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더에듀 | 몇 년 전 박사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서 30여명의 학생을 인터뷰했다. 논문의 주제는 ‘학습자의 학습권실현조건 탐색’이었다. 연구 목적은 학교 기능의 회복을 위해, 학습자인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함이었다. 혁신학교 정책 시행 이후 학교문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단단한 국가교육과정, 상대평가인 객관식 시험으로 한 줄 세우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 정책 또한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변화가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지 부모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연구과정에서 인터뷰한 수지의 사례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특히 평가의 왜곡이 어떻게 학생과 한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수지는 중학교 때부터 시험 때만 되면 극도로 예민해져서 온 가족이 긴장하고 눈치를 살펴야 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일부러 ‘혁신학교이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지원해서 갔다. 그러나 내신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해야 하는 고등학교 현실에서 혁신학교에서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상황은 압박감을 오히려 더 심화했다. 민주적이고 인격적인 학교문화가 학생들의 학습환경까지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부모님은 자퇴하겠다는 수지에게 마지막 변화의 기회를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연구년제를 활용해 미국에서 1년간 지낼 기회를 만들었다. 수지를 간곡히 설득해서 한 달만 다녀보고 결정하자고 합의했는데, 점차 학교생활을 재미있어 해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쳤고 대학도 미국에서 졸업했다. 수지 부모님은 평소 한국 교육을 신뢰하며 기러기 가족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었던데 결국 아이를 미국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그럴까. 결정적인 차이는 교육과정과 평가였다. 수지가 특히 힘들어했던 수학 과목이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학기에 두 번 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내신성적을 결정한다. 일제식 시험으로 시험문제를 틀리면 그것으로 성적은 결정된다. 심지어 종료 종이 울리는 순간에 마킹을 한 것을 두고 부정행위니 아니니 시비가 붙은 극단적인 상대평가 시스템이, ‘공정이라는 절대가치’로 버젓이 존중받는 ‘이상한 나라’이다. 수지가 다닌 미국 공립고등학교에서 수지는 먼저 본인에게 맞는 수준의 수학을 선택하면 되었고, 수학시험은 수시로 이루어졌다. 수학시험을 마친 후에도 시험을 다시 보고 싶으면 봐도 된다는 기회가 주어졌다. 말 그대로 성취기준이 목표인 절대평가였다. 수지는 수학시험으로 인한 시험지옥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이런 딸의 변화를 마주한 수지 부모님은 기쁘면서도 동시에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처음에는 딸이 시험을 자주 보니 오히려 반복적인 시험에 익숙해져서 스트레스가 적어진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본질은 시험의 횟수가 아니라 평가방식과 평가 목적의 차이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학생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과목을 택해서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에서 수지는 자기 자신에 집중할 뿐이다. 그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한 줄 세우기로 비교당하지 않아도 된다. 수지의 변화를 가져온 본질적인 차이이다. 상대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여전히 ‘한 줄 세우기’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인해 시험지옥에 갇혀있다. 오지선다 객관식 상대평가라는 익숙한 제도는 학생들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점수를 잣대로 순위가 매겨지며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시험의 본래 목적은 학습 성취도를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시험은 서열을 가르는 도구로 전락했으며, 이는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택권과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그 방향의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지옥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 고교학점제 이후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퇴가 크게 늘었다. 이유는 제도변화에 전혀 맞지 않는 여전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이 있어도 상대평가 결과가 입시로 바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선택 기준은 듣고 싶은 과목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일반계 고등학교 국어 교사와 통화하게 되었는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문제를 출제 중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1등급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험문제를 ‘배배 꼬아서 킬러 문항’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혀 쓸데없는 짓인 줄 알지만, 만점이 많이 나오면 1등급 학생이 나올 수가 없어서 입시에서 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킬러 문항은 성취기준과 전혀 무관한 상대평가와 입시를 위한 ‘배배 꼬인’ 문제일 뿐이다. 죽음의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성취기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초중고 교육과정은 일반교육단계로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기본교육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잃어버린 학교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서는 시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이 아닌 성장을 돕는 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절대평가의 전면적 도입이다.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교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해야 한다. 학생들의 성취도를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학생들은 친구와의 경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 절대평가는 학습 목표를 달성하면 누구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고,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 수지가 우리나라 교육을 벗어나고 나서야 자신의 학습에 집중하며 시험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둘째, 과정 중심 평가의 확대이다. 