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가 최교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취임하면서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우리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온 입장에서 김 신임 정책보좌관의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몇가지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린 아이들을 입시위주교육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아이들의 일상이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낮추게 해야 합니다. 유은혜 전 교육부장관이 2022년도에 학부모들이 주장한 정시 중심 입시제도 확대 주장에 굴복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그 결과 점수 위주 교육의 강도가 더 세졌습니다. 교사들의 권위를 세워주었으면 합니다. 이것도 입시위주교육이 있는 한 불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입시위주교육을 하지 않게 하고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길은 아마도 대학 진학 방식에 있어 시험 선발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무시험 선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식만이 우리나라 교육의 오래된 숙제를 푸는 길이라 사료됩니다. 그게 가능한 방식을 진실로 찾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첨언합니다. 대학 입학 방식은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중간에 있고 두 그룹을 연결합니다. 따라서 문제를 풀려면 대학문제를 함께 다뤄야 합니다. 대학 측은 대체로 시험 선발 방식에 익숙해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일본이 구상한 것이고 우리나라와 중국에도 퍼져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쓰지 않는 방식입니다. 저는 미국식 대학 입학 방식을 추천합니다. 그 큰 나라가 입학시즌에 조용한 것은 무시험 입학 방식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먼저 대학(大學)이란 말부터 바꿔야 합니다. 대학이란 소학(小學) 중학(中學) 대학(大學)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소학(지금은 초등교육이라고 함)과 중학 이후의 교육이라기보다는 연구와 봉사가 주목적인 학문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교육은 미성인을 대상으로 할 때만 사용이 가능한 말입니다. 따라서 초중등교육 이후의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서양에서는 칼레지(College) 혹은 유니버시티University라고 합니다. 그 의미는 세상 문제를 다루는 조직입니다. 대학을 초중등학교 교육을 잇는 교육기관이라고 하는 일본이 만든 개념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대학을 새롭게 볼 수 있다면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됩니다. 역으로 지금처럼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끊지 못하면 아마도 영원히 대학에 종속된 초중등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김교수님의 많은 성취를 기원합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교사 모욕’ 논란에 휩싸인 하이러니 홍보영상에 직접 사과하고 나선 가운데, 경기초등교사협회(경기초교협)가 ‘정책 소통 개선 프로그램 도입’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경기초교협은 18일 임태희 교육감의 사과문 게시에 대해 “교육감의 빠른 인식과 책임 있는 사과를 환영한다”며 “단순 홍보 영상 착오가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진정성 그리고 노동을 가볍게 소비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보호와 정책 감수성 개선, 정책 사전 검증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한 후속 대책을 제안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정책 감수성 검증 TF를 구성한다. TF는 교육감 직속 협의체로 운영하며 정책·홍보물 제작 시 교사단체 사전 검토 구조 구축, 교권 침해 요소·교사 모욕 요소·현장 부합도 등 체크리스트화 등을 맡는다. 또 교사 업무·이미지 보호 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규정에는 교사 전문성 훼손 우려 있는 콘텐츠 사전 차단 장치 마련, 교사·학생 관련 영상 외부 윤리 검토 의무화, 교육청 공보라인 전반 관리·감독 강화 등을 담는다. 마지막으로 ‘정책 소통 개선 프로그램’ 도입을 요구했다. 정책 추진 전 최소 1회 이상 교사단체 의견수렴 의무화, 정책 변화·신기술 도입 시 교사 이해도·우려 조사 실시, 현장 교사와의 정기 간담회 확대 등을 포함했다. 경기초교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AI·디지털 기반 정책 추진 시 교사 인권·감수성 검토와 교사 이미지 소비 방식 재정립, 현장 의견 반영 시스템 개선 등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는 행정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회가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의 모든 교사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교사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대변하는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인천교육청이 상위법에서 정한 고용휴직 사유에 ‘국외 대학 임시 고용’ 포함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포함될 경우 적용 시점은 2027년 3월 1일이다. 