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나처럼 막막한 선생님들께, 문턱을 낮춰드리고 싶었다.”

 

티처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7년차 한서연 신서중 교사가 이 길에 들어선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본인이 겪은 어려움을 다른 교사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연수에 나서면 사용법 등 기술적 부분을 넘어 자신이 느낀 한계와 실패 경험 공유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한다. 어찌 보면 스스로 부족했던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꺼려지는 일일 수 있으나 한 티처코디네이터는 오히려 선생님들의 공감대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는 이를 ‘진정성 있는 나눔’으로 표현했다.

 

이 같은 ‘날것 그대로’의 전달은 티처코디네이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학교 현장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기 때문에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어 티처코디네이터와 교사들 간의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한 티처코디네이터 역시 “실제적인 고민과 해법을 나눌 수 있는 것과 진솔하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동료교사”라며 이 같은 효용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럼에도 부담감은 여전하다. ‘젊은 교사니까 테크는 당연히 잘 하겠지’라는 시선도 존재하고, ‘교사가 학교 밖으로만 도는 것 아니냐’ 하는 냉소적인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교사로서의 기본에 더욱 충실한다. 즉,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은 기본이고 업무는 스스로 더 맡는 등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는 이를 통해 ‘스스로의 성장’을 느낀다고 한다.

 

“부끄럽지 않은 연수를 하려면 교육과정이나 평가 같은 정책적·이론적 배경을 더 깊이 공부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제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죠.”

 

아래는 “더 좋은 교사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한서연 티처코디네이터아의 일문일답이다. “대단한 기술이나 성공 사례가 아닌, 교실 속 치열한 고민과 진솔한 이야기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큰 용기와 영감이 될 것”이라며 티처코디네이터로의 도전을 희망하는 교사들을 북돋은 그의 이야기를 살펴 보자.

 

 

▲ 간단히 소개한다면.

 

서울 신서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7년 차 교사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딪히며 얻은 경험들을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테크빌교육과 함께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신서중 연수 운영 대표 교사 역할도 맡게 되어 교실 안팎에서 배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진행한 연수는.

 

주로 에듀테크를 ‘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수를 진행했어요.

 

저는 에듀테크가 학생 데이터 기록 및 분석, 개별화 피드백 제공, 학습 동기 유발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교사의 품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데이터 기반 피드백 전략’, ‘상호작용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형 영어 수업 디자인’과 같이, 선생님들이 쓰시던 도구를 더 잘 쓰시거나, 새로운 도구 하나쯤을 부담 없이 시작하실 수 있도록 돕는 연수를 만들어왔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연수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연수 경험은 제가 실수했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초반의 연수들입니다.

 

한 트럭 분량의 내용을 준비해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페어덱, 멘티미터 등으로 소통하다 보니 시간 조절에 실패해 실습 시간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또, 교안 슬라이드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 연수 중에 오류가 발견돼 얼굴이 화끈거렸던 경험도 있죠.

 

그 민망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피연수자 선생님들의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 ‘기본에 얼마나 충실해야 하는가’를 뼛속 깊이 깨닫게 해준 최고의 스승이 되어주었습니다.

 

▲ 학생 대상 연수도 하는데.

 

맞아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올해 2월 광성중학교에서 진행했던 학생 대상 ‘디지털 문해력’ 연수에요.

 

전교생을 대상으로 방송 연수를 했는데, 기술적인 내용보다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선생님께 예의 바르게 소통하는 법, 문자의 숨은 맥락을 파악하는 법 등 사회정서교육과 연계한 내용을 다뤘어요.

 

실시간으로 구글폼,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가장 예의 바른 문자 답장’을 받아 화면으로 공유하고 상품을 주니, 집중력과 참여도가 폭발적이더라고요.

 

교사를 넘어 학생들의 디지털 시민성 성장에 직접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 티처코디네이터, 부담은 없었나.

 

솔직히 지금도 늘 부담됩니다. 연차가 많지 않다 보니 ‘젊으니까 테크는 당연히 잘 다루겠지’라는 선배 선생님들의 시선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사실 저는 일상에서 휴대폰 시리도 잘 못 부를 정도로 ‘완전 문과’인 사람이거든요. 그 편견을 깨는 것부터가 연수의 시작이었습니다.

