 대해선 그에 합당한 공권력이 동원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다른 반 아이들과 만난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내면화하는 ‘자유와 책임’,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나아가 더 열린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작은 실천이 아닐까.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을 일부 재가공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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