앞서 <더에듀>는 인천교육청이 교육공무원법에 적시된 고용휴직 사유 중 ‘국외 대학 임시 허용’을 내부 지침에 반영하지 않아, 상위법 우선의 법칙을 위반했다는 관내 A교사의 문제제기를 단독 보도했다.(관련기사 참조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292) A교사는 내년 3월 1일부터 노르웨이의 한 국립대학에 계약직 연구원으로 임용 예정된 상태이지만, 인천교육청은 내부 규정 사유에 ‘국외 대학 임시 고용’이 없다며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A 교사는 상위법 우선 원칙 위반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인천교육청은 내년도에 해당 규정을 변경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해당 사유 반영을 전제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제기가 있는 해당 사유는 내년도 인사규정 개정 시점에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며 “개정된다면 적용 시점은 2027년 3월 1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내년 적용 규정은 확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교사는 소청심사나 행정심판 등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아보려 했으나, 출국 일정 등 시간이 촉박해 일단 내년에는 자율휴직을 한 후 이동할 예정이다. 자율휴직의 경우 호봉 등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감내할 방침이다. A교사는 “다른 휴직 제도로 출국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은 셈”이라며 “논의하겠다고 한 만큼 내년에는 반드시 상위법 취지에 맞게 규정이 개정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7년 3월 1일, 정당하게 고용휴직으로 전환하길 기대한다”며 “상위법을 축소한 규정으로 해외 우수대학 연구 성과가 인천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삭제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에듀 |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을 모델 삼아 만들었다는 계획 도시 경주와 일본의 교토, 동아시아 3개 나라의 천년고도 시안, 경주, 교토를 방문하며 보고 공부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록에 근거한 역사 문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기회로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복기하면서 불분명함이 명확해지고 새로워지는 경험을 해보고자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홍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중 - 진시황릉, 병마용, 화청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세 장소가 모두 근처에 있어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화청지(華淸池/화청궁)는 왕조의 영화와 한 여인의 비극적인 아름다움과 격동의 근현대사를 모두 품고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여러 왕조 중에서 특히 당나라는 화려했던 중국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으며 중국인들 또한 그 시대의 영화를 자랑스러워 하고 그리워한다. 현종과 양귀비의 영원한 사랑의 장소인 화청지(華淸池)는 시안 시내에서 30km 떨어진 여산(骊山) 일대에 위치한다. 이곳은 중국에서 교육기관(학교)과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화청지는 3000년 전 주나라 때부터 당나라 때까지 황제와 조정 대신들이 애용했던 온천이자, 당나라 6대 왕이었던 현종과 며느리였던 양귀비의 로맨스 무대로 유명하다. 747년에 현종은 온천을 좋아하는 양귀비를 위해서 이곳에 대규모 공사를 실시, 온천 뿐 아니라 궁전을 새롭게 짓고 궁전 주변을 성벽으로 둘러싸 ‘화청궁(华清宫)’을 완성했다. 양귀비는 서시, 왕소군, 초선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유명하다. 아들의 부인으로 35살이나 연하인 양귀비에 빠져 정사를 뒤로 했기에 중국 역사상 둘도 없는 전성기였던 당나라가 멸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화청지에 입장하면 뒤로 산이 보이고 그 앞에 건물들과 함께 연못이 있다. 이 연못 위에 세워진 무대에서 장안가 공연이 펼쳐진다. 연못 주위를 돌아 올라가면 온천을 하는 여러 건물이 등장한다. 매일 43℃의 온천수가 120톤씩 샘솟는다는 화청지에서 양귀비는 온천을 즐기며 매끄러운 피부를 항상 유지했다고 한다. 당시 현종과 양 귀비가 사용하던 온천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연화탕’은 현종이, ‘해당탕’은 양귀비가, 그보다 먼저 만들어진 ‘성진탕’은 고구려 정벌로 대패를 했다는 태종 이세민이 애용했다. 왕이 사용하던 온천 유적 오른쪽에 주룽호라는 호수가 있다. 푸른 물 위로 호숫가 풍경이 비친다. 사이사이로 당나라풍 정자와 회랑이 이어진다. 양귀비의 백색 석상이 있는데 이곳이 사람들이 촬영을 많이 하는 스팟이다. 북쪽에 있는 비상전은 밤낮으로 미모를 가꾼 양귀비가 현종을 침실로 이끌었던 둘만의 처소다. 해당탕은 양귀비가 홀로 목욕했던 개인 탕으로, 탕의 형태가 마치 만개한 해당화 꽃잎을 닮았다. 현종이 양귀비의 미모에 취해 그에게 헌사한 특별한 공간이다. 현종의 ‘연화탕’은 연꽃 모양을 본떴으며, 그 규모가 해당탕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 이 탕에서는 발굴된 물길 유적을 통해 당시 온천수 공급 시스템의 정교함을 엿볼 수 있다. ‘향기가 엉긴 연못’이라는 뜻의 향응지와 학문을 닦던 누각인 수문당 등은 현종이 정무를 보거나 연회를 즐겼던 부속 건물들이다. 온천고원은 화청지 온천수의 원천이 나오는 곳이다. 화청지가 유명한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큰 땅과 많은 인구 그리고 우수한 문명을 가진 중국 대륙이었지만, 근대에 이르러 청나라의 몰락과 함께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면서 외세의 침략을 받기 시작했다. 