단순한 지식 암기 능력 측정 위주의 시험에서,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사고의 흐름, 그리고 협업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서술형 시험, 토론, 발표, 프로젝트, 동료평가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평가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협력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혁신학교에서 실천하는 교육과정혁신, 수업혁신과 일치하는 방식이다. 셋째, 오지선다 상대평가인 수능시험을 폐지해야 한다. 대학생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 정체성은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이 되어 버렸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마치 수능시험만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평가방식이라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고액 사교육이나 가정환경의 차이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미치는 영향은 수능시험이 더한 현실이다. 넷째,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을 평가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고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가 없다. 중등교육 또한 가르치는 교사가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내신 부풀리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장이 필요하면 담그면서 구더기를 걷어내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요즘 논란에 있는 교사 정치기본권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보며 교육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가 싶어 씁쓸하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대수술의 관점이 필요하다. 그 근저에 무한경쟁의 지옥시험을 만드는 상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를 과감히 버리고 성취기준 중심의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교육대개혁의 출발점이다. (*본 원고에서 나오는 이름은 가명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에듀 | 필자는 정부장학생으로 영국 워릭대(University of Warwick) 파견유학(수학교육 박사과정, 행정적인 제약상 석사학위 취득) 시절, 수학교육 박사과정 유학생으로서 여러 학교의 수학 수업을 참관하며 1수업2교사 또는 1수업3교사의 실제를 목격하였다. 2012년 귀국 이후 교육부과 교육청, 교사단체, 교육연구기관, 정치권 등에 이를 건의했고, 그 결실로 대통령 선거기간 대선공약으로 채택돼 알려졌으며, 교육정책에 차용되기 시작해 파급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더에듀> 기고는 1수업2교사제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방법에 관한 강력한 권고이다. 학생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백지에 스스로의 생각과 손가락 힘을 통해 교과내용을 완성해 나가는 수업을 ‘디지털 감성’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의 수업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민요 ‘Mary Hamilton’의 비극적인 노랫말을 서정적으로 번안한 가요 ‘아름다운 것들’이 떠오르는 ‘소중한 것들’이 수학교사인 나의 학교 일상에도 있다. 아침 시간 교무실로 찾아와 어제 저녁 집에서 정성 들여 수행한 숙제가 담긴 수업 노트를 전하는 학생의 고사리 손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참 아름다운 손’이라 느껴서, ‘참 소중한 손’이라 느껴서이다. 지난 봄부터 연재한 네 편의 기고문과 같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 건 종이 한 장이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백지를 나눠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 내용을 정리하게 했다. 교과서 문장을 베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교사의 설명, 친구의 발표, 자신의 생각을 모두 써 내려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학생들은 말하기, 쓰기, 사고하기를 동시에 연습한다. 정답이 중요한 시험과 달리, 수업 시간 평가 기준은 ‘얼마나 성실히 배우고 표현했는 가’에 맞춰진다. 학습 부진 학생도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직접 쓰고, 함께 배우고, 정리하며 자존감을 찾는다. ‘1수업 2교사제’는 이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한 명은 전체를, 다른 한 명은 개별 학생을 돌본다. 질문이 많은 아이, 손이 느린 아이, 발표를 망설이는 아이… 교사의 손길이 두 배가 되면 수업은 숨 쉴 공간을 찾는다. 정답만 좇던 교실에서, 글을 쓰며 자신을 표현하는 교실로, 백지 위에서 학생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한다. 교육은 누가 더 앞서가느냐보다, 누가 낙오하지 않게 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수업이 바뀌면, 아이는 반드시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1수업 2교사제의 도입과 확산을 제안한다. 정책 배경 최근 문해력 저하와 기초학력 부진, 사교육 의존 증가 문제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공교육의 질 제고, 학습결손 해소, 맞춤형 학습 지원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내놓아야 할 절실한 상황이다. 핵심 정책 제안 1. 1수업 2교사제 도입의 전면 확대 - 교실 내 정교사 외 보조교사 배치로 수업 중 개별 맞춤형 피드백 가능 - 학업 부진 학생 대상 1:1 지도 및 동료 학습 유도 강화 - 교사 대 학생 비율 감소(예: 1:20 → 1:10)로 질 높은 수업 지원 가능 2. 교과서 기반 글쓰기 중심 수업 정착 - 수업 시간에 학생이 백지에 손글씨로 수업 내용을 정리하며 학습 내용 내면화 - 교사의 판서, 동료 발표, 자신의 사고과정까지 녹여내는 종합적 학습 설계 - 학생들의 문해력, 자기표현력, 협업역량 강화 3.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장학 정책 연계 - 디지털 교재와 무분별한 학습지 배포 자제 유도 - 교과서 정독과 내면화를 중시하는 수업 설계 장려 - 수행평가 방식 개선: 시험 점수 외 수업 참여·노력 기반 평가 반영 정책 효과 사례 - 수업 시간마다 작성한 수업 노트 점수와 지필고사 점수의 상관계수: 0.64 (유의미한 수준) - 중간고사 40점 미만 학생 7명이 수행평가 80점 이상 획득 - 중간고사 16점 학생이 수행노트 100점 만점 받아 문해력 개선 입증 실행을 위한 정책 제언 - 보조교사 채용을 위한 지방교육청 차원의 예산 확보 및 중앙정부 연계 재정지원 필요 - 교사 대상 1수업 2교사제 및 글쓰기 기반 수업 연수 프로그램 도입 - 성과 공유를 위한 전국 사례 공모전 및 실천교사 네트워크 운영
