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

저학년 교육활동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다
디지털 교육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활동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활동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학생들은 아직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로그인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교육은 5-6학년 실과 정보 단원에서 주로 다뤄진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한 실습도 고학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편이다. 게다가 생성형 AI 프로그램은 만 13세 미만 사용이 제한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직접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ChatGPT, Gemini, SUNO’ 등은 인공지능 답변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대부분 연령 제한이 설정되어 있다.
다만 ‘뤼튼’, 울산교육청이 개발한 ‘우리아이 AI’, 연령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Gemini 기반의 ‘NotebookLM’처럼 비교적 통제가 잘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보호자 동의 아래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교사가 AI를 직접 활용해 수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저학년에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수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필자는 저학년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수업이 가능한 몇 가지 사례를 적어보려고 한다.
‘마을 사람 인터뷰(인디스쿨 암어쥑쥑 쌤)’, ‘SUNO 노래만들기(인디스쿨 oxo 쌤)’로 필자의 학교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학급 내에서 수업을 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ChatGPT’로 만난 가상의 마을 사람들
통합교과 ‘마을’ 단원에서는 다양한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활동이 있다.
현실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보거나, 숙제로 이 활동을 내야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아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대신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ChatGPT를 활용해 ‘가상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교사는 ChatGPT에 ‘마을 이장님’, ‘카페 사장님’, ‘경찰관’, ‘피아노 선생님’ 등 다양한 인물의 역할을 부여하여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ChatGPT에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페르소나를 부여한다.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페르소나 프롬프트를 입력할 때, 그 마을에 사는 해당 인물답게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필자는 교사용 컴퓨터에 마이크를 준비하여 음성인식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였다. 이후 학생들이 직접 마이크로 음성을 인식시켜서 질문을 해보았다. 마을 경찰관에게 질문을 하는 활동에서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도둑을 잡다가 놓친적 있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해요?”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몰입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활동을 마친 뒤에는 실제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과 가상의 인물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은 목소리와 말투가 사람과 다르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냈고 동시에 재미있고 신기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작년 크리스마스 때 ChatGPT 자체 이벤트로 산타할아버지 모드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 때 산타할아버지의 목소리로 가상의 산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필자의 가족과 함께 산타할아버지 모드로 전화를 걸어서 ‘선물은 언제 주는가’, ‘말을 잘 안 들으면 선물을 주지 않는가’ 등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경험이 있다.
산타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페르소나를 부여할 수 있다. 교사가 수업 전에 프롬프트로 인물을 설정하여 대답을 할 수 있게 한다.
위 같은 방식으로 평소에 타 교과에서도 충분히 초등학생들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효과적인 교육을 이끌어 낼 수 있다.
SUNO로 만든 ‘우리 마을 노래’
SUNO는 인공지능이 노래를 몇 분 만에 작곡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많은 교사가 알고 있는 도구이다. 작곡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쉽게 넘나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이 프로그램 역시 만 13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이 걸려 있어 초등학생이 직접 활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교사가 SUNO를 활용해 노래를 제작해 주는 방식은 가능하다.
필자는 통합교과 ‘마을’ 단원에서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SUNO를 접목해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마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는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보는 차시였다.
먼저 학생들은 모둠을 나누어 마을 속 상점과 공공기관을 이야기했다.
“우리 마을에는 미술학원도 있고, 태권도 학원도 있어요. 나쁜 사람을 잡는 경찰서도 있고, 우리를 치료해 주는 병원도 있어요.” 와 같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로 가사를 작성했다.

작성된 가사를 제출하면 교사가 SUNO에 입력해 노래를 제작한다.
프로그램에서는 음악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어 요즘 가요처럼 만들 수도 있고,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한 곡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SUNO는 직접 작사를 쓰지 않아도 “이런 주제로 만들어 줘”라고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사를 붙여 완성된 노래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교육활동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가사를 넣어 곡을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완성된 노래를 들려 주자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이렇게 빨리 인공지능이 노래를 만들어줘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도 보였다.
학생들이 직접 SUNO를 다루지 않더라도, 교사가 도구를 매개로 삼아 수업에 적용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원과 주제에 맞게 학생들이 가사를 준비하고, 교사가 AI로 제작한 노래를 제공하는 수업은 아이들의 배움을 더욱 다채롭게 하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으로는 저학년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다소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수업의 의미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주제에 적절하고 잘 통제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저학년에게도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열어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학교 자율시간처럼 학교 여건과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교육의 흐름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획일화된 교과서를 넘어 우리 학교와 우리 학급만의 특색있는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 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박수진 =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초등교사 역량강화 연수 강사,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충북교육청 플랫폼 다채움 선도교원, AI 정보교육 중심학교 운영 담당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평가와 디지털 교육의 접목을 고민하며 교육혁신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