쑨원의 중화민국이 등장하면서 근대화를 추진했지만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으로 나라 안이 어수선한 틈을 타 일본이 만주지역을 침략했다. 그러나 중화민국 총통 장제스는 공산당 토벌에 집중했다. 부하 장군 장쉐량은 먼저 외국세력인 일본과의 항일 전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화청지를 방문했던 장제스를 억류하기로 결심했다. 이 사건이 바로 시안사변이다. 궁궐 일부 건물 창문에는 시안 사변 당시의 총알 자국이 유리창에 그대로 남아 있어, 고요한 궁궐 속에 숨겨진 역사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겨울 총성이 울리자 장제스는 급박하게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궁궐 뒤편 여산으로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추운 겨울,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바위 틈 사이에 숨어 있던 장제스는 결국 체포돼 구금됐다. 장제스가 숨어 있다가 체포되었던 바위 위에는 후일 ‘병간정’이 세워져 역사의 현장임을 알리고 있다. 이후 국민당과 공산당이 함께 국공합작을 통해서 일본과의 전쟁을 벌일 수 있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지만 이 사건이 없었다면 국민당은 유리한 상황 속에서 중국 대륙을 통일했을 것이고, 타이완 섬으로 밀려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산당 입장에서는 소멸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기사회생해 대륙을 갖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래서 중국과 타이완이 시안사변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륙을 포기하고 타이완 섬으로 옮긴 장제스는 죽을 때까지 대륙수복의 꿈을 그리면서 시안사변의 주인공인 장쉐량을 타이완 섬 곳곳에 연금시켰다고 한다. 어쩌면 시안사변이 우리의 역사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랬다. 일단 남중이었고, 그래서인지 어둡고 칙칙했다. 건물이 길게 일자형이었던 이 학교는 정확히 절반은 중학교, 절반은 상고였다. 그러니까 복도의 한쪽 선을 넘으면 거기부턴 고등학교(그것도 소문이 안 좋았던)가 되는 거였다. 교문을 들어서면 그 앞에서 우리를 맞는 것은 덩치 큰 고등학교 선도부들이었다. 다행히도, 고딩들이 우리를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화장실은 전교에 달랑 한개, 그것도 건물 밖에 있었고 소변기는 철판형이어서 오픈된 채로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철판에 물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 중학교는 그랬다. 선생들이 모두 깡패였다. 어찌나 애들을 패던지, 나 같은 모범생도(부끄럽지만, 난 모범생이었다) 허벅지에 피멍 들기가 일상이었다. 손바닥,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 등 안 맞아본 곳이 없다. 싸대기? 물론 그것 또한 일상이었지. 미술 준비물 안 가져왔다고 우리는 각자의 뺨을 그들이 때리시기에 좋게 각 자리에서 비스듬히 기울여야 했고 몇 초 후 찰진 찰싹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악 선생은 떠든다고 갑자기 일렬로 쭉 서라고 하면서 도미노 블럭을 엎어뜨리듯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다다다 싸대기를 날렸다. 두발 검사는 수시로 이루어졌고 머리 긴 애들은 그 자리에서 바리깡으로 고속도로가 났다. 장난치다가 걸린 애들은 앞에 나와서 남선생들의 노리개가 됐다. 고추는 그들의 손에 쥐어졌고, 온갖 추잡한 음담패설들이 허공에 하얗게 뿌려졌다. 그 중학교는 또한 그랬다. 애들도 모두 깡패였다. 1학년 처음, A초등학교 짱과 B초등학교 삼짱이 하필 우리반이었다. 그 짱들은 기분이 안 좋으면 별일 아닌 일에도 애들을 때렸다. 온갖 주먹이 날아갔고 그 주먹 앞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B초 삼짱이 교실 한구석에서 한 아이를 20분 정도 계속 때리고 있는데도 우린 그 일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아니, 둘 수 없었다. A초 짱은 같은 반이었던(지능이 떨어졌던, 지금으로 말하면 지적장애였던) 한 아이를 앞에 세워놓고 웃겨보라고 했다. 재미가 없거나 맘에 안 들면 빗자루로 그 아이의 손바닥을 때렸고 그 짓은 며칠간 이어졌다. 내가 그 폭력에서 다소 비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공부를 꽤 잘했기 때문이다.(얘기하지 않았나, 나 모범생이었다고. 안다, 나 좀 재수없다.) 그들은 여튼, 공부 잘하는 애들은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고 내 중학교가 생각나서 끄적여 봤다. 마지막 권상우의 대사 마냥 대한민국 학교는 참, X같았다. 체벌 교사의 탄생 내가 1990년대 중후반에 중학교를 다녔으니 거의 30년 전 이야기긴 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분위기가 이랬던 건 아니었다. 내가 다닌 학교가 좀 많이 심한 편이긴 했다. 체벌 금지 이야기가 슬슬 나오던 시절로 체벌이 허용되던 시기였다. 군사독재정권이었던 70, 80년대는 오죽했을까. 기나긴 군사독재의 포악함은 학교에도 그대로 이식되었다. 학교도 군대와 다름없었다. 오와 열을 맞추어 운동장에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모습은 전열을 갖춘 군인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학교에는 ‘교련’이라는 이름의 군사학 수업이 별도로 있었다. 군대 문화는 학교를 야만으로 만들었다.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 폭력에 가장 앞장 선 사람들이 어쩌면 교사들이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 보면, 시계를 풀고 손목 한 번 어루만진 후 최고 속도의 스매시로 싸대기를 날리는 교사의 모습이 강렬하게 나온다. 