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

AI Vs. 인간,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AI Vs. 인간’으로 수업을 시작했었지만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 ‘AI Vs. 인간’이 아니라 결국 ‘AI와 인간이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핵심’이라고 느끼게 된 수업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AI의 이해, AI 윤리 등 AI 리터러시 교육을 주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큰 장점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NPC(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를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를 복제한 가상 공간 속에서 실제로는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점은 교육의 활용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메타버스의 특징을 활용해 AI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했다.
이전까지 AI 리터러시 교육은 전통적인 Top-Down 방식의 전달식 수업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올해 교내 AI 학생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AI 리터러시 교육을 주제로 이전과는 다른 흥미로운 도구를 활용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NPC와 대화하고 스탬프 찍으며 즐겁게
수업의 첫 단계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뉴스 영상을 시청하고, 토의를 통해 AI의 정의, 작동 원리와 우리 주변에서의 AI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후 본격적인 1~2차시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중 ‘클래스 링크’를 선정해 학교의 로고를 넣고, 학교 공간을 가상현실로 구현했다. 수업의 주제는 ‘AI Vs. 인간’이었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아바타를 생성하고, ‘AI 요약봇’이라는 NPC를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단순히 방향키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활동지에 ‘인간인 나’와 ‘AI NPC’의 차이를 비교하며 적어 보는 활동이 더해지자, 학생들의 몰입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동일한 문단을 ‘인간인 자신이 요약한 것’과 ‘AI NPC가 요약한 것’을 비교하며,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지 고민했다. 또,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언어와 AI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의 범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한 것 같다’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다음 차시 수업에서는 지식적 측면이 아니라 감정의 측면으로 인간과 AI를 들여다보았다.
‘고민을 들어주는 AI Vs. 인간’이라는 주제로, 메타버스 내 AI와 인간 교사 NPC를 둘 다 배치하고 학생들이 각각의 NPC를 찾아가 고민을 이야기해 보게 했다. 동일한 고민을 AI NPC와 인간 교사에게 전달했을 때, 상담의 깊이와 공감의 온도 차이를 직접 체험한 것이다.
활동을 마친 후, 많은 학생이 “AI의 대답은 기계적 공감과 더불어 이성적인 해결책을 주려고 해요, 감정을 잘 이해해 주진 않는 것 같아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단순히 기술적인 능력 비교가 아니라 AI와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차이에 대해 학생 스스로 인식하고 성찰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AI 동아리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형 활동의 마무리는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가상 박람회장 만들기이다.
가상의 박람회장을 메타버스 안에 구현하고, 학생 각자에게 자신만의 NPC를 만들어 AI 리터러시에 관해 안내하는 부스를 운영하게 했다.
“와! 제 NPC를 만들 수 있다고요?”라고 말하며, 이 새로운 방식에 학생들은 놀람과 동시에 큰 흥미를 보였다.
각자 NPC의 이름을 설정하고, 나의 NPC에게 박람회장에 접속한 캐릭터가 말을 걸면 AI에 관해서 설명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직접 단계적인 대사를 작성했다.
Canva로 학생들이 제작한 AI 리터러시 관련 포스터 자료도 부스에 전시했다. AI에 대해 배운 내용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또래 교사’로의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OX 퀴즈와 띠 빙고 게임까지 더 해지자 배움이 살아있는 놀이의 장이 됐다.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AI가 더 낫다’거나 ‘인간이 더 뛰어나다’라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닌, 각자의 역할과 장점이 다르다는 공존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존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서는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데 그쳤다면, 메타버스를 통한 수업에서는 자기 주도적인 탐색이 가능했고, 대화를 통해서 ‘왜 그렇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갔다.
서로 간의 토의 속에서도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가며 학생들의 깊이 있는 성찰이 가능했다.
메타버스는 학생 주도형 수업을 가능하게 해 주는 교육의 새로운 무대였다. 도구가 달라지니 교육의 질이 달라졌다. 학생들의 생각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이를 통해 함께 도달한 결론은 분명했다.
“AI와 인간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상생의 존재다.”
XR메타버스협회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박수진 =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초등교사 역량강화 연수 강사,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충북교육청 플랫폼 다채움 선도교원, AI 정보교육 중심학교 운영 담당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평가와 디지털 교육의 접목을 고민하며 교육혁신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