더에듀 | 20세기 WTO, 팩스아메리카나시대의 마음씨 좋은 정치 경제는 잊어라. 이때는 자유무역으로 주로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이 국경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발 미국 이익 우선주의, 미·중 패권 경쟁 시대 정치 경제는 상품보다 ‘인재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든다. 패권국과 일부 강대국이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인다.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해당 회사를 통째로 산다. 초전문가에 따라 이적료가 1억 달러를 넘는다. 중국은 천인계획으로 탁월한 연구 개발자에게 1천억 원을 조건 없이 제시한다. 그간 쌓은 최고 전문성을 모두 다 털어놓으라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우방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관세를 높게 올려 미국 내에 공장을 지어서 생산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전 세계에 걸쳐 부익부 빈익빈이 진행된다. 부자와 우수한 인재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 중국 등지로 몰린다. 지정학만 아니라 지경학적 성찰이 요구된다. 인재 유출, 자본이탈을 겪는 나라들에는 똑똑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날 수 있다. ‘이때 나라는 어떤 교육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할 것인가?’ 여기에 답한 책이 김정호 교수의 ‘내 아이 실리콘밸리 CEO로 자라는 교육’이다. 이 책은 ‘맘이 선택케하라(2021)’, ‘공교육을 뒤엎자(2022)’에 이은 유치원교육 개혁안 3부작이다. 먼저 10개의 장으로 된 책을 장별로 요약하고, 그 시사점을 찾아보자. 1장에서는 실리콘밸리에 한국인 CEO가 없는 이유를 묻고 답한다. 실리콘밸리에는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때 승진하고 CEO가 된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성과를 낚아채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가 공동의 성과를 팀원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줄 때 상급자의 CEO로의 ‘승진’한다. 학교가 공부하는, 일하는,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학교는 돈 버는 일과 상관없거나 그것을 벌레 대하듯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인간 본성에 반하고 비현실적이다. 이에 반해 학교에서 공부와 함께 ‘돈벌이하는 법’조차 가르치는 나라로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핀란드의 사례가 나온다. 아이들이 창업한 꼬마회사, 이들 나라 학교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복탄력성’과 ‘기업가적 과감성’을 가르친다. ‘에스토니아’는 유치원부터 로봇공학을 가르친다. 한국 학교에서는 돈을 멀리하라고 가르치고, 행복교육,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향평준화를 부추기며, 도전, 모험, 의지, 책임을 교육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돌이킬 일이다. 2장에서는 약육강식시대에 수출도, 내수도 소멸해 가는 현실을 각종 그래프로 보여 준다. 이에 따라 자본도 인재도 한국탈출이 한창이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가장 높은 상속세 등으로 기업을 이끌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청소년들은 그냥 ‘쉬었음’이거나 배달 등 ‘프랙탈 노동’에 만족한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 글로벌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 외국인 외국어 외국문화에 익숙한 사람,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이다. 국력이나 청소년의 국제학력비교(PISA)는 양호한 편이나, 성인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 성인역량측정결과(PIAAC)에서 ‘언어능력, 수리력, 적응적 문제해결능력’이 모두 OECD평균 이하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다 아는 척하고 큰소리친다. 실상은 떠도는 얕은 정보들이어서 창의적 문제해결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3장은 과거에 갇힌 한국을 보여준다. 50년 전 시작한 주력산업, 국내를 못 벗어나는 서비스산업, 국제기구나 실리콘 밸리에서 찾기 어려운 한국인들, 국제기구에 분담금을 내고도 비례하여 직원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한국인, 외국인을 고용하고도 정착시키지 못하는 국내 대기업의 외국인 거부증, 국내 당파싸움에 매몰된 정치 등을 실감 나게 다룬다. 교육에서는 어릴 때 적기 교육을 하지 않아 생긴 영어울렁증, 공무원 공사 공단 등에 안주하려는 청소년들의 모험기피증, 부모 품을 못 벗어나는 캥거루족과 헬리콥터 맘,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유아교육 투자에 대한 소홀, 행복 민주 입시에 매몰된 학교교육, 점점 공교육에서 탈출하는 학생 학부모, IB학교의 약진, 획일적인 유아교육 등을 다루어 우리 교육의 문제와 과제를 드러낸다. 4장은 ‘중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로, 유치원 교육의 중요성과 장기지속 효과성을 다룬다. 유치원에서 체득할 비인지적 태도로 ‘자기주도성, 회복탄력성, 책임감, 낯가리지 않기+친화성, 도전의식+위험감수하기, 2중 언어 및 글로벌 감각’을 든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치원을 다니면서 배우는 것은 그 반대로 ‘낯가림, 외부인 기피, 내집단 선호, 부족주의, 익숙함/안전함에 안주, 새로운 것/위험 기피, 자기책임보다 남 탓하기, 자기권리만 주장하기’ 등이라고 한탄한다. ‘바람직하고 현명한(authoritative) 육아법’은 부모 요구도 높고, 자녀 요구에 대한 지지도 강한 방식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유치원에서는 ‘책임감 도전정신 모험심 부족, 새로운 가치 창조 및 협동적 문제해결능력 부족, 경제적 관점 및 현실 적응력 교육 부족, 추구하는 인간상의 모호함’ 등을 든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 유치원의 ‘목적지향 놀이교육’과 독일, 스웨덴, 덴마크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가 구르고 놀다가 떨어져도, 나무조각을 하다가 칼에 베어도 그런 일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못하게 막지 않는다. 수년 전 일본에서 띔틀 앞구르기를 하다가 고개를 다치는 사고가 있고 몇몇이 목숨을 잃었는데, 문부성은 교육적 이익이 더 크다고 보고, 교사의 주의도를 높이면서 계속할 것을 결정했다. 특히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스위스, 체코, 헝가리 등에서는 아동이 자기만 알고(ego-centric) 나누고 협동하며 배려할 줄 모를 때 미성숙하다고 판정하고, 초등학교 진학을 유예시키고 유치원에 유급시킨다. 많은 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중언어교육을 실시한다. 우리는 영어유치원 금지법을 발의하고, 정작 자기 자식은 영미권으로 유학시켜서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저자는 누리과정의 핵심가치와 인간상을 미래지향적으로 하여 유치원교육에서 ‘도전을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외국인 외국어 외국문화에 쉽게 친해지는 글로벌 감각을 지닌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또한 놀이중심교육의 기조는 유지하되 ‘글로벌 감각을 길러주는 놀이, 모험심과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놀이, 책임감과 협동능력을 키우는 놀이’로 방향과 질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유치원에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경험할 기회를 더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장(부모부터 변하자)은 한국과 미국 부모들의 육아모습을 녹화중계했는데, 한국 부모들은 미국 부모들과 달리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참고 기다려주기 보다, 부모가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 주어,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해결 할 기회를 앗아간다. 