그 시절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아무런 이물감 없이 그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과장됐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만큼 그런 모습은 실제로 그 시대에 흔한 것이었다.(이런 폭력적 군대 문화의 더 오래된 기원은 사실 일제 식민지시기에 있다. 그들이 전체주의 문화로 우리 교육을 한 번 망쳐버렸고, 광복 이후 반성하지 않은 위정자들은 그 문화를 그대로 이어받아 우리 교육을 또 한 번 망쳐버렸다.) 그 시절 ‘시스템’과 ‘제도’는 없었다. 명목상으로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아무 작동도 하지 않았다. 사적 폭력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직접 때리고 밟으면서 학생들을 통제했다. 덕분에 통제는 잘 되었다. 감히 교사에게 학생이 덤빌 일은 없었다. 교사들은 굳이 때리지 않고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찾지 않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이미 익숙해져 편하니까. 나는 아무리 지금의 교사가 설사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시절 교사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아무렇게나 써 왔고 그에 대해 진지한 반성도 없었던 그 시절 교사들에 나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은 모두가 그랬기에 용인되어야 하는 걸까? 물론 체벌을 하지 않으면서 교사 생활을 하던 분도 있을 테고, 또 체벌을 했을지언정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분이 있을 거라는 걸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 게다가 나는 이게 용서받지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폭력에 일조했던 과거에 대해 그 시절 교사들은 용서를 구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를 나는 당최 들을 수 없었다. 체벌 금지의 탄생 문제는, 군사독재 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민주화의 흐름 속에 ‘체벌 금지’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들려 오면서 발생한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체벌 금지’가 본격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체벌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학교 내 체벌은, 많지는 않지만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진 걸로 안다. 2010년까지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가 남학생을 심하게 폭행하는 일명 ‘오장풍 교사 사건’이 일어나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폭행’이 일상적이었던 건 아니었고, 그 즈음에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흐름과 맞물려 이미 사실상 체벌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초등의 경우이긴 하지만, 2007년 내가 처음 기간제 교사로 교단에 섰을 때도 선생님들이 체벌을 한다는 얘기를 흔하게 듣지는 못했고(반대로 말하면 간혹 듣기도 했다는 말이겠다.), 임용고시 장수 도전 끝에 첫 발령을 받았던 2013년에는 더더군다나 체벌을 한다는 교사 이야기는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참고로 공식적으로는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직접적 체벌은 허용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궤를 같이 해 ‘교사의 권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법천지 교실의 탄생 나는 바로 이 시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체벌이 사라지는 바로 이 과도기적 시기 말이다. (체벌의 옳고 그름을 따지진 않겠다. 중요한 건 그동안 교사가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바로 잡고 훈육하는 방법은 ‘시스템’이 아니라 ‘체벌’이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체벌’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체벌이 사라졌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맞다. 학생들은 (동물에 비유해 미안하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사건들마저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교권 추락’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교실에서 수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는 학생들이 대다수가 된 상황은 이미 오래전이다. 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봉변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2010년대 어느 무렵부터 ‘아동학대처벌법’의 제정과 맞물려 교사들은 ‘아동학대’의 위협에 시달린다. 사실상 체벌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약간의 신체접촉, 예컨대 싸우는 두 학생을 말리려 떼어놓는 과정에서 생겨난 교사의 신체접촉에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마저 생기기 시작한다. 그뿐만일까. 말하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체벌이 사라지면서 교실이 ‘무법천지가 될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벌’을 부활시키자는 것이냐? 