 

 

▲ 티처코디네이터가 된 계기는.

 

‘나처럼 테크가 막막했던 선생님들께, 딱 한두 개라도 시작하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드리자.’

 

이 마음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첫 발령 학교에서 학습 격차가 큰 아이들을 보며 고민만 하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퀴즈 플랫폼 같은 간단한 에듀테크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퀴즈를 내주니 반응이 좋았고, 그 작은 성공 경험이 쌓였죠.

 

이 과정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역량을 넘어 동료 선생님들을 이끄는 새로운 역량이 제 안에 생겨남을 느꼈습니다. 제 좌충우돌 경험담이 오히려 더 큰 공감대를 만들더군요.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저의 컨설팅과 연수가 학교와 동료 교사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을 보며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단순히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 한 학교의 긍정적인 성장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 이 역할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와요.

 

▲ 연수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진정성 있는 나눔’과 ‘따뜻한 보답’입니다.

 

첫째, 저는 도구 사용법만 알려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사용하며 느낀 한계점과 실패 경험까지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선생님들이 겪으실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이 도구에 대한 학생들의 실제 반응은 어떤지’, ‘효과는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하시기에, 오랜 기간 제가 직접 써보며 체화한 ‘날것 그대로의’ 후기를 전달하려 노력해요.

 

둘째, 귀한 방과 후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용기 내어 의견을 주신 분께 드릴 작은 선물을 챙기고, 연수 주제와 관련해 제가 모아온 모든 자료를 패들렛에 담아 ‘선물 꾸러미’처럼 드립니다. 한 분이라도 더 얻어 가시게 하고픈 제 진심입니다.

 

▲ 티처코디네이터가 되면서 느낀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는 단연코 ‘저 자신의 성장’입니다. 선생님들께 부끄럽지 않은 연수를 하려면 교육과정이나 평가 같은 정책적·이론적 배경을 더 깊이 공부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제 담당 반 아이들에게 돌아가죠.

 

또, 원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연수를 다녀오면 오히려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껴요

 

▲ 심리적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역할의 무게감’이 있어요. 외부 활동을 하는 만큼, “밖으로만 도는 교사”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우리 학교 일에 더 기여하려 노력하죠.

 

특히 올해는 테크빌교육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연수 운영 대표 교사까지 맡다 보니, 코디네이터 팀과 학교 구성원, 관리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때로는 공지사항을 계속 보내는 ‘쿨메신저 빌런’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지만, 이 경험 덕분에 교원 연수를 360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교사가 티처코디네이터로 나서는 것의 장점은.

 

가장 큰 장점은 ‘같은 언어’로 말한다는 점입니다. 학교라는 현장의 공기를 함께 마시기 때문에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고민과 해법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반응은 진짜 어때요?”라는 핵심적인 질문에 진솔하게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동료 교사이죠.

 

▲ 반면, 단점은.

 

자신의 경험에 갇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쓰는 도구 몇 가지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도록 늘 경계합니다.

 

저는 저년차 시절 연간 100시간 넘게 연수를 듣던 ‘연수 콜렉터’였는데, 그때 다양한 강사님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저만의 스타일에 갇혔을지도 모릅니다. 꾸준한 학습과 성찰이 없다면 그저 ‘경험 많은 교사’에 머무를 위험이 있습니다.

 

▲ 티처코디네이터를 도전하는 동료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훌륭한 티처코디네이터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훌륭한 피연수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다양한 연수를 즐겁게 들으며 동료 선생님들의 지혜를 배우고, 강사님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겁니다.

 

대단한 기술이나 성공 사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선생님의 교실 속 치열한 고민과 작은 성공, 그 진솔한 스토리가 다른 선생님에게는 가장 큰 용기와 영감이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남길 말씀은.

 

티처코디네이터로서 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순간이 많지만, 이 활동을 통해 제가 더 좋은 교사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교사의 역할이 참 다양하지만, 저는 ‘티처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개척해 나간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결국 우리 아이들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아직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우당탕탕 부딪히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보람찹니다. 앞으로도 교실을 가장 소중한 기반으로 삼아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선생님께서 교실에만 머무는 것을 넘어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변화의 중심에서 현장을 이끄는 코디네이터 역할에 도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육 현장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하는 동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