이런 부모 의존은 깊어져 심지어 대학생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공부와 성적에 골몰한다. 아이들은 풍랑이는 바다와 같은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서 호기심, 모험심, 의욕, 인내심 등을 키워야 하는데 도리어 엄마의 아바타로 길러지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집안일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키워주고, 낯가리지 말고 질문하는 법을 길러주며, 온실에서 안전하게 키우기보다 ‘좀 더 험하게 키우기’를 권한다. 학부모는 학교개혁에 나서야 하고, 선한 마음의 습관을 굳세게 길러주는 학교를 선택하려면 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6장에서는 IB월드스쿨 논란으로 드러난 교사, 학생-학부모의 동상이몽을 파헤친다. IB학교가 가진 미래지향적 역량키우기와 혁신학교의 안일한 우물안 개구리 키우기식 ‘민족’교육이 대조된다. 교사들은 힘든 IB학교에는 반대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자율성이 높은 해방구’인 혁신학교를 선호한다. 저자는 유치원교육부터 학부모의 선택받기를 제안한다. 학교마다 자율적인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학생 학부모 몫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계기를 이루는 것은 ‘바우처 제도의 도입’이다. 7장은 학부모들이 설립 확대를 지지한 공립유치원의 대량 미달 사태를 고발한다. 특히 단설과 달리 병설 공립유치원은 학교 수와 교사 수는 늘었으나 아동수는 늘지 않고 대다수 미달 사태를 빚는다. 필자는 그 원인으로 통학버스도 없고, 방학은 길며, 전인교육의 내용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본다.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개인플레이가 심하며 서로 협력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생각을 않는다. 함께 협동해서 잘하려면 힘이 들기에 인색한 것이다. 숨겨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공립유치원의 1인당 교육비는 월 평균 207만원이다. 이에 비해 사립영어유치원은 164만원, 사립초등학교는 138만원, 초등 비인가 국제학교는 274만원이다. ‘자녀에게 미래지향적 역량을 키워주려면 우리는 어떤 교육기관을 선택하면 좋을까?’ 8장에서는 붕괴 중인 공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사이렌을 울린다. 잠자는 교실, 무너지는 교권, 교직 선호도 하락 등이다. 고교생들의 학원강사와 학교교사의 수업전문성, 대입준비효과, 수업만족도, 수업열의, 학생과 의사소통, 학생의견존중, 인성함양 등에 대한 평가결과는 학원강사 우세였다. 2023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초등 1717만원, 중학 1999만원, 고교 2163만원이었다. 문제는 예산의 많은 부분이 교원복지향상과 학교시설 개선에 쓰이고, 정작 교육의 내실화, 즉 교사의 교육활동 개선, 학생 학습 경험의 질 향상, 교원 교육활동 의욕 개선 등에는 적게 투자된다. 저자는 수요자중심 교육개혁의 5대 과제로 ▲학부모 눈높이와 미래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과정 개정 ▲논・서술형 중심으로의 평가방식의 근본적 혁신 ▲학교자율권 확대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보장 ▲재정지원에서 스쿨바우처 도입 ▲공립학교회계 투명성 제고를 든다. 결국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칠레, 미국 일부 주와 같이 ‘돈이 학생을 따라가는’ 스쿨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그렇게 되면 학교선택제가 확대되고 교육만족도는 증가하며 교육공급자의 교육의 질 향상 노력을 촉진하여, 다양한 학교모델이 창출된다. 물론 바우처도 학교서열화, 교육불평등 심화, 학교의 영리추구, 정보비대칭 문제로 인한 나쁜 선택 유도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교육의 인센티브 설계로서 바우처 제도가 제일 낫다고 본다. 바우처와 학교선택제는 미룰 수 없는 교육개혁의 지렛대이다. 9장은 거꾸로 간 K-유치원 바우처를 다룬다. 획일적 누리과정, 에듀파인의 실시간 회계감시로 인해 공립의 사립화가 아니라 사립의 공립화가 진행되었다고 비판한다. 또한 자영업인 일반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을 법인으로 취급하여 모든 수입을 교육에만 쓰도록 강제하여 수익창출을 극도로 제한한다. 마치 개인 병원의 수입을 병원의 진료에만 쓸 것을 강제하는 것과 같다. 수요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므로 열심히 가르칠 수밖에 없는 민간 학원과 자사고에는 교실 붕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를 설명해 준다. 소비자 선택의 기업인과 정부기관의 공무원 입장에 빚댈 수 있다. 10장은 교육 프로그램의 획일화와 사립의 공립화를 초래하는 유보통합 문제를 다루었다. 현재 8294개교인 유치원은 3종, 2만 9016곳인 어린이집은 7종이다. 겉보기에는 다양해 보이나 2012년부터 누리과정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취학 전 교육프로그램은 누리과정으로 획일화되었다. 2017년부터 영어교습을 금지했는데 결과적으로 민간의 영어유치원 확대를 가져왔다. 오늘날에는 다시 이를 금하는 법령이 발의되고 있다. 정작 그들의 자녀는 해외에서 그런 교육 혜택을 누리면서, 사다리 걷어차기에 서슴없다. 어린이집이 유치원에 비해 교육의 질이 낮은 이유는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료 통제 때문이다. 기업 등의 어린이집에서는 푸르니 같은 교육전문기업에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어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저자는 이전의 책에서도 국가는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바우처로 나눠주고 공무원들은 교육에서 손 뗄 것을 주장해 왔다. ‘사립유치원을 마녀사냥하지 마라, 선택은 부모와 아이 몫이다.’ 공립화된 사립보다 사립화된 공립이 나아갈 길이다. 유치원 어린이집에 교육의 자유를 허해야 지금 미국을 끌고 가는 실리콘 밸리의 CEO들은 몬테소리유치원 출신 마피아들이 길러진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생애주기별로 볼 때 유아기 교육은 투자비는 가장 적으나 그 영향은 가장 장기적이고 효력은 높다. 사람이 일생 지켜야 할 기초 기본 사항은 거의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다. 마치 아기 코끼리 길들이기나 맹수 새끼를 서커스 단원으로 길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식물이라면 분재와 다름없다. 초기효과를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수동적으로 길들여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제목도 인위적으로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스레 ‘자라는’ 교육임에 유의하자. 실상 유아들은 2-3세까지는 부모 품에서 가장 평안한 ‘절대행복기’를 누려야 한다. 유아들은 그런 권리가 있고 부모들은 그럴 의무가 있다. 애착 형성이 잘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사회정서적 학습이 시작된다. 사회적 육아가 시작되면서 유아기의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정서적 교감과 교환이 유아 교육기관에서 일어난다. 만5세 이후에 이루어지는 인지 학습을 유치원에서 강조할 필요는 없다. 만5세부터 인간의 뇌가 형성된다. 감정은 만12세면 다 완성된다. 대뇌피질이 발달하는 인지발달은 25세까지 계속된다. 그래서 그 이전의 것은 대체로 기억에서 지워진다. 이를 평자는 젖먹이의 망각으로 유망(乳忘)으로 부른다. 