혹은 ‘체벌’을 없앤 게 잘못됐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그건 절대 아니다. ‘역시 애들은 맞아야 해’류의 인터넷 댓글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지지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과거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체벌’이 없어진 것 자체를 나는, 우리 교육이 한 단계 나아간 측면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체벌이 없어진 그 빈 공간을 메꿀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그 빈 공간을 제대로 채워놓지 않았다는 게 큰 문제이다. 그럼 그 빈 공간은 누가 채워놓았어야 할까? 당연히 교육부를 위시한 교육당국이다. 교육제도를 바꾸고 만들 힘을 가진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체벌을 없애는 과정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적용할 만한 훈육 제도를 치열하게 고민하여 같이 만들었어야 했다. 그렇다고 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을까? 아예 없을 순 없다. 교사들도 함께 대안을 만들고 제안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사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저 한쪽은 학생인권을 만들고 지키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었고, 또 다른 한쪽은 그리운 옛 시절을 생각하며 체벌을 다시 부활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그 사이 어딘가 있을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대안을 치열하게 생각하는 이가 교사도, 교육 관료도, 아무도 없었다. 무기력 교사의 탄생 결과는? 지금과 같은 무법, 무질서 교실의 탄생이다. 무질서를 최소한의 질서 있는 교실로 만들려는 교사의 행동은 ‘아동학대’ 고소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교사에게는 아무 힘이 없다. 아무 힘이 없는 교사는 교육을 할 수가 없다. 교육을 할 수 없는 교사는 무기력하다. “이제 학교에는 더 이상 진짜 ‘선생’이 없다”는, 아는 이의 말이 가슴에 아프게 꽂힌다. 문제행동이 있는 아이가 있어도 그것을 교육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교사들을 향해 한 말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그렇게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고 무기력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선생질을 조금만 하려고 해도 오히려 아동학대로 몰릴 판이니 누가 무기력해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우리 교사들의 보신주의가 먼저인지 학부모들의 교사들에 대한 불신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한다. 적어도 교사에게 아무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과거 교사들은 ‘체벌’에 안주해 왔고, ‘체벌’이 사라진 그 빈 공간을 무엇으로 메꿀지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건 사실이니깐. 물론 교사들이 나름의 대안을 내놓았던 들, 교육 관료들이 받아 시행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 당국은 작년 서이초 사건이 있기 전까지 교실 붕괴의 비참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외면해 왔고, 아예 없진 않았으나 크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진 않았으니깐. 나는 일차적으로는 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꿎게, ‘체벌의 시대’에는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없는, 그리하여 한 번도 아이들을 때린 적도 없는, 그 이후 세대 교사들만 죽어 나가고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경기교육이음포럼이 입시 중심 진로진학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학생의 삶과 연결되는 새로운 진로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17일 오후 2시 수원 효동초등학교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경기 진로진학 혁신-학생·학부모·교사가 요구한다’를 주제로 한 제3차 경기교육 연속 토론회는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로 나섰다. ‘진로진학지도의 정보 비대칭성 심화와 공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정 부소장은 복잡한 대학 입시 구조와 빠르게 변화하는 제도로 인해 학생 학부모 사이의 진로 진학 정보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고교학점제 도입과정에서 드러난 교사의 전문성 부족, 학교급 간 연계 단절, 공공 진로 교육 인프라 부족 등 공교육의 구조적 한계 심화도 문제로 삼았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대학·지자체가 함께하는 협력형 진로·학업 설계 협력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생 패널로 참여한 김세빈(산본고3)·이채희(수원외국어고3)·김용준(수원삼일고3)학생은 ‘진로 탐색 과정에서 마주한 정보의 괴리와 접근성 부족’을 공통된 문제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실제 필요한 진로 정보 간의 간극, 전국 대학·학과·전형 정보를 통합해 안내하는 체계적 정보 시스템의 부재 등을 지적하며, 특성화고 사례처럼 실무·경험 중심의 진로교육 확대와 일반고 교육과정의 유연한 전환의 필요성을 생생히 전달했다. 