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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지역 소멸 극복 최후 생존전략 "서울대 10개 만들기"

 

더에듀 |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에 침몰 중이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년 내 지방 시·군의 40%가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라 한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 거대한 침몰의 중심에는 ‘대학 서열’이라는 강력한 장애물이 있다.

 

청년들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인서울’이라는 사회적 자산을 획득해야만 사회의 주류로 편입될 수 있다는 왜곡된 욕망이 지역의 인재들을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 체제의 공적 전환, 즉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의 전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반대 논리는 “서울대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 전체의 학문적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저서 <서울대 10개 만들기(2021)>에서 제안한 핵심은 서울대의 자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9개 거점 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파격적인 집중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잠시 해외로 눈을 돌려 보자. 독일은 특정 대학이 독점적 지위를 갖기보다 여러 대학이 ‘우수 대학 군(群)’을 형성해 상호 경쟁하고 협력한다. 뮌헨 공대, 하이델베르크 대학 등은 베를린에 있지 않아도 세계 최정상급 연구 역량을 유지한다. 이는 대학의 이름값이 아니라 연구 인프라와 국가적 지원이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서울대 10개 모델은 모두를 똑같이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최고 수준의 상향 표준화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대학 체제 전환의 핵심은 거점 대학을 지역 산업의 심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졸업장을 주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생태계를 책임지는 R&D 기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의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Zurich)의 교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구 40만 명의 취리히가 세계 최고의 혁신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ETH 취리히라는 대학이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예컨대, 부산대(해양·물류), 경북대(반도체·로봇), 전남대(에너지·문화컨텐츠) 등 각 거점 대학을 특성화하여 ‘서울대 00 캠퍼스’가 아닌,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진 국가 네트워크 대학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이들 대학 졸업생에게는 공공기관 및 지역 기반 기업 채용 시 강력한 우선권을 부여하는 법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진정한 위기는 제도보다 의식에 있다. 학벌을 신분으로 여기는 사회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합 학위제’라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예컨대, 10개 대학이 공동 입시를 치르고, 공동으로 학위를 수여한다면 수도권 집중의 근원인 ‘간판 경쟁’은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이라는 악재가 있다.

 

​이것은 사유재산으로서의 학벌을 사회적 공공재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프랑스가 1968년 교육 혁명을 통해 대학 평준화를 이뤄냈듯, 우리도 이제 ‘어느 대학인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지?’를 묻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대학이 계급 복제의 도구가 아닌, 지역의 균형 발전과 개인의 성장을 돕는 사다리가 되어야만 지역 소멸의 공포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어느 한 정권의 단순한 교육 개혁이 아니다. 이는 서울 중심의 일극 체제를 깨고 다극 체제로 전환하여 대한민국이라는 유기체를 다시 살리는 심폐소생술과 같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저출생과 지역 소멸이라는 재앙이 우리 문턱을 넘어선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기득권의 저항과 서열화의 중독에서 벗어나, 전국에 10개의 찬란한 지성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그 등불이 밝아질 때 비로소 지역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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