학습은 유망과 노망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럼에도 만5세 이전의 각종 활동 경험은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일생을 두고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훈육은 트라우마로 남아 아이의 일생에 부정적 악영향을 끼친다. 어른들은 백번 조심하자. 인지발달은 좀 늦추어도 문제가 없다. 유치원 교육을 통해 사회정서적 교육이 잘 진행되면 그 이후의 학습을 위한 기초는 튼튼하게 놓여 진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낯설음, 특히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데 유치원에서 원어민과 어울려 놀이와 생활 가운데 영어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아기는 편견이 없어 생활영어를 익히기에는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장차 영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싱가포르나 인도처럼 공식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영어유치원 폐지 입법안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결국 부모 품의 절대행복기를 누릴 수 있도록 유급의 육아휴직은 최고의 복지가 된다. 나아가 유치원 교육비의 바우처 지급은 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유치원의 노력을 촉발해 유치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유도할 것이다. 놀이와 생활중심이라면 영어유치원이 맞다. 집에서나 밖에서는 한국어로, 하루 3-4시간은 영어로 지내도 모국어 발달에 문제가 없다. 인간은 계몽기,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휴머니즘이라는 신념으로 신의 손을 놓고, 자연의 품에서 떠났다(left). 도시에서 아이들이 주로 실내에만 지내는 것은 큰 불행이다. 아이들에게 식물의 재배와 동물의 사육을 배우는 기회를 주는 것은 가장 좋은 사회정서적 교육방법이다. 도심의 유치원일지라도 화분, 수족관, 애완동물 상자, 새장 등을 들여서 아이들의 사회정서성을 풍성히 키워주어야 한다. 도시의 아파트 단지라면 화단의 일부를 아이들에게 내주자. 유아당 1m2의 땅을 확보해 주자. 반의 아이들과 함께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 주며 물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가운데 아이들은 기대와 희망을 키워갈 것이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미국의 일반 주택의 차고나 뒷마당을 볼 수 없다. 고장 난 기기는 고쳐 쓰지 않고 모두 쓰레기로 분리수거해 버린다. 아이들이 고장 난 것을 수리해서 정상으로 되돌리는 성공의 기쁨을 갖지 못한다. 일상의 작은 성공 경험을 쌓을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수리든, 심부름, 가사 일의 분담 등을 통해 유아들이 책임지고 일하고 보상받는 경험을 주자. 아이들을 좀 더 험하게 키울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유럽의 유치원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혁명 세대는 그렇게 자라나 나라를 일구었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것은 이승만, 박정희 등의 탁월한 애국적 리더십에 힘입고, 국민들이 부모 세대를 뛰어넘어 다음 세대를 위해 피땀 어린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 간호사와 광부, 베트남 전쟁 참전, 중동 건설 현장 어디에서든 험지에서 피땀을 흘렸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다 떨어져 좀 다치든, 나무조각을 하다가 칼에 좀 베든, 실험하다가 불에 좀 데이든 사실 큰 문제는 없다. 유아기는 행함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적기이다. 안전조치를 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모험을 하도록 아이들을 키우자. 그래야 자고 일어나면 깜짝 놀랄 일이 터지는 세상에서 좌절하거나 경기를 일으키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사회에 가장 필요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사례를 읽어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25대 한국교육과정학회장, 제14대 안암교육학회장을 지냈다. 교육현실과 그 개선에 바탕한 교육이론 창출, 특히 생애주기별, 학교급별, 집단별, 분야별, 목적별, 주제별 교육과정기준 개발에 관심이 높다.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한 건축가 교수가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서울의 모습을 분석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외국인의 시각에 투영된 서울의 좁은 골목길, 한옥 지붕 그리고 성곽길은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신선한 통찰을 안겨준다. 압축 성장의 산물인 이 도시의 불규칙함과 다양성이 이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의 교육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지난 70년간 대한민국 교육은 도시의 성장처럼 ‘압축 성장’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교과 과정과 일률적인 평가를 통해 ‘모범생’이라는 거대한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덕분에 우리는 문맹률을 낮추고 산업 역군을 양성하는 데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바로 그 고속도로 위에, 애니메이션 속 서울의 좁은 골목길과 같은 우리만의 독특한 잠재력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획일화된 ‘고속도로’ 교육의 역설 미래 교육정책의 방향을 논할 때 우리는 늘 ‘창의성’과 ‘경쟁력’을 외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교육은 정답을 찾아내는 데 익숙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외국인이 한글 간판에서 단순한 정보가 아닌 아름다운 장식적 요소를 발견했듯, 미래 인재는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이 ‘가성비’ 좋은 인재를 만들어 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 시스템의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이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팝은 우리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권 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길러진 ‘괴짜’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획일화된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좁은 골목길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 세계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정작 K팝의 본고장인 서울에는 제대로 된 대형 아레나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우리 교육이 문화적 성과를 담아낼 그릇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증거이다. 이미 세계를 매혹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을 온전히 키워내고 품어줄 교육 인프라와 정책적 철학은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남산타워’를 넘어 ‘자유의 언덕’으로 미래 인재 양성은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을 통한 ‘정답 맞히기’가 될 수 없다. 