학부모 패널로는 박은주((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부지부장)·박미경(경기교육시민포럼 대표)·이경숙(수원희망교육시민포럼 대표)이 참여해 입시정보 중심 경쟁문화에서 비롯된 ‘정보 혼란’과 ‘불공정한 진로컨설팅 환경’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들은 공교육 내 신뢰도 높은 진로정보 시스템, 학생의 경험·적성에 기반한 개별 맞춤형 지원, 지역사회 연계 진로교육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봤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교사 패널 박동수(진로교사)·노동기(고3 부장교사)가 참여해 ‘경기 진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두 교사는 입시 중심 구조로 인해 학교 진로교육이 본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고, 과도한 행정·상담 부담으로 개별 학생 지원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전문성과 상담 여건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학생 주도형 진로교육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정책적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유은혜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진로교육의 목표는 대학 진학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발견하고 삶을 설계할 힘을 기르는 데 있다”며 “이번 포럼이 수능 직후의 혼란과 답답함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해답을 찾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진로 정보 격차, 입시 중심 구조, 진로 상담 공백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며, 학교·가정·지역사회가 연결되는 협력형 진로교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오늘 포럼에서 나온 목소리가 경기 진로교육 혁신을 견인하는 근거가 되도록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경기교육이음포럼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수원시 갑)·백혜련(수원시 을)·김영진(수원시 병)·김준혁(수원시 정)·염태영(수원시 무) 의원이 공동주최했으며, 수원 지역 국회의원 전체가 참여한 이례적인 토론회로 지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음포럼은 “학생의 목소리에서 출발하는 경기형 진로진학 체계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현장 기반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교사 모욕’ 논란에 휩싸인 동영상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경기교사노조가 모욕죄 등으로 형사고소를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이다. 경기초등교사협회(경기초교협) 관계자는 17일 임태희 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교육감이 직접 “상처 받은 교사들에게 미안하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개선하겠다. 영상을 찍은 교사들 역시 비난에 노출되어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경기초교협은 “개선을 약속했기에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며 “다시는 조용히 헌신하는 교사들이 이유 없이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교사의 자긍심을 해치는 터무니없는 영상으로 교사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교육청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교육청도 지난 16일 이길호 홍보기획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취지와 달리 오해를 불러온 장면이 있어 영상을 곧바로 비공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본래 의도는 선생님의 업무 부담을 덜고 교육 현장을 지원하기 위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영상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선생님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향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교사노조가 이번 사안의 형사고소를 추진하고 있어 해소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교사노조는 해당 영상이 교사를 비하·조롱하는 표현과 모욕적 발언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 경기교육청을 모욕죄로 형사 고소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경기교육청 소속 교사들을 상대로 오는 21일까지 위임장 등을 받고 있다. 경기교사노조는 동참 안내문을 통해 “영상에서 교사는 학생 질문에 답변할 능력이 없고, 교육적 전문성이 부족하며 AI 평가는 절대적이며 교사는 이에 의존해야만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는 구성을 했다”며 “교사를 거짓말하는 존재로 표현함 점과 교사의 지도에 진심이 없다고 표현한 점 등은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교육적 태도와 진정성을 조롱하는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1일 경기교육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2035 하이러닝'이라는 제목의 해당 영상에서 AI는 교사의 학생 독려말에 "빈말", 회의가 있으니 쉬는 시간 말고 점심시간에 찾아오라는 말에 "거짓말" 등으로 표현했"다. 또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거 AI가 채점 도와준 거니까 너희들 할 말 없지?" 