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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 ㉖디지털 혁명, 거인의 어깨에서 바라봐야 할 시간

 

지금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단연 ‘디지털 교육’일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혁신 선도교사’를 선발해 교사의 디지털 전문성 함양을 지원하고 있으며, 각 시·도교육청 역시 충북교육청의 ‘다채움’과 같은 디지털 기반 학생·학급 관리 포털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 속에서 학교 현장의 교실은 여전히 분주하다. 교사들은 학생 한 명당 보급된 태블릿 기기를 활용해, 과거 컴퓨터실에 국한되었던 디지털 수업의 범위를 교실 안으로 확장하며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해의 교육과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이제 교사에게는 한 걸음 물러서 아이들의 성장을 다시 바라보아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현재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필자 또한 이를 실감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학생들의 디지털 활용 숙련도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되어, 초기에 QR코드 인식에만 수업 시간이 상당 부분 소요되던 모습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과연 에듀테크와 디지털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얼마나 성장했는가.

 

 

단순히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고 검색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성과를 넘어, 이 디지털 수업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필자의 학급에서는 지난 1년간 다양한 교과에서 에듀테크를 수업에 의도적으로 활용해 왔다. 1학기 디지털 수업의 핵심 목표는 ‘경험의 확장’이었다. 디지털을 통해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접하기 어려운 대상과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발견하도록 돕고자 했다. 이는 디지털이 학습의 목적이 아니라, 사고와 표현의 가능성을 넓히는 수단임을 인식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둔 시도였다.

 

2학기에는 1학기 동안 형성된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로 표현한 결과물을 함께 바라보고 평가하는 단계로 수업을 확장하였다. 발표 활동과 연계하여 친구의 자료를 살펴보고, 그 표현 방식과 전달 효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이 판단과 성찰의 경험을 쌓도록 했다. 더 나아가 디지털 도구의 활용은 상황에 따라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임을 지속해서 강조하였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습 경험을 통해 단순한 흥미를 넘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학습과 태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차분히 돌아보고자 한다.

 

설문 결과, 학생들은 디지털을 ‘재미있는 도구’라기보다 ‘경험 확장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학생이 디지털 수업이 좋았던 이유로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활동도 할 수 있어서’를 선택했는데, 이는 디지털 자료를 통해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대상을 살펴보고, 교실 안에서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학습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수업이 학습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관찰의 창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찰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표현 역량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설문에서 학생들은 디지털 도구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 역량으로 ‘표현 능력’을 꼽았다. PPT, 캔바, 패들렛 등을 활용해 만든 발표 자료와 작품들은 말로는 담아내기 어려웠던 생각을 꺼내 보일 수 있게 해 준 또 하나의 언어였다. 디지털은 교실에서 ‘생각을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한편, 판단 역량과 관련한 설문 결과는 완성보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디지털 자료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분명히 동의했으며, 여러 자료를 비교해 보려는 태도 역시 관찰되었다.

 

다만, 친구의 발표 자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아직 충분히 축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판단이라는 사고 단계가 단번에 길러지는 역량이 아니라, 반복적인 경험과 안내를 통해 점차 자라나는 힘이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수업에서 교사의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지점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수업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이렇게 답했다.

 

“발표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 조사하고 선택하게 되었다.”

 

이는 디지털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표현 방법으로써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결과 학생들은 단순히 디지털 활용 능력을 기른 것을 넘어, 학습 상황에 따라 디지털의 쓰임을 스스로 판단하려는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디지털 수업의 성과가 기능 습득보다 사고의 준비 단계에 집중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디지털 혁명은 이미 교실에 도착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새로운 도구를 빠르게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그 도구를 통해 아이들의 사고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일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지금, 교사는 더 멀리 보기 위해 발아래를 돌아볼 책임을 함께 지니고 있다. 디지털 수업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교사의 고민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완성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최지윤 = 충북 제천 장락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이다. 에듀테크 해커톤대회와 한국교원대학교 통일교육 ar,vr 공모전에서 각각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청주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는 한국교원대학교 인공지능 융합 교육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디지털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공교육이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에 도전한다. 학급 교육의 전면 디지털화를 목표로 수업 속에서 다양한 에듀테크를 적용하고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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