이는 마치 남산타워가 상징하는 권위와 중앙집권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대신, 우리는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좁은 골목’과 ‘한옥 지붕’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제안은 과감하고 철학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교과목을 추가하거나 평가 방식을 바꾸는 미시적 접근을 넘어,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획일화된 입시 경쟁의 굴레를 깨고,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케데헌의 목욕탕 문화’를 발견하고 존중받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건축가 교수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아레나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처럼, 우리 교육 역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해야 한다. 미래 교육정책의 핵심은 더 이상 정해진 길을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불확실할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골목과 한옥 지붕의 미학이 세계를 사로잡았듯, 우리 교육 또한 획일화의 틀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담대한 화두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교육시설 안전인증을 받은 유치원이 16%에 불과하는 등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우려가 제기됐다. 법 시행 5년 경과를 앞두고 처참한 인증률을 보임에 따라 대책 마련이 주문됐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23일 공개한 ‘2025년 기준 전국 교육시설 안전인증률’은 전국 평균 47.3%였다. ▲유치원이 16.6%로 가장 낮았으며 ▲초등학교 60.2% ▲중학교 55.1% ▲고등학교 45.3% ▲특수학교 67.7%였다.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유치원의 지역별 인증률은 ▲서울 14.1%, ▲부산 12.4%, ▲대구 10.8%, ▲인천 6.8% ▲광주 9.6%, ▲대전 9.2%, ▲울산 12.4%, ▲세종 61.4%, ▲경기 16.2%, ▲강원 23%, ▲충북 31%, ▲충남 41.5%, ▲전북 21.6%, ▲전남 34.3%, ▲경북 10.9%, ▲경남 15.9% ▲제주 0% 순이다.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특수학교의 지역별 인증률은 충남·세종·전북·제주 100% 충북 90.9%, 광주 83.3%, 인천 80%, 경남 72.7%로 평균보다 높았던 반면 울산은 0%를 기록했다. 교육시설법에 따르면 해당 기관들은 법 시행 5년 이내인 올해까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수 의원은 “안전인증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증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는 담당 실무자의 분석이 있었다”라며 “사고는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시도교육청이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류제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상담 및 행정지원을 하거나 안전에 대한 현장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시설 안전인증 제도는 교육시설에 안전성 확보 여부를 심사하여 인증하는 제도로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교육시설의 장은 교육시설 안전인증을 받도록 되어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내년 6.3 지방선거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러닝메이트제 등 선거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이 모색된다. 국민의힘 국회 교육위원회(조정훈·김대식·김민전·김용태·서지영·정성국 의원)가 오는 2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교육감 선거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교육감 선거는 낮은 투표율로 인한 깜깜이 선거, 정치권의 개입, 정책 대결 아닌 이념의 장, 과도한 선거 비용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나타나며 개선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열린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인 23.5%에 머물렀다. 이에 지속해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됐지만, 유불리를 계산 목소리에 갇혀 적극 추진되지 못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러닝메이트제에 대해 교육과 일반행정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 일관성을 높일 수 있으며 불필요한 선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론회 좌장은 강인수 전 수원대 부총장이 맡았으며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발제한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조성원 교육부 교육자치협력과 서기관이 토론으로 참여한다. 김민전 의원은 “교육감 선거는 교육자치의 핵심 제도이지만, 낮은 투표율과 깜깜이 선거, 정치적 대립으로 본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교육자치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가로막힌 가운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학교 밖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휴직 후 교육감 선거 출마 등의 내용이 담긴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내달 진행되는 국정감사 이후에 재심사 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안은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고민정·김문수·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인선 전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에 적극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으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정과제로 담고 있는 사항이지만 교육부와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가 됐다. 부산 등 일부 시도교육청도 신중검토 의견을 내면서 사실상 반대했다. 