등으로 말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참조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373) 해당 영상은 한 교원단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에듀 |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내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과목 듣기 평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 과목에서 실용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한때 영어 듣기평가 문항 수를 50문항 중 17문항에서 45문항 중 22문항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45문항 중 17문항으로 굳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임 교육감은 2026학년도 지역 수능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둘러본 뒤 “까다롭고, 사고 발생 요인이 높은 영어과목 듣기 평가를 폐지하는 쪽으로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수능 영어 듣기평가 폐지’ 주장은 한 마디로 교육적 전문성과 현장성, 그리고 학술적 근거를 모두 결여한 위험한 정책적 제안이다. 표면적 이유로 제시된 ‘교통 통제’나 ‘행정 편의’는 교육정책을 흔들 만큼의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이는 교육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공공재이며, 학생의 외국어 실용 역량과 학습 기회는 교통 편의보다 우선하는 확고한 공적 가치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폐지론은 아이들의 미래를 사회적 불편과 맞바꾸는 셈이다. 우선 학술적 근거부터 살펴보자. 첫째, 영어 듣기평가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격차를 가장 완화하는 영역임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서울대 교육학 연구진은 “독해 중심 영어 평가는 사교육 의존도와 가정 배경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표준화된 듣기평가는 사교육의 효과가 가장 낮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강남권과 비수도권·농어촌 지역의 독해 점수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만, 듣기 점수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다. 즉, 듣기평가는 공교육이 ‘가장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는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다. 이걸 없애자는 건 공교육이 가장 잘하고 있는 영역을 스스로 무너뜨리겠다는 말과 같다. 둘째, 듣기평가가 사라지면 영어교육은 즉각적으로 독해·문법 중심으로 쏠리고, 이는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직결된다. 교육부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교육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평가 체계가 독해 중심으로 재편될 때 사교육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영역이 바로 영어이다. 말하기·듣기 요소가 약화할수록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상위권 대비용 독해·문법 학원으로 몰릴 것이다. 폐지론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국가 과제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셋째, 국제학력평가(PISA, CEFR)에서도 듣기·말하기는 핵심 역량으로 분류되며, 선진국은 오히려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이후 교육과정에서 언어의 실제 의사소통 능력을 최우선 역량으로 명시했고, 일본 역시 대학입시 개편에서 듣기·말하기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가겠다는 것인가? 듣기평가 폐지는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 교육 전략과도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넷째, 한국 학생들의 영어 학습에서 듣기·말하기 비중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학술계의 오래된 경고였다. 한국영어교육학회, 언어학회, 교육심리학회는 모두 “한국 영어 교육의 가장 취약한 영역은 실제 의사소통 능력이며, 특히 듣기·말하기의 학교 내 실습 시간이 OECD 평균보다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듣기평가를 폐지한다는 것은 연구와 현장 모두가 요구하는 방향을 과감히 무시한 결정이다. 다섯째, 듣기 평가 폐지는 곧 교실 수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과정 연구에서 ‘워시백 효과(washback effect)’는 평가가 수업을 결정한다는 교육학의 기본 명제이다. 듣기평가가 사라지면 교사는 시간 확보 문제로 듣기 수업을 줄일 수밖에 없고, 교실의 실제 영어 사용량은 급감한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 내신에서 듣기가 빠졌을 때 학생들의 실질적 의사소통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가 있다. 즉, 듣기 평가 폐지는 단순한 시험 방식 변화가 아니라, 영어 공교육의 핵심 기능을 구조적으로 약화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듣기평가 폐지론은 ▲연구 근거 없음 ▲국제 기준과 역행 ▲공교육의 평등성 약화 ▲사교육비 급증 ▲실제 영어 능력 저하라는 다섯 가지 문제를 동시에 초래하는 매우 위험한 제안이다. 즉,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폐지론의 가장 우선 근거 중의 하나로 제시하는 교통 통제 25분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영어 평가 체계를 흔든다는 발상은 교육철학의 부재를 보여준다. 교육정책은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의 역량을 지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다. 필자는 중등교육 현장에서 40년을 봉직하면서 관리자(교감, 교장)를 역임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33년을 영어교사로 봉직했다. 따라서 강하게 묻는다. 수능 듣기평가 폐지로 인해 피해를 볼 학생 50만 명보다, 수능 당일 잠시 하늘길을 조정하고 행정의 편의를 위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인가? 외국어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잊은 주장에 교육적 정당성은 없다. 영어 공교육의 입장도 명확하다. 수능 영어 듣기평가는 폐지할 수 있는 사소한 절차가 아니라, 교육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인프라이다. 이를 훼손하는 정책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학생들의 실용 영어의 배움과 기회, 국제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영아 듣기평가 폐지론에는 단호하고 명확하게 “반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가 교육부 정책보좌관으로 첫 출근했다. 그는 교육부 자체가 혁신과 개혁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2일 교육부장관에 취임한 최교진 장관이 2개월 만에 김성천 정책보좌관을 얻었다. 최 장관이 직접 도움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신임 정책보좌관은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광명소하고, 과천중앙고, 안양충훈고 교사를 역임한 후 경기교육청 정책기획관실 장학사, 교육부 장관보좌관실 교육연구사,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교사 출신으로 정책은 현장성에 기반을 둬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는 인물로, 지난 총선에서는 조국혁신당 교육특보를 지내며 “현장 기반 대안 제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을 지냈으며,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을 맡아 교원단체의 역량 강화에도 힘썼다. 지난 4월에는 비교섭단체 위원 몫으로 국가교육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번 정책보좌관 임명으로 국교위원직은 사임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최 장관의 교육철학과 정책방향을 설계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표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최근 가장 큰 이슈인 고교학점제, AI 교육 활성화 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더에듀>에 “부담도 크고, 걱정도 앞선다”면서도 “민-관-학 거버넌스를 잘 구축해서 교육부 자체가 혁신과 개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교진 장관을 정책적으로 잘 보좌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교위원 사임으로 조국혁신당은 후임 위원 추천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으로 내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책이 시행 예정인 가운데, 교사들 대부분은 업무 증가를 예상하며 전담교사 등을 신설·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학습·복지·건강·진로·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위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제정돼 내년 3월 1일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모든 학생이 전인적으로 성장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현장 인식과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 10월 13~27일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사 및 보건·영양·전문상담·사서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은 총 1286명이다. 설문 결과, 교사들의 54.2%만 학생맞춤통합지원이 내년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현장 인식과 이해가 충분히 확산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또 교사들의 98.6%는 학생맞춤통합지원 도입으로 업무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84.4%가 매우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해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으로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전담교사 추가 배치’가 30.7%로 가장 높았고, ‘임기제 연구사 선발’도 30%가 원했다. 즉 전담 인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60.7%에 달했다.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장은 이미 통합지원 업무 특성상 기존 인력 체계만으로는 업무 감당이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지원 체계와 전담 인력 확보는 제도 운영의 필수 조건으로 특히 임기제 연구사가 배치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력 충원 없이 대규모 사업을 추가하며 협업이 이뤄지면 추가 업무 부담 없이 해결된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학생의 성장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교사에게 행정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전담 인력 도입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