이 같은 상황에 교사노조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OECD 회원 국가 중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왜 한국의 교사들만 모든 일상에서도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해야 하는 것인지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으로 한국의 교사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법조항들로 형사처벌까지 받고 있다”며 “정당가입이나 정당후원이 금지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한국의 교사가 겪고 있는 광범위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사의 업무 범위 안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고 학교 밖 정치활동은 보장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우려가 있다면 이를 불식시킬 수정안을 내고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는 오는 11월 교사 정치기본권 관련 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인 만큼, 교육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더에듀 |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을 모델 삼아 만들었다는 계획 도시 경주와 일본의 교토, 동아시아 3개 나라의 천년고도 시안, 경주, 교토를 방문하며 보고 공부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록에 근거한 역사 문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기회로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복기하면서 불분명함이 명확해지고 새로워지는 경험을 해보고자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중-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로 북적였던 국제도시 시안을 생각하면 그 당시 모습은 어떠했을까 상상을 해본다. 지금도 번화한 시내의 밤에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일 때 불야성이라는 말을 쓴다. ‘불야성’이라는 이름은 밤에도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마치 낮과 같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이 당시 국제도시로서 사람들로 북적이며 번영했던 모습을 우린 대당불야성이라고 한다. 현재 시안이라는 도시에는 ‘대당불야성(大唐不夜城) 거리’가 있는데 이는 당나라의 영광과 번영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공간이다. ‘대당불야성(大唐不夜城)’은 당나라 문화를 배경으로 한 광장으로 밤에도 휘황찬란한 거리, 즉 불이 꺼지지 않는 거리로 중국 시안 야경 명소이다. 그리고 대당불야성 중앙 거리에는 역사 인물, 예술 작품, 당 제국의 종교, 문화, 과학, 예술 등 지위와 성과를 재현시켜 놓았다. 대당불야성 거리는 남북으로 약 1.5km에 이르는 거리로 당나라 건축물과 조명이 어우러져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9개의 테마 조각상과 역사 인물 동상, 그리고 다양한 문화시설(음악당, 미술관, 영화관 등)이 있어 당나라의 번영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거리 공연, 분수쇼, 전통 복장 체험, 다양한 문화 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으로서는 볼거리가 너무 많다. 대당불야성 거리의 초입에 있는 북광장의 분수쇼는 세계 최대 규모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고구려와 연관이 많았던 당 태종, 측천무후, 현종 등 역사 속 인물과 이백, 두보 등 문인들의 조각상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전통 복장 대여점을 통해 당나라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근래 경복궁 등 궁궐에서 한복을 대여하여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중국 또한 유적지 등에서 중국의 전통복장인 한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대당불야성은 시안을 대표하는 야경 명소로, 당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모든 장소가 그렇지만 야경은 말 그대로 끝판왕이다. 손오공이 등장하는 소설인 서유기에 보면 삼장법사가 등장을 한다. 삼장법사는 당나라 당태종 시절의 유명한 고승인 현장법사이다. 중국을 떠나서, 서역까지 여행하고, 다시 수십 년간 현지에서 공부를 한 뒤, 중국으로 돌아와야 했으니, 그 길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고행길이었을 것이다. 실제 현장은 불경 원문을 들고 중국으로 돌아와 한문으로 번역하여 후세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그래서 지금도 삼장법사 하면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현장법사’를 떠올린다. 서유기는 삼장법사가 쓴 대당서역기를 바탕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런 역사적 사실이 소설 서유기의 등장인물 삼장법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대당불야성이 시작되는 거리의 입구에 보면 현장법사의 동상이 있다. 이곳에서 뒤편에 있는 대안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대안탑을 보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고 대자은사라는 절에 입장해야 한다. ‘대안탑’은 대자은사 경내에 있는 탑이다. ‘대자은사’는 당 태종 22년(648년) 시안성 남쪽에 세운 절이다. 대안탑은 652년 당나라 고승 삼장법사 현장이 인도에서 가지고 온 경전이나 불상 등을 보존하기 위해 고종에게 요청하여 건립한 탑이다. 높이 7층 64m. 처음에는 5층이었지만, 중간에 10층까지 증축되었고, 현재 7층만 남았다. 목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층고가 매우 높다. 대안탑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보살의 화신으로 기러기의 무리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죽은 기러기 한 마리를 탑을 지어 매장했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안탑은 처음에는 5층으로 세웠으나 704년 측천무후 때 10층으로 증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란으로 7층 64m로 낮아져 지금에 이른다. 그래도 대안탑은 소안탑에 비해 외모는 거의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대안탑 주변은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일 뿐만 아니라, 근처에 야경이 멋진 대당불야성과 대당부용원이 있어 시안 여행의 행심 관광지로 자리하고 있다. 대안탑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은 소안탑이 있다. ‘소안탑’은 시안 박물관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천복사 경내에 있기도 하다. 당나라 승려 의정 대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경전을 보관하기 위하여 710년에 천복사 안에 소안탑을 세웠다. 소안탑은 원래 15층 벽돌로 건축하였으나 1556년 산시성 대지진 때 무너져 지금은 13층 43.3m로 낮아졌다. 천복사는 684년에 고종이 병으로 승하하자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서 절의 이름도 처음에는 헌복사라고 했지만 이후에 천복사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둘 다 처음에는 안탑(뜻 :기러기 탑)으로 불렀으나 후에 비슷한 두 탑을 구분하기 위하여 조금 높은 탑을 대안탑, 낮은 것을 소안탑으로 불렀다. 소안탑은 대안탑보다 55년 정도 후에 세워졌다. 소안탑은 시안 중심부에 있는 종루에서 남쪽으로 직선거리로 약 6km 거리에 있다. 소안탑과 대안탑은 서로 3.5km 정도 떨어져 있다. 대안탑은 실크로드 출발점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대안탑 광장 근처에 오니 여러 식당과 백화점들이 보이는데 특이한 한자가 보이는 식당이 있다. 보기에도 복잡한 이 한자의 발음이 biang 뱡,비앙, 뺭 이라고 발음이 된다. 이 한자는 뺭뺭면을 부르거나 쓸 때만 쓰는 한자이다. 빵뺭면은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먹는 국수 음식으로 유명하다. 뺭뺭면은 면의 두께가 두껍다. 폭이 넓은 면으로 넓은 중국 당면과는 다르게 투명하지 않고 불투명한 일반 밀가루면 색을 띄고 있다. 생각보다 맛있는 시안의 뺭뺭면을 보면서 중국과 서역을 오고 가는 곳으로 유명했던 실크로드의 도시 장안에서 뺭뺭면을 먹었을 서역인들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더에듀 | 요즘 교사는 아이들을 혼낼 수 없다. 교사의 말 한마디가 ‘감정적 대응’으로 몰리고, 정당한 훈육도 ‘인권 침해’라는 프레임에 갇힌다. 한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이 곧 민원과 고발, 교권 침해로 이어진다. 그래서 많은 교사는 토로한다. “차라리 그냥 참습니다.” “아이보다 학부모가 더 두렵습니다.” 이것은 단지 한 교사의 고충이 아니다. 공교육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이다. 과거의 권위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권위가 아니라, ‘신뢰’ 자체가 사라졌다. 교사의 말은 감시받고, 학부모의 말은 강경해지고, 아이의 말은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아이의 말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말 뒤에는 때로는 오해와 감정 그리고 왜곡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분별하지 않고 무조건 수용하는 사회는 결국 교육의 기준을 잃게 된다. 교사의 말이 힘을 가지려면, 그 교사를 믿어주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믿음은 무조건적인 지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신뢰의 축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지금 그 신뢰가 무너졌다. 단순히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교육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는 다시, 신뢰를 세워야 한다. 아이를 위해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학교 안의 갈등을 곧바로 ‘외부 민원’으로 가져가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대화로 풀어내는 문화가 필요하다. 교사는 아이를 키우는 파트너이다. 그 파트너에게 ‘지도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를 혼자 두게 된다. 누구도 훈육하지 않고, 누구도 붙들어 주지 않는 공간. 그곳은 교육이 아니라 ‘방임’이다. 권위는 억압이 아니다. 올바른 권위는 책임과 신뢰 위에서 세워진다. 그 권위를 회복할 때, 비로소 교육도 살아난다. 그것은 곧, 아이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울타리를 되찾는 길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마이스터고등학교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수도전기공고) 2024학년도 졸업생 취업률이 97.7%를 기록, 대한민국 대표 마이스터고로 산업기술 인재 양성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 나온다. 수도전기공고는 한국전력주식회사(한전)이 운영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로 2008년 마이스터고 지정을 받았다. 현재 전기에너지과(4학급)·에너지전자제어과(2학급)·에너지기계과(2학급)·에너지정보통신과(2학급) 등 4개 학과 10학급에 총 540명의 남녀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수도전기공고가 최고의 취업률을 기록한 데에는 실무 중심 교육과 산학협력 그리고 맞춤형 취업 지원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통해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무 중심 교육과 산학협력의 시너지 수도전기공고는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실제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실습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최신기술을 반영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특히, 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역량을 체계적으로 배양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습득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기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실제 업무환경에서 실습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고, 현장 적응력을 높이며,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경쟁력 있는 기술 인재로 성장한다. 맞춤형 취업 지원과 글로벌 역량 강화 수도전기공고는 단순히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맞는 최적의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취업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대 1 취업 상담, 모의면접, 취업캠프, 직무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취업시장에 나설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돕는다. 글로벌 역량 강화에도 집중한다. 해외연수 프로그램,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생들이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수도전기공고의 목표 중 하나이다.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양성 기술력만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수도전기공고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수도전기공고는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기술인재 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성교육, 리더십 교육,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창의적인 기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명호 수도전기공고 교장은 “높은 취업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노력과 교사들의 헌신, 그리고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더욱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 변화에 발맞춘 혁신적인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기술 인재 양성의 중심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력주식회사(한전)에서 운영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인 학교법인 한국전력학원 수도전기공고는 전기 및 토목기술자의 양성을 목적으로 1924년 3월 서울 중구 동자동의 경성고등예비학교에 개설된 전기부가 그 시초로 중학교 3년 수료자를 대상으로 2년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였다. 그 이후 1979년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 현재의 위치로 교사를 신축하여 이전하였으며, 2008년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지정됐다. 마이스터고등학교는 기존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킨 고등학교로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여 해당분야의 기술장인을 육성하려는 목적을 가진 고등학교 유형이다. 바이오, 반도체, 자동차, 전자, 기계, 로봇, 통신, 조선, 항공, 에너지, 철강, 해양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마이스터고가 전국각지에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지만 특성화고등학교로 분류되지 않고 특수목적고등학교로 분류된다.